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39화 (239/486)

EP.239 본인도 몰랐던 과거

[한민국 : 그래? 아무튼 너무 안 봐서 그런가? 얼굴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아.]

[한세정 : …미안. 전부 나 때문이야.]

[한민국 : 근황 겸 최근 사진이나 몇 장 보내봐.]

‘뭐지? 화가 풀린 건가?’

세정은 동생이 보낸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불과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자신의 메시지를 읽지도 않는 민국의 행동에 퀭한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던 그녀였다. 결국 먼저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에 대해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서 행동을 옮겼건만 다행이도 동생의 태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남자 특유의 까칠함도 전혀 없고 말이다. 오히려 오랜만의 연락이 반가운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자신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 동생이 자신의 최근 근황을 궁금해 하며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정은 고심과 고심을 거듭해 자신이 잘 나온 사진으로 골라 보냈다. 당연히 사진들은 노출이 최대한 없는 것들이었다.

“어휴…. 진짜 없었던 일처럼 지냈으면 좋겠다.”

자신의 행동이 민국에게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물며 그 때의 경험이 민국에게는 처음이었으니…. 그 이후 몇 번이나 사과를 했지만 그것으로 동생의 화가 풀릴 리 없었다. 결국 집도 나갔고 말이다.

“아으….”

옛날의 일을 떠올리며 세정은 베개에 자신을 얼굴을 푹 박았다. 본능적으로 손이 밑으로 향했다.

“나 정말 미친년인가….”

동생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밑으로 손이 가곤 했다. 아무튼 민국에게도 첫 경험이지만 자신도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우웅하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번개처럼 세정이 문자를 확인했다.

[한민국 : 사진을 보내줬으니 나도 내 근황에 대해서 알려줘야 하나? 내가 지금 뭐하고 있게?]

문자를 보낸 이는 동생이었다. 의외로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답문이 제법 길었다.

“뭐하고 있느냐고?”

민국의 최근 근황이라면…. 한세정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현재 GGW 공격대는 칠보산 쌍곡 던전을 공략 중에 있었다. R’s 클랜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였다. 아, 현재 연락이 되는 것을 보면 공략을 끝냈거나 혹은 공략 도중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틀림없었다.

일단 던전 내에서는 문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세정 : …던전 공략 끝났어? 그러면 팀원들과 회의?]

짧게 고민을 끝낸 세정이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솔직히 민국의 질문에 정답을 맞출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며 자신에 대한 감정이 누그러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민국 : 기다려봐. 사진 보내줄게.]

“응? 사진?”

그리고 이어진 동생의 답장에 세정은 침을 꼴깍 삼켰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미남이라는 동생이 자신의 사진을 보내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게 웬 횡재야?!’

세정이 알고 있는 동생의 모습은 마력을 각성하기 전의 모습이었다. 때문에 세정은 대한민국의 영웅이 된 한민국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R’s 클랜에서 홍보 차 찍은 것들이거나 TV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예전에도 제법 잘생긴 남자였지만 마력을 각성한 민국은 그야말로 딴 사람이었다. 하물며 TV에 몇 번 나오며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도 했었다.

‘언제 오는 거지? 무슨 사진일까?’

기대감으로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붙잡고 세정은 민국이 보낼 사진을 기다렸다. 기어 스코어 장비를 입은 모습일까? 아니면 평상복? 그 어느 것이라도 좋았다.

그래도 이왕이면….

얼굴과 함께 몸 전체가 나오는 사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은 세정은 자신의 팬티를 살짝 내리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것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동생이 아닌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유혹하는 상상을 하며 말이다.

“흣. 으응…. 읏!”

벌써 일 년 가까이 잠자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순식간에 딱딱해진 젖꼭지가 남자를 원하고 있었다.

자신의 프로필 사진의 배경이기도 한 리조트로 다은이로 함께 놀러갔을 때 옆방에 있던 남자 무리를 꼬셨어야 했는데….

‘‘조금 더 들이댈 걸.’

