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47화 (247/486)

EP.247 대구 해방 작전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세정은 힐끗 친구를 바라봤다.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나온 다은은 하얀 블라우스에 청자켓을 입고 있었다. 전 남자친구가 사줬다며 자랑을 했던 그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분명….’

민국은 자신과 함께 친구를 안으려 들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일단 자신은 그런 동생을 거부할 수 없었다. 오랜만의 재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섹스의 쾌락. 뜨겁고 단단했던 민국의 자지로 인해 머릿속에 새하얗게 되었던 그 때의 기억과 감각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다.

‘오르가즘이라고 했던가?’

대부분의 여자들은 알지 못한다는 전설 속의 단어.

하지만 세정은 분명 그 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게 느껴지면서 입에서는 짐승에 가까운 비명만 계속해서 터져 나왔던 그 타이밍에 자신은 민국의 여자로 살아야한다는 사실에 몸에 각인이 되어버린 거이다.

물론, 세정은 딱히 후회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의 상황이…. 자신이 바라던 상황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정이 친구를 데리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동안 먼저 도착한 민국은 다은의 목에 있는 클로버 문신에 대해 검색을 하고 있었다.

“예전의 세계에서도 스페이드 문신이라는 게 있기는 했는데….”

퀸 오브 스페이드.

이는 스페이드 문양에 여왕의 의미를 담은 Q를 합친 독특한 문양으로 해외 여성들에게서나 간혹 찾아볼 수 있는 문신을 의미했다.

의미는 자신은 흑인만큼의 큰 성기와 강렬한 섹스를 선호한다는 뜻으로 일종의 섹스어필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문신은 조금 많이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소유욕이 있는 남자가 자신의 카르텔에 속한 여성에게 찍는 낙인.

일단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들어온 모양인데, 한세정의 친구인 이다은의 목에 있는 클로버 문신이 그런 의미였다.

문신을 찍은 남자는 르네상스 길드 소속의 유승철이라는 남자 영웅. 그래서인지 클로버의 가운데에 U 라는 영어 약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문신을 몸에 새긴 여성들은 민국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남자 친구가 생긴 기념으로 문신하러 옴.]

[오늘부터 1일♡.]

자신이 남자 친구 있는 여자라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혹은 카르텔의 여러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남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게 위해 가볍게 새기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나는 영어 약자로 H 라고 적으면 되는 건가?”

핸드폰 화면 속의 글을 보며 민국은 콧등을 씰룩였다. 오히려 영어 약자보다는 카르텔 멤버들만 알 수 있는 의미있는 것들이 낫지 않을까? 아무튼 재미있는 내용이기는 했다.

그렇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민국은 약속 장소의 시크릿 룸에서 한세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세정과 그녀의 친구 이다은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 이유는 하나, 누나 친구라는 이다은을 어떻게 해보기 위해서였다.

열녀처럼 전 남친을 잊지 못한다는 이다은.

그런 그녀를 자신이 유혹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사실 다은이 거부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 그렇다고 다은이 현재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 남친하고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미련만 잔뜩 남은 여자인 셈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자신의 대물로 그리고 이 세계의 여러 여성들을 상대로 갈고 닦은 테크닉으로 다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NTL에 들어가는 건가?”

서로 사귀지도 않는 사이에 그게 무슨 상관이람. 잠시 히토미를 떠올리며 고민을 하던 민국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때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단톡방의 메시지였다.

[강채영 : 오늘 늦어요?]

[한민국 : 누나 만날거라 내일 늦게나 들어갈 듯.]

[강채영 : 알았어요. 그러면 현아랑 일찍 잘게요.(부끄)]

[한민국 : 잘 때 조심해. 오현아 손버릇이 장난 아니야.]

[오현아 : 응? 언니가 아니라 내가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함께 산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약혼식이 끝났기 때문일까?

서로에 대한 경계가 빠르게 사라진 두 여인은 친자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셋만 함께하는 채팅방에서 이런 농담까지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말이다. 아마 영웅이라는 공통점 또한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게 집에 있는 두 여성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도중이었다. 핸드폰 화면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세정.

