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74화 (174/486)

EP.174 위기에 빠진 공격대

‘Sex 코인 80개?’

가격을 보는 순간 민국은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구입했던 A 등급의 유니크 클래스 스톤의 가격이 Sex 코인 81 개였다. 그런데 장비를 소환할 수 있는 다이아 티켓의 가격이 코인 80 개라면 카오스 상점은 다이아 티켓과 유니크 클래스 스톤의 가치를 동일하게 두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클래스 스톤과는 다르게 영웅이 장비 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려 여덟 부위나 되었다. 카오스 상점에서 파는 다이아 티켓은 장비의 선택이 가능한 티켓이라지만 확실히 많이 비싼 느낌이었다.

물론, 미모의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지면 Sex 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코인이 몇 개나 들어가던 간에 손해를 볼 건 하나도 없었다. 민국에게 Sex 코인은 일종의 불로소득이나 다름없는 재화였다.

‘그나저나 저거 살 수 있는 건 맞아?’

민국은 자신이 지닌 Sex 코인의 수량을 확인했다.

32개. 지금의 상황에서 무려 48 개를 더 모아야만 카오스 상점이 판매하는 다이아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나 참.”

입에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48 개의 코인은 카르텔의 여인들을 전부 안아도 불가능한 수량이었다. 지금 호아빈에 있는 카르텔의 여자들이 총 일곱 명이었으니 이틀 동안 용을 써도 민국이 얻을 수 있는 코인의 숫자는 14개가 전부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너 좀 나타날 거면 알림이라도 켜고 들어오지 않을래?’

《앗! 주의하겠습니다.》

민국은 시선을 돌려 시야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메시지 창을 바라보았다.

12 재앙과 가루다 때문에 속이 타는 모양인지 최근 들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이었다. 허접한 전투 능력을 생각하면 저 녀석도 믿을 건 GGW 공격대밖에 없었다.

그리고 민국이 뿌우를 향해 생각을 떠올렸다.

‘네가 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겠다.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 여인들을 공략하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도 쉽지 않을 텐데….’

여성과 처음 관계를 맺게 되면 한 명당 7 개의 코인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다이아 티켓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수량이 48개니 도합 일곱 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가져야 했다.

이틀 그것도 일정을 수행하면서 처음 보는 여성 일곱과 잠자리를 가진다? 아무리 민국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민국님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남자 경험이 없는 처녀를 민국님의 색으로 물들이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으면 무려 50 개의 코인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GGW 공격대에서 처녀로 생각되는 여인은 단 둘 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둘 다 건드릴 수 없는 이들이었다.

신나연은 아직 성인이 아니었고, 켄달 뷘드셴은 쌍둥이 동생인 지젤이 철벽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민국은 켄달 뷘드셴과 딱히 별다른 친분이 없었다. 쉽게 진도를 뺄 수 없는 사이라는 이야기였다.

‘코인만 있으면 바로 티켓을 구입하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몸을 막 굴려볼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RPG 게임을 비롯해 레이드에는 템빨이라는 말이 있었다.

전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무기나 방패만 【Gear Score】 799 짜리로 준비만 해도 질풍의 바라노라스 레이드가 한 결 쉬워질 게 분명했다.

게다가 클랜 단장인 현정의 말에 의하면 호아빈으로 오고 있는 R’s 클랜의 장비들은 여러 장비들이 짬뽕처럼 섞여 있다고 했다.

개 중에는 쓸 만한 것도 있지만, 단순히 깡 스펙만 생각하고 착용해야 하는 물건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시너지를 생각하면서 빠르게 바꿔야 할 것들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이었다.

“한민국, 뭐가 그렇게 진지해? 피곤해?”

피로를 풀어주려는 듯 어느새 다가온 현아가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는 게 느껴졌다.

“어? 어읔?! 오현아. 조금 살살하면 아, 안 될까?”

엄청난 고통에 민국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영웅이라 그런지 악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정한 손길로 민국의 어깨를 풀어주던 현아가 살짝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곤하면 일찍 쉬어. 요즘 많이 무리했잖아?”

민국을 바라보는 그녀의 얇은 눈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그런 현아의 말에 민국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마치 강요를 하듯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 까닭이었다.

“뭐….”

그렇게 말끝을 흐린 민국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회식 장소에 있는 여성 영웅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에는 강렬한 욕망이 진하게 담겨져 있었다.

‘술도 들어갔으니 슬슬 몸이 달아오를 때네.’

가뜩이나 성욕이 강한 여성 영웅들이었다. 거기에 술 까지 들어갔으니 몸이 근질거릴 게 분명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손짓만 해도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공격대 내에서 가장 변태 같은 지젤은 대놓고 자신의 음부를 만져대고 있었다.

시라누이 마이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타락했을 때의 감각이 떠오르는 모양인지 커다란 유방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마음만 먹으면 눈에 보이는 미모의 여성들과 화끈하고도 격렬한 밤을 즐길 수 있었다.

일곱 명의 여성을 전부 상대하는 건 무리지만 온 몸의 성욕을 잔뜩 폭발시킨다면 세 명에서 네 명 정도는 충분히 가능 할 것 같았다. 단, 지젤이나 타냐가 끼어든다면 두 명이 최고였다.

‘그렇지만.’

이틀밖에 남지 않은 밤이 아쉽게 느껴졌다. 일주일 아니 열흘 정도의 시간만 있어도 열심히 몸을 축내면 48 개의 코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하루가 될 수도 있었다.

당장 내일 일정에서 한 명의 딜러라도 6 성이 되면 바로 질풍의 바라노라스 공략에 들어가야겠다.

‘시간이 없네.’

