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3 본인도 몰랐던 과거
‘그러면 이게 정말로 현아의 운이란 말이야?’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진짜 모르는 일이예요.》
큐우♡의 대답을 뒤로 하고 민국의 눈이 빛기둥으로 향했다.
매일 자칭 천호동 럭키 걸 노래를 부르더니만 정말로 한 건 해낸 모양이었다.
아니, 남들의 눈에는 정말 럭키 걸로 보일 게 분명했다. GGW 공격대에서 함께하며 현아가 빛기둥을 띄운 횟수는 정말로 예사롭지 않은 수준이었으니까.
비록 현아가 띄운 빛기둥의 대부분이 자신의 퀘스트 보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지만 아무튼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역시 오현아!”
“럭키 걸! 럭키 걸!”
휘황찬란한 빛기둥의 존재에 멍하니 넋을 잃고 있던 이들이 곧 정신을 차리고는 현아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나 외국인인 지젤의 혀 꼬부라진 발음과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롤라스의 전리품 상자에서 나타난 빛기둥인 만큼 새벽의 기사 클래스가 기대될 터. 민국 역시 그런 지젤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만약 여기서 새벽의 기사 클래스를 얻게 되면 더 이상 칠보산 쌍곡 던전을 공략할 이유가 없었다. 던전을 졸업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집중 치료술사는….’
쌍곡 던전을 공략하면서 얻은 전리품과 그에 대한 정산 비라면 지젤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수준. 게다가 집중 치료술사는 가격이 조금 나가기는 해도 최근 들어 경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매물이기도 했다.
“자! 잘하고 있어요.”
언제 들고 왔는지 던전의 전리품을 이용해 특수하게 만든 드론 카메라를 꺼내든 소정이 그런 팀원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소정의 모습에 민국 역시 반사적으로 손으로 브이를 그려 보았다. 그리고는 왠지 늙어 보인다는 이야기에 슬쩍 브이를 손가락 하트로 바꿔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
아무튼 이 사진들이 GGW 의 일기장에 올라갈 거라고는 너무나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빛기둥이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어서 전리품 상자의 물건을 확인한 현아가 승리자라도 된 것 마냥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고는 자신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나를 찬양해라!!!”
모두의 시선이 현아의 손에 들린 커다란 돌멩이에 집중되었다.
“어, 어?! 정말로!”
“우와아아아!!!”
“오현아! 오현아! 오현아! 오현아!!!”
그것이 클래스 스톤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민국까지도 정신을 놓고 소리를 질렀을 정도. 이쯤이면 정말 천호동 럭키 걸이라 해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현아의 모습을 보는 지젤은 눈동자는 정말 존경으로 가득했다.
“지젤, 정말 축하해!”
“이러면 지젤도 레전드리 클래스의 주인공이 되는 건가?!”
“새벽의 성처녀! 지젤!!!”
그렇게 ‘새벽의 기사’ 클래스를 얻게 되면서 지젤은 레전드리 클래스 획득의 8 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은데, 우리 한 번만 더 쌍곡 던전을 공략해 볼까요?”
전리품을 정리하고 던전 밖으로 향하는 도중 현아가 한껏 기분이 업 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까? 어차피 두 번 공략하는 일정이었잖아요?”
“그러게? 여기서 새벽의 기사 클래스 하나 더 나오면 초대박이잖아.”
“하하하!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던전을 공략하면서 얻은 것들이 워낙에 많았기 때문일까?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게다가 ‘새벽의 기사’ 클래스 스톤은 민국의 세계에서 있던 비트 코인이 생각이 날 정도로 요즘 떠오르는 매물 중 하나였다.
“하기야 새벽의 성처녀 조합식 때문에 새벽의 기사의 클래스 스톤이 조금 뜨고 있죠?”
“예전에는 별로 대단한 취급을 받지는 못했는데, 조합식 얻게 되면 바로 레전드리 클래스가 뚝딱 나오는 거잖아. 그래서 요즘은 얼마 해?”
“최근 거래가가 16억 달러가 조금 넘기는 했어요.”
“히끅?!”
영웅 패드로 경매장 검색을 한 유나의 대답에 주위에 있던 팀원들의 눈동자가 달러 모양으로 변했다. 일단 얻기만 하면 대박이 따로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세도 공대장님?”
“으음….”
은근한 기대가 담긴 팀원들의 말에 민국도 고개를 주억였다.
