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3 위기에 빠진 공격대
‘바라노라스의 상태는 어때?’
《아직까지는 조용합니다.》
‘전진기지가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지?’
《네. 이틀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뿌우의 대답에 민국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6 성 영웅이 되고 나서 바라노라스의 공략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비가 도착하는 대로 바로 공략에 들어가면 되겠네. 그 전에 딜러를 한 명 더 6 성으로 높여야겠지만….’
목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민국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는 질풍의 바라노라스라는 괴물을 떠올렸다. 일단 그 녀석을 쓰러뜨리고 가라이라는 녀석을 쓰러뜨려야만 베트남의 확산 현상이 진정이 되었다.
그렇게 앞으로의 상대를 생각하던 도중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뿌우. 가라이 녀석 말이야. 우리 말고 프랑스의 제국 근위대가 쓰러뜨려도 퀘스트 보상은 그대로 들어오는 거야?’
블루 드레이크를 제국 근위대가 쓰러뜨렸을 때도 퀘스트가 진행이 되었다.
그렇다면 가라이 또한 스펙이 높은 제국 근위대가 쓰러뜨린다면? 어부지리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민국의 눈앞에 있던 메시지창이 부르르 떨리며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
《네? 으음…. 그렇긴 하겠는데, 제국 근위대라면 그 가슴 큰 여자들로 이루어진 공격대 말이죠? 제 생각으로는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뭐?’
바로 이어지는 뿌우의 대답에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이 얼굴을 구겼다.
프랑스의 제국 근위대는 【A - 1】 난이도를 넘어 【S】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잠깐! 너 이 자식?! 제국 근위대도 잡지 못하는 그런 녀석을 지금 우리 GGW 보고 잡으라고 하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민국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열이 확 오르는 느낌이었다. 조금 전에 마신 30도에 가까운 술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 민국의 반응에 반투명한 메시지 창이 땀 모양의 이모티콘을 만들어내더니 빠르게 문장을 써냈다.
《그, 그게 에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민국님. 물론, 제국 근위대의 스펙은 차고 넘칩니다. 정면으로 싸우면 그 여자들이 분명 이겨요. 하지만 민국님도 아시다시피 이 세계의 레이드 실력은 조금 그렇잖아요?》
‘그래서?’
《가라이가 깡 스펙으로 덤벼들어도 잡을 수 있을 만큼 그리 만만한 놈은 결코 아니거든요? 스펙 보다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뛰어난 상황 판단이 중요한 녀석입니다. 물론, 무지막지하게 꼴아 박으면 그 여자들도 잡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뿌우의 물음에 민국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제국 근위대의 위치 그리고 베트남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가라이 녀석에게 오래 붙잡혀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터져서 영웅이 한 명이라도 타락하게 되면?
‘그보다 더 최악이 없겠지.’
모르긴 해도 프랑스 정부와 영웅 협회는 분명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들 것 같았다.
결국은 나보고 직접 잡으라는 이야기였다. 보나마나 영웅 패드에 공략본도 없을 테니 패턴 역시 몸으로 때워가면서 파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민국님 가라이를 상대하기에 앞서 저희들은 바라노라스 녀석부터 쓰러뜨려야 합니다. 가라이를 상대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그건 그렇지.’
맞는 말이었다.
바라노라스 조차도 보급 창고를 파괴하고 블루 드레이크를 먼저 처리하면서 손을 꺾어놓은 상태에서 레이드에 들어가는 판국에 12 재앙인 가루다 그리고 그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강력한 괴물을 상대하려면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 * *
사람들이 술 자리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술 게임을 하거나 혹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거나 아니면 평소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서로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거나.
그리고 이런 예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지금의 자리를 즐기고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GGW 공격대의 회식은 다들 신나게 즐기는 분위기였다.
한 쪽에서는 다양한 술 게임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지젤이 켄달을 잡고 열심히 무언가를 떠들고 있었다. 그 옆으로 신나연이 술이 오르는 모양인지 발개진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그 모습을 보던 민국이 몸을 흠칫했다.
