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1 스펙 업
“민국아! 빨리 와! 방송 시작했어!!!”
소파에 앉은 현아가 민국을 부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거실의 커다란 TV 화면에 ‘금쪽같은 내 영웅’의 타이틀 장면이 막 나오고 있었다.
“치킨 시켰네? 언제 두 마리나 시킨 거야?”
방에서 현재 공략을 진행하고 있는 성남 폐허 전투를 포함해 【A - 6】 난이도의 던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던 민국이 거실로 나오며 물었다. 소파 앞 탁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치킨이 두 마리 놓여 있었다.
“아까 전에 너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리고 치킨은 당연히 일인 일닭이지. 아무튼 배달 진짜 오래 걸리더라.”
현아가 준비한 접시를 내밀어 민국에게 닭다리를 올려주며 말했다.
후라이드와 양념 그리고 간장까지. 리뷰를 보고 평이 좋은 것들만 딱딱 골라 시킨 치킨이었다.
“배달이 오래 걸렸다고?”
“그래. 혹시나 싶어서 넉넉하게 일찍 시켰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리더라. 다들 너 나온다고 하니까 방송 보면서 먹으려고 많이들 시키나 봐.”
“…무슨.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아니고.”
민국은 어깨를 으쓱이며 치킨을 들었다.
던전 브레이크 이전에도 남자 영웅이라는 이유로 많은 주목을 받았었지만, 베트남 전투에서 가라이를 쓰러뜨린 이후로는 정말 국민 영웅이 따로 없었다.
오죽하면 정치인들도 자신을 만나려고 애를 쓴다고 했다. 물론 민국은 굳이 시간을 내서 나이 든 일반 여성을 만날 생각을 조금도 없었다.
“이 집 치킨 괜찮네?”
“그치? 평이 꽤 좋더라고. 삼천 원 더 비싸기는 한데, 이 근방 치킨 집에서는 제일 괜찮은 곳 같아.”
자신과 현아가 버는 돈을 생각하면 삼천 원은 돈도 아니었다. 그렇게 민국과 현아는 광고를 보며 치킨을 흡입했다.
어둠 괴물과의 위협을 받고 있는 무시무시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은 맛있었다. 비록 이 고기가 양계장에서 키운 게 아니라 마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만들어내기 시작한 인공육이라 해도 말이다.
‘처음에는 양계장에서 키운 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몬스터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기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비싸다고 해봤자 진짜 못 사먹을 정도로 엄청 비싼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동물을 키울 수 있는 넉넉한 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허의 마력으로 오염된 땅에는 인간은 물론이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서울 내에도 공허의 마력으로 오염된 땅들이 제법 많았다. 전부 던전들이 위치한 곳이었다.
게다가 방벽이 지켜주는 도시와는 달리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에는 던전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는 한, 두 마리만 나타나고 치명적이었다.
그 때문에 발달된 것이 인공육 산업. 아무튼 이 인공육들이 아니었다면 인류는 식량 부족으로 생활의 만족도가 크게 낮아졌을 터였다. 그리고 치킨은 인공육으로 만들었다 해도 사랑이었다.
“오….”
열심히 치킨을 먹으면서 방송을 보던 현아가 감탄을 터뜨렸다.
민국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방송화면 역시 민국을 발견한 작가들의 호들갑으로 시끄러운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었다.
“역시 우리 남자. 완전 멋있어.”
“내가 조금?”
“히히. 너는 그런 잘난 척 해도 어울려.”
이어서 카메라 하나가 바쁘게 민국을 쫓아다니며 촬영하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프닝이 시작되었고, 잠시 후 코칭을 받을 영웅들의 사연들이 이어졌다.
‘개인의 사연이라….’
지금의 장면은 민국도 본 적이 없었기에 나름 집중에서 방송을 지켜봤다.
던전에서 몸을 섞었던 신지민과 유보라 역시 방송에 지원한 개개인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신지민은 마력의 각성이라는 행운 아닌 행운으로 자신의 밑바닥 인생을 뒤바꿔보고 싶어서 영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이유였다.
그리고 유보라는 방송에 나오고 싶은 영웅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의 복수 때문에 영웅이 되고 싶어 했다.
