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58화 (158/486)

EP.158 징조

“아, 아아아…!”

바이콘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린 진의 흑갈색 다리가 쫙 뻗었다가 오므라들기를 반복한다. 그런 움직임에 맞춰서 바이콘의 대물이 린 진의 안을 드나들었다.

“어으윽! 하아아악!”

신음과 함께 린 진이 바이콘의 물건을 받아들이기 위해 더욱 몸을 뒤틀었다. 거부할 수 없는 수컷의 물건과 12 재앙의 마력은 너무나도 쉽게 그녀를 타락시켰고, 바이콘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인간들을 타락시키는 건 이렇게나 쉬운 일이라니까.”

뚱뚱한 남자와 미녀 축에 속하는 여성의 섹스 장면을 바라보던 도중 가루다가 불쑥 말했다.

“꺄아아아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린 진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를 내었다.

위로 치켜뜬 그녀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져 있었다. 바이콘의 정액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밀려든 까닭이었다.

“매너하고는. 여기가 내 보금자리라는 건 알고 있는 거야? 적당이나 좀 할 것이지.”

가루다가 손으로 코를 막으며 손을 휘저었다.

“크…! 미안하군. 하하하!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말이야. 역시 다른 수컷의 경험이 있는 여자를 내 것으로 쾌락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는 정말 짜릿하단 말이지.”

바이콘의 대답에 한숨과 함께 가루다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특이한 취향의 녀석이었다. 그리고 저런 녀석에게 도움의 손을 빌려야한다는 자신의 처지가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졌다.

“좋아, 가루다. 선물은 마음에 들었다, 나를 부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부탁은 들어주지.”

“그게 뭔지는 알고 이야기하는 거야?”

“크흥! 보나마나 인간들의 전쟁에 나서달라는 거겠지. 아닌가?”

바이콘의 말에 가루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취향은 굉장히 특이하지만 눈앞의 뚱뚱한 남성 역시 12 재앙이었다.

“게다가 네가 인간들의 국가에서 일으켰던 브레이크에 실패했다는 소문은 12 재앙 모두가 알고 있다. 심지어 지구의 공략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녀석들도 그 사실 정도는 알고 있더군.”

“뭐, 뭐엇?! 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낸 거지?”

가루다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기껏해야 두어 달밖에 되지 않은 일이었다.

“굳이 소문을 낸 존재를 찾을 필요가 있나? 틀린 말은 아니잖아?”

“크윽. 설마 그 이야기 태평양에 있는 그년도 알고 있는 건가?”

“응? 물론이지. 그 이야기를 듣고 가장 깔깔거리며 좋아했던 존재가 바로 레비아탄이다. 얼마나 웃어대던지 난리가 나는 줄 알았어.”

“…씨발.”

가루다의 입에서 자그마한 욕설이 흘러 나왔다.

같은 12 재앙이지만 적이라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녀석이 바로 레비아탄이었다. 자신을 비웃는 그 년의 모습을 떠올리니 얼굴이 분노로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레비아탄과 다투는 것은 추천하지 않겠어. 전에도 너희 둘이 싸우는 바람에 이 행성을 공허로 물들이겠다는 우리의 계획이 크게 뒤틀렸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나도 알고 있어.”

충고와 협박이 동시에 담긴 바이콘의 말에 가루다는 크게 콧김을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어쨌든 가루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저번의 브레이크에 실패하는 바람에 본신이 지니고 있던 공허의 마력을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바이콘이 도와준다면 가루다는 다시 한 번 인간 세계에 브레이크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인간들이 내뿜는 공포, 좌절, 슬픔, 분노와도 같은 감정을 공허로 흡수하면 레비아탄과의 싸움에서 잃었던 자신의 능력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었다.

굳이 새의 탑에서 6, 7 년이 넘도록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중국에 브레이크를 일으켜 줬으면 해.”

새의 탑이 베트남과 태국의 국경 사이에 있다면, 바이콘이 있는 말의 탑은 중국 영토의 동북쪽에 위치한 차오양시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흐음…. 그래서? 어떤 계획인 거지?”

