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87화 (187/486)

EP.187 바라노라스의 전진기지

‘잠깐만 이거…. 대박 아닌가?’

클로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민국이 든 생각은 솔깃하다 못해 엄청나게 끌린다는 것이었다.

GGW 공격대가 당장 가라이를 상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그녀들의 스펙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제 갓 6성이 된 그녀들의 실력으로 9성으로 추정되는 괴물인 가라이를 상대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무리 자신이 지휘를 한다 해도 말이다.

하지만 제국근위대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제국근위대의 딜러장인 클로에 카스텔은 8성이지만 거의 9성이나 다름없는 마력을 지닌 영웅이었다.

그리고 브리짓을 위시한 다른 영웅들 역시 하나같이 출중한 기량을 지닌 영웅들이었다. 스펙과 장비 전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것이다.

‘그런 팀원들에게 내 능력이 합쳐진다면?’

가라이를 공략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내 스펙인데….”

그나마 9성으로 추정하는 가라이의 스펙이 8성에 가깝다는 게 다행이었다.

게다가 민국의 클래스가 힐러라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만약 탱커나 딜러였다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데미지를 넣어야 했을 테니까.

그런 것들을 전부 감안한다면 7성 정도에 기어 스코어가 높은 장비만 잘 갖춰도 가라이의 레이드에서 1인분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7성의 마력은 어떻게 손에 넣으시려고요? 6성이 되신 지도 얼마 되지 않으셨잖아요?》

민국의 생각을 읽은 뿌우가 바로 메시지창을 만들어 내었다.

‘그거야 다 방법이 있지.’

민국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실력 있는 8성 영웅 다수가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제국 근위대에게 버스를 타면 그만이었다.

다른 GGW의 동료들이 있다면 그녀들의 트라이 경험 때문이라도 피해야 할 일이겠지만, 자신 혼자라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세계에서 상위 레이드의 트라이 경험이 자신보다 많은 이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기회는 단기간에 자신의 스펙을 높일 찬스나 다름없었다. 물론, 혼자서는 제국 근위대의 도움을 받아도 기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야, 뿌우. 퀘스트 지원 되지?’

《퀘, 퀘스트요?》

‘그래. 가라이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7성은 되어야 할 것 같거든? 퀘스트로 마력의 결정 몇 개만 줘 봐.’

《………어, 음. 도와드릴 수는 있는데, 이번 퀘스트를 드리면 한동안 퀘스트를 드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퀘스트를 너무 많이 요구했나?

하지만 이번 가라이 공략만 무사히 넘기면 위그드라실이라는 레전드리 클래스와 함께 다이아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굳이 뿌우에게 퀘스트를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이야기였다.

퀘스트를 주는 대상이 뿌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큐우♡에게도 퀘스트를 받을 수 있기는 했다. 물론, 퀘스트의 내용이 Sex 코인으로 한정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뿌우와의 대화를 마친 민국이 손을 들어올렸다. 아직까지도 클로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도 됩니까?”

“헛?!”

“……네?”

서로 눈치를 보는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자진해서 지원을 하는 민국의 과감한 행동에 자리에 있는 영웅들의 입이 벌어졌다.

“자, 잠깐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클로에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영웅은 미국과 인도의 공격 대장이었다. 셀레스 수준의 기량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둘 다 힐러이자 8성 영웅이었다. 경험도 많은 만큼 제국근위대를 지휘할 깜냥은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이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 공대장이었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상대는 공략 정보가 없는 노네임 아닙니까? 이 자리에 모인 공대장님들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노네임을 공략하는 건 제가 제일 잘한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어, 음….”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네.”

민국의 말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6성 영웅에 불과하지만 민국의 GGW 공격대는 노네임만 세 개체를 상대하면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괴물들을 전부 쓰러뜨린 전적이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도 블루 드레이크를 포함해 바라노라스라는 괴물의 공략본을 올리기도 했다. 둘 다 전멸기를 지닌 만만치 않은 괴물들이었다.

“아! 그, 그거야 그렇기는 한데….”

그런 민국의 발언에 클로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민국의 지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는 이미 한국의 천재 공대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영웅이었다.

경험 역시 마찬가지였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GGW 공격대의 던전 공략 횟수는 웬만한 공격대는 훌쩍 뛰어넘을 정도였다. 던전 브레이크도 세 번째 참여하고 있었다.

‘문제라면 역시….’

민국의 나이와 성별이었다.

또한 6성에 불과한 능력도 마음에 걸렸다. 최소한 7성은 되어 1000에 가까운 기어 스코어를 지닌 장비를 갖춰야만 가라이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게 클로에의 생각이었다.

그 전까지는 트라이에 참가해봤자 그냥 개죽음이었다. 하지만 민국 역시 클로에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 능력으로 지금 당장 그 괴물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 적어도 7성은 되어야….”

“하지만 저희에게는 열흘이라는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열흘?”

확실히 지금 당장 던전이 폭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던전 타이머를 확인해 본 결과 열흘 가량의 시간이 지나야 던전이 폭발했다. 즉, 그 안에 가라이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네. 제국 근위대의 창고에는 분명 괜찮은 힐러 장비들이 있겠죠? 제국근위대가 장비의 지원 및 저를 7성까지 버스를 태워주신다면 제 이름을 걸고 반드시 그 괴물을 잡아내겠습니다.”

“뭐라고?”

충격에 가까운 민국의 제안에 클로에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자리에 있는 다른 공대장들도 하나같이 놀란 모습이었다. 그만큼 충격에 가까운 제안이었다.

“어, 음….”

