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58화 (258/486)

EP.258 국민 영웅

민국의 GGW공격대가 【A - 2】 난이도의 대구 시청 던전을 공략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구의 오염된 대지를 걷어내려는 영웅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던전을 파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산술적으로 던전의 공략이 성공했을 때 던전이 파괴될 확률은 0.5%가 채 되지 않았다. 때문에 노력에 비해 그 성과는 굉장히 미비한 편이었다.

그나마 반복되는 공략 끝에 던전 몇 개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것도 【B】 난이도 수준의 던전에 불과한 터라 성과라고 이야기하기도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국내의 모든 공격대 전력을 전부 대구에 투입할 수도 없었다. 던전과 공허로 오염된 대지는 대구 뿐 아니라 전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만 먼저 가서 조금 미안하네요.”

은퇴한 강채영을 대신해 메모리아의 딜러장을 맡고 있는 이지연이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주둔지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A - 2】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한 터라 자주 얼굴을 보며 GGW 공격대의 영웅들과도 그리고 민국과도 제법 친분을 쌓은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배웅하던 민국이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일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던전을 공략하러 가시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요. 아무튼 이번 일정을 진행하면서 대구 시청 던전이 무너지는 상상을 했었는데…. 그냥 꿈이었나 봐요.”

“조만간 무너질 겁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공허의 마력이 일렁이는 게이트를 보며 이지연이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민국의 말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국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뿌우와 큐우♡가 던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악명 높던 대구시청 던전도 GGW 공격대와 메모리아 공격대의 반복되는 공략 끝에 조금씩 던전의 마력이 그 힘이 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증거로 던전에 진입하면 나타나는 일반 몬스터들의 숫자가 공략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던전의 전장을 구성하는 세계 역시 희미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실금을 확인할 수 있었지.’

의식을 하고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을 정도였지만.

아무튼 그런 것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를 민국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공략에 던전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무튼 고생하셨어요. 조심해서 올라가시고…. 다들 나중에 채영이랑 함께 술 한잔해요.”

“엇?! 정말요?”

“진짜요?”

민국의 마지막 말에 이지연과 함께 주위에 있던 메모리아 1군 소속 영웅들이 바로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남자친구가 있는 이들까지도 귀를 쫑긋거릴 정도였다. 그만큼 여성 영웅들에게 민국의 인기는 대단했다. 잘생긴데다가 능력도 있으며 정력도 엄청났다.

주둔지에서 함께 생활했던 메모리아 소속 영웅들치고 밤 새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뱉는 GGW 영웅들을 부러워하지 않은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밤새 교성을 터뜨렸던 여성 영웅들은 다음 날 아침만 되면 다시 태어난 듯 매끈한 피부로 그녀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꼭 보는 겁니다. 꼭요!”

“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서울에서 꼭 만나자는 약속을 잡고 메모리아의 1군 공격대는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로 향했다.

“이제 또 우리만 남았네?”

메모리아 소속 영웅들이 떠나자 현아가 슬쩍 민국의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꼈다.

어젯밤 유나와 함께 민국과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까닭인지 그녀는 얼굴에서 광채가 나고 있었다. 이어서 주둔지에서 함께 생활하는 일반인 여성 몇이 그런 현아를 부러운 얼굴로 쳐다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응? 강한 여자들도 있고, 【B】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는 클랜들도 있잖아?”

“하지만 그 사람들이 여기서 머무르는 건 아니잖아.”

“뭐, 그거야 그렇지만….”

자신들만이 아니더라도 그녀들의 노력이 있기에 대구의 오염된 대지가 품고 있던 공허의 마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을 보면 뿌우의 말대로 무슨 박사라는 사람의 가설이 맞긴 한 모양이었다. 던전을 공략하면 공략할수록 던전이 무너질 확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두 시간 뒤에 다시 던전 트라이에 들어가도록 하자. 그리고….”

민국은 자신의 영웅 패드로 오늘의 날짜와 스케줄 표를 확인했다.

이번 주 금요일 일정에 빨간색의 원이 그려져 있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강채영과 함께 병원에 가는 날이라는 게 생각이 났다.

