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94화 (194/486)

EP.194 가라이 레이드

태국을 떠난 제국근위대가 다시 하노이에 도착을 하면서 확산 현상의 재공략을 알렸다.

“무조건 잡으라고 응원을 해야 하는데, 이거 나 없이 잡으면 괜히 섭섭해질 것 같은데?”

그 날 이후, 호아빈을 떠나지 않고 있던 셀레스가 일주일 만에 보는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농담 삼아 말했다. 얼굴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타락한 마력 때문에 고생을 제법 한 모양인지 꼴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셀레스를 보는 제국근위대의 표정을 다들 울상에 가까웠다.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헷! 셀레스 언니는 이제 은퇴를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프랑스의 제국근위대는 새로운 공대장 체제로 어둠 괴물들을 쓰러뜨려 나가도록…, 으부부부붑?!”

장난을 치던 브리짓이 클로에의 손에 의해 입술이 오리처럼 짓눌러졌다.

엄청난 악력 때문에 브리짓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클로에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힘겨운 전투를 앞두고 보여주는 동료들의 코믹한 모습에 셀레스가 박수까지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너희 둘은 한결같다, 한결같아. 그런데 그 정도였어? 한민국 공대장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나 봐?”

“확실히 천재 소리를 듣는 영웅답긴 하더라.”

여전히 브리짓의 입술을 붙잡은 채로 클로에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셀레스가 몸을 멈칫했다.

“오호라? 단순한 남자 보너스가 아니었나 보네?”

“응. 리딩 능력이 생각 이상이었어. 시야부터 판단력까지 모든 부분에서 빠질 게 없었고.”

오랜 친우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서 클로에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민국의 대단했던 능력은 그가 몬스터를 트라이 할 때 마다 보여줬던 리딩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대단한 능력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클로에가 그렇게 말 할 정도면 이거 탐나는데…?”

셀레스가 내심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브리짓이 농담삼아 말하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제국근위대는 후임 공대장을 물색할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 베트남의 던전 브레이크로 공대장인 셀레스의 마력이 타락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셀레스는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녀의 경험과 기량 그리고 귀속 장비를 생각하면 적어도 몇 년은 현역으로 뛸 수 있었다.

하지만 마력이 타락한 이상 그녀가 공격대를 이끌고 던전에 진입한다는 것은 몸에 휘발유를 두르고 불난 집으로 들어가는 것과 별 반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가 영입할 수 있을까?”

“글쎄…. 그 정도로 유능한 공대장이라면 R’s 에서 놓아주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대한민국이 그렇게 멍청한 나라도 아닐 테고.”

친우의 물음에 이은 셀레스의 대답은 회의적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한민국은 GGW라는 공격대를 이끌고 있는 공대장이었다. GGW의 발전 가능성과 함께 뛰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민국도 다른 클랜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그리 높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를 건드려 보는 건 어때? 원래 정치인들은 조금 멍청하잖아.”

“문제는 그 말이 우리 나라도 통용된다는 거겠지?”

“어쨌든 나는 제국근위대의 한민국 영입에는 찬성이야. 아니, 공대원들 모두가 환영할 걸?”

“그렇다면 일단 문의는 해봐야겠네. 딜러장이 그렇게 강력하게 원하면 전 공대장으로서 노력은 해봐야지.”

하지만 그녀들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가라이 공략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국과 함께 던전으로 향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셀레스는 이번 원정이 무조건 성공하기를 바랐다.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를 지키는 영웅으로서 이들이 괴물들의 손에 죽는 것만큼은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원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 * *

“이미 공략에 성공했던 녀석들은 브리핑을 간소화 한 후 빠르게 공략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래도 돼? 그 녀석들을 패턴들은?”

던전으로 향하는 호송 버스 안. 클로에의 물음에 민국은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다는 제스처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공략할 몬스터의 패턴 정도는 공대장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항이었다. 어차피 가라이를 제외하면 이미 공략이 끝난 괴물들이었기에 그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공략법을 올린 이에게 열람료를 지불해야했지만….’