생각보다 철벽을 치는 것 같아 쉽게 포기했더니 그게 영 아쉽게 느껴졌다. 그렇게 몸을 움찔거리며 세정이 자위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우우우웅.

핸드폰의 진동과 함께 민국이 보낸 사진을 확인한 순간 세정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 어? 어?”

순간 머리가 마비가 되는 느낌이었다.

사진은 한 명의 여자가 남자에게 뒤로 박히고 있는 모습을 위에서 찍고 있었다. 여자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볼 수 있지만 남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는 구도였다.

기껏해야 커다란 자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무튼 여자는 쉽게 보기 힘든 미녀로 보나마나 영웅으로 추정되는 여성이었다.

“뭐, 뭐야? 실수로 잘못 보낸 건가?”

움찔 놀란 세정이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토해냈다.

자신의 실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뾰족 서고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느낌이었다.

“아무렴. 그, 그렇겠지.”

동생은 여자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는 것조차도 질색을 하며 싫어했던 전형적인 남자였다.

세월이 오래 지나긴 했어도 그 천성이 어디로 갈까? 게다가 그런 것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는데?

아무튼 민국의 핸드폰에 이런 사진이 있는 것을 보니 살짝 신기하기는 했다. 그리고 지금의 사진은 못 본 척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슬쩍 삭제해야겠다.”

그러면 동생도 조금 덜 어색해야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세정은 사진을 삭제하게 위해 야한 사진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그러자 사진이 원본처럼 확대되면서 여자를 꿰뚫고 있는 커다란 대물이 세정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쓰읍.”

누구 것인지는 몰라도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물건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눈이 갈 정도였다.

합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이런 자지를 가진 남자가 존재할까 싶었다. 그렇게 사진을 보다보니 민국이 왜 이 사진을 보관하고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여자들이 큰 가슴을 동경하는 것처럼 남자들도 커다란 대물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민국이 것도….’

나이에 비해 제법 큰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 여러 남자들과 몸을 섞었지만 동생의 것만큼이나 큰 물건은 보지 못했으니 확실했다. 물론, 그 물건을 제대로 즐겼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한민국 : 아, 잘못 보냈네.]

다시 동생의 문자가 도착했다.

역시나라는 생각과 함께 세정은 메시지의 내용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핸드폰 너머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을 민국이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받았던 사진을 슬쩍 저장을 한 다음에 대화창에서 삭제했다. 물건이 워낙 인상이 깊었던 터라 나중에 자위를 할 때 몰래 볼 생각이었다.

왠지 살짝 자괴감이 들기는 했지만….

‘여자는 뇌가 성욕으로 이루어진 존재잖아?’

그런 괴변으로 일단 위안을 삼았다.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민국이 보낸 사진을 확인한 순간 세정은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한민국 : 나는 시라누이 마이라고 우리 공격대 영웅 중 한 명을 떠먹고 있어. 그 때 그 누구처럼 말이야.]

다시 보내진 사진은 조금 전 대물을 가진 남자에게 뒤로 박히고 있던 여성이 셀카처럼 찍은 사진이었다.

달짝지근한 얼굴을 한 여성과 그런 여성을 뒤에서 박고 있는 잘생긴 남자. 그리고 그 남자는 TV 에서만 보던 자신의 동생이자 대한민국의 영웅인 한민국이었다.

그리고 사진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민국의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한민국 : 아, 우리 할 말 많지? 나흘 뒤에. 그러니까 토요일 11시. 라온 호텔에서 보자.]

그녀의 머리가 표백이라도 된 듯 새하얗게 변했다.

* * *

나흘 간 세정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민국이 보낸 사진 때문이었다. 공격대원 중 한 명과 함께 섹스를 하고 있는 사진. 그것도 본인이 찍은 게 아니라 여자가 찍은 사진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대놓고 찍은 구도였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분명 자신일 터였다.

[그 때 그 누구처럼 말이야.]

실제로 사진과 함께 보내진 메시지가 그랬다. 이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 지 세정이 모를 리 없었다.

“……하아.”

시도 때도 없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런 섹스 사진을 보낼 정도로 자신에게 원망이 깊게 남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알려줘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걸까?

