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5 상위 레이드
클래스 스톤과 같은 환호성이 터질 만한 보상은 없었지만, GGW 팀원들은 이번 원정에서도 분배금을 제법 짭짤하게 만질 수 있었다.
사용할 영웅들이 없어 경매장에 내놓는 게 확정이 된 【Gear Score - 300】 짜리의 장비를 두 개나 획득할 수 있었고, 부활석도 열일곱 개나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공략에 사용한 부활석을 제외하더라도 크게 이득이었다.
하지만 하노이로 귀환한 민국과 GGW 팀원들을 반긴 것은 팀원들의 기분을 푹 가라앉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가, 가루다?!”
“설마 12 재앙 중 한 녀석이 커다란 새 녀석을 말하는 건 아니겠죠?”
민국의 방으로 모인 팀원들의 얼굴에 다들 당황한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다.
어둠의 괴물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개체로 손꼽히는 열두 재앙 중 하나의 이름이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지젤의 입에서 흘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지젤이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가루다가 아닌 가루다의 분신? 새끼? 그런 놈들이 상위 던전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모양이에요. 몇몇은 잡힌 모양인데, 공략에 실패한 공격대들도 있다고 해요. 난이도는…. 조금 이상해요. 【A – 3】 난이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되기는 했는데, 근래에 【A – 5】 난이도에서도 발견이 되었거든요.”
말과 함께 지젤은 영웅 패드(Hero Pad)를 이용해 홀로그램을 켰다. 입에서 불을 내뿜는 커다란 새 형태의 몬스터와 함께 그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영웅들의 모습들이 반복적으로 재생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두 단계의 차이라면 하위 난이도에서 활동하는 공격대들은 상대하기가 제법 까다로울 것 같은데….”
“패턴은 거의 흡사하지만, 괴물의 능력도 그만큼 조정이 되는 모양이에요. 직접 상대해본 공격대 소속의 영웅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민국은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하위 난이도에서 활동하는 공격대들이 새롭게 나타난다는 몬스터로 인해 초토화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 그 가루다가 정말로 나타난다는 건가요?”
신나연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렇게 되면 당장이라도 베트남을 떠야 하지 않을까?”
“태국과 중국에서도 비상이 걸리겠네. 가루다가 자신들의 나라를 목적지로 삼고 공격해온다면…. 어떻게 막겠어?”
다른 영웅들도 술렁였다. 열두 재앙 중 한 녀석인 가루다가 던전을 무너뜨리고 나오게 된다면 베트남의 확산 현상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던전 브레이크는 이미 일어날 것이라고 각오를 하고 베트남을 포기해야 했다. 그만큼 열두 재앙은 위험한 놈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되려나….”
민국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열두 재앙에 대한 이야기는 이세계에서도 귀가 따갑게 들은 바가 있었다. 마치 최종 보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녀석들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려면 무조건 쓰러뜨려야만 하는 괴물이었다.
‘일단은 메모리아나 강한 여자들 측과 접촉해봐야겠네.’
문제가 생기긴 한 모양인데, GGW 는 공략이 불가능한 상위 던전에서 있었던 일이라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했다. 또한 본국에 있는 클랜 단장인 오현정과도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았다.
‘잠깐!’
생각을 해보니 메모리아나 강한 여자들 클랜말고도 자신이 접촉할 수 있는 클랜이 한 곳 더 있었다.
바로 캐나다의 대표 클랜인 ‘메이플 리프’였다. 오히려 그 쪽이 정보를 얻기에는 조금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메이플 리프는 메모리아보다도 랭킹이 훨씬 높은 클랜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메이플 리프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영웅들과 친분이 있었다. 비록 몸으로 이어진 친분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민국은 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다행히 메이플 리프도 GGW 와 마찬가지로 원정을 마치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 * *
“분위기가 심각한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야. 그 가루다와 흡사하게 생긴 조류 녀석. 특이한 개체기는 해도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거든.”
