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98화 (98/486)

EP.98 운이 좋네요?

민국은 단일 개체 딜에 특화된 딜러인 시라누이 마이를 합류시키고 나서 공허 드래곤을 쓰러뜨리고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퀘스트의 조건을 만족하는 20 트 이내의 클리어였다.

솔직히 아슬아슬하긴 했었다. 정확히 17 트에 클리어를 했으니 말이다. 아마 시라누이 마이가 없었다면 실패했을 퀘스트였다.

‘보상이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 스톤이었지?’

퀘스트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 스톤은 현아가 장착하고 있는 【수호 기사】보다 훨씬 좋은 클래스라고 했다.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힐러 클래스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민국의 시선이 황금색 상자에게 향했다.

현재 민국의 클래스는 세인트. B 등급 클래스로 카오스라는 정체모를 녀석에 의해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된 첫날에 구입했던 클래스 스톤이었다. 특별한 효과는 전혀 없는 경매장에서도 이백 달러면 구할 수 있는 잡템이었다.

단일 힐, 도트 힐, 보호막 이렇게 세 개의 스킬을 주로 사용하는 터라 클래스의 등급이 낮다고 해서 불편을 느낀 적은 없었다. 【B – 1】 의 던전도 세 개의 스킬을 장착한 세인트 클래스로 공략에 성공했고 말이다.

그러나 5 등급 몬스터인 공허 드래곤을 상대하면서 조금 더 효과가 뛰어난 스킬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었다. 지젤 뷘드셴의 광역 보호막과 같은 능력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A 등급 스킬을 착용할 수도 없고….’

설령 장착을 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A 등급 스킬을 사용하려면 5 등급 영웅이 되어야 했다.

참고로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S 등급의 스킬 스톤은 무려 9 등급 영웅이 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스킬 스톤을 착용해도 그냥 돌멩이일 뿐이라고….

그런 이유 때문에 현아의 【수호 기사】처럼 스킬이 붙은 클래스 스톤이 비싼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클래스 고유의 스킬은 등급이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A 등급 클래스로 전직하려면 3 성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들 전투의 흥분이 남아서인지 계속해서 몸들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래도 연륜이 있기 때문일까? 팀원들 중 가장 빠르게 진정을 찾은 소정이 민국을 향해 말했다.

“처음으로 5 등급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얻은 상자입니다. 공대장님께서 직접 열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소정의 제안에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퀘스트의 내용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직접 열지 않았다고 퀘스트의 보상이 날아가는 거지같은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민국이 보상 상자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도중 소정을 향해 문득 물었다.

“혹시 공허 드래곤이 드랍하는 아이템 중 희귀한 클래스 스톤이 있습니까?”

“클래스 스톤이요?”

갑작스런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 소정이 빠르게 영웅 패드를 두드렸다. 레이드 관련 기록을 검색하다 보면 수많은 선배 영웅들이 기록한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정이 차분하고도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공허 드래곤이 드랍하는 클래스 스톤은 다섯 개 정도가 있습니다. 그 중 희귀한 순서로 따지자면 ‘집중 치료술사’가 있겠네요.”

더 희귀한 클래스 스톤이 있기는 했지만, 드랍 확률이 희박을 떠나 아예 없는 수준이었기에 소정은 그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집중 치료술사라….”

클래스 이름만 들어보면 정말 별거 아닐 것 같은 평범한 명칭이었다. 하지만 5 등급 몬스터가 드랍하는 클래스 스톤 명이었다. 게다가 힐러 느낌을 팍팍 주는 이름이었다. 소정의 말을 들은 민국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저 황금 상자 안에는 분명 집중 치료술사 클래스 스톤이 있을 터. 이제는 세인트 한민국이 아닌 집중 치료술사 한민국이 될 차례였다.

그렇게 기합을 넣은 민국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퀘스트는 이미 완료했고, 남은 것은 달콤한 보상을 획득할 차례. 보상은 【클래스 스톤(A) - 유니크 등급】으로 무려 두 개였다. 그 중에 설마 힐러 스톤이 하나도 없겠는가?

