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26화 (226/486)

EP.226 준비

“그래. 간단히 말해서 몇 가지 정보가 필요해.”

《정보요?》

메시지 창이 휘어지더니 물음표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이 오늘 했던 행동을 보았을 텐데, 모른 척하는 저 모습이 굉장히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진짜 얄미워서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효율적인 트라이 그리고 상위 난이도의 공략을 위해서는 클래스 간의 시너지는 반드시 필요해. 특히 십이 재앙과 같은 강력한 녀석을 상대하려면 더더욱 말이지.”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우면서 트라이를 진행했지. 실제로 클래스 시너지가 없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놈들만 상대할 수 있었고. 하지만 슬슬 한계가 올 거야. 지금 화이트 하우스라던가, 텐센트라던가 인류의 수호자라는 애들이 왜 【S】 난이도의 던전에서 빌빌대고 있었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트라이 실력이 가장 문제이긴 했지만, 클래스 시너지가 제대로 갖춰줬다면 【S – 9】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말인데, 클래스 스톤과 관련된 정보 좀 내놔 봐.”

《…어, 음. 인간들이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이 있을 텐데요?》

“어허! 그런 일반적인 클래스 말고. 위그드라실 같은 좋은 거 있잖아?”

한 발짝 빼는 뿌우의 대답에 민국이 얼굴에 인상을 콱 썼다.

그래도 확실하게 가부를 결정하지 않고, 밍기적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일단 뭔가 원하

는 것이 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퀘스트를 줄 것처럼 보이는데 조금 더 긁어봐야 싶은 생각이었다.

“레전드리 클래스로 몇 개 뽑아 봐. 보호막 특화로. 당장 공격대에 필요한 게 보호막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민국은 모았던 원기옥을 제대로 터뜨릴 생각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1티어 수준의 유니크 클래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당연히 클래스의 등급은 【S】 등급 이어야 했다.

《레, 레전드리…! 그게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

그런 민국의 말에 뿌우가 기함을 터뜨렸다.

“아아, 노가다는 내가 뛸 테니까 어디서 나오는지만 말해 봐. 이왕이면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팁 같은 게 있으면 더 좋고.”

하지만 민국이 뿌우의 말을 훅 자르며 말했다.

아무리 드랍 확률이 낮다 해도 뺑뺑이에는 장사 없었다. 결국 백번 돌면 나오는 게 아이템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천 번 돌면 그만이었다.

게임의 고수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 중에 인내심이라는 항목이 있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떤 클래스 정보를 원하시는 건가요?》

결국 항복에 가까운 뿌우의 메시지를 보며 민국의 주먹에 힘이 꽈악 들어갔다.

‘그래, 이렇게 방법이 있을 줄 알았다니까?’

아무튼 당장 GGW 공격대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힐러진의 시너지였다.

보호에 특화된 지젤, 회복에 특화된 켄달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스킬 구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트라이 당 한 번에 한해 사망한 이를 되살릴 수 있는 위그드라실 클래스를 보유한 자신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이들의 스킬 구성에는 많은 것들이 부실했다.

특히나 네임드의 강력한 공격을 흘려줄 수 있는 궁극기의 존재가 하나도 없었다. 위그드라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숙, 재활, 평온, 천찬 같은 좋은 것들 많잖아?’

민국은 자신이 즐겨했던 RPG 게임의 필살기 급 기술들을 떠올렸다.

아니, 꼭 궁극기를 보유한 클래스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스킬 스톤을 구할 수 있어도 상관은 없었다. 스킬 스톤을 교체해서 사용하는 역시 한 방법이기는 했으니까.

“그러니까…….”

민국은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것과 원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 민국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뿌우의 메시지창도 삐걱거렸다. 나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그만의 행동이었다.

《결국 강력한 방패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맞아.”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끝낸 민국이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다.

“가장 베스트는 공격대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야. 적어도 8 등급 아니 그보다 강한 괴물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어야 하지. 그게 아니면 공격대 전체의 생명력 회복도 나쁘지 않고.”

《그런데 민국님. 보호막이라면 지, 지젤이라는 여성이 있지 않나요?》

“너 일부러 그러는 거냐? 습자지보다 얇은 보호막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하위 난이도면 모를까 지금은 택도 없어.”

실제로 지젤의 광역 보호막은 8 등급 어둠 괴물이 입김만 불어도 깨져나가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마력을 집중시킨 단일 보호막 정도나 되어야 효용이 있었다.

“어휴….”

가상현실게임 GGW에 등장했던 이들로 따지면 기껏해야 4, 5성에 불과한 애들일 텐데……. 생각해 보니 그런 애들을 데리고 용케 트라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무튼 어떻게 할래? 네가 도와주면 도와줄수록 십이 재앙의 공략 준비도 더울 빨라질 거야.”

이어서 민국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참고로 만약 지금이라도 십이 재앙 애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난 죽었다 깨어나도 막아낼 자신 없다?”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십이 재앙의 심복이라는 가라이를 잡을 준비만 하는데도 다른 공격대의 손을 빌리는 등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었다.

《…….》

그렇게 얼음이라도 된 듯 움직이지 않는 메시지 창.

하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민국은 뿌우가 깊은 고뇌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메시지 창이 부르르 떨리며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

《먼저 민국님이 원하시는 것 중, 공격대원들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보호막을 궁극기로 사용할 수 있는 클래스는 존재합니다.》

“역시.”

도우미나 다름없는 이 녀석에게는 답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리품 상자를 통해 레전드리 클래스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시지를 확인하며 잠시 멈칫하던 민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유는 보나마나 어둠 괴물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어째 말하는 투가 전리품 상자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먼저 원하시는 레전드리 클래스를 골라 주시기 바랍니다.》

말과 함께 뿌우의 메시지 창이 네 개로 분열되었다.

