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49화 (249/486)

EP.249 대구 해방 작전

[맛있는 고기!]

‘악취 나는 도축자’가 있는 르네상스 클랜의 【A - 4】 난이도 던전.

동 난이도의 던전보다 공략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네임드인 도축자로 인해 한 때는 르네상스 클랜 내부의 골칫거리기도 했던 이 던전은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공략이 된 던정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바로 장미방패단의 GGW 공격대가 이 던전을 공략하던 도중 레전드리 힐러 클래스인 ‘새벽의 성처녀’의 조합식을 얻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한 때는 여러 이권들을 내주면서까지 던전을 공략하려는 클랜들의 문의가 물밀 듯 몰려왔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A – 4】 난이도의 던전을 찾는 공격대의 문의는 최근 들어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사흘 내에는 문의를 한 클랜조차도 없는 상황이고요.”

수많은 미인들이 자유분방하게 앉아 있는 가운데 짙은 푸른빛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잘생긴 남성이 레이저 포인트로 벽에 나타난 그래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지간한 여성이라면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만들 정도의 잘생긴 외모를 지닌 남자의 정체는 르네상스 클랜의 자랑 중 하나이자 클랜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남성 영웅인 유승철이었다.

“그 이유는요?”

“당연한 거 아니겠어? GGW 애들이 칠보산 쌍곡 던전을 무너뜨려서 그렇겠지. 조합식을 얻어봤자 국내에서는 새벽의 기사를 구할 수가 없는 거잖아. 그렇다고 해외까지 나가기에는 부담스러우니 일찌감치 손을 떼는 거지.”

공대장 차은비의 말에 대답을 한 것은 머리를 노랗게 물든 여성이었다.

1군 공격대의 딜러이자 차은비와 동기이기도 한 여성의 이름은 반설희. 바로 차은비가 반설희와 유승철을 번갈아보더니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남자 친구라고 편들기는….”

그리고 반설희는 지금 눈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남자 영웅이자 팀의 지원팀장인 유승철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터는 저희가 직접 도축자 던전 공략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가요?”

“당장은 괜찮습니다. 아직 던전을 찾는 공격대가 여럿 있으니까요. 하지만 삼 주 뒤에 있을 일정부터는 도축자 던전과 관련된 예약이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정리하자면 새롭게 던전을 찾는 공격대가 없는 이상 한 달 후에는 무조건 공략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아. 그 놈은 상대하기 영 까다로운데….”

차은비는 ‘악취 나는 도축자’의 끔찍한 모습을 떠올렸다.

공격력이 무지막지하게 강한 놈이라 트라이만 한 번 했다하면 온 몸이 욱신거릴 정도였다. 게다가 꼴에 인간형이라고 더럽게 생긴 흉물을 들이대며 영웅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도축자가 있는 【A - 4】 난이도의 던전은 르네상스 클랜이 담당하는 던전이었으니까. 만약 던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모든 책임은 르네상스 클랜이 져야만 했다.

그리고 르네상스 클랜에서 활동하는 영웅들의 인생도 끝이 날게 틀림없었다.

“그러면 그 건은 그렇게 정리하도록 하고…. 최근 【A – 5】 난이도 던전에서 얻은 전리품 판매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부분 던전 공략 일정과 판매 수익금 그리고 영웅들에게 돌아가는 수익 분배에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게 모든 회의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서류를 뒤적거리던 유승철이 가장 마지막에 적힌 문장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일 모레 R’s 클랜과 미팅이 있습니다.”

“R’s 클랜?!”

“오?!”

유승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대장인 차은비는 물론이고, 자신의 여자 친구인 반설희까지도 몸을 벌떡 일으키는 모습을 본 유승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왠지 심상치 않은 남자 친구의 분위기에 반설희는 다시 조용히 앉는 모습이었지만…. 그와 별 관계가 없는 다른 여성들은 R’s 클랜이라는 말에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었다.

“미팅 자리에 누가 나오지? 이거 우리 클랜에서 하는 미팅이지?”

“한민국 영웅은? 나온대? 한민국 영웅 온다면 나 그날 클랜 하우스 나올게. 훈련실에서 연습하고 있다가 우연인 것처럼 아는 척이라도 해야지.”

“저번 미팅 때 누가 나갔어? 차은비 너였어?”

