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53화 (253/486)

EP.253 국민 영웅

대한민국 최대의 다국적 기업인 라온 그룹의 회의실.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은데요?”

김태연이 그룹의 중진들에게 물었다.

회의의 주제는 마석 반도체 생산. 현대 문명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중년의 여성이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아무래도 러시아에서 마력의 결정을 수입하는 일은 힘들 것 같습니다.”

“이유는요?”

“크림반도 부근에 위치한 미노스 던전이 활동을 시작한 것 때문입니다. 요 며칠 미노스 던전 부근에서 몇 번이나 전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

한 임원의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다.

“서, 설마?”

“12 재앙이 모습을 드러낼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노스 던전 주변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미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의 공격대가 그 주변을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있으며, 군대 또한 배치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여성의 말에 자리에 있는 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크림 반도의 미노스.

십이 재앙 중 한 놈으로 제2차 어둠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폭탄에 얻어맞고도 끄떡없는 모습을 보였던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클랜과의 마력 결정 거래는….”

“힘들 것 같습니다. 미노스 던전 사태로 본인들의 목에 칼이 들어온 만큼 저희들에게 판매할 마력의 결정은 본인들이 사용할 생각으로 보입니다.”

“계약서에 적힌 대로 위약금을 받아내는 것도 힘들겠죠?”

“네, 아무래도 그 쪽은 국제 판례가 있으니까요.”

머리가 지끈지끈한 지 태연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자꾸 신 음식이 땡겼다.

“때문에 당장은 국내 클랜을 통해 공장 운영과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마력의 결정을 충당해야 할 것 같습니다.”

“휴우, 미국과 중국…. 아니, 중국은 제외하고 미국 쪽 클랜도 한 번 알아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둠 괴물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기업은 계속해서 물건을 생산해내야 했다.

그리고 발달된 마나 문명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데 가장 많이 필요한 원자재 및 에너지 자원은 바로 마력, 다시 말해 마력의 결정이었다.

“베트남에 세워질 공장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태연의 말이 다시 회의실을 울렸다.

현재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도 위험한 지역이었다. 두 번의 던전 브레이크를 경험하면서 많은 던전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공략의 공략을 통해 마력의 결정을 많이 얻을 수도 있지만, 던전 폭발의 위험과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어쨌든 마력의 결정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베트남 정부 역시 국가의 던전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의 공격대를 유치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결정 공장은 조만간 완공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공장이 완공되면 메모리아 클랜의 3군과 유망주들이 베트남으로 건너갈 예정입니다.”

“메모리아만요?”

“아닙니다. 메모리아의 위성 클랜이라 할 수 있는 라온과 세메스, 플런티, 셸비, 세메스. 이렇게 다섯 개 클랜이 베트남으로 공격대를 보낼 계획에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생산량은 어느 정도나 될 전망이죠?”

회의는 두 시간 가까이나 이어졌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자 임원들이 우르르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김태연 역시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부회장실로 향했다.

비서의 보고에 의하면 두 시간 뒤 계열사 관련 미팅이 있다고 하니, 그 전까지는 푹 쉴 참이었다. 요즘 들어 무리를 하는 모양인지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 때였다.

[부회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비서실의 연락에 태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올 손님도 없을 뿐더러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비서실에서 먼저 걸러냈을 터였다. 하지만 이어진 여성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GGW 공격대의 한민국 영웅입니다.]

“아, 바로 부회장실로 안내하세요.”

연락을 끊은 태연은 바로 거울을 들어 자신의 화장 상태와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얼굴에 보이는 다크 서클이 살짝 거슬리기를 했지만 화장품을 이용하니 감쪽같이 가릴 수 있었다.

잠시 후, 비서의 안내에 따라 한 남성이 부회장실로 들어왔다.

“생각 이상으로 회사가 굉장히 크네?”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라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그룹이라고.”

민국의 말에 태연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비서가 나가고 둘만이 있는 자리에서 민국이 자신을 살짝 끌어안자 그녀의 화는 순식간에 풀어졌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야? 우리 만나면서 이제까지 당신이 회사에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당신이 바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안 간 거지.”

“그러면 오늘은?”

“비서실에 연락해서 스케줄을 물어봤어. 당신 남편이라고 하니까 바로 이야기해주더라.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고 하던데?”

“아…….”

남편이라는 단어에 태연의 볼이 불그스름하게 변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스케줄을 홀랑 얘기해준 비서실 애들은 괘씸하게 느껴졌지만 아무튼 그녀는 지금처럼 민국이 자신에게 주는 관심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민국에게 안긴 채 그의 뺨에 살짝 입맞춤을 한 태연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물었다.

“그나저나 대구 시청 던전은? 거기 클리어 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 1지구 공략 끝냈어. 2지구 들어가기 전에 잠시 이틀 정도 쉴 생각이야.”

“…벌써?”

김태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구 시청 던전은 【A - 2】 난이도의 던전으로 대한민국에서 공략 난이도가 가장 어렵다는 던전이었다.

실제로 국내 공격대 중 그 던전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공격대는 메모리아 1군을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웅시대, 강한 여자들과 같은 클랜의 공격대들도 공략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A – 2】 난이도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려면 오랜 기간 동안 부활석을 꼴아 박으며 트라이를 진행해야 했다.

그런 난이도의 던전을 고작 며칠 만에 1지구 공략에 성공했다니….

