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88화 (188/486)

EP.188 제국근위대

“우리가 하고 있는 짓을 언론이 알게 되면 분명 엄청나게 욕을 먹겠지?”

태국으로 향하는 군용기 안에서 제국근위대 소속 영웅 하나가 푸념하듯 말했다.

“왜? 남자 공대장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어서? 지금 그게 문제야? 몇 천만 명이 죽게 생겼는데?”

“그런 식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년이 있으면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곳에 던져버릴 거야.”

“맞아. 그리고 욕을 먹더라도 우리보다는 이번 사태에서 발을 뺀 공대장들이 먹겠지. 진짜 그 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젠장….”

여의치 않은 현실에 어쩔 수 없이 남자 공대장과 함께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공대장인 셀레스는 전력 이탈. 화이트 하우스나 텐센스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최악의 상황.

때문에 제국 근위대의 영웅들은 이번 베트남 사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 여기고 있었다.

[일단 여기를 정리하고 호아빈으로 향하겠습니다.]

“하노이로 먼저 가는 게 좋을 겁니다, 호아빈은 이미 공격대들의 철수가 이뤄지고 있어요.”

[철수라고요?! 그러면 던전 브레이크는…?!]

“브레이크로 생겨난 임시 던전은 대부분 공략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9성으로 추정되는 그 괴물을 상대할 방도가 없는데요?”

한 쪽에서는 클로에 카스텔이 영국의 공격대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미 들었을 테지만 우리는 셀레스가 당했어요. 결코 만만한 녀석이 아닙니다. 재앙의 권속으로 추정되는 괴물이에요.”

[최대한 빨리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에 영국의 공격대인 원탁의 기사단과 독일의 철십자 클랜이 중국 일을 마무리 짓고 베트남으로 지원을 오기로 했다. 하지만 그 역시 확실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클로에의 생각이었다.

두 공격대의 레이드 전력은 솔직히 말해 제국근위대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공대장 역량은 제국근위대가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제국근위대의 머리였던 셀레스는 그만큼 유능한 공대장이었다.

그에 반해 한민국은 아직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공대장이었다.

‘천재라고는 들었지만….’

클로에의 시선이 민국에게 향했다.

제국근위대의 임시 공대장으로 합류한 그는 백과사전보다 두꺼운 양의 서류를 확인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고 있었다.

“후우.”

본인도 무슨 생각이 있기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는 게 분명하겠지만 클로에는 본인들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마다 하루가 소중한 트라이 시간을 저 남자에게 투자하는 게 맞는지 헷갈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의 강채영이 한민국의 리딩 능력을 보장했다는 것.

빈 말은 하지 않는 강채영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민국의 리딩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오래 된 일이지만 한민국을 가리켜 세기에 나올 법한 천재라는 수식어로 포장한 기사를 본 기억이 있었다.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이 있겠지. 쓰읍. 어쨌든 저 남자를 성장시키기 위해 태국으로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태국에 도착한 제국근위대 영웅들은 피로를 풀 시간도 없이 바로 【A - 5】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갔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제가 팀을 리딩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해.”

클로에 카스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민국은 태국으로 오면서 확인했던 제국근위대의 스펙을 떠올렸다.

제구근위대의 구성은 일반적인 2탱, 5딜, 3힐의 구성이었다. 거기에 딜러 한 명은 탱커로 스왑을 할 수 있었고, 힐러 또한 딜러로 스왑이 가능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공격대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공격대의 구성을 변경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앞으로의 트라이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영웅도 두 명이나 있단 말이지….’

스킬의 재사용시간은 굉장히 길지만,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필살기 격인 능력이었다.

아주 희귀한 클래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로 유니크나 레전드리로 평가받는 클래스들이 이러한 궁극기를 지니고 있었다.

GGW 공격대도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영웅이 있었다. 피닉스 나이트인 오현아의 능력인 ‘두 번의 날갯짓’이 일종의 궁극기나 다름없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오현아의 궁극기는 트라이 도중 되살아난다는 점에서 공격대의 안정성과 탱킹 능력을 크게 높일 수는 있었지만, 공격대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제국근위대가 보유한 궁극기는 달랐다.

