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68화 (268/486)

EP.268 GGW를 찾는 이들

‘중국 친구들은 원래 이렇게 적극적인가? 예전에 린샤도 그렇고….’

샤오란에게서 온 개인 메시지를 확인하며 민국은 아주 오래 전의 인연을 떠올렸다.

이 세계에서의 첫 쓰리섬. 그 날의 뜨거웠던 시간을 생각하니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리고 민국은 그 날 린샤와 함께 자신과 몸을 섞었던 여자 영웅인 최유나와는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었다.

아무튼 샤오란의 메시지는 거창했다는 요점은 하나였다.

오늘 밤 함께 식사를 하자는 것. 그리고 난징 던전 공략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점심 미팅 때만 하더라도….’

난징 던전에 대한 공략 정보는 PLA의 본부에 있다고 하더니만 그 새 한국으로 정보를 보낸 모양이었다. 뭐, 겉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해도 그 속내는 뻔했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GGW 공격대와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다는 거겠지.’

공격대 활동을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민국의 GGW는 【A】, 【B】 난이도의 던전을 넘어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할 준비 중에 있었다.

그것도 정식으로 영웅 생활을 시작한 지 3,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영웅들로 구성된 공격대였다.

이는 살짝 과장하자면 인류 역사상 이보다 빠르게 성장한 공격대는 없다 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그리고 보통 영웅 생활 7,8 년차에 전성기가 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GGW 는 아직 전성기조차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욱이 중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주변 상황이 좋지 않는 국가였다.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서는 심심치 않게 어둠 괴물과의 전투가 벌어졌고,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는 서북 지방은 이미 어둠 괴물의 손에 빼앗긴 상황이었다.

거기에 바이콘이라는 십이 재앙 때문에 몇 번이나 국내의 안전을 위협받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터졌던 던전 브레이크 역시 중국에서 일어났고 말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런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지. 그리고 R’s 는 한국에 위치한 클랜이고.’

공동 전선도 펼칠 겸 나라가 위험할 때를 대비해 실력 있는 클랜인 R’s 클랜와 GGW 공격대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중국이에요?”

“네. 오늘 바로 보자고 하네요?”

민국의 말에 시체처럼 의자에 누워있던 오현정이 슬그머니 상체를 일으켰다.

GGW 공격대의 난징 원정 때문에 그녀는 오늘 하루 내내 조금도 쉬지 못하고 공격대 스케줄 및 지원 팀을 꾸리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에 있는 PLA 클랜과 계약을 조율해야 할 것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민국 역시 클랜장실에서 그런 처형의 일을 돕던 참이었다.

“어디서요?”

“장소는 라온 호텔이네요. 얘네들 여기서 묶고 있나 본데요?”

이상할 건 아니었다. 국내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면 누구나 다 라온을 이야기했으니까.

“난징 던전 때문에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고 하더니만…. 진짜 급하긴 한 모양이네요.”

“발등에 불이 떨어져요? 여유 좀 있지 않아요?”

현정의 말에 민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이 터지기 전까지 대략 2년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들은 만큼 급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거야 공략이 가능한 공격대가 있을 때의 이야기죠. 문제는 난징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공격대가 없다는 거잖아요? PLA는 이미 공략에 실패해서 8성 영웅까지 한 명 잃었고…. 그렇다고 다른 상위 던전을 공략해야 하는 텐센스가 몇 달 넘게 난징 던전을 붙잡고 늘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아…….”

“뭐, 자기네들 땅 지키느라 정신이 없는 미국이 도와줄 것 같지도 않으니.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전까지 여유가 있어도 그렇지 못한 느낌이었겠죠.”

현정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참고로 영웅을 잃었다는 것은 그 영웅의 사망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몬스터의 손에 의해 마력이 타락했을 뿐이었다.

아무튼 공략할 수 없는 던전이 있다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것도 쉴더급 공격대가 공략할 수 없는 던전이라면 확실히…. 그 땅을 버려야 하는 사태가 일어날 일이 높았다. 아프리카처럼 말이다.

