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59화 (259/486)

EP.259 국민 영웅

‘던전이 무너질 것 같다고…?’

민국이 재차 물었다.

뿌우의 말이 정말이라면 반 년 가까이 진행된 던전 노가다가 드디어 끝이 보이는 셈이었다. 사실 마력의 결정을 제외하면 던전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어도 스펙 업을 전혀 할 수가 없는 까닭에 조금씩 공략이 지루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그렇습니다, 민국님. 던전에서 느껴지는 마력도 굉장히 희미하지 않습니까? 이건 던전이 곧 무너질거라는 증거나 다름없습니다.》

뿌우의 말에 민국의 시선이 던전의 게이트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오늘 보이는 던전의 게이트와 어제의 모습과 뭐가 다른 지 전혀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결국 민국이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이 그런 걸 알 수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도우미들의 언질이 아니더라도 던전이 언제쯤 무너질 거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터였다.

‘아무튼 한두 번이면 무너진다는 말이지….’

보라색의 마력이 일렁거리는 게이트.

【A - 2】 난이도의 던전으로 향하는 이 게이트를 볼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근방의 대장급 던전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시청 던전이 무너지면 대구의 오염된 대지를 걷어내는 작업도 빠르게 속도가 붙을 터였다.

‘다른 【A】 난이도의 던전들 역시 줄줄이 무너질 테니…….’

전부 대구 시청 던전의 네임드를 복원하느라 공허의 마력을 빼앗긴 던전들이었다. 아무튼 그렇다면 빨리 던전을 무너뜨리고 다음의 계획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면 던전 진입하겠습니다.”

열 명의 영웅들이 던전 게이트에 진입하면서 대구 시청 던전의 공략이 시작되었다.

수십 번이 넘도록 공략에 성공한 던전인 까닭에 던전에 진입하는 GGW 공격대의 영웅들은 민국의 지시 없이도 척척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해내는 모습이었다.

네임드와의 전투가 시작되어도 민국이 중요한 포인트만을 짚어서 리딩을 해주면 다들 알아서 네임드를 때려잡을 정도였다.

“간단하네.”

“솔직히 말해 엘카샥 따위를 상대로 부활석을 사용하면…. 조금 그렇잖아?”

그리고 던전의 첫 번째 네임드인 엘카샥이 쓰러지고 현아가 전리품 상자를 확인했을 때였다.

“…어엇?”

“오! 대박…! 앤트의 꽃 나왔어요!”

현아의 탄성에 이어 유나가 팀원들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생명력 회복 효과를 30%나 늘려주는 장신구인 앤트의 꽃은 8성 힐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장신구 중 하나였다. 당연히 수요가 워낙에 많은 터라 가격 또한 굉장히 높게 형성된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착용 시 귀속이 되는 아이템인지라 함께 던전을 공략하지 않은 영웅이라도 사용이 가능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경매장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형성된 가격을 생각하면 열 명이서 분배를 한다 하더라도 각자가 최소 수십억은 만질 수 있었다.

“오늘 시작부터 느낌이 좋은데?”

“그러게. 이러다가 공략이 끝나는 순간 던전도 함께 무너지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그럴라고.”

지젤과 켄달의 대화에 옆을 지나가던 민국이 픽 입 꼬리를 올렸다.

켄달의 말대로 공략이 끝나면 던전이 무너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1 네임드에 앤트의 꽃을 획득한 GGW 공격대는 2 네임드에서는 기어스코어 1000 에서 1200 사이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마스터 티켓을 3 네임드에서는 퍼플급 마력의 결정을 포함해 네임드의 전리품 상자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 가장 값비싼 마력구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마력구 역시 경매장으로 판매가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뭐지? 오늘이 내 생일인가? 작년 생일에 없었던 생인 선물을 오늘 몰아서 주는 거?”

“그래!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던전 공략할 맛이 나는 거지! 아무튼 오늘 대박인데요? 이러다가 분배금 신기록 세우는 거 아닐지 몰라?”

고작 1지구 공략만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얻을 것들만 경매장에 내놓아도 그 비싼 서울에 빌딩 하나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게 바로 돈 복사지!”

“천호동 럭키걸 만세!”

