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39화 (139/486)

EP.139 코 앞에 닥친 위기

“그럼 갈까요?”

지젤의 말에 민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나섰다. 약속대로 기여도 1 위를 차지한 게 그녀였으니, 오늘은 지젤과 함께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젤의 뒤를 따라 민국이 도착한 곳은 호텔의 로비가 아닌 엘리베이터였다.

“…호텔에서 데이트를 하게?”

민국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왠지 지젤의 성향 상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시작부터 스킨십이라니.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밖의 말이었다.

“아니요. 주차장으로 갈 거예요.”

“주차장?”

“네. 아차, 우리 공대장님. 운전은 하실 줄 알죠?”

그리고 몇 분 뒤, 민국은 엉겁결에 운전대를 붙잡고 하노이의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뚜껑이 열리는 스포츠카는 아니었다. 구형 세단으로 심지어 선팅까지도 되어 있지 않은 차량이었다. 그나마 기어가 오토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괜찮은 차량을 구하고 싶었는데,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 차도 어렵사리 빌렸어요.”

지젤의 말을 들으며 민국은 고개를 주억였다.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준전시 상태인 하노이의 상황 상 차량을 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으리라. 이것도 그녀가 영웅이 아니었다면 구하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아니, 그런 것은 상관없지만….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솔직히 호텔 근처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 잔을 하고 일정을 마무리 할 줄 알았다. 좀 더 나간다면 타냐처럼 술 정도?

그러나 지젤이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준비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증거로 지젤의 손에는 세월이 제법 되어 보이는 팸플릿이 들려 있었다.

“일단 바딘 광장과 한기둥사원 부터 갈 거예요. 하노이에 왔으면 하노이의 명소를 봐야지 않겠어요?”

말은 하는 지젤의 얼굴은 베트남을 찾은 관광객처럼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런 지젤의 모습에 민국은 오늘 하루는 지젤에게 맞춰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산하네.”

도로를 움직이는 차량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 문을 연 가게들이 몇 보이는 게 전부였다.

“아직은 다들 불안할 테니까요.”

영웅들의 노력으로 인해 하노이 북부에서 터진 던전 브레이크의 확산 현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둠 괴물과의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세계 영웅 협회는 가루다가 있는 ‘새의 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하노이 주변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 역시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출진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빨간 불.’

지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도중 멀리서 보이는 빨간 불에 민국은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정차시켰다.

이 세계가 아닌 전의 세계에서도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로 이름을 날리던 몸. 구식이기는 하지만 이런 차량을 운전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철컥.

‘…뭐야?’

그렇게 신호를 기다리던 도중 안전벨트가 풀리는 소리에 민국이 옆자리를 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지젤의 몸이 아래로 숙여지고 있었다.

“지젤. 자, 잠깐 뭐하는 거야?”

“운전하는 남자에게 BJ(Blow Job)하는 거. 이것도 여자의 환상 중 하나라고요.”

“뭐, 환상?”

갑자기 차를 왜 빌렸나 했더니, 다 이런 꿍꿍이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사고 나지 않게 운전 똑바로 해요. 믿어요?”

마치 통보를 하듯 말하고는 고개를 파묻는 지젤의 행위에 민국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안전이라는 말은 머릿속에서 치워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바지의 지퍼가 내려지면서 팬티에 가려진 남성을 끄집어낸 지젤이 혀를 빼어 자신의 남성을 핥기 시작하자 민국도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젤의 몸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워낙 날씬했기에 브레이크와 엑셀을 밟는 오른발을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기어는 어차피 D 에 고정만 시켜놓으면 운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으읏! 지젤. 조, 조금 천천히 하지 않을래?”

“왜요? 제 혀가 너무 자극적이에요?”

“사고 나고 싶으면 좀 더 격렬하게 해보던…. 읏!”

민국의 말이 멈췄다. 어느새 자신의 남성이 지젤의 목구멍 안까지 들어가 있었다. 뜨거운 혀의 감촉 안에 섞인 차가움이 굉장히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이거 제법…!’

생각보다 지젤의 혀에 박힌 피어싱의 느낌이 제법 자극적이었다. 게다가 남미 특유의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가 민국의 성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순간 허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한 손으로 지젤의 머리를 누르려던 민국이 옆에서 들려오는 빵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진짜로 좆 될 뻔했네.’

만약 자동차 사고 죽으면 정말 개죽음이 따로 없었다. 부활석도 없으니 살아날 수조차 없었다.

자연스레 민국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애무라면 모를까, 지젤의 스킬은 민국의 온 몸을 녹아내리게 만들 정도로 레벨이 높았다.

그러나 민국의 당황스러운 시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끼이익.

다시 한 번 신호등이 빨간 불로 변하며 차가 멈췄다. 그리고 민국이 운전하고 있는 차의 양 옆으로 다른 차들도 하나 둘씩 신호에 따라 멈춰서기 시작했다.

“지젤.”

“우음…. 웁.”

