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44화 (144/486)

EP.144 자매? 모녀?

[R’s!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출발점에 서다!]

[장미방패단의 오현정 클랜장! 박다영의 뒤를 이어 한민국 공대장이 클랜의 레전드 공대장으로 이름을 날릴 것이라 확신!]

[1 년차 영웅인 한민국의 계약은? 주급 8만 달러에 부활석 월 100개로 추정!]

[R’s를 응원하는 팬들! 한민국의 재계약을 성사시킨 클랜 보드진의 능력을 칭찬!]

베트남의 확산 현상을 막아내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한민국이 장미 방패단과 재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타면서 한국 국민들은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메모리아를 비롯해 한민국을 노리고 있던 다른 클랜들이었다.

특히나 민국을 자신의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라온 그룹의 3세인 김태연은 민국의 재계약 소식을 듣고는 조수영에게 전화를 걸어 볼 멘 소리를 했을 정도였다.

유망주들이 다수 포함된 신규 공격대라지만 GGW 공격대의 행보는 다른 클랜의 1군과 같은 공격대와 비교해도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의 확산 현상을 막아냈고, 확산 현상의 가장 골칫거리였던 가루다의 분신을 상대하는 전술을 만들어 낸 일이었다.

덕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클랜들의 손아귀에서 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어쨌든 민국은 R’s 와 3년 재계약을 맺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계속해서 함께하기로 했다.

● 한민국! 재계약 환영!

└ 분명 환영할 만한 소식이기는 한데…. 그런데 한민국 선수는 왜 장미 방패단에 계속 남아있는 걸까요?

└ 그러게? 물론, R’s 도 괜찮은 클랜이기는 하지만…. 랭커 클랜이라는 이름도 빼앗긴 상황에서 지금은 메모리아나 강한 여자들, 영웅시대 같은 클랜이 더 괜찮지 않나?

└ 팀원들과의 정? 한민족 하면 정이잖아?

└ 갑자기 초코과자 땡긴다.

● 한민국 공대장이 R’s 클랜과 재계약을 맺은 이유? 이 언니가 팩트로 알려준다. 그거 전부 오현아 때문임. 오현아가 한민국의 첫 번째 여친이거든.

└ ㄱㄹㄴ

└ 오현아 선넘네?

└ 추하다 현아야. 한민국과 어울리려면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강채영급은 되어야지.

└ ㄹㅇ채영이 언니 정도면 ㅇㅈ한다.

“와…. 어이가 없네.”

열심히 댓글을 남기던 현아의 얼굴이 볼썽사납게 구겨졌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봤지만 자신에 대한 안좋은 여론만 더 생길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실이 이렇게 매도가 되나?”

본인도 무리수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거부를 당하니 기분이 영 그랬다. 그렇다고 완전히 거짓인 것도 아니었다. 여친은 몰라도 한민국 카르텔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게다가 내가 GGW의 에이스 탱커인데….’

R’s 팬들조차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익명의 글을 보니 기분이 더 떨떠름했다.

하지만 현아의 찝찝한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뭐라고 하던 자신은 한민국과 동거를 하는 사이였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아니 민국이가 마음만 먹어주면….

“꺄아아앙!”

그제 있었던 화끈한 잠자리를 떠올리며 현아가 몸을 떨었다.

언니 및 동생과 한 남자를 공유하는 자매덮밥. 전생에 나라를 구한 가족만이 해낼 수 있다는 그것을 해낸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장미 방패단을 넘어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웅 중 한 명인 민국이었다. 손만 잡아도 영광일 지언데 그의 사랑을 자매가 동시에 받은 것이다.

“흥. 너희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그 한민국과 몇 번이나 자 본적이 있는 여자거든?”

현아가 모니터를 보며 팔짱을 끼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민국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삿짐을 싸는 도중에 대체 혼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야, 오현아. 네 짐 안 챙길래?”

“귀찮아. 어차피 이삿짐센터에서 다 해줄 텐데 그걸 왜 일일이 하고 있어? 그리고 챙길 것도 없잖아.”

“이삿짐센터 믿으면 큰일 난다? 90% 이상의 확률로 물건에 흠집이 나거나 찢어지는 거 발생한다고.”

손을 휘적거리는 현아를 향해 민국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은 저쪽 세계에서 몇 번이나 이사를 다녔던 경험에서 나온 충고였다.

물론, 이삿짐센터를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인건비가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일반 이사보다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삿짐센터의 포장이사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은 바 있었다.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똥을 찍어먹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특히나 이상한 업체가 걸리기라도 하면….

“그러면 뭐 어때? 고장이 나면 새로 사면 돼.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 이 참에 쇼핑이라도 할까?”

“…….”

현아의 말에 민국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는 박스를 바라보다가 툭 내려놓았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던 거지?”

