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8 될 놈은 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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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를 닮은 5 등급 특수 개체도 8성 영웅인 강채영의 앞에서는 생명력이 쭉쭉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녀 혼자서 가하는 딜량이 다른 네 명의 딜량을 압도하고 있었다.
“타냐! 탱 인계!!! 오현아 빨리 어그로 잡아!”
하지만 버스의 승차감이 마냥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4 등급 몬스터를 상대했을 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던 것들이 5 등급 특수 개체를 상대하면서 조금씩 삐거덕거리고 있었다.
“공격대 생명력 안정화! 딜러들 조심해!”
“강채영 딜 중지! 탱커 어그로 보고 딜 넣어!!!”
강채영의 무지막지한 마력에 깜짝 놀란 보스 몬스터가 자신의 특수 공격 패턴을 연달아 날려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민국을 비롯한 탱커와 힐러들은 죽을 맛이었다. 특히 뷘드셴 자매들은 조금의 쉴 틈도 없이 자신들의 회복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 녀석만 잡으면 끝입니다! 숨겨놨던 마력까지 전부 사용하는 겁니다!”
“힐 업! 힐 업!!! 조금만 더!!!”
“살아라, 살아라. 제발 죽지 말고 살아라, 응?!”
올빼미 괴수의 강력한 특수 공격에 공격대의 생명력이 너울을 타듯 춤추기 시작했다. 버스가 순식간에 전복 위기에 놓이고 있었다. 이 모든게 어정쩡한 데미지 때문이었다.
‘차라리 단숨에 죽여 버리던가?!’
분명 강채영의 공격력은 8 성 영웅답게 파괴적이었다. 그러나 4 등급 보스 몬스터와 강력함의 차원이 다른 5 등급 특수 개체는 그런 강채영의 공격에도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결국 보스급 몬스터를 빠르게 죽여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 사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보스 몬스터의 성질만을 돋우며 그 부담이 승객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최후의 승자는 GGW 의 공격대였다. 어떻게든 버틸 수만 있으면 결국 강채영이 보스급 몬스터를 쓰러뜨려 주기 때문이었다.
“왠지 나 때문에 더 고생을 하게 된 것 같네.”
힘겹게 레이드를 마친 채영이 민국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5 등급 특수 개체와 전투를 벌이면서 채영은 자신의 경험으로 레이드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빨리 전멸 사인을 내리고 피드백 후 다시 레이드를 진행할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GGW 힐러들의 능력이 대단했다. 공격 대장인 민국의 리딩도 절묘했다.
“후우. 그래도 빨리 잡았잖아요? 게다가 제 실수예요. 딜 중지를 외치거나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하는 채영을 향해 민국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잡았으면 그만이었다.
솔직히 말해 올빼미 녀석의 공격 패턴이 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레이드가 끝나 버렸다. 강채영의 압도적인 딜량이 아니었으면, 일단 잡지는 못했을 터였다.
“정말 끝내주는 레이드였어요!”
“그래. 스릴 넘치는 레이드였지. 너희들이 죽을 까봐 진짜 가슴이 조마조마 했거든.”
다들 민국과 비슷한 생각이었던 모양인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쨌든 희생자 없이 5 등급 특수 개체를 잡았으니 레이드는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고생도 덜하긴 했다. 그만큼 클리어 시간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비록 마지막에 버스가 전복되는 사고가 날 뻔 했지만, 결국 원 트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었다, 다들 8 성 영웅과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에 힘들기는 했지만, 즐거워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그런 후배들의 모습에 채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좋은 공격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모든 레이드가 마무리 되고, 이제는 던전 공략의 보상이라 할 수 있는 전리품을 획득할 시간이었다.
“저는 강채영 선배님이 전리품 상자를 여는 것을 추천합니다.”
“동의합니다!”
전리품 상자를 앞에 두고 현아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유나도 손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일찌감치 말을 맞춘 모양이었다.
다른 영웅들도 비슷한 생각인 모양인지 다들 고개를 주억이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번 던전 공략의 주인공은 8 성 영웅인 강채영이었다.
