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46화 (246/486)

EP.246 대구 해방 작전

“다음으로 공략할 던전은 제천에 있는 의림 던전입니다. 역시나 영웅 협회의 의뢰로 던전 공략에 성공하면 개인에게 포상이 돌아갈 겁니다.”

민국은 부지런히 새 던전을 공략해 나갔다.

큐우♡의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만큼이나 뿌우의 퀘스트 역시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 녀석이 아닌 두 메신저들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불꽃의 광채’라는 레전드리 클래스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GGW 공격대의 행보에 한국 영웅 협회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국내의 랭커 클랜들이 상위 난이도의 던전을 관리한다 하더라도 던전 브레이크를 두 번이나 겪은 대한민국은 던전 타이머를 해결해야 할 상위 난이도의 던전들이 숙제처럼 쌓여 있었다.

게다가 상위 던전들 또한 클랜의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던전 해결이 늦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났기 때문에, 상위 던전의 던전 타이머 문제는 영웅 협회를 괴롭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GGW 라는 구세주가 등장한 것이다.

“의림 던전? 제천까지 내려가는 거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거야?”

“아니요. 방어선을 벗어나는 거라 군부대가 호위를 할 거라고 해요. 어차피 몬스터가 나타나봤자….”

GGW 공격대의 실력이라면 몬스터들이 접근하기 전에 바로 찢어죽일 수 있었다.

더욱이 GGW 공격대에는 일반 몬스터를 학살하는 데 특화된 무기인 마력구를 사용하는 신나연이 있었다. 마력구가 한 번 빛을 내뿜으면 일반 몬스터 따위는 수백, 수천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대형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최유나의 스나이퍼 모드라면 화살 하나하나가 로켓포처럼 느껴질 터였다. 적어도 네임드 급 어둠의 괴물이 아닌 이상 GGW 공격대를 막아낼 수 있는 괴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혹은 던전 브레이크 때나 등장하는 대규모의 몬스터 무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제천이면 어디에 있는 겁니까?”

한국 지리에 대해 잘 모르는 타냐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소정이 그런 타냐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도시에요. 그곳에 의림지라는 저수지가 있는데 그 근처에 있는 던전을 의림 던전이라 부르는 모양이에요.”

“저수지 근처라면…. 수중 던전인 겁니까?”

“아으…. 물은 딱 질색인데.”

타냐의 질문에 이어 정예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일단 수중 던전은 물 때문에 던전을 탐험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A - 5】 난이도의 의림 던전 공략은 공략에 들어간 지 열흘 정도가 걸려서야 모든 네임드를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같은 난이도인 대곡 별빛 던전보다는 조금 더 오래 걸린 셈이었는데, 일단 던전 내부를 이동하는 길에 수영을 해서 오가야 하는 곳이 있던 까닭이었다.

때문에 전멸을 하고 나서도 다시 복귀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네임드들의 공격 패턴의 난이도 역시 대곡 별빛 던전보다 처리가 까다로운 것들이 있어서 팀원들이 적응하는데도 제법 애를 먹어야 했다. 민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중형 던전은 네임드는 둘째치더라도 일단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골치가 아프네. 그나저나 바다에도 던전이 있으려나? 있으면 그건 어떻게 처리를 하지?’

민국이 뿌우와 큐우♡를 향해 물었다.

만약 심해에 던전이 있다면 그것을 처리하러 가는 것도 일일 뿐더러 중간에 해양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깊은 심해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아무리 영웅이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문제는 수중형 던전을 처리하지 못하면 이 어둠 괴물과의 전쟁을 끝낼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수중 던전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면 먼저 태평양의 리바이어선, 다른 말로는 레비아탄이라 불리는 십이 재앙을 굴복시키는 게 편할 겁니다. 그래야만 심해의 어둠 괴물들이 덤벼들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걔는 어떻게 처리를 하는데? 태평양의 십이 재앙이면, 결국 태평양이 있다는 거잖아. 그런데 나는 일단 심해 던전으로 진입을 할 수가 없는데?’

