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89화 (189/486)

EP.189 제국근위대

《크으! 프랑스산 버스가 아주 달달하네요?! 이거 완전 우등 버스 아닙니까?》

‘이 정도면 리무진 급이라고 해도 돼. 진짜 버스는 이런 맛으로 타는 거지. 블루급 결정만 벌써 몇 개를 얻은 거야?’

민국은 자신이 흡수한 마력의 결정을 떠올렸다.

제국근위대와 함께 던전 공략을 진행하면서 획득한 블루급 마력의 결정은 총 세 개.

그리고 운 좋게 셋 다 지식과 정신의 결정이 나오면서 민국은 세 개의 결정을 모두 흡수하며 자신의 스펙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은 아니었다.

‘7성이 되려면 최소 스무 개 이상의 블루급 결정을 흡수해야 돼.’

최소 스무 개에서 최대 서른 개 정도의 결정이 필요했다. 임시 던전의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적어도 하루에 네다섯 개의 결정은 흡수해야 했다. 가라이를 공략할 시간도 필요하니 말이다.

어쨌든 던전에 진입한 이후 대략 네 시간 정도가 흐른 상황에서 민국은 7 등급의 특수 개체를 포함해 총 일곱 개체의 어둠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대략 한 시간에 두 마리에 가까운 괴물을 처리한 셈이었다.

‘그 때문에 클로에의 눈이 완전히 휘둥그레졌지.’

게다가 트라이가 끝날 때 마다 자신을 바라보는 영웅들도 시선도 실시간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 마주했던 미심쩍음과 의심은 온데 간 데 없었다.

《마카롱 친구들의 입이 떡 벌어진 거 보이십니까? 하기야 쟤네들이 언제 이런 지휘를 받아봤겠습니까?》

마치 자신이 해낸 것 마냥 신을 내는 뿌우의 행동에 민국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저들은 인류의 운명을 걸고 어둠 괴물과 싸우는 영웅들. 심지어 제국근위대는 인류의 마지막 방패 중 하나일 정도로 최상위 수준의 레이드 실력을 지닌 공격대였다.

하지만 민국의 입장에서는 최상위 공격대의 트라이 수준이라고 해봤자 썩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위 레이드의 경험이 부족해서겠지….”

거기에 현재 영웅들의 수준은 과거에 비하면 살짝 떨어진다는 평도 받고 있었다. 십 년 가까이 이어진 불안한 평화 때문이었다.

거기에 마력을 각성한 이들만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레이드 재능까지 함께 지니고 있는 인재 풀은 그만큼 적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의 던전을 공략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제국근위대는 프랑스의 수호자라는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7 등급 괴물들을 상대하기엔 차고도 넘치는 스펙과 자신의 지시에 맞춰서 완벽하게 움직이는 전투 능력. 그렇기 때문에 민국은 지금까지 만난 몬스터들을 전부 실수 없이 원 트로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략 속도를 조금 더 올려도 될 것 같은데요?”

“지금보다도 더?”

민국의 제안에 말문을 잇지 못하는 클로에.

그럴 만한 게 지금처럼 한 시간에 7 등급 몬스터를 두 개체씩 쓰러뜨리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영웅들의 앞을 가로막는 7등급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전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민국은 그런 강력한 괴물들을 일반 몬스터 때려잡듯 공략해 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트라이에서 실패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혹시 인생 2회 차?”

문득 어떤 소설의 내용이 떠올랐다.

한 때 강채영이 읽던 소설로 몇 번 뺏어서 보다가 그만두었던 소설이었다. 솔직히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했다. 민국이 활동한 기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홀로그램 훈련을 통해 연습을 한다 해도 정도라는 게 있었다.

“네? 뭐라고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어쨌든 알았어. 팀원들에게 그렇게 얘기할게.”

혼잣말을 들었는지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민국의 모습에 클로에는 빠르게 손을 저었다.

“무리해서 트라이를 진행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길을 뚫는 것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될 것 같아요.”