“아, 언니. 별로 기대하지 마요. 그 때 오현정 클랜장 나왔어요.”

미팅의 목적은 던전 공략과 관련된 것.

R’s 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르네상스 클랜은 도축자가 있는 【A - 4】 난이도의 던전과 함께 1군 공격대가 삼 주에 한 번씩 공략하고 있는 【A - 3】 난이도의 던전을 관리하고 있었다.

천안 곡교천에 있는 던전으로 8 등급 특수 개체가 둘이나 포함되어 있는 던전이었다. 그리고 R’s 는 도축자 던전을 포함해 곡교천 던전을 한 번씩 공략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GGW 애들은 무슨 던전을 그렇게 자유자재로 공략한대?”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한민국 공대장의 주도 하에 여러 던전을 경험해서 어둠 괴물에 대한 전투 경험을 쌓게 하려고 한다는 모양이에요.”

“…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한민국 공대장이 던전 브레이크 때 제국근위대와 함께 가라이를 공략하면서 뭔가 깨달은 게 있던 모양이더라고요.”

“하기야….”

몇몇 여성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공격대와 손발을 맞춰서 십이 재앙의 심복을 쓰러뜨린 공대장. 그런 천재이니 만큼 지금 본인이 지휘하는 GGW 공격대의 기량이 썩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아무튼 부럽다…. 결국 본인 욕심이라지만 GGW 애들은 한민국 공대장 따라서 쑥쑥 경험을 쌓는다는 거잖아.”

“실제로 스펙 상승 속도도 엄청나지 않아? 걔네들 전부 연차가 높은 건 아니잖아. 그게 다 누구 때문이겠어?”

“아무튼 남자 공대장하고 함께 트라이를 하면 분명 알콩달콩한 행동도 많이 하겠지?”

“오현아하고 약혼하고 보면 모르겠어? 조만간 GGW 애들 하나, 둘씩 한민국 공대장하고 약혼한다에 내 가슴을 건다.”

“…네가 걸 가슴이 있어? 너 A 컵이잖아.”

“뭐야?! 지금 싸우자는 거지?!”

자신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하며 한민국을 화제에 올리며 티격태격하는 영웅들의 모습에 유승철은 손에 들린 종이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이 자리에 있지도 않으면서 클랜 영웅들의 관심을 한 몽에 민국의 존재가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여성 영웅들이 전부 자신을 보고 자신을 찬양해야 하건만….

‘레이드 조금 하는 게 그렇게나 대단해?’

사람들은 그리고 이 세계의 권력자라 할 수 있는 여성 영웅들은 전부 한민국만 찾아대었다.

심지어 자신의 앞에서 호들갑을 떠는 이들은 일 년 가까이나 공격대와 지원팀으로 함께한 르네상스 클랜의 영웅들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아닌 한민국의 이름을 부르짖다니.

그 사실이 유승철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웅을 뒷바라지 하는 지원팀의 역할도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유승철이 인사와 함께 쌩하니 사라지는 모습에 그가 간 것을 확인한 한 여성 영웅이 반설희를 향해 투덜대듯 말했다.

“야, 쟤 표정 관리 어떻게 못하겠어? 무슨…. 쟤 앞에서 다른 남자 이야기를 못하겠네.”

“맞아. 그렇다고 대줄 것도 아니면서….”

“크게 기대하지 마. 전에 아파트 한 채 사주고 먹어봤는데, 그냥 그랬어. 그래도 일반 남자치고는 오래 버티기는 하더라.”

“…언니랑 그랬어요?”

힐러장의 말에 반설희가 살짝 얼굴을 구겼다.

자신과는 두 달 째 사귀면서 키스도 안했으면서 다른 여자랑은 섹스까지 해?

“게다가 한민국 영웅한테는 뭐 자격지심이라도 있는 거야? 한민국 영웅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얼굴이 썩네.”

“하, 하하. 그건 제가 나중에 슬쩍 경고할게요.”

“경고는 무슨…. 쟤 앞에서 맨날 쩔쩔매는 주제에.”

동료들의 핀잔에 반설희는 머쓱한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무튼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그녀는 영 이런 자리가 불편했다. 물론 유승철이 외모, 능력 전부 다 갖춘 남자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여성들 또한 클랜의 1군 공격대로 활동하는 영웅들.