“으, 으음….”
그런 후배들의 행동에 채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채영은 메모리아 1 군에서도 똥손 아니, 운이 나쁘기로 유명한 영웅이었다.
결국 채영이 민국을 향해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자신이 상자를 열었다가 후배들이 실망하기라도 하면 괜히 신경이 쓰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재미있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안절부절 못하는 채영의 모습에 민국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리품 상자의 대박 아이템에 대한 부담감은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인 15 년차 영웅도 똑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리품 상자에 어떤 아이템이 들어 있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미소를 지은 민국이 채영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자자! 주인공 나섭니다!”
“어, 엇?! 자, 잠깐만…!”
갑작스런 민국의 행동에 채영이 황급히 몸을 틀었다. 민국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배신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 안 돼. 나 똥손이란 말이야. 만약 마력이 결정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 응? 다른 애가 상자 까라고 해. 응?”
결국 채영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자신의 비밀을 민국에게 털어놓았다. 그 말에 민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왠지 느낌이 좋으니까 한 번 열어봐요. 혹시 모르잖아요? 빛의 기둥이라도 나올지?”
아무리 똥손이라도 지금만큼은 달랐다. 퀘스트의 보상은 절대적이었으니까.
“하? 정말 빛의 기둥 한 번 봤다고 나 참…. 그게 그렇게 쉽게 나오겠니?”
그런 민국의 말에 코웃음을 친 채영은 어쩔 수 없이 전리품에 상자에 손을 얹었다. 후배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대신 마력의 결정보다 더 좋은 거 나오면 전리품은 전부 GGW 가 차지하는 걸로?”
“내가 【B】 난이도에서 나오는 아이템에 탐을 낼 영웅으로 보여?”
“진짜 대단한 게 나올 수도 있잖아요?”
이미 진짜 대단한 게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채영이 알 리 없었다. 전리품 상자를 바라보는 그녀는 계속해서 마력의 결정이라는 단어만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력의 결정보다 더 좋은 거 나오면 제가 선물 하나 드릴게요.”
“하, 그래그래. 어쨌든 이상한 거 나와도 실망하지 않기다.”
그렇게 말한 채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세차게 전리품 상자를 열었다. 동시에 전리품 상자에서 시작된 밝은 빛이 하늘 위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빛의 기둥이었다.
당연하지만 강채영에게는 15 년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뽑아보는 빛의 기둥이었다.
* * *
“내가 원래 상자를 잘 안 여는 편이잖아?”
“그렇죠. 언니의 불운은 메모리아 1 군이라면 다들 아는 사실이니까요.”
자신의 약점을 콕 찌르는 메모리아 공격 대장의 말에 채영이 잠시 인상을 썼다가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때는 내가 이 상자를 열어야겠다는 느낌이 딱 오더라고. 그래서 상자를 여니까 빛의 기둥이…!”
강채영의 말에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크게 손을 휘저으며 이야기를 하는 채영의 모습에 메모리아의 공격 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벌써 네 번째 듣는 소리였다.
그리고 저렇게까지 좋아하는 선배님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하기야 빛의 기둥을 뽑는다는 게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쉽게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네.’
메모리아 공격 대장의 눈이 팀 동료들에게 자랑을 늘어놓는 강채영에게 향했다. 국내에서 있던 문제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지금 보이는 모습만 봐서는 아무런 문제도 아니 오히려 활기가 더욱 넘치는 모습이었다.
“아니, 선배님은 왜 우리 공격대가 아니라 GGW 에 가서 빛의 기둥을 뽑아내는 건데요? 어쩜 그래요?”
“그만큼 너희들이 나한테 더 잘해야 되는 거 아니야? 후배들의 선배대접이 시원치 않으니까 빛의 기둥이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어머어머? 우리 메모리아 1 군만큼 강채영 선배님을 존경하는 이들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채영과 함께 하하 호호 웃는 단원들을 보던 공격 대장의 고개가 한 쪽으로 향했다. 한 쪽에서는 GGW 영웅들이 이번 레이드로 획득한 전리품을 가지고 이래저래 떠들고 있었다.