결국 다이아티켓을 구입해서 아이템을 얻을 시간은 당장 오늘 혹은 길어봤자 내일이 전부라는 이야기였다.

당장 다이아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훗날 도움이 된다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상대하는 가루다의 네임드 부하. 최대한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요즘 리딩하느라 무리를 했나 조금 피곤하긴 하네. 저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에에? 회식은 이제 시작인데요?”

“맞아요!”

민국의 말에 예린과 유나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말리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이번 레이드에서 민국이 가장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곤하다는 민국의 말에 의심을 들 리 없었다.

게다가 카르텔 내의 여자들 사이에서도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 오늘 하루 내가 못하면 너도 하지 말자는 뜻의 밀약이었다.

그렇게 타이밍 좋게 회식 자리에서 빠져 나온 민국은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당연하지만 뿌우 녀석도 함께였다.

《민국님. 이대로 주무실 생각이십니까? 당장 내일 모레 아니 내일 질풍의 바라노라스를 상대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알아. 그래서 슬쩍 회식 자리에서 빠져 나왔잖아.”

빨리 다이아티켓을 얻으라고 재촉을 하는 녀석이었다.

하기야 자신의 스펙이 높아질수록 GGW 공격대도 더욱 수월하게 십이 재앙을 포함한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뿌우 녀석도 나름대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적당한 여자가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혼자서 섹스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호아빈의 영웅들은 이 시간이면 다들 쓰러져서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일정을 매일 마다 수행하고 있으니 숙소에 도착하면 피곤에 지쳐 쓰러지는 게 그녀들의 일상이었다. 혹은 던전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그런 이유 때문에 GGW 공격대가 머무는 숙소도 열두 시가 넘은 굉장히 조용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숙소 건물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박혀 있는 회식 장소는 예외였다. 거기는 오늘이 아니면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여성 영웅들로 인해 부어라 마셔라 소란스러웠다.

그렇게 뿌우와 티격거리면서 민국이 자신의 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였다. 갑자기 계단 밑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오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히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마주친 두 남녀가 몸을 흠칫했다.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는지 민국을 본 여자는 이상한 소리까지 내었을 정도였다.

민국의 시선이 빠르게 여자의 몸을 훑었다. 어깨에 붙은 엠블럼으로 봐서는 영웅이 분명했다. 공격대를 보조하는 직원인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눈에 들어온 외모가 발군이었다.

‘라티나 같은데…. 우리 숙소에 라틴 계열의 공격대라면 멕시코의 몬테레이 공격대겠네.’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그리고 몬테레이 공격대는 자신들이 머무는 숙소의 바로 위층에 머무르고 있는 공격대였다.

그녀들은 이번 확산 현상에서 【B - 1】 에서 【B - 3】 사이의 던전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은 공격대로 공격대장인 리디아 에르난데스와는 호아빈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한 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민국님! 저 여자입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메시지 창의 모습에 민국은 눈가를 찌푸렸다. 뿌우 녀석의 실체가 있었으면 주먹이라도 강하게 휘두르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뿌우를 향해 민국이 생각을 떠올릴 때 였다.

“저, 저기….”

여성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고개를 올리자 호수처럼 깨끗한 푸른색의 눈동자에 자신의 얼굴이 비춰지는 게 보였다.

“호, 혹시 GGW 의 한민국 공대장님이신가요?”

신기하다는 감정이 잔뜩 들어있는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게 전 세계의 남자 영웅들은 200 명이 채 되지 않았고, 그 중 대부분이 클랜 하우스에서 출퇴근을 하는 사무직이었다.

민국처럼 일선에서 활동하는 남자 영웅은 아주 드물었다.

그런 까닭에 GGW 공격대의 공격대장인 한민국은 여성 영웅들에게는 제법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쪽은?”

“베, 벨린다라고 해요! 몬테레이 공격대 소속의 4 성 힐러 입니다!”

기합이 잔뜩 담긴 목소리에 민국이 깜짝 놀라며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시간이 열두시가 넘은 한밤중이었다. 그런 민국의 반응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벨린다가 희한한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래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아무튼 행동 자체는 귀여웠다.

“그런데 왜 계단으로 올라오고 계셨어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아, 그게 기다리는 시간보다 뛰어 올라오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요.”

자기가 말해놓고도 이상한 지 벨린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차분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성격이 급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민국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아?!”

몸을 돌리는 민국의 모습에 벨린다가 황급히 놀라며 민국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후다닥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런 벨린다의 행동에서 헤어지기가 아쉽다는 감정이 잔뜩 묻어 나왔다.

“…저, 저기. 죄송합니다. 제가 나, 남자 영웅을 보는 게 처음이라.”

과할 정도로 움츠러든 벨린다의 사과에 민국은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예쁜 여성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당연히 좋은 게 남자의 본능이었다.

《민국님! 지금입니다! 지금!!!》

‘너 아직도 안 갔냐?’

《선택형 다이아 티켓이 민국님을 애타게 부르고 있습니다! 가루다의 부하들을 조금이라도 쉽게 잡으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비를 얻으셔야죠?!》

민국만 볼 수 있는 반투명한 메시지 창은 오만가지의 형태를 만들어내며 애타게 민국의 선택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런 뿌우의 정성에 참 놀랍고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뿌우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눈앞의 여성을 안게 되면 Sex 코인 7 개를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민국도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눈앞의 여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행동거지에서 자신에 대한 감정에 적나라하게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해 사람을 붙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참 용감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긴 건 신나연처럼 앳된 모습인데….

민국의 고개가 벨린다에게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 영웅의 시선에 어린 소녀의 눈동자에 생기가 반짝였다.

“그러면 이것도 인연인데 커피나 한 잔 할래요?”

그리고 이어지는 민국의 말에 벨린다가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만 커피는 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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