레전드리 클래스 때문에 R’s 클랜에 장기로 묶인 뷘드셴 자매도 클랜에게 빌린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생각인지 얼굴이 환했다. 다른 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무슨 마지막 선물도 아니고….’

전리품 상자에서 나오는 대박 아이템들을 보며 민국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던전의 전리품 상자가 내뱉는 이 아이템들이 던전이 주는 최후의 선물인 것 같았다.

아무튼 공략이 끝나고 나올 분배금 생각 때문인지 다들 한껏 기분이 업 되어 있었다. 던전의 칙칙한 땅을 딛는 발걸음조차도 굉장히 경쾌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민국과 GGW 공격대는 계속해서 2지구 몬스터인 4, 5네임드의 공략을 진행했다. 그리고 획득한 전리품 상자에서는 네임드가 떨어뜨리는 아이템들 중 가장 희귀한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거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

“갑자기 이러니까 살짝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전리품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을 보며 타냐가 단단한 땅에 방패의 끝을 날카롭게 갈며 말했다.

민국과 공격대는 2지구의 5네임드까지 레이드를 성공시키며 전부 대박이라 할 수 있는 아이템만을 손에 넣었다.

여태껏 대구 시청 던전을 공략하면서 수십 번이 넘도록 네임드를 때려잡았지만 대부분 꽝이라 할 수 있는 잡 템만을 획득했던 걸 생각하면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

“진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전리품 상자에서 아이템을 뽑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요? 불안하게…….”

심지어 전리품 상자를 연 현아조차도 지금의 상황에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민국은 이러한 팀원들의 걱정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질 뿐이었다. 전리품 상자에서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건 단순한 운에 불과할 뿐이었고, 이변이 없이 던전이 무너지는 건 거의 확실시 되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헛?! 대박!!!”

“우와아앗! 절망의 크락스?! 단검! 단검 떴어요…! 이건 경매장에서 팔 수 있는 물건이예요!!!"

그러는 와중에도 GGW 공격대의 행운은 계속되었다.

그 중에는 경매장을 통해 팔 수 있는 아이템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하고 레이드를 함께 진행했던 공격대원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도 있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큰돈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번 트라이의 성과가 기록적으로 좋은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오거라! 불쌍한 피조물들…!]

대구 시청 던전의 마지막 보스 ‘격리된 쉬아즈’의 트라이가 시작되었다.

“오른쪽 피조물!”

“제가 처리할게요!!!”

“10초 뒤에 격리 대상자 두 명 정해질 거야! 좌우로 따로 따로 빠지는 거 잊지 마!”

“넵!”

30여분 가까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민국의 지휘 아래에 GGW 공격대는 사망자 없이 ‘격리된 쉬아즈’ 역시 쓰러뜨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트라이를 진행한 횟수만 해도 수백 번이 넘는 네임드인지라 이 어둠 괴물의 공격 패턴은 다들 눈을 감고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그리고 격리된 쉬아즈는 ‘쉬아즈의 격리된 방패’라는 기어스코어 1170 의 방패 아이템을 전리품 상자로 내놓았다. 아쉽게도 ‘쉬아즈의 격리된 방패’는 기존에 얻었던 절망의 크락스처럼 레이드를 함께 하지 않은 영웅들은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크흑…. 이게 얼마나 좋은 방패인데…….”

결국 기어스코어 1170의 방패는 현아와 타냐의 눈물 속에서 부서지는 운명을 맞이했다. 그리고 방패의 파편들은 다른 영웅들이 포대자루에 담아 챙겼다.

어떤 원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부서진 파편들은 공장에서 특별처리를 거친 이후 마력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던전 내에서 민국과 영웅들이 본인들이 사용하지 않을 아이템을 하나, 둘씩 뽀각하는 동안 대구 시청 던전의 외부는 완전히 난리가 나 있었다.

“티, 팀장님…!”

“나도 보고 있어!”

R’s 클랜의 수거 팀 팀장이 부하 직원의 말에 던전의 게이트를 바라봤다.

【A - 2】 난이도의 던전인 대구 시청 던전. 그 안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본인의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며 찌그러졌다 펴지기를 반복하며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R’s 클랜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수거팀장이 모를 리 없었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한 번씩 목격한 적이 있는 현상이었다.

