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93화 (93/486)

EP.93 시베리아의 불곰 전차

[세계 유망주 순위 24위, 38 위에 랭크되어 있는 브라질의 뷘드셴 자매. R’s 로 이적! 추정 이적료 32 억 달러!]

기사가 발표된 순간, R’s 의 팬 사이트는 말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장미 방패단의 수많은 팬들이 몰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원기옥을 모았느냐며 이제껏 자신들이 욕했던 로즈 그룹과 R’s 구단주 조수영의 이름을 칭송하느라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다.

언론들의 관심도 장난이 아니었다. 뷘드셴 자매는 러시아의 불곰 전차 - 타냐 루스와 마찬가지로 세계 유망주 랭킹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영웅들이었다. 게다가 힐러 순위로만 따지면 4, 5 순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만큼 어둠의 괴물과의 전쟁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한 힐러들이었다.

거기에 세계 랭킹 10 위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공대장 중 한 명인 한민국까지 힐러진으로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런 탓에 장미 방패단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GGW 의 힐러진이 세계 최고의 드림팀으로 성장할 것 같다는 김칫국과 기대감이 섞인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으, 으아아아…….”

“좀비도 아니고 그 소리는 대체 뭡니까?”

“아니, 제가 클랜에서 입사한 이후 이런 초대형 이적은….”

도장이 찍힌 이적 계약서를 보며 현정의 비서는 아까부터 감격에 겨워 끅끅거리고 있었다.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현정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메모리아가 타냐 루스를 영입하고 난 이후 조수영이 로즈 그룹의 회장직을 대리하고 있는 조은영 부회장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었다. 그 이후 로즈 그룹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뜬금없이 뷘드셴 자매를 영입하겠다는 통보가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브라질의 클랜에서도 이적 제안서를 보내왔다. 그룹 선에서 미리 이야기를 나눴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영입한 뷘드셴 자매는 액수로만 따지면 타냐 루스보다도 훨씬 많은 이적료를 투자한 영입이었다.

‘…GGW 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겠지.’

영볼루션에 언급되는 초대형 유망주만 해도 벌써 셋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만큼의 돈을 투자했으니, 분명 사람들은 그리고 그룹들은 GGW 에 그 이상의 성과를 바랄 게 분명했다.

영웅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B – 1】 난이도의 던전 아니, 그 이상인 【A】 난이도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를 바랄지도 몰랐다. 그것도 단시일 내에 말이다.

‘한민국 영웅이 이런 부담감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이제까지는 충분히 잘해왔다. 단순히 잘해왔다는 표현을 넘어 1 년차 영웅의 활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 대단한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더 그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를 게 분명했다. 과연 한민국이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현정은 벌써부터 걱정이 들고 있었다.

“GGW 의 부활석 보유현황 체크하시고, 혹시 부족할 것 같으면 바로바로 지원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 GGW 에게 클랜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당장은 던전에 대한 정보의 제공과 부활석 밖에 없었다.

* * *

뷘드셴 자매의 GGW 합류가 확실시 되자 이제 남은 T.O 는 딜러 한 명의 자리였다.

대형 이적이 몇 번이나 성사된 탓에 사람들은 비어있는 GGW 의 딜러 자리에 과연 어떤 영웅이 영입될 지 큰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민국은 비어있는 자리에 클랜의 단장인 현정이 추천하는 딜러 한 명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멤버 구성을 마무리했다. 5성 영웅으로 R’s 2 군에서 평가가 가장 좋은 딜러였다.

“이제야 공격대의 구성이 완벽히 갖춰졌네요.”

민국이 R’s 클랜의 하우스 11 층에 있는 GGW 의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 탓에 열 명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실이 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행히 팀원들이 제대로 꾸려지기 전부터 합류했던 타냐나 2 군 딜러와는 일찌감치 호흡을 맞췄던 탓에 사이가 어색하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로 가깝게 앉아 있기도 했고 말이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넘어온 두 영웅을 제외하면 말이다.

“거기. 뷘드셴 자매는 둘만 붙어있지 말고, 팀원들과 가까이 있으면 좀 더 보기가 좋을 것 같은데요.”

“아! 이, 이렇게요? 고, 공대장님?”

