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7 김소정
“불꽃의 고리 타이밍입니다. 스킬 쿨타임 보고 움직임 콜 하겠습니다. 집중.”
마력이 들끓고 있는 몬스터를 보며 민국이 눈을 빛냈다. 팀원들이 스킬 효과와 쿨 타임들이 민국의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되기 시작했다.
레이드 지수인 RQ가 높은 이들이라면 이런 패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거가 잉글랜드 3,4 부 리그 수준의 선수들을 보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일까? 안타깝게도 이 세계의 레이드 수준은 민국의 기준에 확연하게 못 미쳤다.
물론, 수준 높은 레이드를 많이 경험한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겠지만, 지금 당장은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지금처럼 중요한 포인트에서는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컨트롤을 해줘야 했다.
- 어, 어어? 뭐라고?
- 스킬 콜? 언제 클래스 스킬을 사용하라고 불러주는 거야?
- 그런 것보다는 약속된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미 같은데?
민국의 말에 채팅창이 다시 혼잡해졌다. 방송을 지켜보는 영웅들이 침을 꿀꺽 삼키는 게 절로 연상될 정도로 놀란 모습들이었다.
그도 그럴게 그 정도의 정교한 리딩은 S 난이도의 던전에 도전중인 화이트 하우스나 텐센스 클랜의 공대장들 정도나 가능한 일었다.
한민국의 리딩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여러 영상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영상들은 전부 편집이 가미된 영상이었다. 지금처럼 편집이 들어갈 수 없는 날 것이 아니었다.
“1 타. 타냐의 혹한의 방패 발동하며 방어 태세로 1 파티. 지졜, 광역 보호막에 2파티. 켄달은 1 파티로 붙어.”
민국의 리딩에 따라 아홉 명의 영웅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부 탱커인 타냐가 자신의 커다란 방패를 땅에 내리찍으며 방어 태세를 갖췄고, 네 명의 여성이 타냐의 뒤로 옹기종기 숨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마력이 흐름이 강렬해지더니 빛이 번쩍였다. 이어서 현아가 방패로 앞을 가로막았고 민국을 포함한 네 명이 일렬로 늘어서서 공격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 시켰다.
그리고 퀘넴이 비명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 뜨거운 화염의 고리가 전장을 뒤엎었다.
“7초 뒤, 2 타 준비…. 현아 앞으로, 지젤 단일 보호막, 켄달 힐 업 준비.”
이번에는 현아의 뒤로 모든 영웅들이 숨었다. 군무를 하듯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곧바로 보호막이 현아의 몸을 감쌌고, 다시 한 번 화염의 고리가 전장을 뒤집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GGW 공격대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3 타. 광역 쿨…. 안 돌아왔겠네. 4 타에 사용할게. 이번에는 현아와 타냐 포지션 교체. 내가 살릴게.”
팀원들은 그대로 몸을 숨긴 채 타냐가 방어 태세를 갖추며 방패를 내리찍었다. 그리고 화염이 일행들을 덮치는 순간 집중 치료술사의 폭발적인 힐량이 영웅들의 몸을 뒤엎었다.
- 아, 아앗?!
부 탱커인 타냐의 생명력과 크게 출렁거렸다. 5 등급 탱커로도 버티기 힘든 강력한 불꽃이었다.
하지만 민국의 주문이 끝나자마자 공격을 받아냈던 타냐가 빠르게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민국의 회복 능력과 집중 치료술사의 스킬인 회복 대상에 대한 치유 효과 두 배, 일명 힐량 뻥튀기가 조합되자 퀘넴의 불꽃도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 방법은 일회성의 대응책이었다. 집중 치료술사의 독특한 힐량 뻥튀기 스킬은 쿨 타임이 있어서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 스킬이었다.
“지젤 광역 보호막 쿨타임 돌았지? 현아 탱커 교체하고, 광역 보호막 사용할게.”
민국의 지시를 받은 지젤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면서 힐끔 민국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전자시계라도 있는 건가?’