《…화이팅입니다.》

《힘을 내세요, 민국님.》

“이런 개….”

메시지와 함께 말도 없이 사라지는 두 메신저를 보며 민국은 자신의 얼굴을 구겼다.

어차피 당장 레비아탄을 공략할 건 아니었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올 것 같았다.

아무래도 수중 던전의 공략과 관련된 문제는 나중에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혹시 천조국이라면…. 어떤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어둠 괴물의 방어선 유지에도 힘겨워하는 것을 보면 딱히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미국은 본인들의 영토에 자리잡고 있는 십이 재앙 중 한 놈인 ‘실버 백’을 상대하는 데 국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평양의 레비아탄까지 신경을 쓸 여력은 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민국은 준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대구 던전을 공략하면서 최상위 난이도의 던전에 대한 경험을 쌓은 이후 연이은 던전 브레이크의 실패로 약해졌다는 베트남의 가루다를 먼저 때려잡을 계획이었다.

‘기간은 2, 3년 내.’

적어도 가루다가 자신의 힘을 되찾기 전에 일을 끝내야 했다. 나머지 십이 재앙은 그 이후에 생각할 일이었다.

“그러면 복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A - 5】 난이도 던전을 또 한 번 공략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건 【A - 5】 한 곳과 【A - 4】 두 곳 그리고 【A – 3】 난이도 던전 한 곳만 더 공략하면 뿌우의 퀘스트는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메신저인 큐우♡의 퀘스트인 영웅과 일반인 공략, 그리고 포썸은 아주 쉬웠다.

한지민과 그녀의 친구들을 부르면 바로 해결될 일이었다.

여자 한 명이 더 필요하기는 했지만, 지민과 같이 놀던 일진 무리 중에서는 남자 영웅인 민국을 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친구들이 널려 있었다.

* * *

“세정씨, 오늘 예쁘게 꾸미고 나왔네요?”

“아, 감사합니다. 오늘 루나 클랜과 광고 미팅 있죠?”

세정은 요새 웃음이 많아졌다. 그도 그럴게 한참 동안이나 자신을 고생시켰던 동생과의 일이 아주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뿐인가?

동생의 후광 덕분인지 회사생활도 굉장히 순조로웠다.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전에는 협력 업체나 광고주들 때문에 야근은 기본이고 자정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다시피 했다.

하지만 동생이 한민국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된 이후 회사 내에서도 그리고 밖에서도 대우가 완전히 달라졌다. 유명한 사람과 연을 맺게 되면 인생이 편하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민국이 이름 팔지 말라고는 하지만….’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대체 어디서 알고 왔는지, 모든 대화의 시작이 동생으로부터 진행이 되었다. 게다가 알아서 자신을 편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하니 세정 역시 민국의 덕을 보는 것을 딱히 거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걸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회사에서 아들이 한민국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 엄마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를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도 당연히 달라졌다. 물론 민국을 소개시켜달라는 이들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친구 동생이라 하더라도 가까이 대하기에는 한민국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민국은 GGW 공격대를 이끌고 한국 영웅 협회의 의뢰를 받아 【A – 5】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R’s 클랜과 영웅 협회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민국에 대한 인기는 전보다도 더욱 드높아진 상황이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강채영이 은퇴한 이후 이제는 아예 국민 영웅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약혼식을 끝낸 지금은 강채영의 예비 남편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 한민국 영웅님 약혼식 했다면서요. 어땠어요?”

“라온 호텔에서 했는데, 저는 조금 시원섭섭하더라고요.”

루나 클랜과의 미팅을 마치고 가볍게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민국에 대한 질문에 세정은 아쉬운 얼굴로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누나가 남동생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타내는 심정을 그대로 연기한 것이다.