‘벌써 24주인가?’

강채영이 임신한지도 근 5개월이 넘게 지났다.

처음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뭉클하던지…. 강채영 본인과 함께 병원에 갔던 현아는 본인이 감동에 빠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반인 여성으로 자신의 아이를 가진 김태연도 저번 주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남부러울 것이 없는 재벌 3세가 엉망이 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뭉클했던 모습이었다.

아무튼 이번 주는 강채영과 함께 아이의 성별을 확인할 예정이었다.

‘내 아이가 태어날 세계….’

어차피 해야 할 일이지만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어둠 괴물들을 때려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응? 응?”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옆에 있는 오현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눈을 크게 뜨는 그녀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매만졌다.

‘뿌우와 큐우♡는 어둠 괴물들을 모두 쓰러뜨리면 나를 원래의 세계로 보내준다고 했어. 하지만….’

과연 그 때가 되면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그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그래? 무슨 걱정 있어?”

“아니, 아무것도. 그냥 이번에는 원 트로 대구 시청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봤어.”

“그건 우리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

현아가 민망하다는 듯 혀를 쏙 내밀었다.

레이드를 지휘하는 민국의 리딩은 완벽했다. 다만 자신들이 그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간간히 나오는 실수 때문에 트라이를 실패할 뿐이었다.

“뭐, 그래도 처음 공략했을 때를 생각하면 다들 실력이 많이 발전했으니까.”

민국이 픽 웃으며 말했다.

공격대를 처음 이끌었을 때의 수준을 생각하면 지금은 다들 레이드의 전문가라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민국은 적어도 국내의 공격대 중에서는 GGW 영웅들보다 레이드를 잘하는 공격대는 없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다 민국이 네 덕분이지. 아무튼 진짜 옛날과 비교하면 많이 발전하기는 했다. 그거 알아? 요즘엔 우리 GGW를 가리켜서 장미 방패단의 1군이라고 부를 이들도 굉장히 많다?”

“음…. 1군은 그냥 지금 있는 공격대가 1군 역할을 그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응? 그건 왜?”

민국의 말에 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1군이 되면 의무적으로 상위 난이도의 던전을 계속해서 공략해야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시간적 여유가 없을 거잖아.”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응. 나는 이 【A - 2】 난이도에서 스펙 업을 하고 던전을 무너뜨리는 데까지 성공하고 나면 바로 【A - 1】 난이도 아니, 우리 공격대의 스펙 상황에 따라 【S】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러 갈 생각이거든.”

그리고 【S - 9】 난이도의 던전에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획득하고 공격대의 모든 인원들이 9 성이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십이 재앙 중 하나인 가루다를 공략할 계획이었다.

“……아.”

그런 민국의 계획을 들으며 현아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천재라 불리는 민국이 어둠 괴물과의 전쟁을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그런 말이 나올 때 마다 사람들은 한민국에게 과한 짐을 얹지 말라는 식으로 타박을 하곤 했다. 한 명의 힘으로 그게 가능한 일이었으면 이 전쟁이 백 년 가까이 이어졌을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남자는 정말로 이 땅에서 어둠 괴물들을 몰아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반드시 언니에게 말해줘야 해.’

그리고 이런 민국의 계획대로 공격대가 활동하려면 클랜의 던전 공략 의무는 지금처럼 R’s의 1군 공격대가 대신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만 GGW 공격대가 상위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 * *

철컥.

민국은 기어 스코어 장비를 착용하며 팔다리를 움직였다.

얻은 지 제법 오래된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정비팀이 깔끔하게 수리를 한 까닭인지 마치 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모든 방어구를 입고는 마지막으로 주 무기인 스태프와 절망의 크락스를 허리춤에 매었다.

“바로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구 시청 던전의 트라이가 시작되었다.

GGW 공격대는 본인들끼리의 회의를 통해 이번 일정의 목표를 49시간으로 잡았다. 전 네임드를 통틀어서 다섯 번 이상 전멸하지 않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기록이었다.

