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66화 (266/486)

EP.266 GGW를 찾는 이들

서울의 특급 호텔 라온.

주로 영웅들의 모임이나 기업의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나 개방되는 라온 호텔의 회의실은 아침 일찍부터 외국인들로 시끌시끌했다.

미국 영웅 협회인 HAA와 중국 영웅 협회의 사람들이었다.

“…….”

인류의 방패라는 이름으로 서로 힘을 합쳐서 어둠 괴물과의 맞서던 양 국의 관계자들은 오늘은 무슨 일이 있는지 서로 제법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쟁에서 동맹군으로 함께했던 관계라고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 중국 여성이 분위기를 조용한 분위기를 깨며 소리를 높였다.

“미국에는 쉴더급 공격대가 무려 세 개나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장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S】 난이도 던전도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굳이 GGW 공격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해결해야 할 던전이 없다니요? 실버백. 아메리카의 평화를 위협하는 그 빌어먹을 원숭이를 물리치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버백? 십이 재앙으로 따지면 우리도 바이콘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버백은 활동도 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바이콘은요? 올해 초 아시아를 위기로 몰아넣고 우리나라를 멸망까지 몰고 갔던 던전 브레이크가 그 놈 때문이라는 건 그쪽도 잘 알 텐데요?”

“멸망이라뇨? 너무 위기를 과장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중국의 저력은 저희 미국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보름 전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한 R’s 클랜의 GGW 공격대였다.

아미 【A – 1】 난이도의 던전을 다수 공략하면서 본인들의 전투 능력을 전 세계에 알린 GGW 공격대는 【S】 난이도 공략 성과만 있으면 바로 쉴더급 공격대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리고 각국의 영웅 협회는 한민국이 공대장으로 있는 GGW 공격대가 쉽게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할 거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GGW 공격대에는 레전드리 클래스가 무려 여섯 명이나 포함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제국근위대와 힘을 합쳐서 가라이를 쓰러뜨린 이후 한민국의 리딩 능력은 다른 영웅들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저희 미국은 화이트 하우스를 포함해 두 개의 쉴더급 공격대와 상위 공격대 여섯 개를 중국에 지원해드렸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중국이 저희 미국을 위해 양보하실 차례 아닐까요?”

“하?! 괴물과의 전쟁에서 무슨 순번이 있고 양보가 있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우리 중국 영웅들이 미국에 도움을 둔 적은요?”

그렇게 양국의 관계자들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을 하던 도중이었다.

“우리 중국에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중국 소녀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미국 측 인원들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중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여성. 하지만 그녀의 실제 나이가 20대 후반에 가깝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하무도 없었다.

이어서 8살 때부터 어둠 괴물을 상대하며 현재는 중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영웅. 그녀의 정체는 바로 중국의 쉴더급 공격대인 PLA의 공격대장인 9성 영웅 샤오란 이었다.

“아직도 미 공략 던전으로 남아 있는 난징 던전이 있습니다.”

“으음….”

라온 호텔에서 처음 샤오란을 만났을 때부터 미국 영웅 협회는 중국이 GGW의 공격대에 의뢰를 넣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샤오란이 여기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 쉴더급 공격대인 PLA의 일정을 스톱시켰다는 의미였고, 그것을 감당하면서까지 중국이 GGW 공격대에게 의뢰를 넣으려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난징 던전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영웅 협회의 간부이자 GGW 공격대 섭외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제시카 로암은 딱딱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미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12재앙. 그 중 한 녀석인 실버백의 공략을 생각하면 GGW 공격대는 반드시 미국으로 데리고 가야 했다.

기이할 정도로 뛰어난 한민국의 리딩 능력을 연구하고 배워서 자국 공대장들의 실력을 높이는 한 편 실버백의 친위 네임드라 할 수 있는 S 난이도 놈들도 같이 공략을 할 생각이었다.

장장 1년이 넘어가는 일정이 되겠지만….

