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92화 (192/486)

EP.192 제국근위대

하노이에 도착한 GGW 공격대는 모르는 사람이 봐도 걱정이 될 정도로 분위기가 축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팀의 공대장이자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민국이 없으니 지금의 분위기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모습이기도 했다.

임시로 공격대 내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김소정이 공격대의 대표를 맡았지만, 솔직히 공대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공격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소정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말했다.

가라이라는 규격 외나 다름없는 괴물의 등장으로 인해 베트남의 확산 현상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공격대 대부분은 호아빈에서 하노이로 물러났고, 그 중에는 비행기를 이용해서 자국으로 철수는 하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처럼 던전 폭발이 일어날 것 같다는 보고에 베트남 정부는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군인들로 하여금 밀려올 몬스터를 대비하는 것 뿐. 어쨌든 현재 호아빈은 전차와 자주포들을 포함한 군대가 실시간으로 배치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몬스터들을 막아낼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베트남 전역이 어둠 괴물의 소굴로 변해버릴 게 분명했다. 마치 아프리카처럼 말이다.

“티티나 뷘드셴 자매들은 어때?”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에요.”

소정의 질문에 정예린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타티는 그렇다 쳐도 지젤은 조금 의외네. 당장이라도 돌아가야겠다고 난리를 칠 것 같았는데….”

어쨌든 공대장의 부재에도 말썽을 부리는 팀원들이 없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아무튼 GGW 공격대는 다른 공격대처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두 번째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모를까, 공대장인 민국이 마지막까지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어둠 괴물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랜에서는 뭐라 그래?”

이번에는 소정의 말이 현아에게 향했다.

“그냥 가능하면 복귀하라고는 하지만 저희들이 복귀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 역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고요.”

“…그건 나도 그래.”

“다만 저희들만 하노이에서 안전하게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해요.”

말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이는 현아의 모습에 소정은 다시 한 번 동의했다. 그리고 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들의 실력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공대장인 민국과 함께 가라이를 트라이하는 것은 제국근위대가 아니라 자신들일 게 분명했다. 민국은 제국근위대가 아니라 GGW의 공대장이었으니까.

어쨌든 지금처럼 공대장 홀로 다른 공격대와 합을 맞춰서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자신들의 수준이 공대장인 민국에 비하면 미달이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두 공격대의 역사와 위상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민국이가 7성은 되어야겠죠?”

“그래야 트라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겠지. 그리고 그 때문에 제국근위대가 태국으로 간 거잖아.”

“한국으로 돌아가면 무조건 【A - 5】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가자고 할 거야. 공대장이 7성인데 우리만 6성에 머무를 수는 없잖아?”

김소정이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

그녀의 이런 결정은 민국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서 어둠 괴물과의 전쟁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이 심상치 않았다.

던전 브레이크만 벌써 세 번째였고, 잠잠했던 십이 재앙의 심복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세계의 모든 9성 영웅들이 전부 전투에 투입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언제 괴물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될 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딸을 보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지만, 소정은 자신의 딸이 안전한 세상에서 평화롭게 자라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웅인 본인이 희생해야 했다.

“언니한테 이야기에서 1군 선수들을 통해 버스라도 태워달라고 할까요?”

현아가 낮게 내리깔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민국이 혼자서 제국근위대와 가라이 토벌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제법 충격이었던 모양인지, 그가 떠난 이후 현아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기세였다.

“으음…. 아니,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

“왜요?”

현아의 솔깃한 제안을 거절하는 소정의 대답에 정예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국도 제국근위대의 버스를 받아 본인의 성급을 높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R’s 클랜의 1군이라면 못해도 【A - 3】, 【A - 4】 난이도의 던전 공략이 가능한 공격대. 그런 선배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7성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정도 이유가 있었다.

“버스 때문에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아……!”

“그리고 우리 공대장님은 트라이 때 마다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적지 않잖아?”

소정의 말에 예린과 현아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의 타이밍과 공격을 하고 난 뒤 물러나는 움직임, 적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효율적인 위치 선정에서부터 스킬을 사용하는 타이밍까지.

어둠 괴물을 상대하는 동안 민국을 굉장히 많은 것을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런 민국을 따르면서 GGW 공격대는 다른 이들보다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단순히 영웅의 성급과 기어 스코어를 높이는 것 뿐 아니라 수많은 전투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좀 더 효율적으로 어둠 괴물을 상대하는 테크닉을 절로 익히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한민국을 공대장으로 두었다는 것 자체가 반칙이나 다름없었다.

천재로 평가받는 그의 지시만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몬스터라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지시를 수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공대장의 지시에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지만, 괜히 버스로 영웅의 격을 높였다가 상위 레벨의 레이드에서 제대로 임무수행도 하지 못하고 꼴사나운 모습은 연출했다가는 진짜 죽고 싶어질 것 같아.”

“아…. 그건 그렇겠다.”

처음에는 의아한 눈빛을 보냈던 정예린도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버스로 영웅의 격을 올린 이들 대부분이 보이는 추태였다. 때문에 레이드 전력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거나 부활석만을 목적으로 하는 리바이벌 공격대를 구성할 때나 버스를 운용하곤 했다.

그렇다 해도 전투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한 까닭에 버스로 격을 높인 이들로 리바이벌 공격대를 운영하려면 준비 기간이 제법 필요하다고 들은 것 같았다.

아무튼 이 셋이 모인 이유는 민국이 없는 상황에서 GGW 공격대의 일정을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다들 호텔에 틀어박혀 있는 게 할 일의 전부였다. 사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아무 문제는 없었다. 다만, 기분이 좋지 않을 뿐.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정예린이 말하기가 무섭게 옆에서 대답이 나왔다.