브라질 출신의 쌍둥이 영웅, 뷘드셴 자매 중 언니인 켄달이 살짝 정말 살짝 옆으로 엉덩이를 떼었다가 앉았다. 그 모습에 민국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켄달이 장난을 친다거나 팀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은 멀리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새빨개져 있었다. 미리 접했던 프로필에 따르면 켄달 뷘드셴은 낯가림이 굉장히 심한 성격이라고 나와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동료잖아요. 설마 잡아먹기야 하겠어요?”

친근감을 드러내려는 민국의 농담에 모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켄달은 고개를 팍 숙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동료들과의 사이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저렇게 보여도 레이드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다고 하니까.’

자기의 역할만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일단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그에 반해….

“저는 그냥 이렇게 있어도 돼죠? 아, 팀원들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예요. 저는 우리 멋진 공대장님한테 한 번 잡아먹혀보고 싶거든요.”

동생 지젤의 도발적인 말이 회의실을 울렸다.

켄달과 동일한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켄달 뷘드셴과 동생인 지젤을 구별하기란 굉장히 쉬웠다. 언니와는 달리 동생은 온 몸 여기저기에 문신들이 잔뜩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격도 판이하게 달랐다. 켄달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순백색의 소녀라면 지젤은 마치 닳고 닳은 뒷골목의 여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자세도 그랬다.

민국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숙이는 켄달과는 달리 지젤은 윙크와 함께 혀를 날름거리더니 도발을 하듯 자신의 다리를 슬쩍 벌려 보이고 있었다. 매끈하게 왁싱된 지젤의 음부가 민국의 눈동자에 잠깐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쌍둥이의 성격이 달라도 저렇게 다를 수가 있나?’

둘의 클래스가 같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튼 둘의 행동만 봐도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렇게 모두를 회의실로 부른 것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보름, 보름 안에 【B – 1】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B – 1】 난이도의 던전 공략의 최소 조건이라 할 수 있는 4 성 영웅의 조건은 모두가 만족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장비 스코어는 영웅들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어차피 장비는 던전을 돌다보면 계속해서 파밍이 가능하기도 했다. 부활석도 넉넉히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네요. 좀 더 호흡을 맞추고 던전을 공략할 줄 알았는데….”

민국의 성 비서를 맡고 있는 소정의 말이었다. 옆에서 현아와 유나가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원래는 그러려고 했습니다만….”

다섯 명이서 하는 레이드와 열 명이서 하는 레이드는 단순히 호흡을 맞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익숙해지는 게 아니었다.

서로의 위치 파악, 딜과 힐의 우선순위 등. 다섯 명과 열 명이서 하는 레이드는 조금 과하게 표현해서 새로운 전투를 경험한다고 할 정도의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일찌감치 열 명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더욱 좋을 거라는 게 민국의 판단이었다. 어차피 리딩은 큰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민국은 열 명을 지휘하는 게 훨씬 익숙했다. 이제야 튜토리얼을 끝내고 진짜로 레이드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드디어 공허의 어둠 괴물들을 학살할 예정인 한민국 님의 공격대가 출범하는군요! 그렇다면 위대하신 카오스님이 창조하신 이 뿌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민국님의 화려한 출발을 위해 이 뿌우가 응원합니다! 퀘스트를 받아주세요!

[목표] - ‘【B – 1】’ 난이도의 던전 한 곳을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세요. 단! 20 트 이내.

[기간] - 한 달 이내.

[보상] - 【클래스 스톤(A) - 유니크 등급】 두 개.

실패할 경우 패널티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니크 등급 클래스를 놓치기에는 아쉬운 기회겠죠? 참고로 수호 기사보다 훨씬 좋은 클래스랍니다.》

오랜만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최근 들어 카오스의 목적과 퀘스트의 효용성이 대체 뭘까 하고 고민하던 찰나에 나타난 타이밍 좋게 나타난 퀘스트였다. 보상도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 스톤이었다.

영웅 도감을 통해 나타나는 아이템 정보로는 구별이 불가능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영웅들끼리 부르는 클래스 등급들이 있었다. 주로 희귀성과 유틸성에 따라 나눠 놓은 등급들로 노말, 레어, 유니크, 레전드 등급 등이 있었다.