한두 번 보는 모습이 아니었지만, 팀원들의 스킬 쿨을 모두 계산하면서 리딩을 하는 건 볼 때 마다 신기했다. 더욱이 연습도 아니고 조금의 실수가 죽음으로 직결되는 실전에서 하는 리딩이었다.
트라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GGW 공격대는 너무나도 쉽게 퀘넴의 불꽃의 고리를 막아내고 있었다. 더욱이 리딩과 관련해 지시를 내리는 영웅이 바로 민국이었다. 남자인 것이다.
그 때 드론 카메라가 화염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몬스터를 노려보고 있는 민국의 잘생긴 얼굴을 찍었다.
- 오, 온 몸이 정화된다.
- 이건 ㄹㅇ 레전드다….
- R’s 클랜은 지금 이 모습을 고화질 사진으로 만들어서 팔아라!
사실 방송을 찾은 시청자들은 민국이 트라이 중에 어떤 트롤 짓을 해도 찬양을 하는 포지션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민국은 희귀한 남자 영웅이었다. 여자들이 지켜줘야 하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연약한 남자가 전투를 잘 할 리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보여주는 민국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영상 속 모습보다도 더욱 대단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방송에서 민국은 아홉 명이나 되는 공격대의 영웅들을 자신의 것인 마냥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으아! 끝났드아.”
“오늘도 사고 없이 던전을 클리어 했습니다!”
긴 트라이 끝에 ‘화염불꽃 오크’가 쓰러지자 현아와 유나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레이드가 끝나는 순간 탱커와 원거리 딜러가 가까이 있을 리는 없었으니 어디까지나 방송용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몇몇 현직 영웅으로 보이는 이들이 채팅으로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런 것들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현아와 유나를 향해 응원 및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후원금도 잔뜩 들어오고 있었다.
현아의 눈동자가 힐끔 민국에게 향했다. 아무튼 이번 방송은 성공적이었다. 전부 민국 덕분이었다.
‘역시 남자 영웅이 최고라니까?’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민국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시청자들은 근접 딜러진인 시라누이 마이와 김소정의 플레이를 좋아했다. 아무래도 근접 딜러들이 몬스터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으로 보였다.
물론, 민국의 존재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컨텐츠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민국에 대해 질문을 하는 시간은 채팅과 후원금이 폭발하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으로 채팅이 많이 올라왔을 때는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자신의 성기를 덜렁거리며 달려들었을 때였다.
던전을 공략하면서 옐로우급 결정도 제법 나왔다. 이런 속도라면 보름 내에 모든 팀원들이 5 성 영웅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A - 9】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가는 것이다.
소득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첫 생방송인 까닭일까? 운명의 신이 축복을 내렸는지 장비 아이템도 네 개나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던전 공략의 이유 중 하나였던 불꽃 대검이 있었다.
그렇게 GGW 공격대의 방송은 대성공으로 끝이 났다. 최종적으로 방송을 본 시청자의 수는 18만.
전체적으로 보면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공략한 던전이 평범한 수준인 【B - 1】 난이도의 던전이라는 점 그리고 이번이 첫 방송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숫자였다. 게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시작한 방송이었다.
GGW 공격대의 방송은 많은 화제를 만들었다.
베트남의 확산 현상에서 활약했다는 기사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다양한 국적의 영웅들이 모인 신규 공격대의 전투 능력이 생각보다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주목을 받은 건 역시나 공대장인 민국이었다. 정신없는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팀원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리딩을 내리는 한 편, 힐러라는 본인의 역할 역시 120 % 해내고 있었다.
이게 여성 영웅이어도 대단하다고 찬사를 받을 텐데, 남성 영웅이었으니.
영웅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민국을 찬양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모습이었다.
“베트남에서 돌아왔다고 어떻게 연락 한 통 없지?”
그리고 재방송으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GGW 공격대의 방송을 보며 한 여성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베트남에서 속삭였던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직도 머리에 생생한 데, 야속한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연락이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먼저 연락을 하자니 기분이 조금 그랬다.
아무리 상대가 남자 영웅이라고 해도 자신은 대한민국 최고의 영웅인 강채영이었다.
