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4 대구 해방 작전
《어휴, 블러드가 대체 뭐야?》
《…듣자하니 영웅의 움직임을 빠르게 해주는 스킬? 그런 걸 뜻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 스킬을 고유 능력으로 가지고 있는 클래스가 있나?》
《동료를 돕는 거니…. 힐러 계통의 클래스가 아닐까요?》
그렇게 결정을 내린 뿌우와 큐우♡.
“아, 이왕이면 딜러로 찾아줘. 원래 블러드는 딜 술사나 법사가 올려야 제 맛이거든. 힐러는 힐 해야지. 뭐, 정 없으면 힐러 쪽에서도 찾아주고.”
하지만 이어지는 민국의 말에 결국 뿌우와 큐우♡는 탱커를 제외한 자신들이 아는 영웅들의 레전드리 클래스를 모조리 확인해야만 했다.
“빛의 선지자?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 일단 체크.”
“암흑 혈기사라…. 공격대 전체에게 보호막을 치는 것과 동시에 본인에게는 흡혈 능력. 스킬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조금 애매한 느낌이네. 딜탱 포지션인가?”
민국도 그냥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뿌우와 큐우♡가 확인하는 정보를 함께 확인하면서 이 세계의 레전드리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하나, 둘씩 머릿속으로 기억하거나 수처에 적기 시작했던 것이다.
‘혹시 모르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훗날 공격대 조합을 짤 때 유용하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무튼 이 중 대부분은 어둠 괴물과의 전쟁으로 밝혀진 클래스들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말 희귀한 레전드리 클래스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의 클래스인 ‘위그드라실’과 같은 클래스도 더러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찾아 헤맸을까?
《아…. 찾았다.》
결국 큐우♡가 하나의 클래스를 찾아내었다.
클래스 명은 ‘불꽃의 광채’. 파괴의 교향곡이라는 특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레전드리 클래스였다.
‘파괴의 교향곡?’
일단 처음 드는 클래스 명과 처음 듣는 스킬 명. 태블릿으로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나오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민국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큐우♡가 만들어내는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민국의 입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건…. 완전히 사기 스킬이잖아?”
불꽃의 광채는 여러 효과가 혼합된 스킬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군의 마력을 들끓게 만들어 공격 속도를 높여주고, 스킬의 쿨 타임을 줄여주는 것과 동시에 적의 방어막을 일순간이지만 무시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 말은 즉, 화력을 집중시킬 수만 있다면 순간적으로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때려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레이드에 잔뼈가 굵은 본인이라면 그런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민국이 원했던 스킬에 추가 효과까지 붙은 셈이었다.
만약 이런 클래스를 보유한 영웅이 있다면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공격대로 영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아니, 이런 레전드리 클래스가 있는데 인간들이 어떻게 어둠 괴물과의 전쟁에서 밀리고 있…. 아, 뭐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
그렇게 떠들던 민국이 곧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주억였다.
아무리 클래스가 좋다 하더라도 이 세계의 레이드를 하는 방식은 나사가 두어 개 쯤 빠져 있었다.
민국이 즐기던 게임 내에서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네임드의 스킬 체크와 타임 라인 파악을 이 세계에서는 상위 공격대 수준은 되어야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극도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까닭에 본인들이 상대하던 몬스터가 아니면 공략을 잘 못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네임드의 공격 패턴이 조금만 달라져도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
랭커 클랜이라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지만 아무튼 중소형 클랜의 공격대를 보면 오합지졸도 이런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얻는 거지? 조합식은?”
민국이 클래스를 찾느라 고생을 한 뿌우와 큐우♡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이 불꽃의 광채라는 이 클래스를 얻고 나면 자신이 계획하고 있던 대구의 오염된 대지를 해방시키는 일 또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쩍 보니 포지션은 근접 딜러.
김소정이나 시라누이 마이가 사용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아니, 이건 김소정의 클래스가 확실했다. 다시 한 번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순간 주 무기가 대검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정말 GGW 공격대에 딱 어울리는 아주 완벽한 클래스였다. 어쩜 이런 클래스를 찾아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어, 음….》
그런 민국의 기대감을 읽었는지 대화창이 능글맞게 움직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글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특별♥ 퀘스트! 레전드리 클래스를 필요로 하는 민국님을 카오스님이 창조신 뿌우와 큐우♡가 함께 응원합니다!
[목표] - 뿌우) 【A - 5】 던전 3개, 【A - 4】 던전 2개, 【A - 3】 던전 1개 공략 성공.