땀으로 푹 젖은 서양 미녀가 커다란 침대 위에서 숨을 할딱이다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회포를 푼 미녀의 얼굴은 만족감으로 가득해 있었다. 그녀를 향해 민국이 물었다.
“벌써 공략법이 나온 건가?”
“물론이지. 우리 메이플 리프가 어떤 클랜인데? 덕분에 소모된 부활석들이 몇 꾸러미나 되긴 하지만….”
아깝다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기야 메이플 리프의 공격 대장인 달리아에게 그 정도 수량의 부활석 쯤은 껌 값일 게 분명했다. 게다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특수 개체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냈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 리도 없었다.
새로운 개체의 등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베트남 정부와 세계 영웅 협회에서도 추가적으로 부활석과 추가 공격대를 편성하겠다고 외치고 있는 판국이니 말이다.
“그 녀석들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보아하니 잘 나가는 GGW 의 공격대장께서도 가루다의 분신에 대해 제법 관심이 있나봐?”
“동일한 개체가 【A – 3】 과 【A – 5】 난이도의 던전에서 등장했다고 들었어. 그렇다는 말은 【B】 난이도의 던전에서도 나타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미리 대비를 해야지.”
“【B】 난이도라….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 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던전의 난이도에 맞춰서 괴물 녀석의 강함이 줄어든다는 게 이미 확인되었거든.”
그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최상위 수준의 공격대들이 제법 고생을 해야 했다. 가루다의 분신처럼 보이는 녀석이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공략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공격 패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그 정도쯤은 알아서 해결하실 테고.”
“그러면 다행이고.”
민국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게 이번에 나타난 녀석의 전부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단순히 새로운 패턴의 몬스터가 등장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문제는 십이 재앙이라고 일컫는 가루다의 움직임이었다.
베트남을 포함해 동남아 지역에서만 이천만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뒤바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할 것 같았다. 세계 영웅 협회에서도 그것을 막기 위해 부활석과 추가 공격대를 보내는 것이고 말이다.
다만,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돌아갈 지는 민국도 그리고 눈앞의 달리아도 알 수가 없었다. 벌어지는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며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가루다가 있다고 알려진 던전인 ‘새의 탑’은 추정 난이도는 【S – 5】 정도의 던전이었다.
아무도 공략에 도전한 공격대가 없는 까닭에 민국은 이 세계에서 말하는 【S – 5】 난이도의 던전이 어떠한 수준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인류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화이트 하우스나 텐센스가 공략에 성공했던 【S – 9】 난이도의 레이드 영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유추할 수는 있었다.
제법 어려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모바일 가상현실게임 GGW 를 즐겼던 때의 마지막 레이드 몬스터 우라질 녀석과 비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가루다의 수준은 확장팩에 등장하는 최종 네임드들과 비교해도 수준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 녀석들이 있다면 좋았을 테지만….’
쥬리아, 스즈키 코하루와 같이 자신이 심혈을 들여 성장시켰던 GGW 영웅들이 모습이 잠깐 민국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민국은 곧 고개를 저었다. 그래봤자 이제는 볼 수 없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 역할은 가상현실게임이 아닌 이 세계의 GGW 에 소속된 영웅들이 대신 해줄 터였다.
꾸욱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무언가가 민국의 남성을 건드렸다. 달리아의 쭉 뻗은 어여쁜 손가락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물건은 연구를 해 볼 가치가 있어. 방금 전까지 그렇게 내 안을 농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힘이 빠진 모습이 아니잖아? 분명 몇 번이나 사정을 했는데 말이야.”
달리아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감탄 그리고 묘한 기대감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회포를 푼 그녀는 이대로 민국을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민국도 마찬가지였다.
달리아의 위로 올라탄 민국이 다짜고짜 자신의 남성을 그녀의 안으로 쑤셔 넣었다. 미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민국의 대물이 순식간에 달리아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우…!”
