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3 스펙 업
“조금 더 집중해! 이 녀석과의 전투는 거리 유지가 생명이라고!”
“네!”
이마를 맞대며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는 민국의 행동에 정예린 역시 전의를 불태우면서 기합을 끌어 올렸다.
“마력 방출은 맞아도 되니까 굳이 무리해서 피할 필요는 없어! 그건 힐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 하지만 불의 일격과 마력 폭탄은 아니야! 그것은 무조건 피해야 해! 알았어?!”
“네!”
“딜량은 나쁘지 않아! 지금처럼 하면서 적의 움직임에 좀 더 신경 써!”
“네!”
피드백과 함께 기운도 불어넣어줄 겸 민국이 정예린의 볼을 세게 두들겼다.
짝짝 제법 큰 소리가 났지만, 영웅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고통이었다. 이어서 다른 이들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전투 경험이 없던 까닭에 실수가 너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 실수를 피드백하면서 빠르게 고쳐나가는 것이 실력이었다. 그리고 GGW 공격대에 소속된 이들은 자신의 실수를 금방 고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성장시켜왔기 때문이었다.
“후우….”
그렇게 아홉 명의 영웅들에게 조금 전의 트라이에 대해 강하게 피드백 한 민국은 땀으로 젖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문득 스포츠 경기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특히나 여자 농구나 여자 배구팀의 경기 때 선수들에게 전술 설명을 하는 감독의 모습이 지금의 자신과 많이 비슷해 보였다.
‘그 때는 왜 얼굴을 붙잡고 소리를 지르나 했더니….’
자신도 그런 감독들과 비슷하게 팀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실 공격대의 공대장은 팀의 지휘관 뿐 아니라 감독과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공대장을 가리켜 캡틴 뿐 아니라 매니저라고도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제국근위대에서는 공대장 혹은 리더라고 불렸고 말이다.
그렇게 다시 골렘 무리의 트라이가 시작되었다.
“왼쪽에 셋! 오른쪽에 둘! 켄달, 지젤은 왼쪽으로 붙어!”
뷘드셴 자매의 집중 회복에 힘입어 오현아가 세 마리의 골렘을 상대하는 동안 타냐와 딜러들은 오른쪽의 부하 골렘들을 처리해 나갔다,
트라이는 쉽지 않았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불의 일격과 마력 폭탄은 공격 하나하나가 영웅들에게 치명적이었으며, 특히 탱커나 힐러가 맞았을 경우 어김없이 공격대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도 GGW 공격대는 본인들의 희생을 대가로 삼아 골렘 무리를 상대하는 법을 계속해서 배워나갔다. 피닉스 나이트의 두 번의 날갯짓이나 민국의 클래스인 위그드라실의 부활이 제법 큰 도움이 되었다. 팀원들의 실수 한, 두 번은 커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잡았다…!”
“꺄아아아악!!!”
그렇게 서른 두 번의 트라이 끝에 골렘 무리를 쓰러뜨린 GGW 공격대는 계속해서 석산 던전을 공략해 나갔다. 중간중간 회포를 풀면서 말이다.
* * *
“GGW 공격대 알지? 하남 던전 공략에 들어갔다는데?”
“하남? 석산 던전 말하는 건가?”
“거기 R’s 의 1군이 관리하던 곳 아니었어? 7 등급 몬스터가 나오는?”
GGW 공격대가 【A – 5】 난이도의 던전인 석산 던전 공략에 들어간 것은 알게 된 영웅들은 다들 경악에 빠졌다.
물론, 한민국의 리딩 능력이 뛰어나고 GGW 공격대 역시 베트남과 중국의 던전 브레이크 때 좋은 전공을 올린 실력있는 공격대라는 건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GGW 공격대의 영웅들은 한민국을 포함해 다들 정식 라이센스를 발급받은 지 2, 3 년밖에 되지 않은 영웅들로 이루어진 공격대였다.
그런 이들이 최상위 괴물이라 할 수 있는 7등급 몬스터를 상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로 그들과 동일한 시기에 영웅 라이센스를 받은 이들은 이제 【B – 5】, 【B – 6】 수준의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다.
“성장 속도가 대체….”
“한민국이 진짜 미친 듯이 굴린다는데?”
“아니, 그 남자는 뭔데? 인생 2회 차 아니 3회 차라도 돼?”
“천재의 행동을 우리같은 범인이 어떻게 이해하겠어? 아무튼 정말 대단해.”
일선에서 활동하는 상위 영웅들조차도 그런 생각을 가질 정도로 GGW 공격대의 성장 속도는 남달랐다.