큐우♡)동시에 모녀 공략, 동시에 자매 공략, 동시에 영웅과 일반인 공략, 쓰리썸 성공, 포썸 성공, 일반인 임신시키기.
[기간] - 아무 때나.
[보상] - 【클래스 스톤(S) - 불꽃의 광채】
클래스 스톤의 가치에 비해 난이도가 굉장히 쉬운 퀘스트입니다. 때문에 우리 민국님께서는 무조건 이 퀘스트를 완료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불꽃의 광채 퀘스트.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을 읽어본 민국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뭔가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 같은…. 애매모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합식이 아니라 클래스 스톤을 주는 퀘스트. 게다가 어려운 것도 별로 없었다. 메신저들의 말대로 클래스 스톤의 가치에 비하면 거저나 다름없는 퀘스트였다.
* * *
“일단 【A - 5】 난이도의 던전부터 공략해야겠네.”
전에 공략을 성공시킨 【A – 5】 난이도의 석산 던전은 진즉에 무너진 지 오래.
때문에 민국은 GGW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A - 5】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지젤이 새벽의 성처녀 클래스를 획득한 것과 동시에 GGW 공격대는 고양시 근처의 【A - 5】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민국과 GGW 공격대가 【A - 5】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준비를 한다는 소식에 한국 영웅 협회에서 직접 의뢰를 넣은 장소였다.
던전의 이름 대곡 별빛 던전.
랭커 클랜은 아니지만 국내 랭킹으로 따진다면 11위에서 12위를 왔다갔다하는 ‘화랑 클랜’이 관리를 하고 있는 던전이었는데, 최근 클랜 내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략에도 문제가 생긴 까닭이었다.
“…그 문제가 뭔데요?”
클랜 버스를 타고 별빛 던전으로 향하던 도중 최유나가 정예린을 향해 물었다.
“다들 쉬쉬하기는 하는데, 관계자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지.”
정예린이 분위기를 잡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일단 최유나는 처음 듣는 사실인지 얼굴 가득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화랑 클랜에 김하늘이라는 남자 영웅이 한 명 있어.”
“남자 영웅? 우리 공대장님 같은?”
함께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지젤이 슬쩍 끼어들었다. 남자 영웅이라는 말에 본인도 모르게 귀가 솔깃했던 모양이었다.
“아니, 그냥 데스크맨. 안내 데스크에서 영웅들에게 인사하고 그러는 얼굴 마담이야.”
“…그건 좀 실망인데.”
“아니, 우리 공대장님 같은 분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다고? 세계적으로 봐도 【A】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남자 영웅이 어디 있어? 트라이를 조금 한다 하는 애들도 기껏해야 【B】 난이도나 깔짝대는 수준이지.”
“맞아요. 그것 때문에 남자 영웅이 레이드 하는 클랜이라고 홍보를 하던 기사들이 대부분 사라졌잖아요.”
“왜?”
“당연히 우리 공대장님하고 비교가 돼서죠.”
그렇게 잠시 한민국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던 이들은 다시 원래의 화제로 돌아와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 얼굴마담에게 클랜의 1군 힐러장이 관심을 두고 있었나 봐.”
“보아하니 거기서 문제가 터졌네요.”
최유나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 아침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소재였다.
“맞아. 그런데 남자는 클랜의 1군 공대장이 더 마음에 들었던 거지. 돈도 많고, 공대장이니까 권력도 더 세고.”
“하지만 그런 거라면 아무 문제도 없는 거 아닌가? 공대장하고 사귀면서 힐러장도 만나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카르텔 짜서 사이좋게 알콩달콩 놀면 되고.”
이야기를 듣던 지젤이 다시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멀찍이서 떨어진 자리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민국도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젤의 말은 이 세계의 정석이나 다름없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공대장이 살짝 욕심이 났던 거지. 남자 영웅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자신과 만나는 대신에 힐러장을 멀리하라고 한 거야.”
"그래서요?”
“그렇게 둘이 잘 만나면 그만인데, 그 남자가 공대장에게는 알았다고 하면서 뒤로는 힐러장과 몸을 섞고 그랬던 거지. 그러다가 클랜 내에서 섹스를 하는 모습을 공대장에게 걸린 거야.”
“…어후.”
“미쳤네.”
이야기를 듣던 이들이 소름이 끼친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남자를 두고 대립한 이들은 공대장과 힐러장. 둘 다 공격대를 구성하는 데 있어 한 존재감 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둘 사이가 문제가 생겼으니 공격대가 원활하게 굴러갈 리 없었다.
