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2 스펙 업
민국이 공략하기로 한 【A - 5】 난이도의 던전은 하남에 위치한 ‘석산 던전’으로 과거 하남종합 운동장이 있던 지역이었다.
이 ‘석산 던전’은 R’s 클랜이 관리하고 있는 유일한 【A - 5】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당연히 클랜 1군이 던전을 관리하며 타이머를 초기화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민국의 GGW 공격대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들 7등급 몬스터를 공략할 수 있는 장비와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휘유. 이제부터는 우리도 편하게 던전 관리를 할 수 있겠는데?”
“맞아. GGW 아이들이 1선에 나서는 일은 적어도 내가 은퇴한 이유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성장할 줄 누가 알았겠어? 역시 던전 브레이크를 두 번이나 경험한 게 꽤 큰 모양이야?”
“솔직히 나는 조금 시원섭섭해. 한민국 공대장, 던전 관리 잘 해야 돼?”
클랜의 1군의 영웅들이 클랜 하우스를 찾은 민국을 보고는 한 마디씩을 건넸다.
【A - 5】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가기 시작한 만큼 이제부터는 GGW 공격대 역시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그녀들과도 실력의 고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위권 공격대라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1군 소속 영웅들의 표정은 굉장히 밝았다.
전에는 상위 난이도의 던전 관리는 물론이고, 던전 브레이크처럼 어둠 괴물과 관련된 큰 문제가 터지면 휴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녀들이 움직여야 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러한 일들을 두 공격대가 나눠서 짊어질 수 있었다. 또한 GGW 공격대의 성장은 클랜의 영향력에도 큰 힘이 될 터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쉬엄쉬엄해도 돼. 한민국 공대장이 열심히 하는걸 우리 클랜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어?”
클랜의 가장 고참 영웅이 민국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손이 민국을 건드릴 때 마다 커다란 가슴 또한 함께 출렁이고 있었다.
“아무튼 이건 ‘석산 던전’과 관련된 정보예요. 우리 공격대가 지금까지 공략한 경험들을 담았어요. GGW 공격대의 던전 공략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귀한 것을…. 감사합니다.”
친한 척 웃으면서 두꺼운 종이를 건네는 클랜의 1군 공대장을 향해 민국은 허리를 꾸벅 숙였다.
영웅 패드를 보면 공략법들이 전부 나와 있다고는 하지만…. R’s 클랜의 1군의 공격대는 몇 년에 걸쳐서 별 문제없이 하남의 ‘석산 던전’을 관리하던 공격대였다.
‘애들에게 도움이 되겠네.’
아무리 이들의 트라이 실력이 부족하다 해도 쌓은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 반복적으로 던전을 트라이했으면 트라이 실력은 문제도 없을 게 분명했다.
“아! 그리고 트라이 들어가는 초반에는 저희 공격대가 나서는 일도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던전 타이머가 돌아갈 때까지 마지막 네임드까지 잡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1군 공대장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 도움 정도는 기쁘게 받아야죠.”
“그러면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고…. 나중에 우리 같은 클랜 영웅들끼리 만나서 한잔?”
공대장이 혀를 똑 차는 소리를 내며 잔을 마시는 시늉을 했다.
“물론이죠. 언제든지 불러만 주시면 바로 가겠습니다.”
시원한 민국의 대답에 1군 영웅들이 꺄악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공대장에게 오늘이라도 당장 한잔 걸쳐야 하지 않겠냐는 성화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던전의 인수인계를 마친 민국은 바로 팀원들을 이끌고 하남의 ‘석산 던전’으로 향했다.
‘석산 던전에서 등장하는 7 등급 네임드는 총 일곱 개체.’
클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민국은 1군 공대장이 준 서류를 확인했다.
네임드의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공략에 익숙해진다면 반나절 정도면 던전을 일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보다 빨리 공략하는 건 아무래도 던전의 길이가 있기에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7 등급 몬스터면 공략 시간도 제법 걸렸다.
이 중에서 영웅의 마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블루급 결정을 주는 특수 개체는 등장하는 네임드들 중 반 수에 가까운 세 마리. 다른 동급의 던전들보다 특수 개체의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민국은 하남의 석산 던전을 처음으로 공략할 【A – 5】 난이도의 던전으로 선택했다. 난이도는 동급의 던전에 비해 살짝 높은 편이었지만, 어차피 공략이 가능할 것 같으면 아무 던전이나 큰 차이는 없을 터였다.