약혼식 겸 상견례 자리는 양가 가족들이 대화를 하는 자리나 다름없었고, 화기애애하게 끝이 났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살짝 어색한 것도 있기는 했지만, 가족은 가족인 것일까? 그것도 잠시였다.

“아무래도 그렇겠다. 한민국 영웅 나이가…. 이제 스물다섯인가요? 그 정도면 엄청 일찍 가시는 거 아닌가?”

“서로 좋다는데요, 뭐. 게다가 상대가 그 강채영이잖아요.”

루나 클랜 관계자의 말에 세정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낮게 탄성을 터뜨렸다. 약혼식 때 조만간 이다은과 자리를 만들라는 민국의 말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좋은 홍보 광고 부탁드릴게요.”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면서 세정은 자신의 핸드폰을 열어 절친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에휴. 저런다고 먼저 연락을 끊은 남자가 다시 돌아올 것도 아니고….”

[이다은 - 마음으로 하는 말.]

남자를 그리워하는 이별 노래 제목과 함께 자신의 목에 그려진 클로버 문신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친구는 아직까지도 전 남친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의 프로필을 확인한 세정은 바로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주말에 시간이 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 던전 공략을 끝내고 이틀 간 쉬게 된 모양이었다.

그렇게 민국의 스케줄을 확인한 세정은 바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세정 : 뭐해?]

[이다은 : 어허…! 나 아직 회사임. 시발, 이놈의 회사는 야근이 일상이야. 쩡, 넌 퇴근임?]

[한세정 : ㅇㅇ]

[이다은 : 아니, 너희 회사 안 그랬잖아? 좆소가 갑자기 왜 대기업처럼 행동하는데? 그리고 넌 왜 혼자 배신 때리는데? 같이 야근해야지?!]

메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억울함에 세정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한세정 : 동생 덕이지, 뭐. 우리 회사 사람들 민국이한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난리잖아? 그래봤자 콩고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다은 : 쓰읍…. 나도 한민국 같은 동생이 있어야 했는데…. 왜 우리 부모님은 귀여운 남동생이 아니라 성격 더러운 여동생만 낳아서는….]

[한세정 : 다정이가 어때서?]

[이다은 : 미친년, 요즘 이상한 남자 연예인에게 꽂혀서 아주 난리를 친다.]

[한세정 : 언니랑 똑같네, 아주. 아무튼 너 이번 주말에 시간 비워놔. 소개해줄 사람도 있어.]

[이다은 : 주말에 바빠.]

소개해줄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바로 철벽을 치는 친구의 행동에 세정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주말에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그 때도 같은 말이 나올까 싶었다.

[한세정 : 내 동생 소개시켜주는 건데?]

[이다은 : …한민국? 지, 진짜?]

[한세정 : ㅇㅇ.]

역시나 민국의 존재는 강력했다. 전 남친에 대해 순정을 지킨다는 여자의 마음을 바로 흔들어 버렸으니까.

민국을 소개시켜준다는 말에 다은은 없던 시간도 만들어내겠다며 야근에 들어갔다. 아무리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일이라지만, 일단 지금 야근이라도 해야 주말에 회사가 자신을 부르지 않을 거라나?

왠지 웃기고도 슬픈 이유였다. 그리고 주말이 찾아왔다.

“…엄청 꾸미고 나왔네.”

오후 7시. 약속장소에서 만난 친구를 보며 세정은 혀를 내둘렀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친구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다은 역시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사돈 남 말 하네. 너는 동생 만나는 데 무슨 풀 메이크업이야?”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동생과 함께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는 걸?”

“아아…….”

세정의 말에 다은이 알 것 같다는 음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민국의 외모를 생각나면 영웅이 아닌 이상 일단 옆에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동생 분은 언제 오시는 거임?”

“따라와.”

세정은 친구를 데리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외진 장소에 있는 바였는데, 시크릿 룸이 있어 아는 이들과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소에서밖에 만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다은은 세정이 안내하는 장소에 대해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여자가 남자를 부른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는 그 반대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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