“영웅이 할 수 있는 게 뭐겠어요. 어둠 괴물들을 때려잡는 거죠.”

“…레이드?”

예린은 벙 찐 표정으로 말을 꺼낸 현아를 바라보았다.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트라이를 갈 방법이 없었다. 팀을 이끌 수 있는 공대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아의 말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B - 2】? 아니 【B - 1】 은 어때요? 그 정도 난이도의 던전은 하노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 음. 난이도가 너무 낮지 않아?”

예린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 그 정도의 난이도라면 자신들이 얻을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현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장비나 마력의 결정을 얻기 위해 던전에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해 가는 거지.”

“…경험?”

“네. 한민국이라는 공대장에 걸 맞는 공대원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경험을 쌓자는 거죠.”

“아하.”

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고 있었다. 뭐, 어차피 하노이에서 GGW 공격대가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B – 1】 던전이라도 클리어 한다면 시민들의 안전에는 도움이 될지 몰랐다.

“그런데 리딩을 할 사람이 없잖아?”

소정의 물음에 현아가 자신의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건 제가 해볼게요. 잘 할 자신은 없지만….”

그녀는 지금처럼 무력하게 있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경험이라도 쌓아 민국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 한 번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해 볼게.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고 소정과 예린은 그런 현아의 강렬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어쨌든 지금처럼 계속 호텔에서 시간만 버리는 것 보다는 나을지도 몰랐다.

또한 자신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한민국 역시 계속해서 GGW 공격대에 남을 가능성도 컸다.

어둠 괴물과의 전쟁이 본격화 될수록 영웅 전력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당연히 공대장을 향한 각 나라의 구애 또한 심해질 터. 민국과 같은 능력이 있는 공대장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타국의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그것을 방지하려면 공대원들은 공격대장에게 자신들이 꼭 필요한 이들이라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했다.

* * *

클로에 카스텔이 소속되어 있는 제국근위대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검이자 방패였다.

당연히 제국근위대에 소속된 영웅들은 하나같이 천재라 불리던 이들이었고, 그만큼 본인들의 에고도 굉장히 강했다. 그 어떤 위협 속에서 꺾이지 않는 프랑스의 도도한 꽃. 그것이 제국 근위대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하으윽?!”

프랑스의 영웅이자 제국근위대의 딜러장인 클로에 카스텔이 한 남자에게 범해지며 침대에 엎드려서 울부짖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런 두 남녀의 옆에 제국근위대 소속의 브리짓이 경련하며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조안나, 디얀, 크리스티나.

프랑스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여성 영웅들이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땀으로 젖은 육체만 보면 그녀들에게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흐읏!”

“헉! 허억!”

한민국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그의 여인이 된 것처럼 민국의 물건을 받아들이던 클로에는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떠올랐다.

‘분명…….’

민국이 제국 근위대의 임시 공대장이 되었다는 것을 이용해서 친목도 다질 겸 모임을 가졌던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전부 계획된 일처럼 느껴졌다. 아니, 분명했다.

“대, 대체 언제부터…. 아응!”

자신의 안을 가득 채우는 남자의 것에 클로에는 몸을 짧게 떨었다.

남자 영웅. 그것도 어둠 괴물과의 전쟁에서 선봉에 나서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남자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그런 민국의 남성은 클로에의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물건이었다. 커다란 흉기가 자신의 약점을 찌를 때 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브리짓은 첫 날에, 그리고 조안나는 둘째 날. 디얀과 크리스티나는 어제 함께했지.”

“…그리고 오늘은 나고? 흐윽!”

대답 대신 허리를 놀리는 민국이었지만, 그가 무슨 대답을 하려고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쨌든 모임에 대한 의견을 처음으로 꺼냈던 팀원은 브리짓이었다.

프랑스의 검과 방패들이 이렇게나 쉽게 꺾이는 것이 놀랍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납득도 갔다.

‘이런 물건인데….’

잠자리에서 자신을 한 번 만족시키기만 하더라도 남자를 잊지 못하고 달라붙는 게 여자였다. 그런데 이런 맛을 알아버리면 상황이 건방지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클로에는 자신을 탐하는 민국의 행동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신선했다. 그 어느 누가 제국근위대의 딜러장인 자신을 품으려고 달려들겠는가?

“뭐, 나는 좋지만…. 으응! 그나저나 강채영과는 조금 어색해지겠네.”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도 은근 민국을 노리고 있는 분위기였다. 여자로서 알 수 있는 본능적인 육감이었다. 하지만 클로에의 그런 걱정은 괜한 것에 불과했다.

“강채영? 이미 잤는데.”

“…뭐?”

자신의 엉덩이를 꽈악 잡고 좌우로 벌리면서 다시 한 번 삽입을 준비하는 민국을 보며 클로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몇 명하고 잔거야?”

외모는 그 누구에게도 정복당하지 않을 것처럼 잘생겼는데 어째 하는 행동을 보면 숫제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걔네들도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몸을 뺀다는 걸 생각하면 민국의 이러한 행동은 놀라다 못해 머리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물? 아니다. 그것보다는 적겠구나.”

“어? 생각보다 많지 않네?”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외모에 여자 경험이 스무 명이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웅 라이센스를 따고 나서야 여자를 알기 시작했거든. 사실 그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아.”

그리고 이어진 민국의 대답에 클로에는 낮게 신음을 내었다.

보아하니 영웅으로 각성하고 어둠 괴물들과 전투를 시작하면서 생명의 위협에서 폭발하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성욕에 눈을 뜨게 된 모양이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런 민국의 처지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어둠 괴물과의 전쟁으로 인해 그의 인생 또한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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