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06화 (106/486)

EP.106 각자의 사정

‘저게 확산 현상이 일어난 지역이라고?’

민국도 눈을 부릅떴다.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생겨난 오염 지대는 하노이의 북부를 넓게 뒤덮고 있었다. 통역에 따르면 지름만 이백 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면적이 굉장히 넓다고 했다.

그 안에 생겨난 던전의 숫자는 현재 집계된 것만 해도 이천 오백 개가 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캐나다, 인도와 함께 하노이의 북동쪽 지역을 담당하기로 했다.

“GGW 는 이 근방의 【B】 난이도의 던전을 처리해 주셨으면 해요.”

‘강한 여자들’ 클랜의 1 군 공격대장이 볼펜으로 확산 현상이 일어난 부근의 지리를 동그랗게 그리며 민국에게 말했다. 제법 상냥한 목소리였다.

“숫자 등급은 상관이 없는 겁니까?”

“물론이죠. 어차피 고난이도의 던전들은 저희 ‘강한 여자들’ 클랜과 같은 선배 영웅들이 해결할 거예요. GGW 와 한민국 공대장님은 본인들의 안전과 던전 브레이크 경험을 쌓는다는 셈 치고 안전한 장소로만 움직이세요.”

“하. 아주 엄마가 따로 없네. 그리고 너무 가식적인 거 아니야? 애당초 R’s 클랜을 이번 원정에 끼어들게 한 클랜이 어디인데?”

“그걸 내가 그랬나? 우리 단장 성격이 배배 꼬인 거지?”

메모리아 공격대장의 비꼼에 강한 여자들 클랜의 공격대장이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클랜 단장과는 관계없이 그녀는 앞날이 창창한 남자 영웅과 이번 기회에 사이가 가까워지고 싶었다. GGW 처럼 다른 클랜들도 각자의 구역을 지정받았다.

다만, 예외인 클랜도 있었는데 【A - 1】 난이도의 던전까지 손쉽게 클리어 할 수 있다는 미국의 ‘화이트 하우스’와 중국의 ‘텐센스’였다. 두 클랜은 【A – 1】 만을 골라 공략에 나선다고 했다.

GGW 를 호위하는 부대는 중국의 14 집단군에 속해 있는 부대가 호위하기로 했다. 대대 규모의 부대였다. 자국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에서 그것도 북쪽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까닭에 중국은 이번 일의 해결을 위해 필사적이었다.

“베트남에서 중국 군인들에게 호위를 받아야 되니 느낌이 조금 그런데요?”

“베트남의 군대 전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해요. 게다가 대부분의 군인들이 몬스터와의 전투에 나선 상황이라….”

이는 다른 클랜들도 상황이 비슷했다. 어차피 베트남이나 중국이나 몬스터들의 공격에 자신들을 지켜주기만 하는 되는 일었기에, 군대의 국적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는 별로 없었다.

민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보다는 GGW 가 처리해야 하는 던전에 대한 생각이 민국의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쿠우 녀석의 퀘스트에는 분명 하노이의 ’임시 던전‘을 모두 무너뜨리라고만 적혀 있다.’

그 안에 던전의 난이도에 대한 내용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점을 이용해 민국은 하나의 꼼수를 쓸 생각이었다.

이번 확산 현상으로 생겨난 던전의 분포는 호리병 형태의 모양이었다. 어쨌든 수는 많지 않지만 가장 아래에 위치한 낮은 난이도의 던전 또한 확산 현상으로 생겨나 있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면 【B – 8】 혹은 【B – 9】 와 같은 던전 말이다.

그런 까닭에 민국은 캐나다와 인도의 공격대가 먼저 움직이기 전에 그런 던전들을 먼저 찾아서 공략을 감행할 생각이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민국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팀원들을 소집했다.

연락을 받은 중국군도 곧바로 채비를 갖추고 달려왔다. 3 분 대기조처럼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먀오먀오 중좌 입니다. GGW 클랜 영웅들의 호위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관총이 장착된 사륜구동 차량인 험비에서 내린 중년 여성이 말했다. 부리부리한 눈과 단단한 입술은 전형적인 군인의 전형과 같은 외모였다. 그 뒤로 전차와 장갑차들 또한 눈에 들어왔다.