“…….”
강채영의 눈이 핸드폰을 응시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없었던 연락이 올 리가….
지이이잉!
갑작스럽게 울리는 진동에 강채영의 손에 벼락같이 움직였다.
“아이씨! 왜 이딴 게 오고 난리야!”
그리고 잡은 속도 이상으로 더 빠르게 핸드폰을 침대 위로 집어 던졌다. 스팸 문자였다.
* * *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인 어둠의 괴물.
장장 수십 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어둠 괴물과의 전쟁으로 인해 현재 인류는 멸망의 길에 이르고 있었다. 길고 긴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의 남성 중 95% 이상의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둠의 괴물 역시 상처를 입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마나를 각성한 영웅의 등장으로 인해 수많은 괴물들이 그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급조된 영웅들의 힘은 어둠 괴물들의 선봉장이나 다름없는 12 재앙에게 닿을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12재앙은 본인들의 압도적인 힘으로 인류를 멸망의 길로 몰아넣고 있었다.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말이다.
“뭐야? 힘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제법 꾸며 놨잖아?”
머리카락을 청색으로 물든 뚱뚱한 남성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가 감탄을 터뜨리고 있는 곳은 인간들에게는 새의 탑이라 불리는 거대한 탑의 꼭대기 층이었다. 그리고 탑 꼭대기에 있는 적발의 여성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힘을 잃고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지. 그런데 좀 앉지 그래?”
여성이 손짓을 하자 남자의 앞으로 깃털로 만들어진 의자가 생겨났다. 그리고 남자가 진한 웃음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새의 왕이라 불리는 가루다님께서 나는 왜 찾은 거지?”
그 말에 가루다라 불린 여성이 남성을 바라보다니 말을 내뱉었다.
“여자?”
뜬금없는 소리.
하지만 남자는 그런 가루다의 말에 진한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유부녀겠지?”
“그건 몰라. 하지만 남자 경험은 있어 보이던데?”
“그러면 맛 좀 볼까?”
가루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팅기는 것과 동시에 비명과 함께 한 여자가 남자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베트남의 영웅으로 린 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웅이었다. 그녀의 새의 탑을 관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가루다의 부하들에게 붙잡힌 신세였다.
“에….”
방금 전까지 괴물들에게 희롱당하고 있던 린 진은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본인이 처한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판별을 좀 해볼까?”
뚱뚱한 남성이 한 손으로 린 진의 다리를 붙잡았다.
“흐으으으으윽?!”
마치 생선을 들어 올리듯 거꾸로 린 진을 들어올린 남성은 푸릅하는 소리와 함께 린 진의 음부를 거칠게 핥기 시작했다.
“하읏!”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린 진이 몸을 꿈틀거리며 반항해 봤지만, 남자의 손에는 꼼짝할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린 진의 그곳을 맛 본 남자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린 진의 몸을 돌려 자신의 남성으로 그대로 내리 찍었다.
“아그윽?!”
린 진의 음부가 억지로 벌려지면서 뚱뚱한 남자의 물건이 그녀의 안을 깊숙하게 꿰뚫었다. 그리고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 퍽!
자신의 깊숙한 곳이 거근으로 꿰뚫릴 때 마다 린 진의 입에서는 괴로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안 돼…!’
하지만 자신의 음부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것이 뜨겁게 맥박칠 떄 마다 그녀의 정신 또한 쾌락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히이이잉! 아주 마음에 들어! 남자 경험이 있는 비처녀가 확실해!”
포효와 함께 여성을 범하는 바이콘을 보며 가루다는 키득 웃었다.
불순을 상징하는 녀석답게 남자 경험이 있는 유부녀만을 원하는 특이한 녀석이었다. 듣기로는 남자 경험이 있는 여자를 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취향이라고 했다.
그 증거로 바이콘에게 범해지고 있는 인간 영웅은 흐릿해진 눈으로 바이콘의 남성을 갖기 위해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타락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가루다는 당연하다는 듯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인간의 허접한 그것이 12 재앙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콘의 물건과 비교될 리 없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