자신의 누나였다. 그리고 민국이 답장을 보낸 지 얼마 뒤, 두 여성이 민국이 기다리고 있던 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왔어?”

그리고 한세정을 본 민국은 기가 차다는 듯 큭 웃었다.

“엄청 꾸미고 왔네?”

“…그래도 그냥 나올 수는 없잖아?”

며칠 만에 보는 누나는 소개팅을 앞두고 있는 사람처럼 몸에 잔뜩 힘을 주고 나온 모습이었다.

옆에 있는 친구도 상태는 별 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튼 그 때문인지 두 여성의 외모는 영웅이라 생각될 정도로 눈이 부셨다.

“안녕하세요, 누나 동생인 한민국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민국의 인사에 다은이 잠시 멈칫하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슨 이런 미친 외모가…?!’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고 했던가? 상상 이상으로 잘생긴 민국의 외모에 다은은 제대로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였다. 잘생겼다는 말은 귀가 따갑게 들었고, TV를 통해서도 접한 바 있건만. 막상 실제로 만나고 나니…. 제대로 눈조차 마주치기조차도 어려웠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그런 친구의 반응에 한세정은 목소리를 깔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잘생긴 동생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 주문은 제가 알아서 했어요. 괜찮죠?”

“…네? 네.”

“뭐 주문했는데?”

만약 좋다고 하는 친구를 뒤로 하고 세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과일이랑 양주.”

“양주?”

잠시 메뉴판을 확인한 그녀가 잠시 멈칫하기는 했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의 동생은 돈이 굉장히 많은 남자였다.

“누나랑 굉장히 친하다고 들었어요.”

“네? 네, 네….”

“우리 누나한테 이런 미인 친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미, 미인이요? 아니에요. 그…. 동생분도 잘 생기셨어요.”

민국은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그에 반해 이다은은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하는 게 버거웠다. 잘생긴 남자가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상황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하물며 그 남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남자 영웅이자 많은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는 남신이라 불리는 한민국이었다. 그런 긴장감 때문일까?

“이거 드세요. 과일도 드시고.”

“아, 감사합니다.”

다은은 민국이 주는 술을 거부하지 않고 넙죽넙죽 받아 마셨다.

거기에 민국이 직접 안주까지 포크로 찍어서 입에 넣어주니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취기가 살짝 오른 얼굴로 민국의 얼굴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이 헤하고 벌어졌다.

“…얘 살짝 취한 거 같은데? 웃는 거 봐.”

“왜? 귀엽잖아.”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야?”

누나의 말에 민국은 당연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 자체는 별 거 없었지만 자신에 대한 이다은의 태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있었다.

잘생긴 남자를 앞에 두고 찐으로 행복해하는 여자의 모습. 입은 어버버 해도 눈은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자신의 외모에 대한 뿌듯함마저도 들었다.

‘이래서 잘생긴 남자로 태어나야 하는 구나.’

예전의 세계에서도 이런 얼굴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이 세계를 구원하고 난 이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면 보상으로 어떻게 해주지 않으려나?

그렇게 다은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슬쩍슬쩍 대화에 끼어드는 누나를 향해서도 눈짓이나 손짓으로 섹스어필을 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럴 때 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괜히 물을 찾는 한세정의 행동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히! 제가 귀여워요?”

“미친….”

혀가 꼬부라진 소리를 내는 다은의 모습에 세정이 소름이 끼친다는 듯 옆에 앉은 그녀를 툭 밀었다.

그 사이 민국은 테이블에 깔린 양주병을 확인했다. 병의 내용물이 대부분 사라진 것에 짧은 시간에 생각 이상으로 많이 먹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다은이 테이블에 머리를 콩 박았다. 이어서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왜…. 그 남자는 돌아오지 않는 거죠?”

민국과 세정의 시선이 이다은에게 향했다. 옆에 앉은 세정이 커다란 한숨과 함께 다은을 안아 의자에 몸을 기대게 만들었다.

“야, 너 취했어. 그리고 지금 누구 앞에서 전 남친 이야기를 꺼내려는 거야?”