“일단 우리들은 【B – 9】 부터 난이도가 낮은 던전들을 먼저 클리어 할 예정입니다.”

중국군의 호위를 받으며 군용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민국이 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버스 안에는 민국을 포함해 여덟 명의 인원이 탑승해 있었다.

“쉬운 것부터 빨리 처리를 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괜히 난이도가 높은 던전의 공략에 시간을 끌리다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그것도 굉장히 곤란할 테니까요.”

정확한 이유는 퀘스트 때문이었지만, 민국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에 모두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로 인해 힐러진은 오늘 개점휴업입니다.”

5 등급 미만의 몬스터는 다섯 명의 영웅으로 이루어진 공격대로 공략을 해야 했다. 그 이상은 사람이 많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5 인의 평균적인 구성은 탱커 한 명에 딜러 세 그리고 힐러 한 명이었다. 그리고 GGW 의 공격대장인 민국은 힐러 클래스의 영웅이었다. 덕분에 뷘드셴 자매들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호명된 분들이 첫 번째 공략조입니다.”

민국은 타냐를 필두로 딜러 셋의 이름을 불렀다. 각각 김소정, 정예린, 신나연의 이름이 불러졌다. GGW 가 처음으로 무너뜨릴 【B – 9】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인원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 맡은 지역에는 【B – 9】 난이도의 던전이 한 곳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B – 8】 은 아예 없었고, 【B – 7】 은 그나마 세 곳이 존재했다.

‘자, 그러면 어디 뺑뺑이를 돌아볼까….’

퀘스트를 완벽히 클리어하려면 오십 곳의 던전을 돌아야 했다. 아직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생겨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베트남의 영토도 꽤나 넓은지라 시간이 걸리기야 하겠지만, 민국은 뺑뺑이를 돈 것처럼 빠르게 퀘스트를 클리어 할 생각이었다.

【클래스 스톤(A) - 유니크 등급】 과 【클래스 스톤(A) - 레전더리 등급】이 민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남자 영웅은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왜? Tv에서 매일 보잖아? 장 쉬란 광고만 주구장창 나오더만.”

“아니, 실제로 말입니다.”

인민군 복장을 한 병장의 반문에 말을 꺼냈던 일병이 대꾸하듯 말했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까닭에 둘만 있을 때는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나누곤 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일병의 시선이 방금 전 남자 영웅이 들어간 던전의 입구로 향했다.

“게다가 얼굴마담이 아니라 실제로 공격대를 이끌고 전투에 나서는 공격대장 아닙니까? 그것도 【B – 1】 난이도의 던전 까지 공략에 성공했다고 애들이 그러던데…. 진짜입니까?”

“그렇다더라. 영웅 학교를 졸업한 지 이제 1 년차라고 하던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그렇다고 다른 영웅들이 떠드는 이야기들이 거짓은 아닐 테고.”

“세계 영웅 협회에서 어둠 괴물 녀석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각종 약품으로 키워냈다는 비밀 병기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하? 그럴 리가 있나? 만약 그랬다면 우리 위대한 중화의 영웅이나 미국 놈들이 그 주인공이 되었겠지. 한국은 레이드 전력이 변변치 못한 나라야. 그냥 저 남자 영웅이 특이한 거겠지.”

그렇게 잡담을 나누면서도 두 군인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들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은 본대가 이미 한 번 쓸고 지나간 구역이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확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인지라 언제 괴물들이 나타날지 몰랐다.

“그런데 병장님. 남자 영웅의 성욕이 그렇게 강하다는 데 정말입니까?”

“일부러 묻는 거야? 남자 영웅은커녕 남자랑 자본적도 없는데.”

잡담으로 시작된 남자 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음란한 대화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극소수의 남자와 절대 다수의 여자들이 모여 있는 군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는 한 번 해봤습니다. 물론, 돈 주고 했지만요.”

“어때? 진짜로 정신이 나갈 정도로 끝내줘? 딜도 보다는 낫지?”

