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25화 (225/486)

EP.225 그녀의 소원

‘일단 부모님 문제는….’

차분히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아빠, 엄마라 부르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던 문제였다.

“아, 그리고 현아랑도 함께 약혼할 거예요.”

“…그래?”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걸까?

민국의 말에 강채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첫 만남 때만 하더라도 일부일처를 외치던 예전의 모습과는 딴 판인 모습이었다.

일단 아이를 가졌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너그러워진 모양이었다. 하기야 말끝마다 씨발을 붙이던 옛날의 모습과는 다르게 지금은 아주 고분고분해지기도 했다.

민국의 생각대로 강채영은 일단 민국이 아이의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말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GGW 공격대인 오현아는 민국과 오랫동안 함께한 사이. 둘 사이의 특별한 감정은 자신을 만나기 전부터 있었을지도 몰랐다.

괜히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가 민국에게 미움을 받기라도 한다면 그것 그것대로 문제였다. 그리고 현아를 인정해야 하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민국의 왕성한 정력은….’

일단 자신 혼자서는 감당이 불가능했다. 여자가 남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긴 했지만. 실제로 민국과의 섹스 도중 몇 번이나 기절을 경험했던 그녀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걱정이었다.

하루면 모를까 이삼일만 지나더라도 허리가 아파서 앓아누워야 할 게 분명했다. 반드시 다른 여자가 있어야만 밤을 버텨낼 수 있었다.

“왜요? 빨고 싶어요?”

갑자기 귀로 들려오는 민국의 목소리에 강채영이 흠칫 몸을 떨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민국의 것을 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으, 응.”

그래도 그러고 싶었던 터라 민국의 제안에 채영은 바로 민국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민국의 자지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크읏.”

평소보다 더욱 애정이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애무. 짙은 체향과 함께 야한 소리가 방 안에 퍼지면서 강채영의 눈동자도 스르르 풀려가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즐기다가 강채영의 안에 자지를 꽂아 넣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아야겠지.’

그녀의 상태를 생각하면 배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강채영도 그것을 염려한 모양인지 나름대로 본인의 욕구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아, 그리고 조만간 이사할 생각이에요.”

“츕, 츕. 이사?”

다람쥐처럼 한 쪽 볼이 민국의 것으로 꽉 찬 채영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네. 셋이 살 집을 구해야죠. 지금 있는 집도 충분히 셋이 살 정도로 넓기는 한데….”

그 집은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클랜에서 준비해준 집이었다. 거기에 자신과 현아의 지분이 조금 들어간?

‘슬슬 독립할 때도 됐지.’

어차피 공격대 활동을 하면서 모아놓은 돈은 많았다. 그 중 대부분은 부활석을 사는 데 사용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집 하나 구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설마 집이 수백 억 이렇게 하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그런 민국의 말에 입에서 민국의 자지를 빼낸 채영이 그의 귀두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여기로 들어오는 게 낫지 않아?”

“…네?”

“여기 방도 넓고 많으니까 서로 사는데 불편함을 없을 테고. 일단 내가 산 집이니까 새롭게 집을 구할 필요도 없잖아? 그리고 낡은 곳은 인테리어를 하면 그만이거든.”

“아아!”

강채영의 제안에 민국이 짧게 탄성이 터뜨렸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웅답게 그녀의 집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도 100 평이 넘는 펜트하우스였다.

아이를 키우는데도 아무 부족함이 없었고, 근방에는 메모리아 공격대라는 든든한 보호막도 있었다. 문제는 현재 민국과 함께하는 오현아였지만….

“흐읏…! 응! 아아아!!! 알았어! 알았어, 한민국! 끄으윽…! 그, 그만! 그마안…! 나 갔어! 가, 갔다고…!!! 오오오옥!!!”

민국은 베갯머리송사를 이용해 가볍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비밀로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나 한민국과 강채영처럼 기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영웅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 * *

[속보) GGW 공격대의 한민국! 메모리아의 강채영 영웅과 약혼!]

[강채영 영웅 임신! 아이 아빠는 한민국 영웅으로!]

[R’s 공격대의 클랜장인 오현정, “한민국 영웅이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서 강채영 영웅과 약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둘 사이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빈다.”]

[한민국 영웅! 책임감 넘치는 남자의 모습!]

[대한민국의 든든한 방패였던 강채영 영웅! 충격적인 은퇴 선언! 조만간 은퇴식 열겠다!]

[두 영웅의 보금자리는 강남의 한 아파트? 벌써부터 집값이 들썩!]

기사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도 그럴게 강채영과 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괴물 방위에 빠질 수 없는 그리고 빠져서도 안 되는 이름이었다. 그만큼 한민국과 강채영의 국내 영향력을 설명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였다.

거기에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뉴스 란은 그야말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논란으로 불이 타오르는 건 아니었다. 댓글 대부분이 서로의 만남에 대해 축하한다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거기에 한민국이 강채영과 약혼한다고 결정을 내린 이유가 아이 때문이라는 것을 두고 민국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니, 씨발. 강채영은 양심이 있냐 없냐? 나이를 생각해야지? 어떻게 한민국에게 꼬리를 칠 생각을 할 수 있지?

└너 뒤질래? 강채영이 우리에게 해준 게 얼만데?

└인터넷에서 악플 다는 찌질이 < 대한민국의 수호신 강채영

└둘이 좋다는 데 네가 뭔 상관?

물론, 이런 식으로 질투심 어린 댓글들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전부 강채영의 팬들에게 진압 당했다.