“더, 던전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영상! 동영상 빨리 찍어…!”

이는 대구의 대장급 던전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시청 던전이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었다. 당연하지만 이 사실은 실시간으로 서울에 잇는 클랜 하우스로 전달되었다.

* * *

대구 시청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곧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GGW 공격대의 쾌거! 【A - 2】 난이도의 대구 시청 던전 무너지다!]

[한민국과 그의 영웅들의 대구 시청 던전을 공략한 횟수는 무려 60번…! 전부 대구의 오염된 대지를 걷어내겠다는 의지의 산물!]

[이제는 그를 현대의 이순신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영웅 한민국에 대해 말하다.]

[영웅 강채영과의 인터뷰, “남편은 대구 시청 던전을 공략하느라 한 달 전에 태어난 아이도 세 번밖에 보지 않았을 정도로 던전 공략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당연하지만 완전히 난리가 났다.

던전 브레이크로 생겨난 대구 시청 던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던전이자 가장 넓은 오염된 대지를 만들어냈던 대장급 던전이었다. 그리고 국가의 골칫거리이기도 했던 이 던전이 계속된 공략 끝에 결국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는 GGW 공격대와 R’s 클랜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승리였으며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쾌거라 할 수 있는 성과였다.

“…….”

그리고 던전 공략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온 민국은 자신을 주시하는 수백 쌍에 가까운 시선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대구 시청 던전을 무너뜨리면서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었다. 괜히 손가락으로 탁상 위를 톡톡 건드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몰려들었다.

‘우리나라에 기자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그리고 눈앞의 여성들은 전부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이었다.

개 중에는 파릇파릇한 신입들도 있었고, 어둠 괴물과의 전선에서 싸우다가 은퇴를 하고 기자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어서 클랜의 홍보팀에서 나온 이가 민국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한민국 공대장님. 인터뷰 시작해도 될까요?”

“네? 네, 다들 준비가 끝나신 것 같은데 바로 하도록 하죠.”

민국의 대답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인터뷰는 국내의 많은 사람들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인터뷰였다. 그만큼 대구 시청 던전이 무너진 것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엄청나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하지만 시작부터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민국이 자신과 눈이 마주친 기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발언권을 주었다. 단정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기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이크를 받았다.

“먼저 【A - 2】 난이도의 대구 시청 던전을 무너뜨린 한민국 공대장님과 GGW 공격대의 영웅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구 시청 던전이 공략되면서 대구의 오염된 대지를 걷어낼 수 있다는 국민들의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에 대해 공대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 음…. 일단 대구 시청 던전을 무너뜨리는 데는 저희 뿐 아니라 다른 클랜 소속 영웅들의 노력도 함께했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도 대구에는 던전을 공략하는 많은 영웅들이 있으니까요. 그들의 노고 역시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다른 영웅들에게도 공을 돌린 민국은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대구 시청 던전은 대구의 오염된 대지 위에 있는 대장급 던전이라 할 수 있는 던전입니다. 때문에 이 던전이 무너진 이상 다른 던전을 무너뜨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GGW 공격대의 일정은….”

“네, 계속해서 대구의 던전을 공략할 예정으로 【A - 3】 난이도와 【A - 4】 난이도인 상위 던전 위주로 공략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그 아랫 단계의 던전 처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대한민국에는 저희 GGW 공격대 뿐 아니라 실력 있는 공격대가 다수 존재합니다. 당연히 이들의 도움이나 영웅 협회의 도움을 받을 생각입니다.”

인터뷰의 처음 질답은 GGW 공격대와 대구 시청 던전에 대한 화제로만 진행이 되었다.

아무래도 현재 가장 큰 관심사가 그쪽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나 민국은 이런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웅. 이 기회에 그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기자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GGW 공격대의 스펙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국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나 【A - 2】 난이도의 던전 공략을 반복적으로 성공시키면서 GGW 공격대의 기량이 메모리아 클랜의 1군 공격대만큼이나 뛰어나다는 추측이 많은데요.”

“공격대의 정확한 스펙이라….”

굉장히 조심스럽게 한 질문이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비밀로 할 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숨길 이유도 없는 내용이고 말이다. 그리고 민국이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약으로 올려놓고 갑니다. 그러면 즐감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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