자신의 안을 꽉 채우는 대물의 존재감에 달리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껏 자신이 경험했던 여러 남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 물건은 그녀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퍼억! 퍽!
“Oooooh! Yes! Yes! Oh! My Gosh!!!”
그리고 이어지는 강렬한 피스톤 운동에 달리아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토해내며 연신 자신의 신을 찾아야만했다.
* * *
가루다와 관련된 녀석이 계속하고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의 공격대들은 확산 현상의 해결에 계속해서 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런 행동의 기반에는 새의 탑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상황이 그렇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십이 재앙인 가루다가 있는 새의 탑에서는 별다른 이상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던전 타이머도 여전히 십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북동쪽 【B – 5】 난이도 이하의 임시 던전은 전부 클리어 되었습니다.”
“오늘 하노이를 기준으로 북서쪽 27 Km 지점까지 생겨난 임시 던전은 전부 파괴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오히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하위 난이도의 임시 던전의처리가 급선무였다.
던전 타이머가 정각에 도달하면 또 다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베트남은 끝장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임시 던전이 수도 없이 많이 남아있는 터라 던전 브레이크가 한번이라도 일어나게 되면 그것은 분명 연쇄 폭발로 이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하위 난이도를 처리해야 하는 공격대는 쉴 틈도 없이 움직여야 했다. 민국이 공격대장으로 있는 GGW 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특별 수당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격대들 중에서는 우리 공격대가 가장 많이 던전을 무너뜨렸을 겁니다.”
그렇게 다섯 번째 원정에서 던전 여섯 개를 무너뜨리고, 또 다른 던전으로 향하던 도중 타냐가 투덜거림이 민국의 귓가로 들려왔다.
“세계 영웅 협회에 한 번 건의를 해볼까?”
민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러시아의 불곰 전차라 불리는 그녀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던전을 공략하는 강행군은 제법 힘든 모양이었다.
탱커인 타냐가 이 정도 수준이었으니, 다른 영웅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괜찮아?”
“아, 아뇨. 안 괜찮은 것 같습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은 기분입니다.”
“으음…. 앞으로 던전 세 곳은 더 돌아야 할 것 같은데. 다른 딜러들은 이미 마력이 다한 것 같고…. 신나연 선배님께서 힘을 좀 더 쓰셔야 할 것 같은데요? 깔끔하게 남은 던전들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것은 어때요?”
“…그런 농담 재미없습니다.”
현아가 나이순으로는 팀의 막내인 신나연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그녀와 함께 켄달은 레이드의 투입이 힘들 정도로 지친 모습이었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게이머들이 대단하긴 대단하네.’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불태워가면서 가상현실게임을 수십, 수 백 시간을 쉬지 않고 즐기는 폐인들이 넘쳐났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 정도 수준의 레이드는 수십 번을 반복해서 공략했다고 자랑 글을 올리는 이들이 인터넷에 넘쳐가기까지 했다.
그런 녀석들이 백여 명만 있으면? 가루다 따위는 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
게다가 가상현실 모바일 게임 GGW 의 영웅들은 아이템을 이용해 피로도라는 개념을 풀어줄 수 있어서 쉬지 않고 레이드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니까….”
휴식이 필요하긴 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과 함께 민국은 자신의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뿌우의 마지막 퀘스트 조건인 ‘임시 던전 50개 파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앞으로 네 개의 던전만 더 무너뜨리면 레전더리 등급의 클래스 스톤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퀘스트를 클리어 하던가 해야지.’
뿌우가 준 퀘스트의 기간은 열두 번째 재앙이 깨어나기 전까지였다.
당연히 느긋하게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기간] - (아주 위험)열두 번째 재앙이 깨어나기 전까지!’
가루다의 분신과도 같은 녀석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도 민국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지만, 퀘스트에 나타난 열두 번째 재앙이 깨어나기 전까지 라는 문장이 마치 가루다가 무조건 깨어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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