“일반 몬스터의 처리 정도야 간단하지.”

민국과 제국 근위대는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공략해 나갔다.

그리고 던전의 공략을 끝낸 이후에는 쉬지 않고 다시 뺑뺑이를 돌았다. 블루급 마력의 결정이 목적이었기에 다른 던전을 오가면서 다양한 몬스터로 전투 경험을 쌓을 이유가 없었다.

전리품 상자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제국근위대가 전부 갖기로 했다. 일단 기사 노릇을 하는 공격대가 그녀들이었기에 그 점에는 민국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어차피 7성 영웅이 되면 【Gear Score】가 높은 장비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허억…. 헉.”

“……끄응.”

하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투에는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제국근위대도 지쳐가기 마련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민국을 7성 영웅으로 만들고 바로 가라이의 트라이에 들어가야 했지만 그들 역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그래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공격대답게 피로로 몸이 늘어지는 와중에도 그녀들은 본인들의 몫을 해내며 계속해서 레이드를 성공시켜 나갔다. 하지만 슬슬 한계가 보이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겠네.’

어둠 괴물과의 전투를 마친 민국은 조금 전의 전투를 복기했다.

이미 클리어를 한 괴물을 상대하면서도 전투 중 세 명이 사망했다. 리딩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괴물의 공격에 팀원들이 늦게 반응했고 그 때문에 벌어진 참사였다.

아무리 기어 스코어가 높은 장비를 지녔다 해도 7 등급 몬스터의 강력한 공격에는 제국 근위대도 버텨낼 수 없었다.

‘휴식이 필요하겠어.’

이와 비슷한 상황은 GGW 공격대를 통해 몇 번이나 접한 경험이 있었다. 잠을 자면서 걷거나, 트라이가 끝나자마자 바닥에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전부 어디선가 본 모습들이었다.

어쨌든 이대로 일정을 종료해도 될 정도로 오늘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운도 따라주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민국은 오늘만 무려 아홉 개의 마력의 결정을 흡수할 수 있었다.

‘여기에 뿌우의 퀘스트를 더하면….’

《지금 바로 정산하겠습니다.》

민국이 생각하기가 무섭게 뿌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 사태를 앞두고 민국이 뿌우에게 받은 퀘스트는 24시간 동안 쓰러뜨린 7등급 특수 개체의 숫자에 따라 블루 마력의 결정이나 장비 티켓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였다.

《쓰으읍. 그런데 가뜩이나 레이드의 신과도 같은 민국님이 제국근위대의 버스까지 받으시니….》

‘나는 퀘스트를 달라는 요청만 했다? 퀘스트의 내용을 결정한 것은 너야.’

《그렇기는 하지만 퀘스트를 통해 민국님이 얻어가는 보상이 대단할수록 제가 다음 퀘스트를 드리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겁니다.》

‘그건 조금 아쉽기는 한데….’

당장에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띠링

▶다이아 티켓 2 장을 획득했습니다.

▶블루급 마력의 결정을 6개 획득했습니다.

잠시 후, 품에서 묵직한 게 느껴지자 민국은 바로 보상을 꺼내보았다.

‘이런, X새끼가! 이게 무슨 보상이야?!’

그리고는 주먹으로 뿌우의 메시지 창을 후려쳤다. 하지만 민국의 주먹은 허공을 가르듯 뿌우의 창을 뚫고 지나갈 뿐이었다.

《으, 으아악?! 왜, 왜 그러십니까?!》

‘결정 여섯 개 중에서 한 개만 제대로 뜨는 게 말이 돼?! 심지어 지력과 정신 두 개 중 하나만 떠도 되는 건데?!’

《그,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민국님!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랜덤이라고요! 결정의 선택이 가능한 보상은 지금의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해요! 퀘스트를 남발했다고요!》

뿌우의 처절한 목소리에 민국은 이를 악 물었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뿌우에게 사과를 했다.

‘그래, 그랬지. 주먹 휘두른 건 미안하다.’