‘클로에의 어택 블룸.’

20초가량 공격대 전체의 공격력을 25%나 높여주는 버프형태의 궁극기.

공격 속도가 높아지지 않는 것은 아쉬웠지만, 쿨 타임이 7분이었기에 트라이가 긴 몬스터를 상대로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트라이 도중 화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클로에의 이러한 궁극기는 분명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디얀이 보유한 영웅의 기합.’

디얀은 제국근위대의 서브탱커였다.

그리고 그녀의 궁극기는 일종시간 동안 공격대 전체의 최대 생명력을 20% 상승시켜주는 스킬이었다. 최대 생명력만큼 현재 생명력도 높여주는 개념이었기에 잘만 사용하면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민국은 제국근위대가 사용하는 스킬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팀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체크하는 것은 공대장의 기본이었다. 이를 실전에서도 적용하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딱히 별다른 걱정은 들지 않았다.

가상현실 모바일 게임에서 민국이 지휘했던 영웅의 숫자만 해도 100 여명이 넘었고, 민국은 그 영웅들을 능력을 전부 기억하고 레이드에서 써먹은 경험들이 있었다.

심지어 GGW 모바일 게임은 20 명으로 이루어진 공격대로 레이드를 해야 했다. 그에 반해 이 세계의 레이드는 10인 팀으로 이루어졌다. 레이드 난이도를 따지자면 비교조차 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민국은 자신이 지휘할 영웅들을 바라보았다.

‘…하하. 불만이 많은가 보네.’

그리고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대놓고 내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얼굴 표정들이 다들 딱딱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

이제 막 태국에 도착한 이상 당장 말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거나 어설픈 지휘를 보인다면 불만이 나올 건 분명해보였다.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이게 이 세계에서의 나의 위치일 테고.’

오히려 이런 결정을 내린 제국근위대 영웅들이 자신의 사정을 많이 봐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의 성장 속도를 보이고, 던전 브레이크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다지만 제국근위대와 같은 최상위권 영웅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민국은 제국근위대 소속 영웅들의 이러한 불만과 불안감을 금방 뒤바꿀 자신이 있었다.

“브리핑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민국과 제국근위대가 입장한 던전은 태국의 【A - 5】 난이도의 던전으로 총 12 개체의 네임드가 존재하는 던전이었다. 이 중에서 특수 몬스터는 7 개체로 나름 중대형 규모의 던전이라 할 수 있었다.

이미 여러 번 공략이 된 던전이라 몬스터의 공략 방법은 태국 정부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민국은 어렵지 않게 제국근위대의 스펙에 맞춰서 던전의 공략 전술을 짤 수 있었다. 군용기 안에서 민국이 했던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게다가 공격대의 스펙 자체가 던전의 난이도에 비해 높은 까닭에 조금 과감하게 공략을 진행해도 충분히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즉, 공략 속도를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수많은 막공을 지휘해 본 공대장답게 핵심만 딱딱 짚은 민국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나쁘지 않은데? 브리핑이 제법 깔끔해. 내용도 공략에 중요한 핵심만 짚고 있고….’

‘저기에 수트만 입으면 진짜 멋질 것 같은데?’

브리핑을 하는 민국의 모습에 프랑스의 영웅들은 저마다의 감탄을 터뜨렸다.

어쨌든 준비한 브리핑만 보면 확실히 감은 있어 보였다. 전투를 지휘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지만,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보면 기대감이 살짝 상승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민국의 진가는 브리핑에 있지 않았다.

* * *

“어어…?”

어둠 괴물과 전투를 하던 제국근위대의 딜러인 루이즈는 자신의 상황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구겼다.

태국의 【A - 5】 던전에서 상대하는 어둠 괴물은 어둠의 심연이라는 디버프로 아군의 치유 효과를 100%나 감소시키는 까다로운 능력을 사용하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영웅들은 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일정 시간이 지날 때 마다 나타나는 전장의 오브젝트를 파괴해서 디버프를 무마시키는 버프 효과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몬스터와 전투가 벌어지는 지형과 오브젝트가 나타난 거리가 있다 보니 실수로 디버프를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공략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쨌든 전투 경험이 많은 제국근위대라 해도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언제든지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X발, 조졌네.”