“아, 몰라…. 씨발…. 왜 그 새끼는 나 귀엽다는 데 왜 봐주지도 않는 거냐고?!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나쁜 새끼!”

그것을 시작으로 술에 취한 다은이 푸념이 시작되었다.

그런 친구의 추태에 세정이 민국을 보며 미안하다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민국은 앞에 놓은 과일을 먹으며 나름 재미있게 다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여자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쓰레기네.’

서럽게 쌓인 것들이 많은 모양인지 이야기는 제법 길었다. 하지만 그녀의 사정을 종합해서 정리하자면 남자가 결국 본인의 얼굴값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남자 영웅이 일반 여성을 만나서 사귀다가 단물이 따지면 버린 그런 상황이었다.

‘이 세계 김치남.’

전의 세계에서는 욕을 잔뜩 먹을 일이기는 했지만, 이 세계는 너무나도 빈번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얼마나 능력이 부족했으면 이라는 말로 후려쳐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이다은은 진심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민국이 세정과 다은의 사이에 끼어들며 앉았다. 그리고는 다은을 향해 휴지를 내밀었다.

“세상에 남자들은 많…. 아무튼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보다 좋은 사람은 많이 있어요. 그만 울고 눈물이나 닦아요. 화장 다 지워지겠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의외로 이다은의 얼굴은 멀쩡했다. 워터 프루프? 마스크 프루프? 아무튼 기술적으로 화장을 한 모양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민국의 행동에 다은이 얼굴을 푹 숙인채로 민국이 내미는 휴지를 받아들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 술이 조금씩 깨고 있었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하지만 계속해서 술에 취했던 게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자신의 추태를 생각하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한 행동을 생각하면 남자한테 쌍욕을 들어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그러나 별 말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친구의 동생은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미남자라는 민국은 외모만큼이나 마음씨도 아름다운 것 같았다.

그 때 자신의 누나에게 말을 거는 민국의 다정한 목소리가 다은의 귀로 들려왔다.

“이렇게 힘들어 하는 데 누나가 남자 좀 소개시켜주지 그랬어?”

“…뭐?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구를 소개시켜줘? 내가 아는 남자가 어디에 있다고?”

“아, 그런가? 그러면 나는? 나는 남자 아닌가?”

“엑?!”

그 순간 다은이 번쩍 얼굴을 들어 올렸다.

지금 한민국이 자신을 소개시켜 달라고 한 게 맞는 건가?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몸이 석상이 된 것처럼 굳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 고개를 돌렸는지 민국의 눈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

“나는 잘 취하고, 자취하고 지금처럼 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순정파 여자가 좋은데.”

심상치 않은 대사와 함께 민국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다은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흡 참았다. 그래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제법 예쁘게 생긴 터라 남자 경험이 아예 없지만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 분위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순간적으로 르네상스 클랜에 있는 전 남친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어젯밤만 하더라도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렸던,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그 남자의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잘생기면서도 자신을 향해 웃음을 지어주는 한민국의 얼굴뿐이었다. 그리고 서로의 입술이 닿았다.

“…….”

동생과 친구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며 세정은 자신의 잔에 양주를 따랐다.

그리고는 각 얼음 한 개를 넣고는 빙글빙글 흔들다가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뜨겁고도 알싸한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코에서 절로 열기가 흘러 나왔다.

‘전부 내 업보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남자인 민국이 여자를 밝히게 된 것은 자신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오래 전 있었던 그 사고가 민국의 성격을 지금처럼 변화시켜 버린 게 틀림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정은 자신의 동생과 친구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니,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조금씩 몸이 간질거렸다.

“아, 읍….”

서로의 혀가 깊게 얽히면서 다은의 손은 어느새 민국의 어깨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부드럽고 적극적인 키스에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고 있었다. 하반신부터 머리까지 온 몸이 저릿했다.

“아, 아아….”

정말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키스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에 그녀는 민국이 자신의 옷 단추를 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하읏?!”

민국이 그녀의 가슴을 크게 베어 물며 유두를 자극하고 있었다.

다음화 보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