철컥!

그리고 상자에 민국이 손을 대는 순간 굳게 잠겨있던 자물쇠가 절로 떨어지면서 전리품 상자가 그 내용물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실력도 좋은데, 운은 더욱 좋네.”

R’s 클랜의 단장인 현정이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처음으로 시도한 공략이었지만 놀랍게도 팀 GGW 는 【B – 1】 난이도의 던전인 공허의 탑을 토벌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17 번이나 트라이를 반복했지만, GGW 가 【B – 1】 난이도 던전을 첫 도전했다는 점과 팀 내 주력이 1 년차 영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7 번의 트라이는 전혀 흠이 될 게 아니었다.

그리고 팀 GGW 는 공허의 탑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면서 제법 유의미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1 년차 공대장인 한민국의 능력이 정규 공격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거겠지?’

이미 클랜 내 위상만 따지고 보면 1 군을 맡고 있는 공격대장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중요성을 더욱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1 년차에 【B – 1】을 공략했다면 나중에는 어디까지 성장을 할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1 군 공격대장은 랭커 클랜의 1 군을 맡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영웅이었다.

팀 내적으로도 성과가 크게 있었다. 전리품 상자에서 희귀한 클래스 스톤을 두 개나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현정이 운이 좋다고 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클래스 스톤(A) - 집중 치료술사】와 【클래스 스톤(A) - 블라스트 샤프 슈터】.

먼저 집중 치료술사는 클래스 고유의 스킬은 없지만, 같은 대상에게 같은 회복 스킬을 사용할 경우 치유력이 상승하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클래스였다.

단순히 클래스의 설명만 들어도 아군의 생명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클래스로 실제로도 많은 힐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스였다.

하지만 집중 치료술사 클래스 스톤은 소수의 5 등급 몬스터가 아주 낮은 확률로 드랍하는 굉장히 희귀한 아이템이었기에 경매장에서도 시세가 굉장히 높게 형성되어 있었고, 매물도 가뭄에 콩 난 듯이 나올 정도였다.

설령 나온다 해도 대형 클랜들이 순식간에 구매해가곤 했다. 하지만 이런 집중 치료술사도 이번 GGW 의 전리품 상자에서 함께 나온 클래스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최근에 경매장에 등록된 블라스트 샤프 슈터 클래스 스톤이 있던 가요?”

“없습니다. 영웅 기록에도 가장 최근에 획득했다는 정보가 무려 1 년 전으로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 때 클래스 스톤을 획득한 공격대는 미국에 클래스 스톤을 판매했고요.”

“그 때 거래된 가격은 알 수 없겠죠?”

“네. 워낙에 희귀한 클래스인지라 거래와 관련해서는 정보 자체가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정의 비서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현정도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이제껏 하고많은 5 등급 몬스터들이 영웅들의 손에 쓰러졌지만, 획득 정보조차도 없다시피 한 A 등급 클래스 스톤. 그것이 처음으로 【B – 1】 던전을 공략한 팀 GGW 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희귀한 만큼 엄청나게 대단하다거나 한 클래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샤프 모드라는 특별한 자세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엄청난 폭딜을 뿜어낼 수 있다고 했지?’

정확한 정보는 알려진 게 없어서 현정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공격대장인 한민국이 외부로 클래스 스톤을 판매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가 아는 민국은 돈보다는 공격대의 전력 상승을 우선시하는 성격이었다.

분명 공격대원 중 누군가가 각인을 할 텐데, 현정은 벌써부터 그 주인공이 될 영웅이 부러워지고 있었다. 그녀가 활동했던 박다영 공격대는 딱히 아이템 운이 따르는 공격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팀 GGW 의 회의실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클래스 스톤을 손에 들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각인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클래스 스톤이었다.

“이, 이거 제가 각인해도 되는 건가요?”