루이즈의 입에서 욕설이 절로 나왔다.

임시 공대장과 함께하는 트라이에서 볼썽사나운 꼴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디버프를 제거하지 못한 이 어둠 괴물에게 얻어 순간 아군의 회복을 받지 못해 바로 사망할 게 분명했다.

그 때였다.

“힐러들은 루이즈에게 보호막 유지. 디버프 남아있으니까 힐은 사용할 필요 없어요.”

“루이즈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괴물의 뒤편에 자리 잡습니다. 탱커의 위치만 파악하면 광역 공격을 제외하면 어둠 괴물에게 맞을 일은 없을 겁니다.”

“디얀의 궁극기는 제가 직접 콜 합니다. 아까부터 마력이 자꾸 흔들리는데 제 판단을 믿어야 합니다.”

민국의 지시가 물 흐르듯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공대장의 말대로 오른쪽으로 크게 도는 루이즈를 향해 팀원들이 말을 건넸다.

“뭐야, 루이즈? 조금 전에 디버프 못 지웠어?”

“…응. 조금이라도 빨리 공격을 하려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오브젝트 범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나봐.”

“진짜? 그런데 한민국은 공대장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거지?”

“그러게. 사실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딜러들의 대화를 들으며 클로에는 태국으로 오기 전, 자신이 들었던 강채영의 말을 떠올렸다.

제국근위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셀레스 보다도 뛰어난 리딩 능력을 자랑하는 남자 공대장. 그 말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팀원들의 상태 체크와 전장을 보는 눈은 확실히 좋아보였다.

하지만 민국에 대한 제국근위대의 감탄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모두 산개, 네 명 이상 모이지 마세요!”

“3시 방향으로 충격파 옵니다. 에밀, 브리짓, 디얀. 힐러들의 힐 샤워를 받고 싶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당장 피하는 게 좋을 겁니다.”

“쫄 나타났습니다, 클로에 어택 블룸.”

제국근위대가 상대하고 있는 어둠의 괴물은 【A - 5】 난이도 이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7등급의 몬스터였다.

그만큼 강력한 개체로 7 등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공격대는 각 나라에서도 스무 공격대가 넘지 못했다. 그런데 민국은 그런 몬스터를 수백 번이나 잡아본 것 마냥 너무나도 손쉽게 지휘를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의 공격에 몬스터가 어떻게 움직일 지 아는 미래를 읽는 것 같은 지휘 능력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임시 공대장인 그는 제국근위대의 우월한 스펙을 200% 이용해 과감하게 몬스터를 공략해 나갔다. 팀원들끼리의 호흡도 장난이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국근위대의 정식 공대장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때문에 제국 근위대가 【A - 5】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속도는 평소보다도 배 이상 빨랐다. 일단 빠른 판단과 세세한 지시로 인해 실수로 트라이를 망치는 일이 없다시피 했다.

“뭐야? 이 자식들 난이도가 너무 쉬운 거 아니야? 7등급 괴물들 맞아?”

“마치 【B】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느낌인데?”

“한민국 공대장 6성 영웅인 거 맞지? 저게 무슨 6성이야?”

“6성 맞아. 영웅 패드가 거짓말은 하지는 않지. 그리고 7등급 괴물인 것도 맞고. 그 증거로 여기서 블루급 결정만 세 개를 얻었잖아? 블루급 결정을 드랍한는 괴물은 7 등급 특수 개체뿐이야.”

“그걸 모르는 영웅이 어디 있어? 하지만….”

영웅들의 시선이 트라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딜러장인 클로에와 대화를 나누는 민국에게 향했다.

불과 2년차 영웅인 민국은 자신들과 비교하면 한참 후배나 다름없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뱃속에서부터 레이드를 진행한 것도 아니고, 【A – 5】 난이도의 던전에서 등장하는 7 등급 괴물을 말 그대로 썰어버리고 있었다.

“천재가 다르기는 하네.”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여성 영웅들은 모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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