바이콘이 가루다를 보며 물었다. 기절한 채 몸을 움찔거리면서 자신의 정액을 토해내고 인간 여성은 이제는 관심 밖의 존재였다. 곧 가루다의 부하들이 모습을 드러내 인간 여성을 끌고 사라졌다.

“네가 말의 탑 근처에서 브레이크를 일으키면 수많은 인간 영웅들이 너를 막기 위해 달려들겠지?”

“음.”

바이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의 결집력은 대단하다. 던전 브레이크의 낌새가 보이기 시작하면 못해도 몇 천에서 몇 만 이상의 영웅들이 달려들었다. 최근 들어 12 재앙이 만들어내고 있는 던전 브레이크가 실패하는 원인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도 브레이크를 일으킬 거야.”

“동시에?”

이어지는 가루다의 계획이 바이콘이 이채를 띠었다. 그렇게 되면 인간들이 확산 현상을 막아야하는 곳이 두 곳이나 되었다.

몇몇 12 재앙이 빠르게 지구를 공허로 물들이자며 주장했던 내용이지만 서로의 자존심 싸움 때문인지 한 번도 채택되지 않았던 의견이었다.

“브레이크에 실패를 했는데, 아직 공허의 마력이 남아 있나 봐?”

“그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내가 누군데?”

바이콘의 은근한 물음에 가루다가 버럭 외쳤다.

물론, 허세였다. 최근에 실패한 【A - 2】 던전의 브레이크 때문에 날려버린 공허의 마력은 12 재앙인 그녀에게도 큰 타격을 줄 정도였다.

때문에 지금은 【A】 등급도 아닌 【B】 등급의 던전을 브레이크 시킬 정도의 마력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만큼 인간들의 시선을 분산시켜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콘의 도움이 필수였다.

‘저 변태의 도움을 받는 게 조금 그렇긴 하지만….’

다른 12 재앙들은 자신을 돕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자신의 친위대까지 보낼 생각이었다. 행여나 자신의 자식들을 없애버렸던 인간이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한다면 친위대를 시켜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루다의 모든 계획을 들은 남자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뭐, 내가 말한 게 있으니 도와는 주겠다만….”

바이콘의 눈이 가루다를 훑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서 브레이크를 일으키려는 이유가 뭐지? 다른 12 재앙 녀석들은 이 행성의 공략에 큰 관심이 없는데, 유독 너와 버니 녀석은 아주 열심이란 말이야?”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이 땅을 점령하려는 거지. 탱자탱자 놀고 있는 네 놈들과는 다르게 나는 빨리 공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하하. 나는 놀고 있는 게 아니야. 바이콘이라는 종족답게 이 땅의 암컷들에게 수컷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뿐이지.”

“남자가 있는 여자만 좋아하는 주제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루다는 은근하게 화제를 돌렸다.

이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가루다는 굳이 그 내용에 대해 바이콘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태평양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년과 관련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루다의 대답을 들은 바이콘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공허라…. 그리운 이름이로군. 안 간지 정말 오래된 것 같아. 그렇지 않아?”

“…흥.”

“굳이 공허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있나? 그 심심한 동네로?”

“그건 몰라도 돼.”

시큰둥한 대답과 함께 어물쩍 넘어가려는 가루다의 행동에 바이콘은 입을 다물었다.

재차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여실히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새의 탑에서 있었던 12 재앙들끼리의 은밀한 만남은 인류, 그것도 동아시아에 큰 파란을 불러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짹짹! 짹!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햇살이 눈꺼풀을 때리자 현아는 온 몸이 욱신거림을 느끼며 몸을 뒤틀었다.

그렇게 눈을 감은 채 멍하니 몸을 뒤집고 있던 현아가 다시 앞으로 돌아누웠다. 그러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몸 여기저기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민국이 강하게 주무른 자국이었다.

“아, 으….”

어젯밤의 격렬했던 일을 떠올리자 입에서 신음이 절로 흘러 나왔다.