어차피 그 돈은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 영웅 협회가 지불할 돈이었다.

공략은 던전에 도착하고 부활석의 설치가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되었다. 여타 다른 공격대처럼 던전 주위에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장기 일정을 대비해 숙소를 준비하는 행위는 없었다.

어차피 그런 것은 베트남 정부와 군대가 대신 해 줄 일이었고….

“98시간 정도 남았다면서? 왜 던전 타이머가 71 시간인건데?!”

“오, 오늘 오전만 하더라도 98 시간이었습니다!”

“세 시간 사이에 타이머가 하루가 넘게 줄어들었다고?! 이런 썅!!! 빨리 진입 준비해!!!””

던전 타이머를 확인한 결과 잠깐의 휴식을 취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던전에 진입한 제국근위대는 하나같이 자신들의 얼굴을 구겨야만 했다.

“던전 내부가 변했어.”

“젠장…. 이거 진짜 잘못 걸린 거 같은데? 진짜 요새처럼 된 거 아니야?”

자신들이 공략할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변한 전진 기지의 모습 때문이었다. 놀란 것은 민국도 마찬가지였다.

‘던전의 난이도가 올라간 건가?’

가라이가 발견된 바라노라스의 전진 기지는 원래 ‘질풍의 바라노라스’가 마지막 보스로 있던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 바라노라스를 쓰러뜨린 인물이 바로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 때의 모습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바라노라스를 공략할 때는 뭔가 요새가 공사 중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면, 지금은 완벽하게 완공이 된 모습이었다. 심지어 자신들이 공략할 때 박살냈던 와이번 선착장도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변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던전의 이름도 ‘바라노라스의 전진 기지’가 아니라 ‘가라이의 전진 기지’로 바뀌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라이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진격로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공격대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도 비슷한 놈들이었다.

- 캬아아아악!

- 끼에엑!!!

“전투 준비! 탱커가 어그로를 잡으면 그 때 광역 공격으로 쓸어버리겠습니다!”

몬스터가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대응 준비가 끝났고, 공격이 시작되자 모습을 드러냈던 비행괴수들은 전부 난도질이 되서 사라졌다.

“딱히 몬스터들이 강해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렇다면 다행이지. 그 무시무시한 괴물 놈이 예전의 모습에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 봐.”

“어, 음…. 그건 정말 상상도 싫은데요.”

그런 말과 함께 제국근위대는 요새의 길을 뚫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어둠 괴물들도 여러 모로 많은 준비를 한 모양인지 영웅들에게 달려드는 괴물의 숫자는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불화살을 던지거나 뜨거운 기름과 같은 함정을 사용하며 공격대를 막아서는 놈들도 있었다.

“앗?! 데였다! 힐! 힐 좀 줘!!!”

“원딜들 저격 좀 똑바로 안 할래?!”

“이 놈들이 자꾸 성곽에 숨잖아! 아, 썅! 빗나갔어!”

"그러니까 저격 연습좀 하라고 했잖아요!"

때문에 요새 안으로 들어서는 길은 제법 고난이었다.

“씨발. 이거 우리가 무너뜨리지 못하면 진짜 좆 되게 생겼는데?”

“언니, 그렇게 말해봤자 여기는 원래부터 그런 상황이었어요.”

심지어 중간 중간 나타나는 괴물들 중에는 네임드 급은 아니지만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놈도 있었기에 어택 블룸이나 영웅의 기합까지 사용하는 상황도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첫 네임드. 그리고 괴물의 외형을 본 제국근위대의 멤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 공략했던 놈과 동일한 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팀원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준 민국이 클로에를 향해 물었다.

“저번에 여기를 공략했을 때 네임드라 할 만 한 놈은 몇 놈이나 되었어요?”

“그 놈까지 여섯.”

“여섯이라….”

자신이 GGW 공격대를 이끌고 전진 기지를 공략했을 때도 바라노라스까지 총 여섯 개체의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었다.

‘네임드의 숫자는 그대로라 가정해도 남은 시간이 너무 없는데?’