역시 내 남자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그러니까 가루다의 심복을 물리치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되었지.

“마실 거?”

“탄산 있으면 그걸로 부탁해.”

태연의 제안에 민국은 사양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누구를 시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음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 태연의 모습을 보며 민국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째 아직까지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녀는 본인이 임신한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당신 최근에 병원간 적 있어?”

“…병원? 나 그렇게 얼굴이 안 좋아 보여?”

갑작스러운 민국의 말에 태연이 자신의 눈두덩을 살짝 매만졌다. 최근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서 수면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은 받고 있었다. 몸도 축축 처지는 느낌이었고.

“그런 건 아니고.”

민국의 눈동자가 태연에게 향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머릿속으로 꾸며낸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밀 차례였다. 뭐, 결과적으로는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던전 공략하면서 당신과 관련해서 이상한 꿈을 꾸었거든.”

“…꿈?”

“응. 내가 당신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불사조가 당신의 품으로 들어오더라고.”

“불사조가…, 내 품에?”

태연은 눈을 번쩍 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베트남의 일이었다.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불사조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베트남에 있는 12재앙 가루다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라온 그룹은 마력의 결정 수급을 위해 다수의 영웅을 베트남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설마 내가 베트남으로 영웅을 보내면 가루다가 다시 움직일 거라는 암시인가?’

그건 정말로 떠올리기 싫은 최악의 일이었다.

만약 베트남에서 또 다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그룹 전체가 입을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가뜩이나 두 번의 브레이크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때 민국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배 부분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

태연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가슴도 아니고 배를 만지다니…. 순간적으로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민국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 여유가 있다고 했지? 나랑 함께 병원 좀 다녀오자.”

“병…원?!”

태연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조금 전 자신의 남자가 말했던 내용은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던 태몽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까닭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민국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애원하며 그의 정액을 몇 번이나 받아냈던 그녀였다. 게다가 최근 식욕이 달라진 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던 참이었다. 만약 지금의 상황이 임신이 맞는다면….

“어, 어쩌지? 나…, 나….”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태아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런 태연을 살짝 안아주며 민국이 말했다.

“걱정 마. 별일 없을 테니까.”

아직 임신이 확인된 것도 아니지만 민국의 말에는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어서 둘은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태연을 보좌하는 비서 몇몇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부회장님. 임신 6주 정도 되신 것 같습니다.”

민국이 이야기한 것은 태몽이 확실했다.

그것도 무려 6주나 되었다. 그리고 의사는 태연에게 왜 이제 오셨냐고 되물었고, 그녀는 태아의 건강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다행히 태아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김태연의 임신 소식에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라온 그룹은 국내 굴지의 대그룹이었고, 그녀는 최근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룹의 3세였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몇 년 내에 승계 작업이 이뤄지면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 집단을 이끄는 수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 김태연의 임신.

당연히 사람들은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정체에 대해 알려지는 순간 다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GGW 공격대의 영웅인 한민국.

베트남의 국민영웅이자 은퇴한 강채영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공대장이 될 것이라 여겨지는 남자였다.

* * *

“…아.”

“역시 공대장님 대단하세요.”

진심인지 농담인지.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지를 치켜 올리는 최유나의 모습에 민국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옆에는 현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김태연에 대한 아쉬움과 부러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었다. 그만큼 이 세계의 여성에게 있어 아이는 삶의 이유이자 꿈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의사에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으로 눈물을 흘리는 김태연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했다.

아무튼 그녀는 주치의의 관리 하에 최대한 조심해서 그룹의 일을 이끌어 나간다고 했다. 그녀가 회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생각하면 강채영처럼 임신했다고 해서 은퇴할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조수영 : 어쩜 그럴 수 있어요?!]

아무튼 김태연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 다른 재벌 3세에게 꽤나 시달림을 받아야 했지만, 다행히도 민국은 【A - 2】 던전의 공략이라는 핑계로 조수영한테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알지? 우리는 십이 재앙을 모두 물리치고.”

“……응.”

민국의 말에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무튼 김태연에게 임신 사실도 알려주고, 강채영도 만나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대구 시청 던전의 2지구 공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김소정, 던전 내부 상황은 어떻죠?”

“1지구에 일반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조만간 저희들이 쓰러뜨렸던 1지구 네임드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소정의 말에 민국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면 조금 더 쉬다가 1지구부터 차례대로 길을 뚫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1지구 공략이 완벽한 것도 아니었고, 운이 좋다면 1지구를 공략하면서 장비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1지구 공략은 1 지구의 네임드를 세 마리를 모두 처리하기까지 8개의 부활석을 소모해야 했다.

클리어는 진즉에 성공했지만, 트라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변칙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그에 대해 가볍게 피드백을 할 뿐 크게 뭐라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경험과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국과 GGW 공격대가 4, 5 네임드로 이루어진 2지구를 전부 클리어 하는데 성공한 것은 다시 공략에 들어간 지 5일 정도가 흐른 뒤였다.

이어서 쓰러뜨려야 할 괴물이자 3지구에서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6번째 네임드는 유나의 원수이기도 한 ‘붉은 오크 대장 – 칸발라’라는 놈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이 바빠서 늦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새벽부터 출근 준비하고 ㅠㅠ 퇴근해서 연참 준비 하겠습니다.

즐감하세요.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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