《흑흑.》

정확히 어떤 식으로 퀘스트를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역시 최대한의 모든 것을 짜내서 보상을 주고 있는 건 분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결정 여섯 개중 다섯 개가 쓸모없는 거라는 건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었다. 뭐, 그것들도 흡수를 한다고 해서 도움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효율이 나오지 않을 뿐.

어쨌든 영웅들의 상태를 보면 더 이상의 트라이는 무리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임시 공대장의 말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나온 행동들이었다.

“아직 던전 공략이 끝나지 않았는데 괜찮겠어?”

클로에가 다가와 물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계속되는 트라이로 인해 그녀의 눈동자에도 피로가 가득했다. 아름답게 빛나던 금발 역시 몬스터의 피와 먼지로 엉망이었다.

“어차피 던전은 도망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실수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략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어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뭐….”

민국의 말에는 클로에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의 트라이만 해도 그랬다. 평소의 컨디션이라면 어렵지 않게 때려잡을 수 있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무려 세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면서 하마터면 레이드를 실패할 뻔했다.

아무튼 임시 공대장과 함께한 첫 일정은 놀람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저건 진짜 괴물이야….’

클로에는 하루 만에 민국을 인정했다.

아니, 오늘 레이드를 함께한 제국근위대라면 모두가 인정을 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민국의 리딩은 굉장히 수준이 높았고, 완벽하기까지 했다. 명성을 떨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웅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호아빈의 회의에서 민국이 했던 말은 괜한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나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실력이라면 가라이의 공략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믿을 수 없지만 셀레스도 민국의 지휘와 비교하면 무언가가 부족해보였다.

‘어쨌든 영웅의 격을 높이는 게 먼저겠지.’

하지만 그 역시 오늘과 같은 성과라면 3, 4 일이면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A - 5】 난이도 던전의 평균적인 공략 속도를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제국근위대 중에서는 아무리 버스를 태워도 열흘 내에는 민국을 7 성으로 만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이들도 몇 있었다. 대표적으로 브리짓이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오늘 공략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민국을 바라보는 브리짓의 눈동자는 하트로 변해 있었다. 민국에게 반하기라도 한 모양인지 기회만 있으면 바로 민국을 덮칠 기세로 보였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지.’

가까스로 베트남의 던전 브레이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상황.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클로에 본인 뿐 아니라 제국근위대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았다.

“자자, 그러면 빨리 돌아가서 쉬자. 내일도 오늘처럼 달려야 해.”

“저, 적어도 여섯 시간의 수면 시간을 보장해 주세요!”

그렇게 던전에서 빠져 나와 휴식을 취하는 영웅들.

하지만 민국은 쉴 시간이 없었다. 뿌우 말고도 큐우♡가 퀘스트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큐우♡의 특별 퀘스트!

가라이의 싸움을 준비하는 민국님의 행보를 창조신 카오스님을 모시는 큐우♡가 응원합니다. 저도 뿌우처럼 민국님을 위한 퀘스트를 준비했어요!

[목표] - 아름다운 사랑을 추구하는 큐우♡는 섹스를 통해 민국님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기간] - 일주일.

[보상] - 1 인당 Sex 코인 10개.

새로운 영웅과의 잠자리를 통해 민국님께서는 Sex 코인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이번 기회에 한해 카오스 상점의 등급을 3단계로 높여 드렸습니다. 운이 좋다면 갱신을 사용해 민국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블루급 마력의 결정을 얻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목록 갱신에는 소량의 Sex 코인이 소모합니다.

또한 카오스 상점의 등급 업은 퀘스트 기간이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저 역시 무리를 해서 퀘스트를 만든 까닭에 이번 퀘스트가 소멸되면 제가 드린 모든 퀘스트가 사라지게 됩니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Sex 코인을 사용해서 자신이 필요한 마력의 결정을 수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물며 코인을 얻는 방법은 민국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사랑 나누기였다.

그리고 여기에는 오늘의 트라이를 통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산 미녀들이 가득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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