만약 공격대의 일원들이 라이센스를 따기 전부터 주목을 받던 세계적 수준의 유망주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냐 루소, 뷘드셴 자매, 일본에서 주목받던 유망주인 시라누이 마이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정식 라이센스를 땄을 때도 그다지 높지 않은 평가를 받던 이들이었다.
그나마 메모리아의 기대주였던 신나연 정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을 뿐 국내 유망주 랭킹에서도 싱글 넘버즈라 불리는 한 자릿수 대의 유망주는 아무도 없었고, 평가가 가장 좋았던 이들도 전체 랭킹 100위권 내에 가까스로 이름을 올리던 이들이었다.
심지어 최유나와 같은 경우는 유망주 랭킹에 한 번도 이름도 올리지 못했던 거의 듣보잡 수준에 가까웠던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어느새 6성 영웅이 되어 한민국과 함께 7 등급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었다.
●속보)GGW 공격대 【A - 5】 던전 공략에 들어감.
●성장속도 미쳤네. 우리나라에서도 월드 클래스급 공격대가 탄생하는 건가요?
└네, 충분히 가능서 있어요.
└ㄹㅇ GGW 공격대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진짜 빠르면 1,2 년 안에 화이트 하우스 못지않은 공격대가 만들어질지도?
●진짜 나 죽기 전에 고향 땅 한 번 밟아보고 싶다.
●GGW 공격대가 대구 해방과 십이 재앙 한 놈 정도는 잡아줬으면…. 그러면 정말 매일 한민국 물고 빨 수 있음.
└왜 한민국 영웅님을 괴롭히세요?
●빨리 어둠 괴물들이 지구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GGW 공격대의 빠른 성장에 국민들은 당연히 환영했다.
계속되는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가뜩이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자국을 지키는 영웅들이 주목을 받을 정도로 강해진다는 것은 당연히 환영받을 사안이었다.
그리고 이런 화제를 민국이 유일하게 출연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영웅’에서 다루지 않을 리 없었다.
“최근 GGW 공격대의 【A – 5】 난이도 던전 공략이 큰 화제인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딱히 별 생각은 없어요. 그냥 몬스터를 빨리 잡았으면 좋겠다 정도? 사실 공략이 지지부진해서 조금 걱정이기는 해요. 빨리 블루급 결정을 얻어야하는데 7등급 몬스터들이 생각 외로 공략이 까다롭더라고요.”
메인MC인 수아의 물음에 민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확실히 7 등급 괴물들이 무시무시하기는 하죠.”
그리고 한다미가 그런 민국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한다미 영웅님도 7 등급 몬스터를 상대해보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한민국 영웅의 말대로 상대하기가 어려운 괴물들이죠. 정해진 시간 내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공허의 마력을 모았다가 폭발시키면서 공격대를 전멸시킨다거나 갑자기 급속도로 강해진다거나…. 영웅들 입장에서는 조금의 방심이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지는데 전투 시간도 굉장히 길어서 공략이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면 욕만 하면서 허탈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어서 7등급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공격대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메모리아 클랜 1군의 전투로 보였다.
화면에 가득한 거대한 몬스터를 상대로 열 명의 영웅이 용감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열한 전투. 영웅들의 공격으로 만들어진 폭발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으며, 영상을 통해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의 무시무시한 괴물의 공격도 끊임없이 영웅들을 짓눌렀다.
상위 괴물을 상대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보며 세 명의 일반인 출연진은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7 등급 괴물과의 전투는 무서움은 그야말로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어, 엄청나요. 던전에서 저런 괴물들을 상대하는 영웅들이 있기에 저희들이 이렇게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였군요.”
숨조차 쉬지 못하고 영상을 보던 소담이 영상이 끝나자 감탄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눈동자에 여러가지 감정을 담아 민국을 바라봤다.
“아, 그런데 던전을 공략하는 와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그 때 수아가 조심스레 민국에게 물었다.
GGW 공격대가 석산 던전을 공략하는 와중에 일반인들의 인파 때문에 고생을 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이는 사실이었다.
“좋게 표현하자면 저를 좋아하시는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던 일이지만, 네. 불미스러운 일이었죠. 사실 석산 던전까지 오신 분들. 막말로 정신이 나간 짓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을 향한 비난에 수아가 잠시 멈칫했다.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데요? 그리고 본인의 목숨은 하나예요. 소중하게 여기셔야 합니다.”