혹은 이런 트라우마가 있다고 밝혀 자신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다고 예고하는 건가?

여러 생각들이 세정의 머릿속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세정은 그 사진을 보며 몇 번이나 자위를 했다.

물론 자위가 끝나고 나면 내가 미친년이라는 후회가 온 몸을 휩쓸었다.

“아, 씨바알…. 진짜 나 어떻게 해야 되냐….”

자신에 대한 동생의 원망이 이렇게나 강하다면 엄마와 아빠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을 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아무튼 주말 아침.

세정은 단정하게 차려입고는 동생이 약속 장소로 잡은 라온 호텔로 향했다.

라온 호텔은 라운 그룹이 운영하는 특급 호텔로 기본 객실도 하루 숙박비가 60만원이 훌쩍 뛰어넘는 터라 일반인들은 기념일과 같은 날에만 이용할 수 있는 호화 호텔이었다.

물론 20대 중반을 지난 세정 역시 살면서 딱 한 번 라온 호텔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사귀던 남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념일에 예약을 했었는데, 이틀 간 호텔을 예약한 것 때문에 한 달을 라면만 먹고 살아야 했었다.

‘그 개새끼….’

그리고 그 남자친구와는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보름 뒤에 깨졌다. 함께 호캉스를 하러 와서 스킨십도 제대로 못하고 혼자 사진만 찍던 남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렸다.

아무튼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런 특급 호텔들은 소시민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경직되게 만드는 무거운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동생은 이런 초호화 호텔에서 미래의 와이프와 약혼식을 한다고 했다.

약혼녀는 대한민국의 영웅이자 많은 여성들의 롤 모델인 강채영.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영웅 학교 때부터 함께했던 전우이자 현재 GGW 공격대의 메인 탱커인 오현아였다.

아무튼 그런 여인들과 결혼을 하는 민국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공대장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1년 수입이 10 억 달러가 훌쩍 넘었다. 그것도 상위 던전에서 얻는 특별한 물품에 대한 보상과 초상권 및 그 외의 것들은 제외한 수입이었다.

“꿀꺽….”

한 달에 250 정도를 버는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셈이었다.

그 뿐인가? 사회적인 명성 또한 대단했다.

인류를 위해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남자 영웅. 그것도 공대장을 맡아 인류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십이 재앙의 심복 가라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쓰러뜨린 주인공이었다.

그와 함께 베트남을 던전 브레이크에서 구원해 낸 민국의 활약은 최근 몇 년간 어둠 괴물과의 전쟁에서 가장 큰 성과였다고 화자되고 있었다.

“…하아.”

그런 동생의 스펙을 생각하니 다시 한 번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솔직히 겁이 났다. 그렇게 가슴을 졸이며 세정이 호텔 로비에서 민국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한민국 : 3902호로.]

동생에게서 온 문자에 세정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솔직히 말해 겁부터 먼저 났다. 혹시 지금 자신에게 방으로 찾아오라고 하는 건가? 만약 남자가 있는 호텔방을 찾았다가 사고라도 생기면…? 그게 동생의 의도였다면?

‘어떻게 해? 어떡하지?’

세정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었다. 그건 동생과는 화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민국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여러 기대를 한 얼굴로 자신을 배웅하던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때 누군가가 세정의 등 뒤를 콕콕 찔렀다.

“안녕하세요? 한세정씨죠?”

“네, 네? 네?”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이 자신에게 아는 척 말을 걸고 있었다. 굉장한 미녀였다.

“호, 혹시 저 아시나요?”

이름을 아는 것을 보니 어디선가 만났던 기억이 있던가? 하지만 세정은 그녀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때 여성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살짝 휘어지는 눈썹이 세정은 작품처럼 예쁘게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분명 모르는 여성인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살짝 드는 기분이었다.

“공대장님 찾아 오셨죠?”

“…아.”

그 순간 세정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많이 본 여성인가 싶더니만. 눈앞의 여성은 동생이 보낸 사진에서 동생과 알몸으로 섹스를 하던 GGW 공격대의 영웅 시라누이 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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