‘잠깐?!’
신나연은 GGW 공격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영웅이었다. 분명….
“야, 나연이 술 먹여도 돼?”
자신의 맞은편에서 고기 한 점, 술 한 잔을 음미하는 정예린을 쳐다보며 민국이 말했다. 그런 민국의 반응에 예린이 픽 웃었다. 그리고는 굉장히 불손한 눈빛을 지어보였다.
“뭐 어때요? 쟤도 곧 있으면 성인인데…. 그리고 술은 원래 어른들에게 배우는 거예요. 나연아!”
그렇게 말을 한 예린이 나연을 부르며 투명한 액체가 담긴 병을 흔들었다. 그러자 신나연이 조르륵 달려와 예린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우쭈쭈. 우리 애기 한잔 마실래?”
“네? 네! 한 잔 주시면 잘 마시겠습니다!”
“…….”
자연스레 술과 고기를 먹는 신나연의 모습에 민국은 멍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하기야 여기가 한국도 아닌데….’
아무렴 어떻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때가 될 때 마다 회의실로 들어와 한 쪽으로 몰아넣은 쓰레기들을 정리하며 새로운 술들을 가져왔다.
그럴 때 마다 새로운 병들이 바로바로 오픈이 되었고, 다들 건배를 외치며 술을 마셨다.
당연하지만 회식 자리에서 가장 많은 술을 처리한 것은 다름 아닌 타냐였다. 러시아 사람에게 30 도의 술은 아무것도 아닌 듯 그녀는 거의 물처럼 베트남의 보드카를 마셔대고 있었다.
심지어 춥지도 않은 지 반팔과 핫팬츠만 입고 회식 자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도중이었다.
“한 잔 드려도 되겠습니까? 공대장님?”
민국과 눈이 마주친 타냐가 술병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아니, 됐어.”
하지만 그런 민국의 거절에도 타냐는 재빨리 민국의 옆에 앉으며 병을 내밀었다.
“생각해보니 제 잔을 받으신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한 잔 받으셔야죠?”
“…아까 한 잔 받은 것 같은데?”
“열두 시가 넘었으니까 오늘의 첫 잔입니다. 자, 남자라고 뺴시면 안 됩니다. 하노이에서 저에게 술 대결을 신청하셨던 공대장님의 모습은 어디 가셨습니까?”
“…….”
히죽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타냐의 모습에 민국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술을 못 마시는 건 결코 아니었다. 유나나 정예린도 술 대결로 보내버린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미녀는 술로는 규격 외의 강자였다.
알콜 파이터들의 나라인 러시아의 여자 그것도 영웅이었다. 결국 민국은 타냐가 권하는 잔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크으….”
술을 마시고 인상을 찌푸리는 민국에게 타냐가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어떻습니까? 공대장님.”
타냐의 은밀한 유혹. 민국이 시선을 돌리자 그녀가 혀를 살짝 내밀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유두를 만지작대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무도 모를 리 없었다.
“생각 좀 해 볼게.”
“알겠습니다.”
민국의 말에 타냐가 아쉬운 표정과 함께 물러났다.
솔직히 타냐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술기운 때문인지 여자가 고프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타냐 루스는 러시아의 모델이라 불릴 정도로 예쁜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술버릇을 생각하면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러시아 암호랑이의 성벽은 섹스를 하면서 파트너에게 술을 마시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 때문에 그녀와의 첫 잠자리에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러면 저 여성분은 어떻습니까? 민국님? Sex 코인을 잔뜩 얻을 수 있습니다.》
뜬금없이 나타난 뿌우가 화살표를 그리며 한 여성을 가리켰다. 이어서 민국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미쳤냐?. 쟤 건드리면 나 바로 잡혀간다.’
뿌우가 가리키는 여성은 GGW 공격대에서는 유일하게 소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나연이었다. 그리고 올해 낭랑 18 세인 그녀는 건드리는 순간 바로 철컹철컹이었다.
