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72화 (172/486)

EP.172 위기에 빠진 공격대

마력.

이 세계에서 영웅이라 불리는 선택된 사람들(정확히 말하면 여성)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이 강력한 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정의된 것이 없었다.

마력이라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원리로 소수의 사람들이 마력을 각성해서 영웅이 되는지 밝혀진 게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영웅 패드라는 희대의 발명품을 만들어냈지만 영웅 패드는 단순히 사용자의 마력을 스캔해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마력의 기원에 대해 여러 의견들은 있었다. 예를 들면 신이 내려주신 구원이라 하는 일부 종교인들의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말이다.

어쨌든 마력과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영웅들의 존재는 어둠의 괴물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인류의 유일한 저항 수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력을 각성한 영웅들은 좀 더 강하고 위협적인 어둠 괴물과의 전투를 대비해 본인이 보유한 마력의 수준과 양을 높이기 위해 몬스터들과 싸웠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얻은 마력의 결정을 흡수하면서 마력의 질과 양을 높여나갔다. 그 과정을 가리켜서 영웅들은 본인들의 성급을 높인다고 표현했다.

“…….”

마력의 결정을 흡수하는 순간 민국은 온 몸이 나른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옆을 돌아보니 눈을 감은 현아의 이마에서 빛이 반짝이는 눈에 스치듯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그녀 역시 자신처럼 6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성급이 올라가는 과정인가?’

조금씩 시야가 흐물거리는 느낌이었다. 느낌이 아니라 진짜로 흐물거리고 있었다. 아픈 건 아닌데 약을 먹은 것 마냥 시야가 어지러워지는 것이 살짝 신기했다.

3 성에서 4 성 그리고 5 성 영웅이 될 때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우우우우웅.

결국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자 자신의 온 몸을 회오리치듯 오가는 마력의 흐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제껏 마력의 결정을 통해 자신이 흡수한 마력들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누비는 마력을 마치 3자처럼 관찰하고 있다 보니 또 다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외부에서는 6성 영웅으로 각성을 시작한 두 남녀를 GGW 공격대에 속한 이들이 긴장감어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모습인데….”

유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5성 영웅이 6성이 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말했더로 뭔가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김소정이 바로 설명하듯 입을 열었다.

“너도 본 적이 있을 걸? 그 일반인들이 영웅 각성할 때의 모습하고 비슷하잖아?”

“아?! 맞다!”

그녀의 말에 유나가 짝 하고 박수를 쳤다.

“그리고 저 상태를 전문적인 용어로 가리켜서 환골탈태라고도 하지.”

“환골탈태요? 그거 소설에서 나오는 용어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영웅들도 하나하나가 소설 속 주인공이잖아? 몬스터와 상대하는 주인공.”

이번에는 정예린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별로 좋은 주인공의 모습은 아니지만.”

“나도 액션은 보는 것이 좋지 직접 경험하는 건 조금 그래. 아무튼 6성 영웅이 되어야만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카더라가 있어.”

다시 이어지는 소정의 말에 유나와 예린은 동시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녀의 말대로 6 성 영웅부터는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을 얻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 하에 말이다.

그리고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은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 스톤만큼이나 보기가 힘든 아이템이었다.

‘어…?’

하지만 유나는 왠지 모르게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을 조만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생각은 아니었다. 자신이 속한 GGW 공격대에는 보기 힘은 유니크 클래스는 물론이고, 레전더리 클래스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번 확산현상 때 본 빛의 기둥만 해도 몇 번이나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천호동 럭키 걸이 또 다시 한 건 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김소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환골탈태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어. 그냥 S 등급의 클래스를 받아들일 몸을 준비한다는 식으로 우리들끼리 얘기하는 거지.”

“아아….”

“아무튼 6 성이라니, 부럽다.”

예린이 부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가 예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언니도 금방 될 수 있잖아요? 지력의 결정은 언니 아니면 흡수할 사람도 없던데?”

“나연이가 있잖아. 그리고 나보다는 나연이가 더 빠르지 않을까?”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유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마력구를 사용하는 신나연 역시 지력의 결정과 정신의 결정을 필요로 했다.

“내 생각에 딜러 중에서는 소정이 언니가 제일 먼저 6 성이 될 것 같아. 힘의 결정만 흡수하면 되잖아.”

정예린의 시선이 김소정에게 향했다. 소정이 바로 손을 저었다.

“나? 나는 아직 멀었지.”

“저는 힘과 민첩의 결정을 둘 다 흡수해야 되서…. 게임에서 궁수는 민첩만 올리면 된다는데, 다 거짓말이었어요.”

“그건 게임 내 밸런스 때문이지. 저 활을 당기는 데 들어가는 힘만 생각해도 힘의 결정이 필요하겠다.”

그렇게 시시콜콜 잡담을 나누던 때였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던 두 남녀의 몸에서 빛 무리가 터져 나왔다. 성공적으로 6성 영웅이 되었다는 알리는 축포와도 같은 강렬한 효과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모두들 민국과 현아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축하해요! 공대장님!”

“현아야 축하해!!! 와아아! 오늘 파티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술! 당연히 술도 있겠죠?!”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동료들의 모습에 민국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자신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느낌이었다.

하지만 김소정이 녹화해 놓은 모습을 보니 잠이 들었던 순간 자신의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딱히 대단한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형형색색의 빛 무리들이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혀 있었다.

“이제 6성 영웅이네요? 그러면 이제 S 등급의 클래스 스톤만 구하면 되는 건가?”

소정이 민국의 얼굴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요?”