이사를 간다는 말에 옛날의 일들이 떠올라 열심히 박스에 물건을 담고 테이프로 봉인을 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현아의 말대로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들도 아니고 그냥 여기서 쓰던 물건이었다. 부서지면 새로 사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추억이 담겨 있다 해도 그건 원주인의 추억이었지 자신의 추억이 아니었다.

“어차피 새로 사면 되는데.”

기준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GGW 의 공격대장을 맡고 있는 민국의 월급은 결코 적은 편이 아니었다.

보너스로 따지면 웬만한 부자의 기준을 훌쩍 뛰어 넘었다. 그 뿐인가?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통장에 한 가득이었다. 쓸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돈만 생각하면 굉장히 여유로운 상황이었다.

‘아?’

통장에 자고 있을 돈을 떠올리던 도중 민국의 생각이 카오스 상점으로 향했다.

최근 현정과 현아를 동시에 공략하면서 민국은 큐우♡의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보상은 카오스 상점의 등급 업. 덕분에 민국은 카오스 상점의 2 단계 물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딱히 쓸 만 한 건 없었지.’

2 단계 상점에서 파는 물품은 분명 1 단계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개 중에는 장비 티켓도 있었다.

하지만 2 단계 상점에서 판매하는 장비 티켓은 실버 티켓으로 지금의 민국의 수준에서는 전혀 필요가 없는 장비였다.

【A - 9】 난이도를 공략할 예정인 자신에게 필요한 장비는 적어도 【Gear Score】가 400 이상은 되는 장비여야 했다.

그러니 실버 티켓이 아니라 플래티넘 티켓 정도는 되어야 쓸모가 있었다.

'아주 자기 마음대로 파네.'

심지어 1단계 상점에서 팔던 물품보다도 상태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건질 게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단 하나. 민국의 눈을 잡아끄는 게 있었다. 바로….

“그러니까 자질구레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현아가 일어나면서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까지 그녀가 의자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왔다.

아무래도 이번에 이사를 가게 되면 저 의자도 버려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현아가 요염한 걸음걸이로 민국을 향해 다가왔다.

“지금은.”

현아가 발을 한걸음씩 움직일 때 마다 하얀 크롭티에 숨겨진 그녀의 가슴이 작게 흔들거렸다. 민국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같은 공격대의 선수끼리 서로의 호흡을 맞춰보는 건 어때?”

이 세계에서 여자의 성욕은 남자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더욱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여성 영웅은 일반 여자들의 성욕의 몇 배 이상이나 되는 성욕을 지니고 있었다. 부활석이라는 보험이 있다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를 하는 만큼 그와 관련된 호르몬이 폭발하기 때문이었다.

“그래. 호흡…. 맞춰보는 거 좋지.”

민국이 말라붙은 입술을 혀로 적시며 말했다. 카오스 상점에 대한 생각은 이미 날아가 버리고 있었다.

슬그머니 자신의 남성을 매만지면서 유혹을 해오는 미녀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아무리 몇 번이나 몸을 섞었다지만 현아처럼 매력적인 여성이 이렇게 자신을 안아달라고 덤벼들면….

“꺄아아앙!!!”

대한의 건아로서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 * *

베트남의 확산 현상 이후 현정은 눈 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한민국과의 계약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GGW 공격대에 소속된 다른 영웅들의 공격대도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뿐인가? 1 군 멤버들도 있었고, 리바이벌 공격대에 소속된 영웅들의 계약도 남아 있었다.

“타냐 루스나 뷘드셴 자매들은 재계약을 요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약 기간도 많이 남아 있는데다가 계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건 다행이네.”

비서의 말에 현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계 유망주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녀들의 연봉은 R’s 가 보유한 유망주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그만큼의 활약은 해주고 있었지만 클랜의 재정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어차피 로즈 그룹에서 대규모 자금이 수혈될 예정 아닙니까? 이왕 지원 받는거 이번에 통 크게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 자금으로 메꿔야 할 게 한 두 곳이 아니야. 다른 영웅들의 계약도 문제지만 훈련실도 새로 단장해야 돼.”

“하긴…. 조금 낡긴 했죠? 홀로그램 훈련기계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문제가 터진다고 불만이 많더라고요.”

어쨌든 모 그룹의 돈이 들어오게 되면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클랜의 이런 변화는 전부 조수영 때문이었다. 로즈 그룹의 3세였던 그녀는 한민국을 만난 이후부터 클랜의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민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겠지?’

안보나마나 뻔했다.

멋지고 예쁘게 생긴 남자 연예인조차도 발밑에 꿀릴 수 있는 막대한 금력을 지닌 재벌들이지만 그들조차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성이 바로 남자 영웅이었다.