그녀들의 말대로 혹시나 얻게 될 ‘새벽의 성처녀’ 조합식 때문에 새벽의 기사 클래스를 얻기 위해 칠보산 쌍곡 던전을 공략하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칠보산 던전만이 새벽의 기사 클래스 스톤을 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동시에 던전을 공략하는 행위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시간의 왜곡’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면 간단했다.
그리고 쌍곡 던전을 공략할 수준의 공격대라면 시간의 왜곡 아이템 정도는 여유롭게 가지고 있었다.
‘한 번 더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솔직히 새벽의 기사 클래스 스톤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쌍곡 던전에서는 클래스 스톤이 아니더라도 퍼플급 결정은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운이 좋다면 공격대의 스펙에 도움이 되는 장비 아이템도 함께 획득이 가능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민국이 팀원을 보며 물었다.
“그러면 찐막?”
“콜!”
이어서 모두가 한 마음으로 외쳤다.
하지만 바로 던전을 공략하지는 않았다. 서른 시간에 가깝게 던전을 공략했던 만큼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트라이에 나설 생각이었다.
“…어, 얻으셨네요?”
던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R’s 클랜의 수거팀장은 지젤의 손에 들린 클래스 스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거 팀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다른 클랜의 관계자들도 클래스 스톤의 존재를 보기 위해 구경을 하러 오기도 했다.
‘새벽의 성처녀’ 조합식이 발견된 이후 여러 공격대들이 쌍곡 던전을 공략했지만 클래스 스톤을 얻은 공격대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하물며 쌍곡 던전의 관리 주체인 메모리아 1군 공격대도 지금까지 쌍곡 던전을 공략하면서 단 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지 않은가?
그러나 GGW 공격대가 던전을 공략하는 횟수를 생각하면 이렇게나 일찍 클래스 스톤을 획득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A - 4】 난이도의 던전 중에서도 공략이 까다롭다는 쌍곡 던전을 일주일에 두 번씩 공략을 하는 일정이었다.
다른 공격대들이 짧아봤자 열흘에 한 번, 이 주에 한 번씩 던전을 공략하는 것을 생각하면 GGW 공격대는 정말 약간의 휴식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던전 공략에 쏟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면 쌍곡 던전 공략은 이제 종료입니까?”
수거팀장이 민국에게 물었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설치했던 막사들을 철거하고 철수를 할 준비를 해야 했다.
“아, 기존의 스케줄이 있으니 한 번 더 공략을 하고 갈 생각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클랜장님에게는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나절 가량의 휴식과 함께 다시 시작된 공략.
저번의 공략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GGW 공격대는 파죽지세로 던전을 뚫어 나갔다. 하지만 너무 흥분한 까닭일까?
“똑바로 정신 안 차릴래?!”
“바닥! 바닥부터 확인하고 움직여! 정예린 거기 멈춰!”
사소한 실수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면서 민국의 목소리가 잠깐 높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다들 경험들이 많은 까닭에 던전의 공략은 큰 문제없이 이어질 수 있었다. 어차피 부활석 몇 개 깨지는 것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저번 트라이에 운을 너무 쏟은 건가?”
“7네임드까지 전부 꽝인데요?”
하지만 막상 기대했던 소득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얻은 기껏해야 잡다한 템들에 불과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격이 제법 나가기는 했지만 팀원들이 기대했던 건 이런 사소한 것들이 아니었다.
“아직 신에게는 세 마리의 네임드가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현아가 허세를 부려봤지만, 오롤라스까지 트라이를 하면서 GGW 공격대가 얻은 건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와, 진짜 이렇게 까지 거지 던전이 있을 수가 있나?”
“이러면 정산은 얼마예요? 잡템만 얻은 거죠?”
“각자 8억씩. 【A - 4】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했는데 정산금이 8억만 나오는 거 실화야?”
정말 빛기둥이 나왔던 이전의 트라이에 모든 운을 쏟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
GGW 공격대가 하나, 둘씩 던전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민국이 게이트에서 빠져 나왔을 때였다.
“어어어?!”
“꺄아아아악!!!”
갑자기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과 게이트가 어린아이의 손에서 주물러지는 젤리마냥 제대로 된 형태를 가누지 못하고 으깨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던전의 입구가 스르르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려 이십년 가까이 칠보산에 자리잡고 있던 쌍곡 던전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 * *
[속보) 【A - 4】 난이도의 칠보산 쌍곡 던전 무너져!]
[쌍곡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만세를 부르는 매실동 주민과 군인들.]
[R’s 클랜의 GGW 공격대가 만들어낸 쾌거!]