실제로 몇 살 차이나는 언니가 한국에서 있었던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화를 당한 모양이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었다는 대구 던전 브레이크였다.
“불쌍하다….”
화면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유보라는 보며 현아가 발을 동동 굴렀다.
민국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편집 때문인지 괜스레 가슴이 먹먹해졌다.
‘심지어 이 좁은 땅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두 번이나 터졌지.’
물론 베트남은 올해만 던전 브레이크가 두 번이나 일어나며 수많은 국민들의 해외 탈출 러쉬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십이 재앙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새의 탑이 있는 그냥 운 자체가 좋지 않은 나라였다. 게다가 땅 면적으로 치면 한국보다 수십 배는 넓어서 인명 피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베트남과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이다.
그리고 오십 년 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구미 던전이 폭발하면서 첫 던전 브레이크를 경험해야 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인명 피해와 함께 충북과 충남 그리고 대구가 쑥대밭이 되어 버리는 최악의 참사를 맞이해야 했다.
문제는 그렇게 던전 브레이크를 한 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 또 한 번의 던전 브레이크를 초래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던전 브레이크는 대구에서 일어났다.
불과 십여 년 전에 있었던 대구 던전 브레이크로 유보라의 언니가 사고를 당했던 바로 그 재앙이었다. 그리고 여파로 현재 대구는 경북 지역은 공허의 마력으로 오염이 된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전라도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지.’
그렇게 공허로 오염된 대지를 복구하려면 대구 근처의 던전들을 모두 무너뜨려야 했다.
하지만 【A】 난이도 던전 중에서도 상위 던전들이 가득 있는 지역인지라 현재 한국의 레이드 전력으로는 던전 타이머만 초기화 시키는 것도 가까스로 해내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현재 대구의 위험 던전의 던전 타이머를 초기화 시키는 임무는 랭커 클랜인 메모리아가 맡고 있었다.
방송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확실히 PD와 작가들이 괜히 있는 건 아닌지 촬영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던 장면들이 편집된 방송으로 보니 굉장히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레이드의 A부터 Z까지 모든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네요. 영웅 학교에서는 대체 뭘 배운 거죠?]
인상을 살짝 찌푸린 자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와….”
방송을 보던 현아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뭇 여성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차가운 도시 남자가 따로 없었다. 그것도 굉장히 잘생긴.
아니나 다를까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 있었다.
●방송을 보다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네요.
●아,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민국아, 제발 누나 꿈에 좀 나와라.
●경쟁자가 너무 많음 ㅠㅠ. 과연 민국이는 누구랑 연애할까?
●저는 한민국 영웅이 말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손들었어요. 현재 영웅학교에 다니는 줄 알았는데 마치 제가 혼나는 느낌 ㅠㅠ.
●오늘부로 한민국을 건드리는 건 나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겠다.
└니가 한민국에게 도전하는 거 아님?
이어서 출연진과 특별 편으로 섭외된 민국이 코칭할 영웅들을 선택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누구 맡았어? 힐러? 저기 쟤 단발머리?”
“글쎄다?”
방송은 자신이 힐러인 것을 감안해 힐러 영웅을 코칭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편집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반전을 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리고….
[아뇨. 저는 신지민 영웅을 코칭할 생각입니다.]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막이 효과음과 쿵쿵 함께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지민과의 격투술. 여성 영웅을 너무나도 쉽게 제압하는 민국의 모습에 벙찐 출연진과 한다미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와중에 신지민의 행동이 건방지다며 현아가 잠시 분노하는 일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니 금방 잠잠해졌다. 다만….
“그런데 왜 하필 저 여자를 골랐어? 공대장의 판단으로 특별한 재능같은 게 있어 보였어?”
갑작스러운 현아의 물음에 민국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 줄까 하다가 그냥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어차피 현아가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니, 쇄골과 허벅지 문신이 야한 느낌이라서?”
“와아…!”
탄성과 함께 어이없다는 눈으로 민국을 바라보던 현아가 곧 민국의 옆으로 바짝 붙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허벅지 부위에 가볍게 문신이나 새길까? 아무튼 던전 내에서 일대일 코칭도 했다고 했지? 그냥 코칭만 했어?”
“아니, 당연히 따 먹었지.”