예를 들어 민국의 클래스인 세인트는 노말 등급에 불과했지만, 오현아의 수호 기사는 레어급 클래스였다.

‘그리고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면 어떤 클래스가 나와도 도움이 되겠지.’

놀랍게도 GGW 의 멤버들 중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를 지닌 영웅은 한 명도 없었다. 타냐나 뷘드셴 자매도 레어급 클래스였다. 그만큼 자신의 스타일과 맞아떨어지는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략한 던전이 정해졌나요?”

“네. 서울 랜드에 위치한 ‘공허의 탑’입니다.”

총 다섯 개체의 보스급 몬스터가 등장하는 던전으로 【B – 1】 난이도의 던전 중에서는 공략 시간이 가장 짧은 축에 속하는 던전이었다. 덕분에 효율을 중시한 공격대들이 주로 찾는 던전이었고, 그에 따라 던전과 관련된 정보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난이도는 제법 있는 편이었는데, 마지막 보스이자 5 등급 몬스터인 ‘공허 드래곤’ 공략이 조금 까다롭기는 해도 몇 번 전멸을 경험하며 패턴이 익숙해지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겠다는 게 민국의 생각이었다.

“워낙 유명한 던전이니 만큼 서울에서 활동하던 영웅들은 공허의 탑에 대해 다들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민국의 말에 현아를 위시한 한국 출신의 영웅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공허의 탑은 조만간 무너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공격대가 찾는 던전으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질문에 앞서 브리핑부터 시작하겠습니다.”

4 등급 특수 개체에 대한 브리핑은 가볍게 끝냈다. 다들 레이드 경험이 풍부한 터라 몬스터의 특수 패턴 중 위험한 것만 짚어도 충분히 대응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허 드래곤의 브리핑은 상세하게 그리고 자세히 짚어야 했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녀석들과는 공격 패턴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공허의 탑 - 공허 드래곤

▷ 공허 드래곤을 공략하려면 가장 먼저 공허 드래곤의 주요 능력 중 하나인 공허 마력 폭발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는 공허 드래곤의 생명력이 90%, 70%, 50%, 30%, 10% 로 떨어질 때마다 혹은 일정 시간마다 사용하는 스킬로 엄청난 고정 피해를 공대원 전체에게 생명력 비율로 나눠서 입힙니다.

그러므로 공허 드래곤을 공략하는 공격대는 영웅 개개인의 생존기와 힐러들의 생존 능력을 발휘해 공허의 마력 폭발을 버텨내야 합니다. 특히 사망자가 생기면 살아남은 공대원들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므로, 공략에 들어가는 영웅들은 본인들의 생존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합니다.

▷ 공허 드래곤의 공격 패턴은 휘두르기, 꼬리치기, 공허 브레스가 있습니다. 휘두르기와 꼬리치기는 일반적인 패턴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메인 탱커를 대상으로 사용하는 공허 브레스는 브레스가 떨어진 대상에 공허의 괴물들을 만들어 냅니다.

딜러들은 공허의 괴물들이 탱커의 움직임을 제약하기 전에 빨리 괴물들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공허의 괴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버프가 중첩되며 빨리 처리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강력해 집니다.

▷ 공허 드래곤은 자신의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공허 마력 폭발과 함께 공허의 와이번을 소환해 냅니다. 공허의 와이번은 공허 드래곤과 50 m 안에 붙어 있을 경우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그러므로 부 탱커 혹은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딜러들이 따로 나서서 공허 와이번을 유인해서 쓰러뜨려야 합니다.

▷ 공허 드래곤이 공허 마력 폭발과 공허 브레스를 사용될 때 마다 공허 상태에 들어갑니다. 공허 드래곤의 공허 상태가 100 % 다다르면 공허 드래곤이 폭발하며 주변을 완벽한 무로 돌려버립니다. 공격대 역시 전멸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패턴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중요한 것은 공허 드래곤이 공허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쓰러뜨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5 등급 몬스터인 공허 드래곤 레이드는 지금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딜링 능력을 필요로 했다. 힐러도 마찬가지였다. 공허 마력 폭발은 평범한 힐러의 수준으로는 감당해내기가 힘들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민국은 이번 던전의 공략 멤버에 시라누이 마이도 포함시킬 예정이었다. 일단은 대기 딜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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