병장이 관심을 보이며 은근슬쩍 물었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린 게 벌써 남자 경험을 했다고 하니 여자로써 진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조금 그랬다.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몸 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가 쑥 나간 느낌? 나중 가니까 괜히 돈을 썼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입니다.”

“사랑이 없는 관계라 그런 거 아닐까? 나는 나이 차이가 나고 여자가 많이 있다 하더라도 나와 있을 때 나만 사랑해주는 남자라면 뭐든지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남자가 있겠습니까? 하고많은 잘난 애들이 계속해서 들이댈 텐데 말입니다.”

정찰을 나간 부대에서도 별 이상이 없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경계를 서는 병사들의 잡담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두 시간 가량이 지났을까? 마력으로 이루어진 던전의 입구에서 이상 현상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던전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벌써?”

참모의 보고에 딱딱한 험비의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먀오먀오 중좌가 보란 듯 대시보드에 올려놓고 있던 다리를 내렸다. 그리고는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착각했겠지. 네가 가서 제대로 확인해 봐.”

GGW 공격대가 들어간 지 이제 두 시간이 지났을 뿐 이었다. 아무리 허접한 【B – 9】 난이도의 던전이라 해도 공략에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있었다. 상부에서도 다섯 시간은 대기해야 하는 임무라고 했다.

그러나 참모가 직접 확인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의 보고가 이어졌다. 정말로 던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어,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던전을 무너뜨렸습니까?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난이도도 낮은 데다가 운도 따라줬습니다.”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는 먀오먀오 중좌의 질문에 민국이 겸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매너용 미소도 함께였다.

어차피 【B – 9】 난이도 밖에 되지 않는 던전이었다. 영웅 자격증이 나오기 전에도 공략에 성공한 던전인 만큼 공략성공에 으쓱일 필요조차 없는 시시한 난이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먀오먀오 중좌에 한 말과는 달리 민국의 속마음은 공략 성공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씨발! 먹힌다!’

라면을 먹으면서도 공략이 가능할 것 같은 【B – 9】 난이도의 던전을 무너뜨리자마자 퀘스트를 확인한 민국이었다.

그리고 뿌우가 준 퀘스트 창에는 공략 횟수에 1 이라는 숫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낮은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해도 퀘스트가 진행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한민국 공대장님. 바로 하노이로 복귀를 하시겠습니까?”

“아니요. 다른 던전의 공략임무를 계속해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먀오먀오 중좌의 말에 민국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민국의 대답에 먀오먀오 중좌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바로 군인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부의 허락이 떨어져야 이동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제법 늦어지겠지만, 먀오먀오 중좌의 부대는 야간 작전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먀오먀오 중좌의 보고를 받은 상부는 당연히 GGW 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낮은 난이도의 던전이라 해도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처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북동부 지역에는 【B】 난이도의 던전이 굉장히 많았다.

“다음 【B – 7】 난이도의 던전은 오현아, 최유나, 시라누이 마이가 준비합니다. 그리고 딜러 한 분 자원 받겠습니다.”

민국의 말에 소정이 불쑥 손을 들어올렸다. 아직 전 레이드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양인지 그녀는 몬스터를 상대로 조금 더 검을 휘두르고 싶다고 했다.

“어라?”

“와, 여기 한 번 공략해 본 적이 있지 않아요?”

그리고 사십분 남짓한 거리를 달려 두 번째 목표로 삼은 【B – 7】 난이도의 던전에 들어선 민국과 일행들은 익숙한 광경에 눈을 반짝 떴다. 운이 좋게도 한국에서 공략한 적이 있는 던전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딜러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겠네요.”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커다란 성기를 훤히 드러내놓고 다니는 오크들이라는 점이었다.

칼질 한 방에 나자빠질 것 같은 허약한 놈들에 불과한 녀석들이지만 마력이 오염된 영웅인 시라누이 마이에게는 상극이나 다름없는 몬스터들이었다. 벌써부터 그녀는 오크의 체취에 요동을 치는 마력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였다.

그 때 소정이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여기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일 아닌가요? 공대장님.”

바로 그녀의 말뜻을 눈치 챈 민국의 눈동자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왠지 띵동 소리와 함께 ‘김소정의 선호 플레이에 야외 플레이가 추가 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귀에서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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