“역시 혼자서 민국이를 상대하는 건 너무 힘들어.”

자신을 덮치는 민국을 받아들이다가 연속된 절정에 기절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머리카락에도 뭐가 그렇게 잔뜩 묻었는지 굉장히 찝찝한 느낌이었다. 보나마나 민국의 정액일 게 분명했다. 자신이 기절했을 때 쏟아낸 모양이었다.

“에휴….”

다른 여자들이 들었다면 복에 겨워서 미쳤다고 할 소리였다.

특히나 남자와 손 한 번 잡지 못한 이들이라면 자신을 죽이려 들 게 분명했다. 인터넷에 이런 썰을 올리면? 분명 비추만 가득 쳐 먹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현아는 진심이었다.

나름 자신을 민국의 본부인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현아는 민국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몸을 내주고 즐길 생각이 있었다.

문제는 자신이 민국과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손만 닿으면 바로 팬티가 벗겨질 거리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탐하는 민국의 정력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예전이야 너무 좋았다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밤에 홀로 민국을 상대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제도 그랬다. 민국이 제대로 만족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기절해버린 것이다.

‘하기야 그랬으니….’

몬스터에 의해 타락한 시라누이 마이조차도 민국에게 꼼짝도 못하지 않은가?

- 어? 그런데 GGW 근접 딜러, 일본의 특급 유망주였던 시라누이 마이 아닌가요? 일본의 히토미 클랜의?

- 맞아요. 그런데 한국 던전 공략하다가 타락하고 클랜이랑 계약 해지했어요.

- 네? 그렇게 위험한 영웅이 왜 한민국 공대장하고 같이 레이드를 하는 거죠?

- 타락했다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오크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은데? 남자 영웅 때문인가?

‘화염협곡 오크성채’를 공략하던 도중 나온 시청자들의 의문이었다.

물론, 그 시라누이 마이가 한민국의 카르텔에 들어갔다는 속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민국과 몸을 섞은 이후 시라누이 마이는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로도 발작하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번 잠자리를 같이 한 지금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민국의 그것에 발작하는 것이면 모를까.

민국이 안아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제자리에서 세 바퀴 돌고 멍멍거리며 짖을 정도로 그녀는 민국의 물건에 미쳐있었다.

“어쨌든….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죽겠어.”

민국과의 잠자리가 싫은 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갑작스럽게 하는 것도 아니다. 몇 번이나 고민을 하고 고민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체력적으로 벅차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레이드에도 영향을 갈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일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었다.

한민국이 지휘하는 GGW 공격대의 메인 탱커는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자리였다.

“그렇다고 언니를 이 집에서 살게 할 수도 없고….”

언니와 함께 민국의 잠자리 상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다른 여자보다 언니가 훨씬 편했으니까. 하지만 R’s 클랜의 오현정은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바쁜 여성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GGW 공격대에 속한 다른 여자들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자신보다도 민국과 더 가까워질 것 같다는 일말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쩝. 마땅한 사람이 없네.”

민국이 어느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지는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아에게 필요한 것은 이 넓은 짓에서 함께 생활을 하며 민국의 성욕을 풀어줄 존재였다. 이왕이면 GGW 공격대의 멤버가 아닌.

쏴아아아아!!!

현아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국이 샤워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정예린과 함께 김소정을 만난다고 했다. 김소정의 딸인 소현이랑 어디 놀러간다고 했던가? 그리고 정예린은 꼽사리였다.

아마도 셋이 뒹굴뒹굴할 예정일 테니 오늘은 좀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어헉?!”

몸을 일으키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눈물이 찔끔 흘러나올 정도였다.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는 게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오늘은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어떻게든 자신이 힘들 때 민국의 잠자리를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우우우우웅!

민국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이어서 샤워실의 기척을 살짝 확인한 현아가 재빨리 민국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어…?”

메시지를 확인한 현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대한민국의 전설이라 불리는 강채영이 보낸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 순간 현아의 머릿속으로 제법 괜찮은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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