미국 영웅 협회는 이참에 GGW 가 미국에 눌러 붙을 수 있게끔 모든 수단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쉴더급 공격대 하나의 가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환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이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굳이 지금 당장 GGW 공격대를 유치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다.

어차피 미국과 중국은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 어둠 괴물 방위 전선을 펼치는 중심 국가. 굳이 서로 척을 지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기는 했다.

‘게다가 중요한 건….’

자신들이 이렇게 떠들어 대봤자 결국 결정은 GGW 공격대의 공대장인 한민국이 결정할 일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GGW를 섭외하기 위해 정말 엄청난 대가를 내놓을 생각이었다.

‘미리암 로스와 라비아 맥퀸.’

화이트 하우스의 공대장이자 메인 탱커인 9성 영웅들.

이 둘을 GGW 공격대에 임시로 합류시켜 【S】 난이도의 던전을 함께 공략할 계획을 진행힐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한민국의 리딩 능력을 배우며 그와의 관계를 진전시켜 나갈 생각이었다.

“큼. 그러니까 중국은 난징 던전 공략 문제로 그리고 저희는 실버백 문제로 GGW 공격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군요.”

“미국이 실버백 문제를 꺼내든다면 저희도 난징에 더해 바이콘 문제를 꺼내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아무튼 우리끼리 이렇게 떠들어 봤자 해결이 되겠습니까? 결국 선택은 R’s 클랜과 한민국 공대장의 선택에 달린 일인데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뜻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뭐라고요?”

샤오란의 말에 제시카와 미국 영웅 협회의 사람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무례한 발언에 몇몇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만약 상대가 인류의 영웅이 아니었다면 바로 험한 소리가 튀어 나왔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샤오란은 자신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을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GGW 공격대가 말레이시아 원정을 진행하는 동안 HAA가 한민국 영웅의 와이프인 강채영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행위조차도 하지 말자는 거죠.”

“…….”

제시카는 조용히 샤오란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어서 자신에게 꽂히는 중국 협회 관계자의 따가운 시선들. 보아하니 이들도 자기네들처럼 한민국의 인간 관계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자신들이 물러나야 할 때로 보였다. GGW 공격대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역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더 이상의 접근은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미국 역시 GGW 공격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시카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리에 샤오란이 나온 이상 중국 측과 괜히 길게 대립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강채영에게 접근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정 일정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GGW 공대장인 한민국.

그의 마음만 잡을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일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충분히 한민국에게 맛 좋은 당근을 제시할 수 있었다.

* * *

“미리암 로스와 라비아 맥퀸의 공격대 임시 합류요?”

놀란 눈을 하는 민국의 모습에 제시카는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9성 영웅이자 인류 최고의 방패와 레이드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게 당연하게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메인 탱커인 오현아는 한민국의 와이프인 만큼 그 자리를 밀어내지는 못하더라도 타냐 루스는 문제없겠지.’

그리고 미리암 로스의 기량과 명성이면 러시아의 촌년 자리는 쉽게 차지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제시카의 예상과는 다르게 민국이 놀란 건 9성 영웅 합류 때문이 아니었다.

‘우리가 【S】 던전을 공략하는 이유는 실버급 마력의 결정 때문인데…. 9 성 영웅이 합류하면 어떻게 하라고?’

레이드에 기여를 한 바가 없는 이는 흡수를 할 수 없는 게 마력의 결정이었다.

게다가 민국이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는 또 다른 이유는 【S】 난이도 던전에 대한 공략 경험을 쌓으며 12재앙의 공략에 들어갈 계획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껏 열심히 성장시키고 키워낸 이들이었다. 당연히 이런 미국의 제안은 솔깃한 게 아니라 오히려 민국이 바라지 않는 것들이었다. 애당초 왜 이런 제안을 꺼냈는지 이상한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당연히 모든 전리품은 GGW 공격대의 소유입니다. 미리암 로스와 라비아 맥퀸 두 영웅은 그 어떤 전리품에서 욕심을 내지 않을 겁니다.”