《네? 하지만 민국님을 신고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있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그렇다면….》
‘걔도 패스. 대화도 몇 번 못 나눠 본 친구거든? 그리고 지젤이 눈에 불을 켜고 막을 걸?’
아니나 다를까 자신과 눈을 마주친 지젤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리고는 켄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자신의 목을 슥 긋는 제스처를 했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였는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민국의 옆으로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켄달은 건드리면 가만 안 둘 거야. 대신 원하면 내가 대줄게.”
“…그냥 쳐다본 건데?”
“그래? 그래도 고프면 언제든지 말해. 아, 내가 머무는 방이 몇 호인지는 알고 있지? 이따 기다린다?”
말과 함께 다시 켄달에게로 돌아가는 지젤을 보며 민국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뿌우가 추천하는 여성은 자신이 관계를 맺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뿌우가 왜 그 둘을 추천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Sex 코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코인 모아봤자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쓸 만 한 것도 없던데?’
민국이 투덜대며 말했다. 현재 민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오스 상점의 등급은 2 단계에 불과했다.
그나마 김소정이 각인한 유니크 클래스인 디스트로이어는 괜찮은 물건이었지만 그 뿐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현재 GGW 와 민국의 수준에서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민국의 말에 뿌우가 의아한 듯 물음표를 하나 띄우더니 곧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
《네? 새로운 물건을 원하시면 Sex 코인으로 갱신하시면 될 텐데요?》
‘…그런 기능이 있다고?’
민국의 미간이 가늘게 좁혀졌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네. 매주 월요일에 초기화가 되는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유용한 기능일 텐데요? 헛?! 설마 큐우♡가 설명 안했나요?》
“으음….”
고개를 끄덕이는 민국의 반응에 뿌우가 다시 땀 이모티콘을 만들어내었다.
《큐우♡ 녀석이 신참이라 실수를 한 모양이네요. 제가 푸닥거리 한 번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블랙홀 속으로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 마냥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을 보며 민국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뭔가 뜯어낼 수 있는 좋은 빌미를 놓쳤다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큐브 상점의 갱신이라….’
현재의 등급이 등급인지라 큰 기대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와 같은 클래스 스톤이 하나라도 더 나오게 되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유니크 클래스는 경매장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가격도 상당했다.
탁, 탁.
민국이 식탁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리자 카오스 상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오스 상점의 물건을 갱신하시겠습니까? Sex 코인이 10 개 필요합니다. 남은 갱신 시간까지 69:22:11》
그리고 갱신이라는 생각을 떠올리자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상점에서 문장이 하나 만들어졌다.
‘적지는 않네.’
Sex 코인 열 개라면 큐우의 퀘스트가 있는 상황에서 열 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함께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량이었다. 하지만 굳이 Sex 코인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오스 상점의 등급이 높아서 구매를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모를까 코인으로 상점의 등급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카오스 상점의 등급 업 퀘스트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코인을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만, 괜히 아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좋아. 갱신 한 번 해보자.’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진짜 초대박이 하나 터져 줄지. 그렇게 마음을 먹은 민국은 바로 Yes를 선택했다.
잠시 후, 상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판매되는 물건들이 빠르게 교체되기 시작했다. 이어서 물건이 전부 교체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디 한 번….’
민국은 느긋하게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확인했다. 다른 이들은 오랜만의 술자리를 즐기느라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부 쓰레기들이네.’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2 등급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품들이라 그런지 지금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혹은 굳이 Sex 코인을 들여서 구입할 필요가 없다거나. 그렇게 마지막 목록까지 확인을 할 때였다.
‘…어?’
《장비의 선택이 가능한 다이아 티켓 1장.》
제법 쓸 만한 물건이 목록창에서 보였다. 다이아 티켓이라면 600 에서 799 까지의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그것도 장비의 선택이 가능한 티켓이었다. 6 성 영웅인 민국에게는 당장 필요한 물건이었다. 민국의 눈동자가 빠르게 판매 가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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