그리고는 각각의 레전드리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의외로 레전드리 클래스의 종류가 많다 싶었는데, 그 중 둘은 【B】 등급 레전드리 클래스였다.

검색 도중 몇 번 본 적이 있는 클래스 명으로 어떤 몬스터를 잡아서 얻은 적이 있다는 댓글이 몇 개 달려 있는 클래스였다. 물론, 그 정보에 대한 신빙성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쓰레기 수준은 아니었지만, 마력 대비 스킬 효율을 따져보면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건 아니었다. 궁극기도 마찬가지였다. 마력 계수가 높지 않아 상위 단계로 갈수록 궁극기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에 반해 나머지 두 개의 레전드리 클래스는 클래스에 대해 관심을 검색했던 민국도 처음 보는 클래스였다.

재빨리 태블릿으로 검색을 해봤지만 나오는 정보가 극히 드물었다. 그래도 클래스를 획득한 이들이 없지는 않았는지, 기삿거리가 몇 개 있기는 했다. 어쨌든 그만큼 희귀한 클래스인 모양이었다.

“새벽의 성처녀, 음률의 선자라….”

일단 전자는 스킬 구성이 회복과 보호 둘 다 특화된 클래스였다.

거기에 보호막 궁극기까지 쿨 타임도 제법 길지 않았기에 트라이가 장기로 이어질수록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어서 음률의 선자는 연주를 통해 아군에게 버프와 치유를 동시에 걸어주는 클래스였다. 거기에 음공처럼 몬스터에게 데미지까지 넣을 수 있어 잘하면 팔방미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단점이 생각보다 커 보이는데?’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장비로 악기 계통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악기 계통의 기어 스코어 무기는 영웅들 사이에서 거의 버려지다시피 하는 쓰레기였다. 실제로 가장 많이 파괴되어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으로 변환되는 것이 악기 계통의 기어 스코어 장비였다.

다시 말해 기어 스코어가 높은 장비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민국은 눈앞에 보이는 클래스의 주인으로 지젤 뷘드셴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실력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젤에게 딜과 팀의 회복 및 보호 그리고 버프까지 요구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나 싶은 생각이었다.

클래스가 아무리 다재다능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살리려면 일단 레이드에 대한 숙련도가 높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세계의 영웅들은 일단 탈락이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새벽의 성처녀. 이것으로 정할게.”

왠지 지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클래스 명칭이었지만, 지금 GGW 공격대에는 반드시 필요한 클래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클래스 스톤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위 클래스의 조합이 필요합니다. 원래 조합식이라는 것은 4단계 카오스 상점부터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아이템인데…. 아무튼 민국님은 그 조건을 만족하셨으니 조합이 가능하시긴 할 겁니다.》

뿌우의 말에 민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에 3단계에서 강채영의 임신이 확인되면서 4단계로 업그레이드 된 게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먼저 새벽의 기사, 집중 치료술사, 하이 프리스트, 알케미스트. 이렇게 네 개의 클래스가 필요합니다. 그것의 클래스 스톤을 구해서 큐우♡를 불러 조합해 달라고 부탁하시면 됩니다. 단, 큐우♡도 공짜로 조합을 해드리지는 않습니다. 아마 간단한 임무가 주어질 겁니다.》

“무지하게 귀찮구만….”

생각 외로 원하는 것들이 많은 놈들이었다.

“아, 클래스 스톤 중에서 각인된 것은 안 되는 거지?”

마친 저 중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위그드라실을 얻기 전 까지 유용하게 써먹었던 집중 치료술사 클래스 스톤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네. 마력이 인식되지 않은 클래스 스톤만이 가능합니다. 아, 참고로 교환은 한 번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쉽네.”

민국이 쯧 혀를 찼다. 레전드리 클래스의 가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나만 팔아도 엄청난 돈일 텐데…. 게다가 인류의 전력 상승이라는 부가 효과까지 있었다.

“만약 다른 레전드리 클래스를 구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그렇긴 합니다만…. 애당초 레전드리 클래스의 조합식은 민국님이 보유하신 카오스 상점의 수준으로는 얻을 확률이 굉장히 낮습니다.》

“…수치로 따지면?”

《0.05% 정도?》

이건 뭐, 자신들의 도움이 아니면 클래스 조합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녀석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기도 했다. 아무튼 일단 경매장부터 뒤져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삼십분 뒤 민국은 경매장이 접속되어 있는 태블릿의 전원 버튼을 꾸욱 눌렀다.

“그냥 노가다나 뛰어야겠다.”

【A】 등급 클래스 스톤인 집중 치료술사만 하더라도 시세가 1840만 달러. 한화로 200 억이 넘는 돈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물도 몇 개 없었다.

그나마 하이 프리스트와 알케미스트는 40억 수준에 불과했지만, 【A – 4】 난이도의 던전에서 등장한 특수 개체의 전리품 상자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새벽의 기사는 가격에 답도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국내에서 새벽의 기사 클래스를 구할 수 있는 던전이 한 곳 있기는 했다. 거기에 인증까지 된 던전이었다.

“칠보산 쌍곡 던전.”

물론, 난이도가 난이도인지라 클래스 스톤을 노리고 공략을 하는 공격대는 없었다. 현재 쌍곡 던전을 관리하고 있는 메모리아 클랜도 던전 타이머를 맞춰서 초기화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게 초기화 도중 운 좋게 새벽의 기사 클래스를 획득해서 인증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드랍 확률은 굉장히 낮은 모양이었다. 상위 던전의 던전 타이머 시간이 아무리 길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못해도 수십 번은 넘게 트라이를 했을 텐데 메모리아 클랜이 새벽의 기사 클래스를 얻어 해외로 판매했던 것은 고작해야 두 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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