클로에는 대답 대신 다른 공대장들을 바라보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알겠지만, 이건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

그녀의 눈이 미국과 인도의 공격대장에게 향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두 공격대장의 입에서는 민국을 대신해서 자신들이 괴물을 공략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안위를 생각하면 두 여자의 모습에 클로에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걸 받아들여야 해, 말아야 해?’

시간이 흘러도 제국근위대와 함께 가라이를 상대할 지원자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셀레스가 당한 것 때문에 다들 몸을 사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클로에는 그 자리에서 바로 민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해. 무슨 뜻인지 알지?”

민국의 제안이 그만큼 충격적이었기에 다른 동료들과의 논의가 필요했다. 또한 민국이 사용할 힐러 장비를 요청하려면 본국에도 연락을 해야 했다.

“와, 남자가 이렇게 나서는데….”

“돌아버리겠네. 그래서 아무도 그 괴물을 잡지 않겠대요?”

“이럴 줄 알았으면 셀레스 언니 따라서 리딩도 좀 배워볼 걸.”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민국의 말만 듣고 제국근위대가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클로에는 중국에 있는 한국의 메모리아 공격대에 연락을 취했다.

그녀와 친분이 있는 한국의 강채영에게 민국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한민국 공대장의 리딩 능력?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지. 적어도 셀레스보다는 잘할 걸?]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너도 직접 경험해 보면 알 걸?]

그리고 과할 정도로 찬사를 보내는 강채영의 대답에 클로에는 민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임시 던전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까닭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 * *

“그런….”

민국의 이야기를 들은 소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베트남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건 그녀를 비롯한 GGW 공격대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셀레스 공대장을 타락시킨 가라이라는 괴물은 9성으로 추정되는 괴물. 베트남의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내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놈을 쓰러뜨려야 했다.

“그리고 제국근위대의 셀레스 공대장이 전투에 참가할 수 없는 이상 괴물들을 상대할 공대장이 필요한 상황이지.”

“하지만 그건 민국이 네가 나설 이유는….”

“나 밖에 못 할걸? 상대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야. 적어도 우리가 상대했던 바라노라스보다 두 단계는 위협적인 놈이지.”

말을 끊고 들어오는 민국의 대답에 현아는 말라붙은 자신의 입술을 쓸어내렸다.

물론, 민국의 말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의 리딩 능력이 대단함을 넘어 천재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그의 지휘를 받는 GGW 공격대 멤버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

숙소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유나와 예린은 서로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타냐는 차가운 물 컵을 앞에 두고 기도를 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켄달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내린 결정이라 무를 수도 없어. 이미 프랑스 쪽에서는 내가 사용할 힐러 장비를 준비하고 있고, 나 역시 두 시간 내로 제국근위대로 합류해서 태국으로 향할 거야.”

“태국에는 왜요?”

“제국근위대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면서 블루급 결정을 흡수할 예정이야. 가라이를 공략하려면 최소 7성은 되어야 하거든.”

이는 제국 근위대 내에서도 말이 많았던 결정이었다.

블루급 결정이 나오는 【A - 5】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민국을 7성으로 높이려면 적어도 스무 개에서 서른 개 이상의 결정을 흡수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A - 5】 난이도는 공략이 오래 걸릴 경우 완전 공략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는 던전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까지 써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거지.’

중국에 발이 묶인 영웅 협회는 베트남의 상황에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바이콘의 부하들이 날뛰기 시작하면서 최상위 공격대가 빠지면 중국이 위험할 지경이었다. 때문에 베트남은 오늘부터 호아빈 근처의 민간인들의 대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공격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군인들의 도움이 없는 이상 영웅들만으로는 몰려드는 어둠의 괴물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일단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하노이에서 결사항전을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현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우리가 제국근위대 만큼의 실력을 지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마도? 하지만 급하게 마음을 먹을 필요는 없어. 지금은 사고가 터진 것뿐이고,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잖아? 우리 년차를 생각해 봐.”

“…….”

“그래도 뭐….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열심히 던전을 돌아야겠지? 7성이 될 나를 따라잡으려면?”

“맞네. 열심히 돌아야겠네.”

현아가 비뚜름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위험할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쳐야 돼. 알겠지? 상대는 베테랑 공대장도 타락시킨 음흉한 녀석이야.”

“당연하지. 괴물한테 당하는 건 나도 사양이라고.”

그렇게 GGW 공격대도 호아빈에서 물러나 하노이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네, 네에?]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아요.”

[하지만 베트남의 던전 브레이크는 안전하게 정리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문제가 터졌죠. 곧 자세한 정보가 들어올 겁니다. 어쨌든 프랑스의 제국 근위대가 당했고, 부상을 입은 셀레스 대신 제가 제국근위대와 합류해서 노네임을 상대할 겁니다.”

[거기에 있는 영웅들은요? 한민국 공대장님은 본인이 2년차라는 건 자각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어요. 제가 레이드를 제일 잘하니까 어쩔 수 없죠.”

[아, 아아….]

민국의 말에 R’s 클랜의 단장인 오현정은 탄식에 가까운 소리만 반복해서 내야 했다.

하지만 그녀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민국의 이야기를 들은 현정은 하노이로 물러나는 GGW 공격대의 안전을 위해 군용기를 수배해서 하노이로 보냈다.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GGW 공격대는 베트남을 버리고 후퇴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동료들과 헤어진 민국은 프랑스의 제국근위대와 합류해 태국으로 향했다. 태국에는 블루급 결정을 얻을 수 있는 【A – 5】 난이도의 던전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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