“그래서 만날 생각이에요?”

현정의 물음에 식탁 위에 놓인 쿠키를 슬쩍 입에 가져간 민국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럴 생각이에요. 중국 친구들이 자존심이 세다면서요? 기껏 초대했는데 체면 한 번 세워주죠, 뭐.”

“뭐…. PLA 와 샤오란과 친해지면 클랜 입장에서도 나쁘지는 않죠. 난징 공략 실패는 좀 뼈아팠어도 그래도 쉴더급 공격대인데다가 샤오란은 정말로 강한 영웅이니까요.”

클랜장의 말에 민국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하고는 오늘 보았던 샤오란의 외형을 떠올렸다.

‘그 어린 영웅이 그렇게나 강하다니….’

솔직히 말해 전투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신뢰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허세로 유명한 그 중국이지 않은가?

하지만 민국은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원래 세계관 최강 캐릭에 로리는 빠지지 않는 법이지.’

대다수의 게임 및 소설에서 최강을 다투는 이들 중 반 필수적으로 외모가 어린 소녀가 끼어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샤오란은 정말로 강력한 영웅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 해도 이 세계 기준으로 강한 거라면 그렇게까지 대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인물과 친해지는 것은 민국도 환영하는 바였다.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하면 자신을 도와주는 실력 있는 공격대가 많을수록 십이 재앙을 쓰러뜨리고 던전을 무너뜨리는 일이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메모리아 및 다수의 랭커 클랜의 도움으로 쉽게 던전을 무너뜨렸던 대구 공략 때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 좀 드시겠네요.”

의미심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정의 모습에 민국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집에서도 괜찮게 먹는데요, 뭐.”

“진짜요? 현아가 요리라는 것을 할 아이가 아닐 텐데?”

“…친동생이라 그런가? 잘 아시네요.”

“걔는 세탁기 돌리는 법도 모르는 아이라니까요. 아무튼 라온 호텔이면…. 으으….”

라온 호텔 내의 유명 식당들을 떠올리던 현정이 자신의 배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정말로 아쉬운 얼굴을 하며 말을 이었다.

“맛있는 곳이 정말 많을 텐데…. 에휴, 아쉽네요. 시간이 많으면 저도 함께 가는 건데…”

클랜장인 그녀는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민국은 샤오란에게 초대에 응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 * *

“그래도 영웅이라 이건가?”

샤오란이 핸드폰의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예?”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도중 갑자기 온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샤오란의 행동에 얇은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던 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공대장님?”

그녀는 이번에 한국행에 함께한 PLA 소속의 2군 영웅 중 한 명으로 클랜 내에 있는 샤오란의 여러 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

어린 외모와는 달리 굉장한 육식녀인 샤오란은 쯔위 뿐 아니라 PLA 소속의 여러 여성을 손에 거느리고 있었다. 남자로 치면 자신만의 카르텔을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한민국 영웅과 저녁 약속이 잡혔다. 이 호텔에서 만날 예정이니 지배인에게 말해서 준비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도록.”

“식당은 어디로 할까요?”

“지하에 중화풍의 식당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곳으로 해.”

“네!”

한민국이 온다는 말에 여성 영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바로 옷을 챙겨 입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침실에 홀로 남은 샤오란은 침대 위에 널브러진 흰색 가운을 걸치고 탁자로 향했다.

쪼르륵.

탁자에는 조금 전 분위기를 띄울 용도로 열었던 와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와인을 한 모금 음미한 샤오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한민국. 과연 너는 어떤 맛이지?”

그녀가 만났던 대부분의 남자들과는 달리 한민국은 성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틀림없었다.

오후에 있었던 미팅에서 자신의 가슴을 계속해서 바라보던 그의 시선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건 분명 쾌락을 아는 이성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샤오란은 중국을 위해 실력 있는 영웅인 민국을 유혹해서 서로의 살결을 부대며 관계를 진전시킬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의 욕구를 채울 속셈이 대부분이었지만.

