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3 상위 레이드
“공대장님의 성욕이 무척이나 왕성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몸매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타이즈를 입은 여성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가슴은 작은 편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 따르면 GGW 의 공격대장인 한민국은 여성 영웅 네다섯과 동시에 몸을 섞어 그녀들을 전부 제압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섹스의 신과도 같은 위업이었다. 그래서일까?
“하읏! 앙! 아앙! 으으아앗!”
철썩거리며 부딪치는 살 소리에 신나연이 말끝을 흐렸다.
【B – 3】 난이도인 증명의 전장에 진입한 지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민국과 GGW 동료들은 아직까지도 마지막 보스를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드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GGW 는 ‘증명의 전장’ 레이드를 전부 원 트로 공략에 성공하고 있었다. 한 번도 전멸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으읏?! 아! 아! 아앙!”
신나연의 눈동자가 짐승처럼 교미에 힘쓰고 있는 두 남녀에게 향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레이드가 끝날 때 마다 저렇게 몸을 푸는 민국이 원흉이었다.
“아하하하! 고, 공대장님이 오늘따라…. 어, 으음…. 조금 심하게 불타오르시네요.”
그런 나연을 향해 현아가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민국의 아래에 깔린 예린이 녹아내릴 것 같은 표정과 함께 음란한 신음을 내고 있었다.
“흐으으으…. 읏!!! 고, 공대자아앙…님!!!”
한참동안이나 신음을 내던 예린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치켜 올라가며 소리가 높게 치솟아 올랐다.
“아, 가버렸네.”
그런 정예린의 모습에 현아는 자신의 아랫부분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도 한 시간 전 쯤, 민국의 격렬한 공세에 몇 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딜러의 부작용 때문인가?’
의외인 것은 민국의 성욕이 다른 남성들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 하더라도 이렇게 다른 이들 앞에서 몸을 섞고 그러지는 않았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김소정의 부추김 때문에 포 썸, 아니 다섯 명이서 몸을 섞은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시라누이 마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민국은 섹스의 화신이라도 된 듯 폭발적인 성욕으로 자신과 정예린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들이 침대가 아닌 던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민국의 카르텔에 속한 이들만 있었더라면 상관이 없겠다만….
“잠재력의 하락에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민국은 이미 포지션 변경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는 영웅이었다. 그렇기에 현아는 갑작스레 바뀐 민국의 모습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끝났다아!!!”
어쨌든 던전은 성공적으로 공략이 되었다. 딜러 한민국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다른 이들도 【B – 3】 난이도의 던전쯤은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는 스펙과 기량을 갖춘 이들이었다.
팀원들을 세세하게 커버하는 민국의 리딩 능력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힐러로 리딩을 했을 때와는 다르게 딜러로 리딩을 할 때는 전투에 집중하느라 시야가 조금 좁아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팀원들의 개인 기량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부활석은 깨지지 않았는데, 공략이 늦어서 제법 걱정했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예요?”
“우, 우와! 공대장님이 딜러로 참여하셨는데 【B – 3】 난이도의 던전을 원 트로 공략에 성공한 거예요? 우리 딜러진들 실력이 장난 아닌데요?”
던전 공략을 마치고 나온 일행들을 향해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정과 유나가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그런 이들을 향해 현아가 민국을 흘낏 바라보다가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큼큼. 저는 오늘 우리 공대장님이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유나?”
“네, 네?”
갑자기 자신을 지목하는 현아의 행동에 유나가 반사적으로 대답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긴장 좀 타야겠는데?”
“왜, 왜요…?”
유나의 얼굴이 불안으로 물들었다. 현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다른 이들도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공대장님께서 정예린과 신나연 영웅님들보다 더 많은 DPS 를 기록했거든.”
“아하. 어, 어…. 네?!”
현아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유나가 곧 눈을 휘둥그레 떴다. 현아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챈 다른 이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정예린과 신나연이 현아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 이번 공략에 관련된 영웅 기록을 공유하자 다들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알았다면 기겁을 했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바로 다음 던전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런 동료들의 호들갑에 어색한 표정을 짓던 민국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 세계에서 힐러가 아닌 다른 클래스로 처음으로 참여한 전투였다. 그래서인지 레이드의 피로도가 유독 심한 느낌이었다.
또한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저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폭력성과 아드레날린의 폭발 때문인지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성욕에 호되게 고생을 해야 했다. 레이드 도중에서 여자에게 박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더불어 옷에 가려진 예린의 엉덩이는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뒤에서 박으면서 저도 모르게 그녀의 엉덩이를 몇 번이나 내리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예린이 그런 자신의 행동을 용인해줘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일어날 뻔했다.
‘정말 부득이 한 상황이 아니면 아무래도 딜러로 활동하기에는 힘들겠네.’
어차피 힐러 – 딜러 간의 포지션 변경은 상위 레이드에서 필요할 때만 스왑을 할 생각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전투 감각은 꾸준히 유지해야 하니 가끔씩은 딜러로 레이드를 진행을 해봐야 할 같았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대비해 멤버는 카르텔 소속으로 꾸려야 할 것 같았다.
“자자, 이동합시다!”
“다음 던전은 어디예요?”
민국의 지시에 다들 호송 버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여러 던전을 공략할 일정이었기에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타던 소정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켄달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쟤는 왜 저래? 얼굴이 폭발할 것처럼 빨개진 모습인데…. 디펜스형 던전이라 고생을 꽤나 많이 했나봐?”