처음 놀람과는 다르게 민국의 얼굴 표정에 느낀 머뭇거림과 불쾌감에 제시카는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부활석 및 필요할 경우 1190 이상의 기어 스코어 장비를 지원하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우리 미국은 한민국 영웅님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부디 좋은 결정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국의 입에서는 미국으로 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괜찮은 조건 아니었어요?”

그렇게 미국 영웅 협회에서 나온 제시카와의 만남이 끝나자 자리에 함께했던 오현정이 민국을 향해 물었다.

9성 영웅의 도움과 아이템 그리고 부활석까지. 미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엄청난 조건을 내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현정을 향해 민국이 어깨를 으쓱이며 코웃음을 쳤다.

“그렇기는 한데, GGW에는 전혀 필요한 것들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9성 영웅 지원은 뭐람?

【S】 난이도 던전의 공격대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데 제대로 된 버스도 아니고 바퀴 세 개는 빠진 버스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미국은 멀어요.”

“…현아가 한 말이 사실이었나 보네요.”

“네? 현아가 뭐라고 했는데요??”

“말레이시아 일정 진행하면서 소영이 백일에 참석 못한 것 때문에 상심 많이 했다면서요?”

“뭐, 그렇기는 한데….”

죽을 정도로 상심하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래도 첫 딸인데 백일잔치에 참석하지 못한 건 많이 아쉽기는 했다. 던전 공략에 너무 열중하느라 제대로 된 아빠 노릇도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까닭이었다.

아무튼 그 때문에 미국행은 조금 많이 꺼려졌다.

게다가 리바이어선 때문에 태평양 항로는 이용도 할 수 없는 만큼 비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에서 발이 묶일 가능성도 높았다.

‘그에 반해 중국은…….’

정 문제가 생기면 육로를 통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무튼 다음은 중국 영웅 협회인가요?”

“네. 이 외에도 러시아, 인도에서 사람을 보내오기는 했는데….”

미국과 중국이 GGW 공격대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말에 자기네들도 슬그머니 끼어든 것에 불과했다. 당연히 조건도 그렇게까지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클랜 자체적으로 제안을 거절했다.

“아무튼 조금 있으면 중국 영웅 협회에서 사람들이 올 거예요. 듣자하니 9성 영웅 샤오란이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난징 던전 문제가 골치 아픈 모양이에요.”

던전 타이머에 문제가 생기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난징은 쉴더급 공격대 두 곳이 공략을 진행했다가 실패한 던전이었다.

“샤오란이면…?”

“난징 던전을 공략했다가 영웅 한 명을 잃고 퇴각한 PLA의 공격대장이예요. 만약 대화를 하다가 던전 공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 점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중국인들은 자존심이 세니까요. 그 때의 일은 모욕으로 받아들일 지도 몰라요.”

“아아…. 알겠습니다.”

오현정의 충고에 민국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마음은 정해졌고, 샤오란과의 만남은 중국의 조건을 듣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어린애?’

그리고 클랜 하우스에 도착한 중국 관계자와 샤오란을 본 민국은 자신도 모르게 오현정을 바라봤다. 이어서 현정이 복화술로 빠르게 말을 전했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여자가 샤오란입니다. 저래 보여도 나이가 민국씨보다 많으니까 어린애 취급은 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네.”

확실히 등에 멘 용머리 장식의 대검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학교에 있어야 하는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외모였다. 아무튼 샤오란과의 만남은 첫 인상부터 조금 강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원이 생겼네요? 후원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조아라에서 많이 봤던 닉네임들 이시네요.

일하다가 갑자기 목에 담이 생겼는데 엄청 아프네요...

회사 퇴근하고 바로 병원가서 물리치료 받았는데 목 돌릴 때 마다 아직도 불편 ㅠㅠ

아무튼 예약으로 올려놓고 갑니다. 다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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