던전 타이머는 71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던전에 진입할 때만 하더라도 남은 시간이 갑자기 확 줄었던 것을 생각하면 길어봤자 이틀에서 반나절 정도가 추가된 시간이 한계로 보였다.

솔직히 남은 시간이 그 이하면 이번 사태를 해결한 확률은 민국이 보기에도 너무나 낮아 보였다.

‘보아하니 가라이까지 길을 뚫는 데는 반나절 정도가 걸릴 것 같고….’

요새가 완공이 된 까닭인지 길을 뚫는 데 필요한 노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제 1네임드에 도착했는데 팀원들은 다들 녹초가 되어 있었다. 바로 그 제국근위대가 말이다. 어쨌든 본격적으로 가라이의 트라이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봤자 30시간 정도가 마지노선으로 보였다.

그것도 식사와 잠을 최대한 줄였을 경우에 나온 가정이었다.

‘결국 트라이를 시도할 수 있는 횟수는 그다지 많지 않겠네.’

뿌우와 큐우♡의 퀘스트까지 받아서 7성 준비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이 빡빡했다.

어째서 그 녀석들이 무리를 해서까지 자신에게 퀘스트를 주었는지 다시 한 번 이해가 되고 있었다. 퀘스트라도 없었으면 던전이 폭발하고 나서도 7성이 되지 못할 뻔했다.

“이거 무슨 WTK에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어쨌든 시간이 없다는 건 분명했다. 게다가 마지막 보스는 별다른 정보가 없는 강력한 괴물이었다.

단지 시간 내에 공략에 실패하면 전에는 WTK를 뺏기는 것과 콩라인이라는 놀림을 받는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다는 게 다를 뿐이었다.

- 멍청한 놈들!

“멍청한 것은 네놈이고!”

자신들에게 지껄이는 몬스터를 향해 열 명의 영웅들이 달려들었다. 서로의 크기를 생각하면 코끼리에게 덤벼드는 길고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덩치 차이가 컸다.

하지만 그 차이를 줄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영웅의 마력이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괴물의 몸을 지켜주던 보호막이 크게 진동했다. 그리고 민국의 리딩이 시작되었다.

“1 파티 대기! 2 파티는 포지션부터 잡습니다!”

“탱커가 어그로를 잡을 시간을 충분히 주고 데미지 딜링에 들어갑니다!”

제국근위대의 영웅들은 공대장인 민국의 지시에 맞춰서 트라이를 진행해 나갔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괜한 조급증 때문에 트라이를 실패하는 것 보다는 깔끔하게 한 번에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게 훨씬 나았다.

콰앙! 쾅!

딜러들의 공격에 의해 만들어지는 강력한 폭발. 듣기 힘든 괴성과 함께 자신의 능력으로 영웅들을 압박하는 괴물의 능력.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비현실적인 모습들이 섞이며 요란한 굉음을 만들어내었다.

“무브! 무브!”

“오른쪽 조심해! 뭔가 날아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열 명의 영웅들은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힐러들은 딜러부터 힐 업 합니다! 메인 탱커는 제가 맡을게요!”

민국도 쉴 새 없이 영웅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본인의 마력을 끌어 올리며 아군을 치유해 나갔다.

다른 영웅들보다는 등급이 한 단계 낮은 7성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장비의 기어 스코어는 낮지 않은 편이었고, 집중 치료술사의 패시브 스킬을 유지하는 데 신경 쓴 까닭에 힐량은 다른 힐러들과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눈에 들어오는 괴물의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 그리고 대처 방법을 떠올려서 트라이를 진행하다 보니 괴물은 어느새 쓰러져 있었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바로 다음 네임드로 이동하겠습니다.”

평소였다면 승리의 기쁨을 즐기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리품 상자도 확인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게 민국과 제국근위대는 쉴 시간조차 최소환으로 줄이며 빠르게 던전을 돌파해 나갔다. 그리고 전진 기지에 나타난 인간 공격대의 소식은 옥좌에 있는 가라이에게도 바로 전해졌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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