[칠보산 쌍곡 던전은 어떻게 무너졌는가?!]
“…던전이 무너져요?”
갑자기 칠보산 쌍곡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R’s 클랜의 클랜장인 오현정은 어안이 벙벙했다.
시간의 왜곡 아이템을 사용해 GGW 공격대와 동시간에 쌍곡 던전을 공략한 공격대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던전을 무너뜨린 건 GGW 공격대가 확실했다. GGW 공격대가 나오자마자 던전이 무너진 것을 본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고, 다른 공격대는 네임드를 공략하던 도중 던전이 일그러지며 밖으로 튕겨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가 전부 던전이 무너진 것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칠보산 쌍곡 던전이면 【A - 4】 난이도 던전 아닌가? 상위 난이도의 던전이 그렇게나 쉽게 무너질 수가 있나?”
“오늘부터 저는 루이즈 박사의 가설을 믿기로 했습니다.”
비서의 말에 현정 역시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 역시 루이즈 박사가 주장했던 가설이 그럴듯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던전을 반복적으로 공략하면 던전의 마력이 소모되며 던전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그 근거가 대단치 않았기에 많은 이들이 무시하는 주장이기는 했지만….
GGW 공격대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공략했던 상위 던전은 대부분 던전이 무너지는 것으로 끝이 났다.
공통점이라고는 단 하나.
던전 타이머가 초기화 돼서도 공격대에 의한 반복적인 공략이 계속해서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던전이 무너지기 전에 클래스 스톤을 획득한 것은 천만다행이네요. 현아가 전리품 상자를 열었다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김소정 영웅이 보내온 사진에는 빛기둥이 떠오르는 장면이 정말 제대로 찍혔더군요.”
비서가 곧 사진을 내밀었다.
그리고 사진 속에서 활짝 웃는 동생의 얼굴을 본 현정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휘황찬란한 빛기둥을 앞에 두고 기뻐하는 동생과 영웅들, 현아를 향해 박수를 치는 모습의 한민국, 생명의 은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현아를 얼싸안는 지젤 등. 생생한 표정의 사진들이 여러 구도로 찍혀 있었다.
“조만간 GGW의 일기장에 업데이트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잘됐네요. 그러면 지젤 뷘드셴의 레전드리 클래스는 언제 완성이 되는 거죠?”
“현재 경매장에서 집중 치료술사의 클래스 스톤 구입을 진행 중입니다. 클래스 스톤을 얻고 나면 바로 레전드리 클래스를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GGW 공격대는 민국과 현아 그리고 지젤까지. 레전드리 클래스의 영웅을 무려 셋이나 보유하게 되는 공격대가 되는 셈이었다.
국내로 치면 레전드리 클래스가 가장 많은 공격대였고, 전 세계적으로도 ‘화이트 하우스’나 ‘텐센스’와 같은 쉴더급 공격대와도 비교될 수준이었다. 물론, 장비의 기어 스코어와 경험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긴 하겠지만.
“그러면 이제부터는 【A - 3】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가려나.”
이미 쌍곡 던전 공략도 성공시킨 마당에 지금의 수준이라면 【A – 3】 난이도의 공략 역시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비서가 물었다.
“이번에도 메모리아 측에 손을 빌려야 할까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
R’s 클랜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A – 3】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가능성도 있었다.
의외로 1군 영웅들의 GGW 공격대와의 협업을 원하는 눈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GGW 의 공대장인 한민국의 의견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민국은 현재.
《다른 레전드리 클래스 조합식이요?》
‘그래. 이번에는 공격대 버프 같은 걸 가지고 있는 클래스면 좋겠어. ‘블러드 러스트’ 같은 거 있잖아?’
《블러드…. 뭐요?》
《그게 뭔데요?》
민국의 말에 뿌우와 큐우♡가 동시에 물음표를 떠올렸다. 카오스님의 사자인 이 남자는 가끔 자신만이 아는 단어를 내뱉을 때가 있었다.
‘…아, 모르면 됐고. 아무튼 공격대원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한다거나 공대원의 스킬 쿨을 줄여주는 레전드리 클래스는 없나? 블러드 러스트가 아니면 프라이멀 레이지같은 스킬도 괜찮아.’
《으음….》
민국의 물음에 고심에 잠긴 뿌우와 큐우♡.
그렇게 민국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공격대 구성을 짜기 위해 두 메신저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 때문에 이틀 정도 늦었습니다. 그러면 즐감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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