그만큼 수많은 어둠 괴물들에게서 대한민국을 지켜냈던 강채영은 국가의 영웅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영웅이었다. 괜히 현대의 이순신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두 영웅이 소속된 메모리아 클랜과 R’s 클랜도 기사로 떠들썩했다. 클랜장들과 공격대 팀원들이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국 역시 소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단….

“당신…!”

예쁘장한 미녀가 민국의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라온 그룹 3세이자 민국이 처녀를 가져갔던 김태연이었다.

“어, 어떻게 당신과 관련된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내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기사를 통해서 알아야 하는 거죠?!”

“미안해. 나도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한 거라 정신이 없었어.”

버럭 화를 내는 김태연을 향해 민국은 빠르게 사과를 했다. 그녀에게 했던 말이 있으니 뭐라 변명을 할 말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했다고요? 약혼한다면서요? 당연히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을 테고…. 잠깐. 설마 강채영 영웅과 약혼하는 이유가 립 서비스가 아니었어요?”

고민을 하던 김태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에 민국은 허탈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대체 이 세계 남자들은 어떠한 존재들인 건지…. 그들의 행동 방식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립 서비스는 무슨….”

그런 민국의 대답에 김태연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약혼식 할 거면 라온 호텔에서 해요. 호텔 지배인한테 이야기해서 자리 만들어 놓을게요.”

“…응? 우리는 서로 조용히 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 이미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이 되었는데?”

순진한 민국의 대답에 김태연이 혀를 쯧 차며 말했다.

“라온 호텔이라면 기자들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할 거니까 내 말대로 해요. 괜히 어른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난입한 기자들에게 시달리지 말고. 기자들 중에 제정신 아닌 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요?”

“고마워.”

자신을 생각해주는 재벌 3세의 말에 민국이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막연히 본인들의 관계에 대해 어른들에게 설명할 자리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들의 위치를 망각해 버렸던 것 같았다.

가뜩이나 인터넷에서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지금, 김태연의 말대로 기자들에게 부모님들이 시달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강채영 역시 라온 그룹과 관련이 있는 메모리아 클랜 소속이니 라온 호텔에서 약혼식을 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장소와 관련해서 큰 짐을 해결했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아무튼 그건 그렇게 하도록 하고.”

태연이 슬쩍 민국의 옆자리에 앉으며 민국의 손가락을 어루만졌다.

“저는 언제 데리고 갈 생각이에요? 저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서른인데….”

‘응?’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민국이 영문 모를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그런 자신의 반응에 태연의 얼굴이 묽게 물들기 시작할 때였다.

‘아차!!!’’

바로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민국이 살며시 태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조만간? 아니면….”

가볍게 배를 쓰다듬던 민국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아기 먼저?”

“아, 아이?! 조, 좋아요. 무조건 좋아요!”

민국의 말에 태연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격렬한 그녀의 반응에 말을 꺼냈던 민국이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아이에 대한 욕망은 재벌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아이가 재벌 4세.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 * *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도 화제가 된 약혼을 준비하면서도 민국은 계속해서 공격대 스케줄을 소화했다.

일단 강채영은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메모리아 클랜을 비롯한 랭커 클랜들과 협력해 대구 던전 브레이크의 공허의 대지 문제를 해결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말이라도 꺼내려면 GGW 공격대가 무난하게 【A - 2】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했다. 이왕이면 【A – 1】 난이도의 던전 역시 공략이 가능할 정도면 더욱 좋았다.

‘거기에 기어스코어 장비도 1200 수준은 되어야지.’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장비라면 영웅 패드를 통해 전 세계로 이어진 네트워크인 경매장을 통해서는 구입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설령 매물이 나왔다 하더라도 한두 푼 하는 가격이 아니었다.

때문에 내린 결정을 노가다를 통해 자급자족을 하는 것.

어차피 GGW 공격대의 기량으로도 상위 난이도의 던전 공략은 충분히 가능했기에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단지,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었다.

때문에 민국은 퍼플 결정 때문에 특수 개체가 많이 나오는 던전을 찾으면서도 팀원들에게 필요한 장비 그리고 궁극기를 포함해서 트라이에 더욱 도움이 되는 클래스의 스톤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보며 민국은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상위 난이도의 던전일수록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았다.

일단 【B】 난이도 던전과는 달리 【A – 4】 난이도 이상의 상위 던전의 경우 공략할 수 있는 공격대가 한정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나마 전리품 상자로 획득할 수 있는 장비와 관련해서는 알려진 정보들이 더러 있었지만 클래스 스톤과 관련해서는 신빙성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기껏해야 던전 몬스터의 설명 중 전리품 상자로 어떤 클래스를 얻었다는 첨삭 정도들이 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증거가 없는지라 그것만 믿고 트라이를 준비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어휴….”

결국 한참을 검색해도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한 민국이 콧김을 크게 내쉬고는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아, 이럴 때 공략집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팀원들에게 필요한 클래스와 장비를 딱딱 검색해서 선택적으로 공략을 하면 될 텐데….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마력의 결정만을 목적으로 던전을 공략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쓸 만한 아이템이 나오면 팀원들끼리 사용하는 셈 치고 말이다.

그 때였다.

《공략집이요? 그게 뭔가요?》

갑자기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내는 뿌우를 보니 뭔가 방법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괜찮은 퀘스트를 받기 위해 지금까지 뿌우와 큐우♡의 퀘스트를 전부 거절하며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그게 지금의 상황을 대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원기옥을 터뜨릴 준비는 일찍부터 하고 있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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