“일단 석산 던전에서 등장하는 네임드들은 골렘류와 사막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 대형 몬스터입니다. 거대 전갈이나 대형 웜과 같은 놈들이죠. 기본적으로 피부가 굉장히 단단한 놈들이기 때문에 근접 딜러들은 본인들의 무기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게다가 활을 사용하는 유나는 화살 한 발 한 발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마법이나 마력구를 이용한 공격은 단단한 껍질에도 충격을 줄 수 있지만, 화살과 같은 경우는 크리티컬이라 불리는 치명타가 아니라면 몬스터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주는 게 힘들었다.
“이번 던전 공략은 네 실력의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일단 딜량은 신경 쓰지 말고 마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서 정확한 공격을 가하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더 상위의 던전을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기량을 향상시켜야 할 거야.”
“네, 넵!”
그렇게 유나를 돌려보낸 민국은 탱커진인 현아와 타냐를 불렀다.
“둘은 서로의 어그로 인계보다는 네임드의 공격을 막는 것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보다 한 등급 위로 평가받는 괴물이니 방어가 결코 만만치 않을 거예요. 치명타라도 맞으면 진짜 푹 찍이 현실로 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우리 힐러진이 어떻게든 저를 살려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다소 장난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그만큼 공격대의 힐러진에 대한 강한 신뢰가 담겨져 있는 목소리였다. 민국이 피식 웃으며 그녀들의 장난을 받았다.
“그러다가 한 대 맞으면 정신 바짝 들 걸? 아무튼 탱커들이 잘 해야 돼. 치명타라도 한 대 맞으면 바로 사망이야.”
“일단 공격 패턴 파악에 힘써야 겠네.”
“부활 믿고 너무 무모하게 덤벼들지 말고. 그거 부활하는 시간 동안 애들 다 죽을 수 있다.”
“응, 알겠어.”
그렇게 민국은 버스 안에서 ‘석산 던전’의 공략법과 팀원들의 역할들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네임드 앞에서도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지금처럼 처음으로 던전을 트라이 하려는 시기에는 계속해서 던전의 공략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부족했다.
그리고 클랜 버스가 목표했던 하남의 ‘석산 던전’에 도착했을 때였다.
“…저게 뭐야?”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설마 공대장님 보러 온 사람들이야?”
던전을 둘러싸고 있는 인파에 팀원들이 입을 쩌억 벌리고 창밖을 쳐다봤다. 놀란 건 민국도 마찬가지였다.
‘금쪽같은 내 영웅’에서 출연하기 시작한 이후로 자신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적었을 때도 민국은 남자 영웅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는 것?
와아아아아!!!
GGW 공격대의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의 환호가 쩌렁하게 울렸다. 만약 자신이 연예인이라면 팬들의 저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을 정도.
하지만 민국에게는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미, 미친년들.’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던전 게이트는 일단 위험 지역이었다. 게다가 서울 방벽은 여기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행여나 방어선 내로 몬스터가 한 마리라도 기어들어 와 등장하기라도 한다면 진짜 대참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던전 주위를 경비하고 있는 군인들의 얼굴도 썩은 사과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어떻게 하죠? 돌아갈까요?”
소정이 밖의 인파를 보며 민국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던전 공략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규모 자체가 달랐다.
“어떻게 하기는? 계획대로 던전 진입해야지.”
하지만 민국의 결정은 공략 강행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경험을 쌓고, 블루급 결정을 흡수해야 했다.
“일단 쟤들 먼저 돌려보내자.”
문제는 밖의 인파를 정리하는 건데…. 그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체 누가 여기까지 찾아오자고 한 거야? 던전 게이트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그리고 그렇게 소리 지르다가 몬스터가 몰려오면? 그렇게 정신 나간 행동을 하다가 괴물이 나타나면 너희들은 진짜 다 죽는 거야!]
[너희들 지금 이러는 거 오히려 나한테 폐 끼치는 거 알지?]
[빨리 질서 정연하게 이름과 주소만 적고 집으로 돌아가! 그러면 나중에 클랜에서 제작한 소품에 직접 싸인 적어서 보내줄 테니까!]