* * *

샤오란이 준비한 식사는 거창하다 못해 상이 무너질 정도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요리는 라온 호텔에서 일하는 분들이 했을 테고 PLA는 단지 돈을 지불한 것에 불과하겠지만.

아무튼 호텔 측에서 준비한 음식은 혼자서는 절대로 못 먹을 양이었다. GGW 공격대 전체가 왔어도 음식이 남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중국 애들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는 음식이 절대로 모자라서는 안 된다고 했던가?’

거기에 초대를 받은 이도 음식을 다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던 것 같았다.

음식을 남길 정도로 배부르게 먹은 것처럼 해야만 집주인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았다.

어쩐지 호텔 음식이 뷔페처럼 계속해서 나올 때부터 느낌이 이상하더라니만…. 아무튼 이 음식들은 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는 양이었다.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결국 음식을 살짝 남긴 채로 민국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말하며 민국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배가 터질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먹기는 했다.

“그러신가요? 식사는 만족하셨어요?”

그런 민국을 샤오란이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톡톡 테이블을 두드렸다. 바로 한 여성 영웅이 샤오란에게 서류를 건넸다. 자연스레 민국의 시선이 서류로 향했다.

“그건?”

“저희 PLA가 공략했던 난징 던전의 정보입니다. 한민국 영웅님의 요청에 따라 본부로 바로 연락을 해서 받았죠.”

말과 함께 서류를 내미는 샤오란.

그리고 민국은 서류를 받아 그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S - 8】 혹은 【S - 9】 정도의 난이도로 추정되는 난징 던전은 도합 아홉 개체의 네임드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네임드의 모습을 확인한 공격대가 없는 터라 확실하지는 않은 정보였다.

‘그 중 특수 개체로 추정되는 녀석은….’

유독 공략이 까다로웠다는 3 네임드와 5 네임드.

그리고 PLA의 공격대는 3 네임드를 공략하면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5네임드는 난이도는 높았지만 마력의 결정을 획득했다는 정보는 없었다.

‘아무튼 3네임드는 특수 개체가 확실한 모양이네.’

아쉽게도 5네임드 이후의 정보는 없었다. 보아하니 PLA는 6네임드를 공략하던 도중 영웅이 타락해버리는 사고를 당했고, 그 이후 공략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서류의 내용을 확인하는 민국을 보며 샤오란이 마른 입술을 핥았다.

멋스러운 정장을 입은 미남이 한 장씩 종이를 넘기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니 절로 탄성이 나올 것 같았다.

중국에도 잘생긴 남자는 많고, 남자 영웅도 몇 만나 봤지만 자신과 동일한 수준의 8 성 영웅이기 때문일까?

눈앞의 남자는 다른 남자들과는 본질부터가 다른 느낌이었다.

‘준비 됐지?’

그런 뜻을 담은 샤오란의 눈동자가 슬쩍 다른 영웅에게 향했다. 그리고 샤오란의 눈빛을 받은 이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눈빛이 오가는 동안 민국은 트라이의 내용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S】 난이도 답게 1네임드부터 괴물의 공격 패턴이 제법 복잡했다.

“저, 한민국 영웅님.”

“예?”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민국이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샤오란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위에 노트북과 태블릿을 이용해서 난징 던전의 트라이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시청하시겠습니까?”

“네? 정말요?”

샤오란의 말에 민국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친구들 준비가 장난이 아닌 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본인들도 급하다는 거겠지만, 아무튼 정보와 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던전의 클리어 타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런 제안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네. 바로 가도록 하죠.”

민국은 샤오란을 따라 바로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샤오란의 말대로 그녀의 방에는 커다란 벽면 티비와 태블릿이 연결이 되어 있었다. 가볍게 클릭만 하면 바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준비도 되어 있었다.

“가서 가볍게 먹을 걸 가져오도록 해.”

“술도 준비해 드릴까요?”

“그래.”

그렇게 샤오란의 다른 영웅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민국은 첫 번째 네임드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전 연참 준비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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