민국이 조심스레 지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애무에 정신이 팔려 있는 지젤은 주변의 상황은 보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만약 짙게 선팅이 되어 있는 차량이었으면 신경이 조금 덜 쓰였을 수도 있었다. 밖에서 쉽게 안을 볼 수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민국과 지젤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선팅이 되어 있지 않는 차라는 점이었다. 밖에서 훤히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젤…. 미안한데 조금 있다가 하면 안 될까?”

“우웁, 음…움….”

공공장소에서 노출 플레이를 하는 변태가 되고 싶지 않은 민국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찔꺽거리는 소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달아오른 듯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런 지젤의 움직임에 맞춰서 차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 @#[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놀란 탄성에 이어서 주변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민국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귀로 휘파람과 함께 짓궂은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영어로 S.E.X 를 외치는 소리는 똑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얘는 진짜 부끄러운 게 없는 거야?’

민국은 눈을 질끈 감았다. 빨리 신호등의 신호가 초록불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심지어 주변의 이런 반응에 더 흥분하는 것일까? 지젤의 행위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한참 물고 빨다가 핸드잡 플레이를 하는 지젤의 행위에 양 옆의 차량에서 시끄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민국의 단단한 남성이 그녀들의 눈에 적나라하게 보였기 때문이리라. 당연히 이 모든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민국의 몫이었다.

부우우웅!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자마자 민국은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 *

“와, 진짜 피곤하네.”

지젤과의 데이트. 아니, 데이트를 빙자한 노출 플레이는 나름 정상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민국에게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으읏…. 읏…. 읏응….”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느다란 신음성에 민국의 고개가 침대로 향했다.

탱탱한 피부를 지닌 여인이 음부에서 정액을 뿜어내며 반사적으로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호텔 방에 들어오자마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던 지젤이었지만, 민국의 절륜한 정력에 결국 저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큐우♡의 퀘스트도 아직 끝내지 못한데다가 최근 들어 매일 여자와 잠자리를 가져야 했던 까닭에 나름 체력을 조절한다고 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지젤을 저렇게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이게 정상적인데….”

지젤의 모습과 겹쳐서 타냐의 모습을 떠올리던 민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네 명의 여자를 동시에 상대해도 절륜함을 뽐내던 자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타냐에게는 꼼짝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몇 번이나 쥐어 짜였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심지어 경험이 많은 지젤과는 다르게 타냐는 본인을 가리켜 첫 남자라고까지 했었다.

“아무래도 술 때문인 게 분명해.”

결국 그 날 밤의 수치는 술 때문에 자신의 체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게 그 이유로 보였다. 언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아야만 할 것 같았다.

“으…. 응. 더, 더는 못해…. 흐익!”

잠꼬대를 하듯 중얼거리는 지젤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든 민국이 그녀의 음부를 꾹 눌렀다.

그러자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지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도 피곤했는지, 잠에서 깨거나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지젤과 데이트를 하면서 매시간 단순히 음란 플레이만을 즐겼던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게 관광지를 둘러봤을 때도 있었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시간도 있었다.

덕분에 민국은 그녀 개인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브라질의 영웅이었던 그녀의 엄마에 관해서도 말이다.

‘다들 개개인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라지만….’

안타깝게도 듣기 좋은 과거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대화를 통해 민국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자신을 찾아온 지젤의 행동에 대한 섭섭함을 그대로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녀도 그녀만의 과거가 그리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쌍둥이 언니인 켄달까지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인류를 위해 괴물들과 싸움을 벌이는 영웅들이 대단한 거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민국은 자신의 영웅 패드를 켰다.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몇몇 공격대가 확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던전에서 레이드를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 중 한 공격대는 ‘가루다의 분신’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가루다 녀석은….’

그 때 이후로 괴상한 음성이 머릿속으로 들려온 적은 없었다. 뿌우와 큐우♡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무언가를 물어보기 위해 불러봤지만, 마치 자리를 비운 것 마냥 대답이 없었다.

“【A】 난이도나 빨리 공략해야겠어.”

가루다 같은 괴물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비롯해 팀원들의 스펙을 높여야만 했다.

하지만 천릿길로 한걸음부터라고 당장은 모든 팀원들을 5 성으로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아이템 레벨인 【Gear Score】 도 점점 높여야 했다.

‘그리고….’

딸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웅 패드의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었다. 이제껏 밝혀진 영웅들의 클래스 목록들이 민국의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원정을 통해 민국은 유니크와 레전더리 클래스의 강력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A 등급이지만 현아가 수호 기사에서 피닉스 나이트로 전직하자마자 레이드가 한 결 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탓에 괜찮은 클래스가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구입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혹은 클래스 스톤이 드랍 되는 던전을 뺑뺑이 돌거나 말이다.

그리고 그런 던전들은 【B】 난이도가 아닌 【A】 난이도에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개 중에는 한국에 있는 던전들도 몇 있었다.

민국이 지젤과 데이트를 하고 나흘 뒤, 세계 영웅 협회는 공식적으로 하노이의 확산 현상이 마무리가 되었다는 발표를 전했다. 실제로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생겨난 임시 던전들은 모두 처리가 되었다.

중국에서 말한 대로 임시 던전에서 나타난 ‘가루다의 분신’ 들이 전부 사라지면서 새의 탑 역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게 코앞까지 닥쳤던 위기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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