요란한 함성을 뚫고 확성기로 전해지는 민국의 차가운 목소리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제야 눈치 빠른 몇몇 이들이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는 빠르게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민국을 보고 싶다는 팬 심에 R’s 공격대의 버스가 움직이는 곳을 찾아왔지만 그녀들도 던전 근처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름과 주소만 적고 물러나면 한민국의 친필 싸인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만족하지 못한 몇몇 이들이 한민국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 위해 소란을 부리긴 했지만.
“저, 저런 미친! 모조리 붙잡아!!!”
그런 이들은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경찰과 군인들에게 바로 제압이 되었다.
던전 타이머가 안전하다고 해도 무려 【A - 5】 난이도의 던전 게이트가 코앞에 있는 장소. 난동을 부리려던 이들은 법에 의해 엄중하게 처벌될 예정이었다.
그래도 민국이 한 말 때문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고 물러나는 이들은 건드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 * *
《하남 석산 던전 - 골렘 무리.
▷ 골렘 무리는 기본적으로 다 대 다의 전투로 진행되는 레이드 입니다. 공격대는 커다란 대장 골렘을 포함해 총 다섯 개체의 골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합니다.
▷ 대장을 골렘을 제외한 나머지 골렘들은 각각의 다른 생김새를 지니고 있지만, 사용하는 능력은 비슷합니다.
▷ 부하 골렘들이 사용하는 능력은 동시에 여러 명에서 피해를 입히는 마력 방출, 눈으로 고열의 불길을 쏟아내어 큰 피해를 주는 불의 일격. 그리고 영웅들의 마력 운용을 방해하는 마력 폭탄이 있습니다. 때문에 영웅들은 산개한 진형에서 부하 골렘들의 패턴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대장 골렘은 시간이 지나면 강력한 일직선의 공격을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인 탱커는 자신의 위치를 공격대와 반대 방향으로 잡아야 합니다. 만약 부하 골렘 때문에 메인 탱커가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 한다면, 다른 팀원들은 대장 골렘이 바라보는 방향을 확인하고 공격을 피해야 합니다.
▷ 대장 골렘이 사용하는 중력장은 영웅들의 움직임을 짓누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력장이 발동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피해야 합니다. 특히나 탱커의 경우 중력장 때문에 움직임이 제약되다가 네임드에게 치명타를 맞게 되면 바로 사망이니 만큼, 힐러들은 탱커가 중력장을 벗어나는 동안 탱커에게 보호막을 걸어주거나 회복을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
“첫 네임드부터 엄청나게 까다로울 것 같네요.”
민국의 브리핑을 들은 소정의 감상이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여기저기서 한숨이 내쉬는 모습이었다.
현재 그들의 앞에는 보기만 해도 단단해 보이는 골렘들이 눈을 부리부리 뜨고는 침입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본인들이 지정한 경계선을 넘으면 당장이라도 쿵쿵거리며 달려올 것 같았다.
“저런 괴물이 던전 내에 있어서 다행이지. 그나저나 아까 그 정신 나간 년들은 대체 뭐야?”
던전 게이트를 가득 메운 철없는 여자들을 떠올리면서 지젤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불과 십년 전 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는 큰 사고를 겪은 나라라고 생각할 수 없는 멍청한 행동이었다.
“원래 우리나라가 안전 불감증이 심해.”
정예린이 본인이 잘못하기라도 한 듯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도 거들었다.
“맞아. 자신들은 안전할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니까? 원래 그런 애들이 먼저 죽는 건데. 어휴.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는 게 우리 같은 영웅들의 희생이라는 건 알려나 몰라. 아무튼 저런 돌덩이 놈들도 브레이크가 터지면 던전 밖으로 나오겠지?”
“당연히 나오지. 브라질에서 터진 브레이크 때 골렘이 몇 번 나타난 적이 있다고 들었어.”
“직접 잡아본 거야?”
유나의 시선이 지젤에게 향했다. 저런 골렘이 현실에서 등장했다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했을 것 같았다.
“아니, 나는 그때 마력을 각성한 상태가 아니라서 잘 몰라. 뭐, 듣기로는 대전차포를 다발로 갈기고 나서야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소소한 대화가 끝나고 바로 트라이가 시작되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1 파티 뭐해! 산개 하라고!!!”
“탱커 중력장! 지젤, 메인 탱커에게 빨리 보호…! 탱커 사망! 다시 트라이 갑니다!”
하지만 역시나 처음 상대하는 7 등급 몬스터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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