그녀의 말에 민국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 세계에 대한 상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지만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공대장님이라면 S 등급의 클래스 스톤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제가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이 나온 던전을 체크해 볼게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잔뜩 신이 난 소정은 열심히 태블릿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 소정의 모습을 보며 민국은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클래스 스톤(S) - 위그드라실】

가라이를 쓰러뜨리면 얻을 수 있는 S 등급의 클래스 스톤으로 뿌우의 퀘스트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었다. 특징은 부활 스킬인 리바이벌이라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후후후! 드디어 6 성! 이제 6 등급 특수 개체도 나한테는 껌이라고! 모두들 이 언니만 믿으라!!!”

“와아아아!!!”

“오현아! 오현아!”

한 쪽에서는 콧대가 한껏 올라가 있는 현아를 중심에 두고 최유나와 신나연 그리고 켄달이 연신 박수를 짝짝 쳐대고 있었다. 소녀들만 잔뜩 모인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조합이었다.

아무튼 6 성 영웅이 됐으니 이제는 기어 스코어 800 미만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사용하는 장비들이….’

평균 570 수준의 장비들이었으니 거의 대격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스펙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어 스코어가 높은 장비가 있어야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쯤이면 R’s 클랜에서 보낸 장비들이 군용기에 실려 호아빈으로 날아오고 있을 테니 말이다.

늦어도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이면 6 성 영웅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장이 정리되는 것을 보며 민국이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면 하노이로 귀환하기 전에 【A - 7】 이하 던전을 한 곳 더 공략하기로 하죠.”

영웅 패드를 확인해 보니 김소정의 6 성 등급 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아하니 힘의 결정 세 개 정도만 흡수하면 6성이 될 것 같았다. 또한 정예린이나 신나연 역시 어떤 마력의 결정이 나오는가에 따라 곧 6 성이 될 것 같았다.

“에?”

“지금요?”

민국의 말에 몇몇 여인들이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시간을 생각하면 슬슬 호아빈으로 귀환하면 딱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6성으로 성급도 높인 만큼 축하 기념 및 회식 삼아 술 한 잔 하면 딱인 상황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아쉬움에 민국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물론, 6성 기념 회식도 빠질 수 없죠. 지금 바로 호아빈의 숙소에 회식 준비를 하라고 연락을 할게요. 단, 호아빈으로 복귀하는 것은 【A – 7】 이하의 던전을 공략하고 나서입니다.”

질풍의 바라노라스와의 전투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한 명이라도 더 6 성으로 성급을 높여야 했다. 클랜장의 말에 의하면 탱커, 딜러, 힐러 이렇게 각각 한 명씩 세트를 맞춰서 보냈다고 했었다.

“공략을 빨리 하면 빨리 할수록 조금이라도 더 일찍 술을 마실 수 있겠죠?”

그리고 이어지는 민국의 말에 모두의 눈이 번뜩였다.

* * *

운이 좋게도 공략을 마친 던전의 근처에 【A - 9】 난이도의 임시 던전이 있었다.

난이도가 낮은 건 조금 아쉬웠지만 어쨌든 GGW 공격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 순식간에 던전을 격파하고 하노이로 귀환했다.

“자! 그러면 6 성 영웅이 된 한민국 공대장님과 오현아를 위해서 건배!!!”

어디서 배운 것인지 김소정이 숟가락으로 술병을 두드렸다. 이어서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요란한 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의실로 주어진 숙소에서 음식과 술을 즐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식을 부르짖었던 다른 이들도 이 정도에 충분히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불판에 올라오는 삼겹살을 보며 민국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여기서 고기 구워도 되는 거야?”

현재 GGW 공격대가 사용하는 숙소는 다른 공격대들도 같이 사용하는 숙소였다. 물론, 사용하는 층은 다르지만 고기 냄새를 생각하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숙소 측에서 직접 세팅한 건데 그러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다른 공격대들도 이미 본인들의 회의실에서 술 먹고 음식 먹고 다 그래요. 우리 공격대만 안 했지.”

“…그래?”

집게로 열심히 고기를 뒤집으며 말하는 유나의 대답에 민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체 그런 건 언제 봤는지…. 아무튼 다들 술이 고팠던 모양인지 고기를 굽기도 전에 다들 술부터 까는 모습이었다. 하얀색 병의 투명한 술이었다.

민국도 자연스레 술병을 하나 들어 올렸다. 한국에서 먹던 익숙한 모습의 술은 아니었다.

‘베트남 술인가?’

생긴 건 보드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병을 들고 슬쩍 확인해보니 도수가 무려 30 도나 되었다. 그리고 그런 술을 팀원들은 소주처럼 마시고 있었다.

“우리 공대장님도 한 잔!”

옆에서 들려오는 타냐의 말에 민국이 흠칫 하더니 잔을 내밀었다.

슬쩍 냄새를 맡아보니 구수한 누룽지향이 느껴졌다. 역시 도수가 높은 술답게 목 넘김이 아주 화끈했다. 하지만 모두들 즐겁다는 듯 쉴 새 없이 술병을 비우고 있었다.

물론, 가장 신이 난 것은 타냐 였다. 그녀는 잔도 아니고 병 째로 술을 들고 돌아다니며 마시고 있었다.

“고기 나왔습니다!”

가위로 큼직하게 썬 고기가 가장 먼저 민국의 앞에 놓여졌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돼지였다.

숙소에서 준비한 것들을 고기의 양을 생각하면 열 명이 배터지게 먹어도 남을 것 같았다. 뭐, 회식비용은 따로 클랜 쪽으로 청구가 되거나 베트남 영웅 협회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회식을 즐기던 도중 무언가 생각이 난 민국이 뿌우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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