하지만 민국은 정말로 화가 난 모습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만약 몬스터가 방어선을 뚫고 나타나기라도 했다면 대참사가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물론 군인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네, 던전은 정말로 위험합니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아직 던전 브레이크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나라입니다. 대구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지 고작해야 십년 조금 넘었을 뿐이죠. 다들 조심하셔야 돼요.”
영웅인 한다미도 민국의 편을 들어주며 사람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베트남를 포함해 옆 나라나 다름없는 중국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던 만큼 한국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아무튼 잘 해결되셨다고….”
“덕분에 싸인을 하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오현정 클랜장님이 고생을 많이 했죠. 없는 살림에 저와 관련된 기념품을 만든다고 고생하셨거든요.”
“네? 없는 살림이요?”
소담이 고개를 갸웃했다. 영웅들은 다들 돈이 많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민국이 말을 이었다.
“아, R’s 클랜이 그렇게 돈이 많은 클랜은 아니거든요. GGW 공격대의 부 탱커인 타냐 루소도 원 소속은 메모리아 클랜이고요. 원래는 영입을 생각했다가 자금이 없어서 포기했는데, 메모리아 측에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영입 후 임대를 해줬습니다.”
“아하….”
이 모든 내용들은 오현정을 포함해 라온 그룹 3 세이자 메모리아 클랜의 구단주인 김태연과도 이야기가 된 사항들이었다. 굳이 방송에서 밝히는 이유는 역시나 후원금 때문이었다.
돈이 많을수록 실력 있는 영웅들을 많이 영입할 수 있고, 부활석 또한 구매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영웅 장비는 기어스코어가 높을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장미 방패단의 모 기업이 로즈 그룹이라 해도 그룹의 모든 돈을 클랜에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영웅들은 다들 돈을 많이 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한 번 알아봤습니다. 베트남의 던전 브레이크 때 십이 재앙의 심복인 가라이를 쓰러뜨리면서 베트남의 영웅이자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대장이신 한민국 공대장님의 계약은 과연…!?”
잠시 후, 스튜디오에 비명에 가까운 탄성들이 터져 나왔다.
『한민국, 22 세, 서울 영웅 학교 64 기(현 Class - 힐러)』
로 시작된 민국의 계약은 계약 기간 6 년에 주급 7.5만 달러를 받고 있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주급 7.5만 달러면 우리 클랜의 2군들이 받는 수준이라고!”
그리고 민국의 계약서를 보자마자 한다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만큼 스튜디오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그만큼 민국의 계약은 본인의 기량을 감안하면 거의 노예계약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세부 사항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지만 그것도 민국의 능력을 생각하면 굉장히 초라한 편이었다.
방송에 나가면 분명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킬 내용이었다. 하지만 출연진의 뜨거운 반응에 비해 민국은 딱히 별 느낌이 없었다.
‘주급 7.5만 달러면 돈이 얼마인데….’
거기에 클랜에서 의, 식, 주 전부를 해결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돈을 쓸 일이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전리품 정산 때 아이템을 구입하는 정도인데, 제국근위대와 함께 몬스터를 때려잡은 이후, 전리품 비율은 공격대가 원하는 장비면 클랜에 정산할 필요없이 무조건 가져가기로 이야기를 바꿨다.
그 외에 사용하지 않는 장비는 클랜과 공격대가 2 : 8로 나눠 가졌고 말이다.
“제가 영웅이 아니라 저 계약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못하겠는데…. 한민국 영웅님은 본인의 계약에 만족하세요?”
“음…. 네. 사실 부활석 지원을 조금 늘려주셨으면 하는데 그건 클랜의 리바이벌 팀의 일정과 관련된 거라 어느 정도 한도가 있으니까요.”
“부활석 지원 말고 본인의 주급이나 공대 운영 보너스 같은 항목은요?”
“사실 돈 쓸 일이 크게 없어서 딱히 신경 안씁니다.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 대부분은 부활석 구입에 신경을 쓰는 편이고요. 영웅 장비는 던전 공략으로 구하면 되니까요.”
“아…. 영웅 장비를 자급자족하다니 이게 무슨 사기 같은 공격대람?”
그런 민국의 대답에 한다미가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GGW 공격대처럼 쉴 새 없이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던전을 공략한다는 것은 공대장을 던전에 갈아버린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민국에 대한 이야기로 촬영 분량을 제법 챙긴 PD는 바로 다음 촬영 장소로 향했다. 슬슬 다섯 명의 출연진들이 호흡을 맞추며 던전을 공략할 모습을 찍어야 했다.
다시 말해 민국이 ‘금쪽같은 내 영웅’에서 출연하는 일도 이제 끝이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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