능력이라면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이들이었다. 남녀 성비가 깨졌다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남자는 바로 만날 수 있었다. 유승철이 아무리 능력있는 남자라 해도 공적인 자리에서 표정 관리 하나 못하는 건 그의 잘못이었다.

그렇게 툴툴대는 팀원들을 보던 차은비가 팀원들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R’s 클랜과의 미팅 자리에는 오현정 클랜장이 나올 것 같으니 저희는 저랑 반설희 그리고 힐러장이신 두리 언니가 나가도록 할게요.”

“우리 클랜장은?”

“유럽 출장이요. 뭐, 도축자 던전하고 새벽의 기사 던전하고 연계를 해서 상위 영웅들을 찾게 만든다나?”

차은비의 말에 팀원들은 다들 서로를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뭐, R’s 클랜과의 미팅이라 하더라도 한민국이 아니라 장미 방패단의 클랜장이 나온다면 굳이 애를 써서까지 회의에 나올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보다는 힘겨운 트라이 일정을 대비해 조금이라도 집에서 쉬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하, 하, 한민국?!”

R’s 클랜장인 오현정이 나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미팅을 위해 르네상스 클랜을 찾은 일행은 GGW 공격대장인 한민국과 공격대의 딜러장 김소정 그리고 민국이 데리고 온 정체모를 일반인 여성이었다.

* * *

‘내가 대체 왜….’

이다은은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그녀는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침대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정말로 르네상스 클랜과의 미팅자리에 자신을 불렀고, 영웅인 김소정을 보내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출장으로 처리를 한다며 그녀를 등 떠밀듯 내보내기까지 했다.

‘한민국의 위엄이란….’

아무튼 그렇게 해서 찾아온 처음으로 르네상스 클랜은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예전에도 전 남친 때문에 클랜 외부를 서성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내부까지 들어선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아무튼 영웅들이 활동하는 클랜들은 언제나 여유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야! 이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수거 팀! 이 것 좀 가지고 가! 2팀하고 3팀 섞인 거니까 헷갈리면 절대 안 돼!”

“거기 청계 쪽에 있는 【B - 6】 난이도 던전 공략조에 가서 부활석 받아가라고 하세요!”

여기저기서 복잡하게 부딪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녀가 일하는 회사보다도 훨씬 더 바빠보였다. 그런 다은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그녀의 옆에 있던 소정이 픽 웃으며 말했다.

“무슨 시장 바닥 같죠? 던전 브레이크와 같은 대형 사고가 터질 때면 이보다 더 심해요. 그 때는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을 정도니까요.”

“저는 되게…. 모든 일을 우아하게 해결할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요. 아무튼 공대장님이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불렀다고 하는데, 오늘 잘 부탁해요. 제 이름은 아시죠?”

“네, 김소정 영웅님. 그런데…. 제가 민폐가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공대장님이 부르신 거잖아요.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우리 공대장님은 그래도 돼요.”

“아하.”

오늘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친하게 대해주는 소정의 행동에 다은은 마음 편하게 르네상스 클랜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은이 민국과 소정과 함께 회의실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어?!”

한 남성의 목소리가 다은의 귀로 들려왔다.

한 때 한참을 그리워했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매일 자신을 울게 만들었던 남자의 얼굴이 다은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옛날과 같은 두근거림, 먹먹한 심정, 간절하게 보고 싶다던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타이밍에 맞춰서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는 민국의 행동에 더욱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사이잖아? 여유롭게 대해. 아니면 씩 웃고 무시하거나.”

문제는 자신에게 속삭이는 민국의 말이었다.

“하유. 대체 왜 이런 자리에 끌고 와서는…….”

다은이 창피한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리고는 슬쩍 유승철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의 얼굴이 돌이라도 씹은 것 마냥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건 분명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습이었다.

“목에 있는 문신도 지웠는데, 뭐 어때?”

그러면서 민국이 자신의 목에 살짝 입을 맞췄다. 이는 분명 의도된 행동이 틀림없었다.

“아무튼….”

이 남자는 잘생긴 것만큼이나 이상한 악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이 딱히 싫지는 않았다.

“…….”

그리고 민국이 이야기했던 대로 다은은 전 남친을 위 아래로 스윽 훑고는 그대로 모르는 척 몸을 돌렸다. 매번 자신이 당했던 행동을 남자에게 되돌려주니 다른 건 몰라도 기분만큼은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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