정예린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결국 남자 영웅에게 실망한 공대장이 클랜장에게 이야기를 해 남자 영웅을 클랜에서 쫓아버리고 힐러장까지 교체를 한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힐러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클랜에서 나간 힐러장은 제법 실력이 있던 영웅. 그녀의 빈자리를 메꾸지 못해 현재는 화랑 클랜은 【A - 7】 수준의 던전 정도나 공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연히 기존에 공략을 했던 【A – 5】 난이도의 던전은 공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도 힐러장은 성공했네. 같이 나간 남자 영웅과 함께 생활할 거 아닌가?”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신나연이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화랑 클랜의 힐러장은 자신의 사랑을 챙겼기 때문에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 희망적인 결말로 끝이 나지 않기 마련이었다.
“어…. 그거 그 남자가 다른 여성 영웅으로 갈아타 버렸어. 그냥 그 힐러장만 바보 된 거지.”
신나연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김소정이 말했다. 그녀 역시 정예린처럼 알고 있던 이야기였다.
“……하?”
“뭐, 그런 개새끼가 다 있어?”
“진짜 쓰레기다. 사람이 어쩜 그래?”
맏언니의 말에 공격대 팀원들이 하나같이 분노를 토했다.
아무튼 그런 사정 속에서 시작된 대곡 별빛 던전의 공략은 일주일의 트라이 끝에 부드럽게 성공할 수 있었다.
처음 공략하는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GGW 공격대가 일주일 만에 공략을 성공시키자 화랑 클랜의 클랜장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공격대가 문제가 터지면서 골치를 썩고 있던 【A - 5】 난이도의 던전을 어떻게든 해결할 방도가 생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한민국 공대장님께서는 계속해서 저희 던전을 공략하실 생각이신가요?”
“아, 아뇨. 경험 삼아 공략을 해본 거라. 던전 공략은 이것을 끝낼 예정입니다.”
“아…….”
그러나 이어지는 민국의 대답에 화랑 클랜의 클랜장은 아쉬움만을 나타내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민국 역시 굳이 대곡 별빛 던전을 공략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공략하지 않았을 난이도였다. 【A - 5】 난이도의 던전은 GGW 공격대의 스펙 상승에 도움이 되는 퍼플급 결정을 전혀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불꽃의 광채 퀘스트 중 하나를 완료한 민국은 또 다른 【A - 5】 난이도의 던전을 물색하면서 동시에 큐우♡의 퀘스트도 클리어 할 준비를 시작했다.
* * *
‘일단은 자매 공략부터….’
대체 이 세계의 여자들과 몸을 섞는 것이 큐우♡에게 있어 무엇이 좋은 것인지 큐우♡ 이번 퀘스트에 정말 다양한 조건들을 걸어 놓았다.
그 중 민국은 자매 공략부터 해결할 생각이었다.
일단 가장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매 공략은 현아에게 넌지시 운만 띄우면 되는 일이었다.
“언니랑 한 번 보자고?”
“그래. 약혼식 준비하느라 고생하고 계시는데, 내가 한 번 밥이라도 대접해야 하지 않겠어?”
“어……. 그것도 그렇겠다.”
“이왕 밥 대접하는 거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게.”
어깨를 풀며 말을 하는 민국의 모습에 현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 있던 강채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더가 채영이 흠칫 놀라며 민국을 바라봤다.
“서, 설마? 요리할 줄 알아?”
“적어도 자기보다는 잘 할 걸?”
“저, 저, 정말?!”
미래의 예비 신랑이 해주는 요리라니…!
상상만 해도 행복한 모양인지 현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러운 얼굴로 민국을 바라봤다. 그에 반해 강채영은 살짝 억울한 표정이었다. 민국이 요리를 못하는 줄 알고 지금까지 열심히 요리를 해줬건만….
그런 두 여인을 향해 민국이 팔을 걷어 올리는 제스처와 함게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내가 식사를 대접할게. 뭐가 먹고 싶은데? 아무거나 다 말해봐.”
자신만만한 목소리.
실제 대학생 때부터 자취 생활을 한 지 6년. 거기에 군대도 취사병으로 제대한 민국이었다. 그렇게 잘 취하고 자취하는 남자였지만 여자 친구는 없던 인생….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많은 여성의 로망이라 불리는 남자 영웅이자 공대장이었다.
그리고 결혼할 예정인 끝내주는 미녀도 두 명이나 있었다. 거기에 카르텔까지 더한다면? 아랍의 왕족이 부럽지 않았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