그만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 싶은 존재가 바로 한민국이었다. 그리고 남자 영웅에 대한 조수영의 욕심에 대해서는 오현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음.”

민국을 떠올린 순간 현정의 아래가 축 젖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묘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술기운이 포함된 하룻밤에 불과하지만 민국과의 잠자리는 현정이 지금껏 알고 있었던 잠자리의 상식을 완벽하게 깨뜨렸던 시간이었다.

남자를 받아들이는 기쁨에 몸부림치다 못해 울부짖기까지 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그것도 동생과 함께 경험했던 쾌락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있던 현정에게 그녀의 비서이자 오랜 친우가 툭 말을 던졌다.

“그…. 남자 생각하는 건 좋은데 이상한 소리는 내지 마시죠? 소름 돋잖습니까?”

“진짜 자르던가 해야지.”

“그렇다고 누가 무서워할 줄 아나? 모르나 본데, 저 갈 데 많아요?”

“휴우.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래서 GGW 의 다른 멤버들의 계약 상황은 어때?”

“일단은…….”

GGW의 특수 임무 전담 처리반이라 할 수 있는 최유나를 포함해 메모리아의 초특급 유망주였던 신나연은 지금의 계약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얼음마법을 사용하는 정예린이 계약 조건을 조금 높여 달라는 요구를 해왔지만, 기본 조건이 아니라 보너스의 수준을 높여달라는 것 정도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다.

“다만 김소정 영웅의 경우 현재 받는 연봉에서 30% 정도의 상승을 요구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올려줘도 되겠지.”

나이는 많지만 연차가 높지 않은 영웅이었다. 30% 의 연봉 상승이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몇 십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 돈이었다. 아무리 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고 해도 그 정도의 돈을 가지고 영웅과 척을 지는 건 멍청한 행동이었다.

개다가 김소정은 한민국의 카르텔에 속해 있는 여자기도 했다.

“아, 한민국 선수가 머물 집은? 어때? 비밀 보장은 철저하게 했지?”

“클랜 하우스에서 차로 10 분 거리에 있는 집입니다. 당연히 극비로 진행했고, 이사 역시 클랜 직원들이 직접 담당할 예정입니다.”

비서의 말을 들으며 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작년에 빼앗겼던 랭커 클랜의 이름을 되찾는 일이었다.

“GGW 공격대의 휴가가 끝나고 나면 리바이벌 공격대의 스케줄에 따라 부활석 지원 시작해.”

베트남의 확산 현상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온 GGW 공격대는 현재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휴가가 끝난 이후부터는 【B – 1】 난이도의 던전을 포함해 본격적으로 【A】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한민국 공대장이 아직 1 년차인데 조금 성급한 거 아닐까? GGW 공격대가 【A】 난이도의 던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언론이 알게 된다면….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닐 걸?”

현정의 말뜻을 알아차린 비서가 몸을 흠칫 떨었다.

걱정이 가득 담긴 그녀의 말이 어느새 짧아져 있었다. 그만큼 지금의 행보가 성급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A】 난이도의 던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언론의 과도한 관심에 영웅이 휩쓸릴 수도 있었다.

괜히 수많은 유망주 영웅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진 게 아니었다. 더욱이 한민국은 여자도 아닌 남자 영웅. 그를 둘러싼 유혹은 상상을 초월할 게 분명했다. 아무리 한민국의 재능이 대단하다고 해도….

그리고 비서의 말에 현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 한민국 본인이 직접 요구한 거야. 확산 현상 때 여러 나라의 영웅들과 교류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깨달은 모양이더라고.”

“…많은 것?”

“응. 【A】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건 시작해 불과해. 이번에는 가루다의 분신을 공략하는 데 불과했지만, 빨리 12 재앙을 쓰러뜨리고 괴물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싶다고 하더라고.”

“와, 지리네.”

현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서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근본 넘치는 유망주라는 찬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영웅이었다. 인류를 위해 12 재앙을 공략하고 싶다니? 이렇게 기특한 말을 하는 남자 영웅이 또 어디 있을까? 말로만 들어도 이렇게나 멋진데….

“…….”

비서의 머릿속으로 민국의 멋진 얼굴이 떠올랐다.

비록 업무 때문이지만 잠깐 대화를 나눠본 적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가슴이 설렜는데, 민국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란? 상상만 해도 황홀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제였던가?

클랜장이었던 현정이 동생의 집에서 외박을 하고 온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인 현아의 집에는 민국도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너 서, 설마…?!”

자신을 향해 묘한 미소를 짓는 현정의 행동에 비서의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 그 좋은 걸 너 혼자만 먹었어?!”

잠시 후, 비서의 입에서 부러움과 짜증이 그리고 원망이 가득 담긴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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