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04화 (104/486)

EP.104 각자의 사정

GGW 의 공격대장인 한민국과의 대화를 끝낸 현정은 바로 다른 클랜들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R’s 에서 원정 공격대를 보내야 한다면 그리고 베트남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공격대가 신입 공격대에 불과한 GGW 라면, 이 점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것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세계 영웅 협회의 요청에 따라 메모리아 클랜을 비롯해 강한 여자들, 이화, R’s 그리고 WNK 클랜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베트남으로 원정 공격대를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많은 기자들을 앞에 두고 한국 영웅 협회장인 이시연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류의 가장 큰 위기라 할 수 있는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상황인지라 영웅들을 태운 비행기는 협회장의 발표에 앞서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었고 한국에서도 공격대를 보내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인지라 뒤늦은 시연의 발표에 불만을 가지는 기자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메모리아와 강한 여자들이라….”

“확실히 그 두 클랜이라면 확산 현상도 잘 막아낼 거야.”

원정 공격대를 보낸 클랜들의 이름과 명성에 대해서도 다들 수긍하는 모습들이었다.

메모리아와 강한 여자들은 한국 랭킹 1, 2 위를 다투는 탄탄한 전력의 클랜이었고, 이화 역시 국내 랭킹 5 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건실한 클랜이었다.

과거의 명가라 할 수 있는 R’s 와 WNK 도 하위 난이도의 던전을 클리어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지닌 영웅들로 공격대 전력을 구성하고 있었다.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한 기자가 손을 들어 올리자 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몸을 일으킨 기자의 가슴에는 대한일보의 명찰이 걸려 있었다.

“메모리아와 강한 여자들 그리고 이화 클랜. 모두 탄탄한 레이드 전력을 보유한 클랜으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베트남에서 인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워줄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합니다.”

“다만, R’s 에서 내보낸 공격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R’s 에서는 이번 베트남 원정으로 1 군이 아닌 신입 공격대인 GGW 를 내보냈다고 들었습니다.”

대한일보의 기자 안혜정의 말에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GGW 에 대한 평가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아직 1 년차 공대장이 이끄는 신입 공격대에 불과했다. 그런 영웅들을 베테랑 영웅들도 힘겨워하는 사지로 내보내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몇 기자들의 입에서는 R’s 가 미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톡톡 두드리며 기자들을 진정시킨 시연이 말했다.

“맞습니다. 장미 방패단에서는 이번 원정 공격대로 한민국 영웅이 공대장을 맡고 있는 GGW 를 선정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보인 시연은 계속해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직 1 년차에 불과하지만, GGW 는 【B – 1】 난이도의 던전까지 공략에 성공한 전적을 가지고 있는 실력 있는 공격대입니다. 게다가 이번 원정행은 GGW 의 공격대장인 한민국 영웅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자들이 놀라는 것처럼 이시연 역시 처음에는 R’s 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단장인 현정에게 화를 버럭 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연의 발표는 기자들의 각색을 통해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 와…. 신입 영웅이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곳을 자진해서 갔다고? 사실이라면 진짜 놀랍다.

● 우리나라에 실력 좋은 영웅들도 많을 텐데 왜 하필 GGW 가 간 건가요? 그것도 소중한 남자 영웅인데?

└ 본인이 자진했답니다.

└ 남녀 관계없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영웅들은 전부 소중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 국내에서 응원하겠습니다. 다들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베트남에서 터진 던전 브레이크는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굉장히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베트남 국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 또한 던전 브레이크를 경험한 몇 안 되는 국가이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의 베트남을 떠난 영웅들을 응원하고 있을 무렵, 민국은 하노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영웅 패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처리해야 할 던전은 【B – 1】 이하의 던전이라고 했지?’

인터넷과 영웅 커뮤니티를 통해 대략적으로 알아보니 확산 현상으로 인해 생겨나는 던전들은 브레이크가 일어난 던전보다 낮은 난이도의 던전들만 생겨난다고 했다.

또한 난이도에 따라 생겨나는 던전의 숫자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 분포가 호리병 형태를 띤다고 했다.