유나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벌써 세 번째 반복되는 물음이었다. 그리고 민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샤프 슈터는 활이나 총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클래스라며? 그러면 우리 공격대에서는 너밖에 사용할 사람이 없는데?”

“어…. 그렇긴 한데….”

말끝을 흐린 유나의 눈동자가 좌우로 굴렀다. 엄밀히 말하면 신나연이 사용을 해도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블샤슈 클래스 스톤에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블샤슈의 고유 능력이 마력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거 비싸잖아요.”

한참을 고민하던 유나가 재차 물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A 등급 클래스 스톤이 나왔다는 말에 기대감을 품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던 게 실수였다.

【클래스 스톤(A) - 블라스트 샤프 슈터】는 그 희귀성과 특수한 모드 능력으로 인해 미국의 대형 클랜들이 직접 사람을 보내 구입을 할 정도로 엄청나게 비싼 클래스 스톤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국은 유나와는 생각이 달랐다. 돈보다는 자신의 공격대원이 강해지는 게 먼저였다. 어차피 돈은 모자라지 않게 충분히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민국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말했다.

“좀 더 좋은 클래스가 있으면 팀원들이 사용하는 게 먼저지. 어쨌든 블샤슈 구매 대금은 평범한 A 등급 스킬 스톤으로 계산했으니까 그 가격의 30 % 만 지불하면 될 거야.”

“어? 정말이네.”

유나의 옆에 있던 현아가 정산표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잠시 정산표로 향했다. 하지만 값비싼 클래스 스톤을 팀원에게 싸게 넘긴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공격대에 대한 신뢰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었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뷘드셴 자매들도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공허의 탑을 공략하면서 공격대장인 한민국과 팀원들의 활약이 대단히 인상 깊게 남아 있던 터라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빨리 각인해라. 그거 각인하는 것 보고 다른 안건도 이야기해야 되니까.”

결국 유나는 【클래스 스톤(A) - 블라스트 샤프 슈터】를 자신에게 각인했다. 잠시 후, 민국도 집중 치료술사로 각인을 마쳤다. 뭔가 몸에 이물감이 생긴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들었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자! 그러면 전리품 운이 좋았던 【B – 1】 난이도의 던전도 공허의 탑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렇다 해서 【A】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생각은 없지만요.”

민국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단계 하나의 차이였지만 【B – 1】 과 【A】 난이도 사이에는 차원의 벽이라 부를 정도의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5 등급 몬스터는 오직 【B – 1】에서만 등장했다. 【A – 9】 난이도의 던전은 5 등급 몬스터들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고, 보스급 녀석들은 무려 6 등급 몬스터였다. 갑자기 난이도가 확 늘어나는 것이다.

공허의 탑 공략도 시라누이 마이를 투입하는 강수로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만큼 아직 팀 GGW 가 【A】 난이도의 던전을 바라보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일단은 서울 내의 【B – 1】 던전을 공략하면서 팀원들의 스펙을 높일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유니크 한 클래스 스톤이 나오면 좋겠죠?”

“공허의 탑을 다시 공략하는 어떨까요? 블라스트 사프 슈터? 그게 또 나오면 팔면 되잖아요.”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정예린의 말에 민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진 이도 그리고 대답을 한 이도 말에는 장난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영웅 기록에 따르면 1년 만에 등장한 클래스 스톤이라고 했다.

“또한 5 성 특수개체가 있는 던전도 공략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어쨌든 상위 던전을 바라보려면 옐로우급 결정을 획득해야 하니까요.”

그래야만 【Gear Score】 가 높은 장비도 착용할 수 있었다. 4 성이라면 449 까지 장비를 착용할 수가 있었는데, 이는 A 등급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최하위 등급의 장비도 착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 마디로 영웅의 5 성 획득은 A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팀 GGW 에는 단 두 명의 5 성 영웅이 존재했는데, 온전한 팀 GGW 의 멤버도 아니었다. R’s 2군 팀에서 지원을 온 베테랑 딜러였다.

나머지 한 명 역시 메모리아에서 온 신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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