“딸꾹.”
별 뜻 없는 말이었지만, 마침 소정의 옆을 지나가던 나연이 딸꾹질을 하며 크게 몸을 떨었다. 켄달의 얼굴이 조금 전 보다 더욱 붉어진 것은 덤이었다.
“하, 하하….”
그런 나연과 켄달의 모습에 현아와 예린은 어색한 얼굴로 자신들의 머리를 긁적였다. 하기야 고생을 많이 하긴 했다. 던전에서 레이드를 진행한 시간만큼이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하드코어 포르노를 생생하게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 * *
“쟤는 별로, 어리고. 쟤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이 안 가네. 오호? 쟤는 좀 생겼는데?”
하노이 시내에 있는 카페의 창가자리.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라틴 계열의 미녀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심심해, 심심해. 이럴 줄 알았으면 언니 대신 내가 던전에 갈 걸 그랬나?”
공대장인 민국의 클래스가 힐러인 까닭에 10 인 레이드가 아닌 5 인 레이드의 일정이 정해지면 뷘드셴 자매들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휴업을 해야 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레이드에 참여하고 싶어도 리딩을 해야 하는 공대장이 파티에서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원정은 달랐다. 힐러 클래스였던 민국이 딜러로 참여할 것을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본인의 잠재력, 그러니까 마력의 결정으로 높일 수 있는 재능이 깎이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딜러 클래스인 악의 칼날로 전직한 민국은 힐러였을 때와는 다르게 위험한 남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착용 장비와 클래스에 따른 마력의 변화가 그런 차이를 만들어낸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단 말이지….”
오늘 아침에 봤던 민국의 강렬한 눈빛을 떠오르는 순간 지젤은 자신의 아래에서 무언가가 터진 것을 느껴야 했다.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을 한 것이다. 남자를 좋아하는 지젤에게 남성 영웅인 민국은 아주 매력적인 먹잇감이었다.
“언제 또 한 번 덮쳐야 하는데….”
이미 한 번 덮치는 데 성공을 하긴 했었다. 그리고 지젤은 아직도 그 때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졌지만, 민국과 보낸 시간은 그녀의 섹스 경험 중에서 가장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남자와의 섹스가 그렇게나 파워풀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언제 덮치지? 이번에 돌아오면…?”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젤은 자신의 영웅 패드에 설치되어 있는 한 어플에 접속했다. 굉장히 단촐한 어플로 ON 과 OFF 버튼만이 있는 어플이었다. 그리고 지젤의 손가락이 ON 버튼을 누른 순간….
위이이잉.
미세한 진동 소리고 함께 느껴지는 감각에 지젤이 천천히 다리를 움츠렸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점점 야릇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얼굴을 보는 지젤은 불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민국에게 박혔을 때의 본인이 지었던 표정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좋아, 좋은 데…. 부족하네.”
영웅의 마력 때문인가? 민국의 대물은 이런 것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쾌감을 그녀에게 선물해 주었었다. 그래도 당장 달아오른 몸을 한 김 식혀줄 정도는 되었다.
그렇게 공공장소에서 로터로 하는 자위를 즐기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였다. 창문 밖으로 까무잡잡한 동남아 소년이 지나가다가 지젤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지젤의 눈이 빠르게 소년의 몸을 훑었다.
“너무 어려.”
아무리 남자가 고프다 해도 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를 따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저런 애는 발기 시켜봤자 자신의 안을 제대로 찔러주지도 못했다. 또한 신고라도 당하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했다. 망신은 덤이었다.
‘그래도….’
장난기가 드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지젤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동남아 소년을 향해 활짝 자신의 다리를 벌렸다. 탱탱한 피부와 함께 로터가 박힌 지젤의 속살이 그대로 노출이 되면서 동남아 소년의 눈에 박혀들었다.
“으, 으아아아앙!!!”
그렇게 베트남의 소년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다준 지젤은 천천히 브런치를 먹으며 사람 구경을 하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에이, 할 것도 없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짜 레이드나 갈걸 그랬어.”
남자도 멤버들도 없는 터라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전시 분위기에 멀리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 몬스터의 습격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뭐지?’
그리고 호텔 로비에 들어선 순간, 지젤은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묘한 기류에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저기서 영웅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렁이는 모습이었다. 뭔가 사고가 터졌다는 생각이 지젤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유명한 영웅이 몬스터한테 당해 타락이라도 했나?’
하노이의 확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공격대들이 빡빡한 레이드 일정을 감행하고 있었다. 충분히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로비의 한쪽에서 영웅들 몇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게 지젤의 눈에 들어왔다. 다들 얼굴에서 불안한 감정이 보이고 있었다.
“흐으으음.”
괜히 호텔을 구경하는 척 지젤이 슬쩍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영웅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귀를 쫑긋 세웠다. 다행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들은 지젤의 등장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폴로가 【A – 3】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후퇴를 했다는데, 어떻게 된 거야?”
“특수 개체가 등장한 모양이야. 라비아 맥퀸이 이끄는 화이트 하우스가 아폴로를 대신해 던전을 공략하다가 가루다와 흡사하게 생긴 몬스터를 발견했다고 해.”
그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지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둠의 괴물 중 인간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강력한 괴물들에게만 붙는 호칭인 네임드. 그런 네임드 괴물 중 한 놈이 바로 가루다로 열두 재앙 중 하나인 가루다는 영웅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위험한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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