베트남의 경우에는 【A – 1】 난이도의 던전이 터졌으니, 중간에 분포한 난이도인 【A – 7】 과 【B – 3】 사이의 던전이 확산 현상으로 생겨난 던전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일찌감치 확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오염 지대로 길을 뚫고 있는 중국군과 중국 공격대가 보내온 정보도 그와 비슷했다. 그리고 【B – 1】 과 【B – 3】 사이의 던전이라면 GGW 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난이도였다.

문제는 이 세계에서 민국의 레이드 경험이 많지 않은 터라 처음 만나는 보스 몬스터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었다. 선배 영웅들의 경험담이 적힌 공략본을 찾아 전술적인 움직임을 고민해 보기는 하겠지만, 팀원들이 자신의 리딩에 재깍 따라줄 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말인데 세계 영웅 협회에서 지원할 예정인 무제한적인 부활석으로 해결을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타락이라는 가능성이 있으니 최대한 조심은 해야 했다.

“아까부터 영웅 패드만 바라보고 계시던데…. 걱정이 많이 드나 봐요? 공대장님.”

회색의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는 단발 미녀의 말에 민국은 보고 있던 영웅 패드를 덮었다.

두 명씩 앉을 수 있는 비행기 좌석에서 운 좋게 민국의 옆자리에 당첨이 된 소정이 민국과 눈을 마주쳤다. 민국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이 아닌 오픈된 장소에서 몬스터와 마주치는 상황이잖아요. 강력한 개체도 있다고 하고요. 게다가 잘못하다간 두 번째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지도 모르고. 소정씨는 무섭지 않으세요?”

“몬스터는 딱히 무섭지 않아요. 던전에서 매일 보던 녀석들이잖아요? 뭐, 던전 브레이크는 조금 무섭네요.”

그렇게 대답한 소정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둠 괴물과의 전쟁은 영웅의 숭고한 의무잖아요?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지만, 딸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원정은 꼭 성공시키고 싶어요. 베트남의 여파가 언제 한국으로 몰려올지 모르잖아요.”

“…엄마라는 존재가 강하긴 강하네요.”

소정의 말에 민국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잠깐이나마 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었던 다른 클랜들의 영웅들은 다들 표정이 썩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격대에 속한 팀원들도 모두가 베트남 원정에 찬성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민국 역시 빌어먹을 퀘스트가 아니었으면 베트남으로 갈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을 터였다.

민국의 말에 소정이 입가에 포근한 미소를 그렸다.

“공대장님이 자녀를 얻게 되면 저보다 더하지 않을까요? 모성애보다는 부성애라는 말이 있잖아요.”

“설마요.”

“후후. 공대장님께서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책임감이 굉장히 강한 것 같으시니 분명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여자가 몇 명이나 되는 아기 아빠라….’

소정의 말에 민국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아빠는 결코 아닐 것 같았다.

다들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한 까닭인지 비행기 내부는 고요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민국이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다들 눈을 감으며 자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혹은 밖의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며 어떤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거나.

승무원들도 기내에 흐르는 딱딱한 분위기를 감지한 까닭인지 굳은 태도로 그녀들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

민국의 바지 섶 위로 부드러운 손이 은밀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민국의 남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민국의 놀란 눈동자가 김소정에게 향했다.

“공대장님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성 비서인 제 역할이랍니다.”

“하, 하지만 여기는….”

“공대장님께서 조용히만 하면 괜찮을 거예요.”

소정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민국이 빠르게 눈을 굴렸다.

비행기 내부는 한 줄에 네 개의 좌석이 두 개씩 따로따로 배치가 되어 있었는데, 우측의 자리는 다행이도 보란 듯 비어 있었다.

앞좌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뒷좌석에 누군가가 앉아 있기는 했는데, 고개를 숙이고 팔짱을 낀 모습이 잠이 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발 제대로 빼드릴게요.”

이미 성 비서 모드에 들어간 소정이 혀를 내밀며 민국을 유혹했다. 민국의 머릿속에 그녀의 화려한 테크닉이 절로 떠올랐다.

“으음.”

야외 플레이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자신의 그것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소정의 손길을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분신은 본능에 너무나도 충실한 놈이었다.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민국의 남성에 소정의 손길이 점점 대담해져갔다. 바지 안으로 불쑥 손을 넣어 민국의 그것을 자극하는 한편, 가느다란 손가락을 움직여 천천히 버클을 풀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상체를 민국이 있는 방향으로 숙이기 시작했다.