“진짜 한민국….”
원망스러운 투의 목소리와는 달리 현아의 손은 어느새 민국의 아래를 더듬고 있었다.
민국이 카르텔이 아닌 다른 여자와 잔 것에 대해서는 강한 질투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민국과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었다.
거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야릇해졌다.
“어떻게? 나한테 한 것처럼 막 미친 듯이 박아줬어? 그만 하자고 해도 계속 박고 막 안에 싸고?”
현아의 젖은 목소리가 민국의 귀를 울렸다.
어느새 민국도 그런 현아의 엉덩이를 손으로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지 위로 민국의 것을 쓰다듬던 현아가 허리를 아래로 숙이더니 입술로 민국의 바지와 팬티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흐으읍.”
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민국의 커다란 대물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더니만 고개를 들어 애처로운 눈빛으로 민국을 바라보았다.
“빨아.”
잠시 후, 민구그이 허락이 떨어지자 현아가 게걸스럽게 민국의 것을 빨기 시작했다.
방송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민국의 것에 빠진 현아는 방송의 뒷내용을 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치킨도 조금 남아 있었지만, 어차피 치킨은 식어도 맛있었다.
* * *
[신의 비주얼! ‘금쪽같은 내 영웅’에 모습을 드러낸 R’s 클랜의 한민국!]
['남신강림’ 한민국, 차가운 도시 남자의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여성들을 ‘심쿵’]
[한민국의 독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영웅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메모리아 클랜의 강채영, “한민국의 딜링 능력? 던전 브레이크 때 본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실력이었다.” 성급과 장비만 갖춰지면 자신도 금방 뛰어넘을 것이라 밝혀.]
[한민국 효과! ‘금쪽같은 내 영웅’의 시청률 57% 넘어!]
첫 방송이 나오자마자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한민국 앓이에 빠져 들었다.
민국의 코칭을 받는 신지민도 제법 유명세를 탔다. 빡빡하게 신지민을 몰아붙이는 민국과 불평불만을 가지면서도 어떻게는 훈련을 따라가는 신지민의 모습이 편집이 가미되다 보니 제법 괜찮은 케미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신지민 본인이 깜짝 놀랄 정도의 좋은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민국의 따뜻한 칭찬에 신지민의 숨 멎는 것 같은 얼굴이 짤로 돌아다니면서 커뮤니티에서는 자신도 민국에게 조교되고 싶다는 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한민국 영웅의 방송 촬영이요? 일단 문의는 해보겠습니다.”
“광고요? 어, 음…. 여쭤는 보겠습니다만, 확답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클랜 입단 문의는 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정식 라이센스를 가지고 계시죠?”
그리고 오현정이 의도했던 대로 민국이 소속된 R’s 클랜에 대한 영웅들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R’s 에 흡수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는 소형 클랜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난리에도 불구하고 민국과 GGW 공격대는 평소대로 계속해서 던전 공략을 이어나갔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던전을 클리어 할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그리고 목표했던 장비를 전부 갖춘 민국은 바로 A-5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갔다.
7 등급 특수 개체를 때려잡고 블루급 결정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으아…. 바로 던전 공략이에요?”
“고, 공대장님! 휴가는 없나요?!”
“네, 없습니다. 가루다와 바이콘을 포함한 십이 재앙 놈들이 언제 난리를 칠지 모르잖아요? 그 전까지 우리는 최소 8 성 이상은 달성해야 합니다.”
민국의 말에 아홉 명의 여성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남들은 사나흘에 던전 하나를 공략하는 데 비해 자신들은 하루에만 무려 열 번이 넘을 정도로 반복해서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이들의 의욕을 높여줄 아주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대신 오늘부터 하루에 두 명! 무슨 말인지 알겠지?”
키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아홉 쌍의 눈동자가 희번덕거렸다.
가뜩이나 던전 공략과 민국의 방송 촬영 때문에 즐거운 시간의 횟수가 줄어든 참이었다.
“불곰 전차 나가신다!!!”
특히나 타냐 루스와 같은 경우는 국내 복귀 이후 한 번도 민국과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섰다.
그렇게 장비를 갖춘 GGW 공격대의 7성 영웅이 되기 위한 전투 경험 아니, 노가다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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