“흠, 흠.”
그리고 잠깐 민국과 눈을 마주친 메모리아 공격대장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 강채영의 기분을 살려준 것에 대한 고맙다는 의미의 인사였다.
【B - 1】 던전에서 생겨난 빛의 기둥은 다시 한 번 하노이의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영웅들의 입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놀랍게도 저번에 빛의 기둥을 본 GGW 공격대가 다시 한 번 빛의 기둥을 목격한 상황이었다.
“될 놈은 되는 세상. 진짜 세상은 불공평하다니까?”
“남자 영웅이 공격대장이라며? 남자가 끼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을 버스 태워주기 위해 함께 참여했던 타 공격대의 영웅이 상자를 열었다가 빛의 기둥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게다가 GGW 의 공격대장인 남성 영웅인 한민국이라는 사실도 제법 관심을 받았다. 진지하게 남성 영웅을 팀원으로 받아야 되나 고심하는 이들도 나올 정도였다.
“그러면 빛의 기둥으로 나온 보상은 어떻게 되는 거야? 제법 괜찮은 게 나왔을 텐데?”
“버스 기사가 통 크게 전부 양보했다고 하던데?”
“그래? 깔끔하게 포기했나 보네. 그래서 나온 거는 뭔데? 【B – 1】 난이도의 던전이라 해도 빛의 기둥이 떴다면 제법 괜찮은 게 나오지 않았을까?”
“보나마나 마력의 결정이겠지.”
하노이의 영웅들은 전리품 상자의 보상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기껏해야 군대의 호위를 받아 던전을 무너뜨려야 하는 반복적인 생활에서 그녀들의 흥미를 끌 만한 것은 이런 내용들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저번 보상은 조금 싱거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고작해야 마력의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리품 상자에서 무엇이 나왔는지는 대해서는 제대로 된 이야기가 돌지 않았다. 다수의 플래티넘 티켓, 마력의 결정, 부활석, 클래스 스톤이라는 소문들이 다양하게 돌았지만 확실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영웅들도 호기심을 드러내기를 했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B - 1】 난이도의 전리품 상자에서 나온 빛의 기둥이었다.
각 국가를 대표해 하노이의 확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모여든 엘리트 공격대들의 관심을 끌려면 최소 【A】 난이도 상위 몬스터에게서나 얻을 수 있을 법한 희귀한 아이템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빛의 기둥에는 8 성 영웅인 강채영조차도 살짝이나마 탐을 냈을 정도의 대단한 보상이 섞여 있었다. 행여나 이상한 말이 나올 까봐 채영이 메모리아의 공격대장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보상이었다.
바로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 스톤이었다.
* * *
민국의 방으로 열 명이 영웅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더블 베드룸이라 혼자 사용하기에는 작지 않은 객실이었지만, 열 명이 모이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불편한 표정을 짓는 영웅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은은하게 빛을 내뿜고 있는 클래스 스톤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클래스 스톤(A) - 혹한의 마녀】
【클래스 스톤(A) - 악의 칼날】
5 등급 이상의 특수 개체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클래스 스톤이었다.
게다가 영웅 패드에 나타난 추가적인 정보에 따르면 이 두 클래스는 영웅들 사이에서는 유니크 등급으로 취급받고 있는 클래스였다. 게다가 딜러 클래스인 까닭에 최근 거래된 가격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었다.
“어, 얼마일까요?”
예린이 【클래스 스톤(A) - 혹한의 마녀】 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물었다. GGW 의 영웅들 중에서 냉기 마법이 특기인 영웅은 자신밖에 없었다.
다른 영웅들도 사용이야 할 수는 있겠다만, 예린은 GGW 공격대에는 허위 입찰이라는 비 매너 행동을 할 영웅은 없다고 확신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계약서에 따라 시세의 30% 만 지불한다 해도…. 예린이 너, 돈 있어?”
이미 마음이 클래스 스톤에 빠져 있는 예린을 향해 소정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30 % 라 해도 수천만 달러는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었다. 그만큼 이번에 획득한 클래스 스톤은 초대박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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