* * *

눈은 감고 있었지만, 확산 현상에 대한 걱정 때문에 채영은 도저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눈을 감고 있었을까?

찔꺽…. 꺽…. 찔꺽….

귀를 울리는 은밀한 소리에 채영이 움찔 몸을 떨었다. 쥐 죽은 것 같이 침묵을 유지하는 기내에서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서는 들을 수 없는 아주 조용한 소리였다.

그러나 강채영의 귀에 그 소리는 천둥처럼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예민한 그녀의 사색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소리였다.

‘잠깐만, 이거 설마…?’

귀를 기울여 가만히 소리를 듣고 있던 강채영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소리인가 했더니만, 어젯밤 자신이 예랑이의 그것을 열심히 빨아재끼던 소리와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덩달아 앞에 앉은 누군가가 ‘흐으’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강채영의 눈에 들어왔다.

‘와…. 씨발, 끝내주네. 야외플레이도 아니고 기내플레이라니. 그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저런 짓을 해? 대체 어떤 미친년들이야?’

남자의 숫자가 적어서, 게다가 여성 영웅을 만족하는 남자는 거의 없다시피 한 까닭에 여성 영웅들끼리 눈이 맞는 경우는 굉장히 많았다. 그렇기에 채영은 앞좌석에 앉은 이들도 여성 영웅이라 확신했다.

조심스럽게 채영이 슬그머니 몸을 비틀었다. 앞자리에 앉은 정신 나간 년들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흐읍!’

그리고 기내 플레이를 감행하는 정신나간 이들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채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려던 것을 힘겹게 참아내야만 했다. 눈을 파르르 떨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채영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GGW 의 공격대장인 한민국이었다.

덩달아 좌석의 틈 사이로 누군가의 머리가 위 아래로 들썩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보나마나 GGW 의 멤버일 게 분명했다.

찔꺼억. 찔꺽.

남성의 귀두가 여자의 목구멍에 걸리는 소리가 아주 천천히 울려 퍼졌다. 동시에 여자를 들뜨게 만드는 진한 수컷의 체취가 주위로 퍼져 나갔다.

‘와, 미친 년놈들이네.’

두 남녀가 하는 진한 스킨십을 보며 채영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물고 빠는 게 좋아도 그렇지 기내에서 그것도 지금처럼 베트남으로 원정을 떠나는 심각한 분위기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베트남에 도착해서 서로 박아대던가. 하기야 기내에서 저런 짓을 할 정도의 배짱을 지니고 있으니 신입 주제에 베트남 원정에 자원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앞좌석이 짧게 흔들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민국이 남성을 애무하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좌석의 크지 않은 틈 사이로 민국의 우뚝 솟아있는 커다란 남성이 채영의 눈에 들어왔다.

‘…….’

채영의 눈이 순간적으로 민국의 남성에 집중되었다. 어쩔 수 없는 여자의 본능이었다. 그리고 채영의 눈에 들어온 한민국의 그것은 어젯밤 그녀가 신나게 즐기다 말았던 예랑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람했다.

‘확실히 남성 영웅이 다르긴 다른 모양이네.’

저 남성이 예랑이에게 달려있으면 정말로 좋았을 텐데….

민국의 그것을 보며 채영은 안타까움으로 혀를 찼다. 영웅답게 크기와 굵기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조차도 일반 남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조용히 눈을 감았는데도 머릿속에 민국의 그것이 떠오르는 게 제법 인상이 깊게 남은 모양이었다.

‘아…. 어제 조금 더 했어야 했어.’

다른 남자의 것이지만, 굵직한 성기를 눈으로 보고나니 젖꼭지가 살짝 딱딱해져 있었다.

몸도 뻐근한 것이 어젯밤 예랑과의 잠자리가 불만족스러웠던 사실이 떠올랐다. 빨리 베트남 원정을 마치고, 예랑과 찐한 섹스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채영은 다시 몸을 돌렸다.

마침 앞좌석의 두 남녀도 자기들끼리의 은밀한 행동을 끝낸 모양인지, 서로 조용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

하지만 채영은 본인이 앞좌석의 행동을 몰래 지켜본 것처럼 앞에서 민국의 남성을 애무하던 여성이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민국의 커다란 남성을 의식한 그녀의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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