1 네임드인 엘카샥을 비롯해 붉은 오크 대장 칸발라, 마지막 네임드인 쉬아즈까지. 민국의 지휘아래에 GGW 공격대는 파죽지세로 던전을 클리어 해 나갔다.

그러면서 얻을 수 있는 퍼플급 결정체는 결정체의 종류에 따라 결정체를 필요로 하는 영웅들이 흡수를 하며 본인의 능력을 높였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늦여름부터 시작되었던 대구 시청 던전 공략 일정은 어느새 가을이 지나 겨울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 동안 민국과 GGW 공격대는 【A - 2】 난이도의 대구 시청 던전을 무려 오십 번이 넘도록 클리어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 대구에서는 【B】 난이도 던전 몇 개를 더 무너뜨리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넓은 오염된 대지를 품고 있는 대장급 던전은 전부가 멀쩡한 상황이었고, 【A】 난이도의 던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라온 그룹, 베트남에 결정체 공장 설립!]

[영웅시대 클랜, 평택의 【A - 3】 난이도 던전 공략 성공. 던전 타이머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던 시민들 안도.]

하루가 멀다 하고 대구 공략과 관련해서 기사를 내보내던 언론들도 언제부턴가 대구 상황에 대해 기사를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공략의 성과가 너무나도 지지부진하자 줄기차게 대구를 드나들던 랭커 클랜의 공격대도 대구를 방문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었다. 이제는 메모리아나 이화같은 공격대처럼 R’s 및 민국과 인연이 있는 공격대들만이 시간이 날 때 마다 방문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국과 GGW 공격대는 계속해서 대구 시청 던전을 반복적으로 공략을 진행해 나갔다. 그로 인한 스펙 업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A - 2】 난이도 던전에서 획득한 장비들로 무장한 영웅들은 공격대 평균 기어 스코어가 1170이 살짝 넘을 정도였고 이는 국내 최고라는 메모리아 1군과 엇비슷한 수치였다.

게다가 민국을 포함해 여섯 명의 영웅들이 퍼플급 마력의 결정 흡수를 끝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실버 결정만 얻을 수 있다면 8성을 넘어 9성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번에는 원 트 클리어 도전?”

“그러면 마지막 공략까지 몇 시간이 걸리는 거지? 40 시간?”

“35시간 가능하지 않을까?”

또 다시 공략 준비를 하는 팀원들이 나름대로의 농담을 섞으며 대화를 나눴다.

반복된 공략 경험으로 인해 그녀들에게 있어 대구 시청 던전은 일종의 놀이터나 다름없는 장소가 되었다. 이제는 어디서 몬스터들이 등장할 지 어떤 패턴이 이어질 지 눈을 감고 움직여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벌써 반 년 가까이나 이루어지는 지루한 일정이었지만, GGW 멤버들은 지금처럼 한 던전만을 공략하는 지금의 일정에 대해 조금도 불만이 없었다.

일단 자신의 마력에 도움이 되는 퍼플급 마력의 결정은 충분한 수준으로 흡수할 수 있었고, 던전에서 장비 아이템이 나오기라도 하면 경매장으로 넘겨 큰돈을 벌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늘 밤은 정예린과 시라누이 마이.”

“예스! 예스!”

“어? 마이 언니 며칠 전에도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순번이 빨리 오는 거지?”

“네 착각이야. 순번은 정확하게 닷새 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거라고.”

모든 팀원들이 주둔지에서 생활하는 일정으로 인해 제법 규칙적으로 민국의 성 스케줄이 관리가 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공격대의 여성들은 닷새에 한 번씩 민국과 뜨거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런 시간을 그녀들이 싫어할 리 없었다. 게다가 던전을 공략하다가 본능에 취할 때면 보너스처럼 화끈한 시간을 즐길 수 있기도 했다.

오죽하면 정예린은 평생 이렇게 던전을 공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민국은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슬슬 끝나겠네요. 이제 한두 번이면 무너질 것 같은데요?》

던전에 진입하려는 찰나 자신의 앞에 나타난 뿌우의 메시지 덕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 시간에 올라올 줄은 몰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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