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1 난징 공략전
“트라이 시작합니다.”
기어 스코어 장비로 무장한 민국이 통신기를 장착하며 말했다.
공격대의 원활한 전투를 위해 던전 마력에도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통신기는 미국의 퀼컴이라는 회사의 작품이었다.
던전을 공략하는 공격대의 필수품 중 하나였지만, 재료에 마력의 결정이 들어가는 까닭에 제법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GGW 사용하는 통신기는 영어로 대문자 H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는 한민국의 공격대라는 것을 뜻하는 마크였다.
‘절대로 히토미에서 따온 건 아니고.’
그리고 아직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은 신나연은 소문자 H에 빈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메인 탱커 어그로부터.”
“옛썰! Boss!!”
민국의 지시와 함께 현아가 눈앞의 괴물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몬스터에게 당하는 고통을 싫어하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한 사람의 탱커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그 기점은 아마 자신이 딜러에서 힐러로 포지션을 변경했을 때부터인 것 같았다.
아무튼 현재 GGW 공격대가 공략하고 있는 던전은 【S】 등급 난이도의 난징 던전이었다.
샤오란의 의뢰를 받아들인 민국이 바로 난징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눈앞의 괴물 역시 위험 난이도 9 등급 몬스터.
[GGW 공격대. 【S】 등급 난이도의 난징 던전 공략 예정.]
[던전이 폭발하기 전까지 아직 2년이나 남은 던전의 공략? 왜 지금?]
하지만 난징에 도착하기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GGW 공격대가 중국의 PLA와 손을 잡고 난징 던전을 공략한다는 말에 정부에서는 언론까지 동원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심지어 로즈 그룹 관계자에게 GGW 공격대의 원정을 막아달라는 청탁까지 넣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장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어 9 등급 영웅이 되어야 하는 민국이 그런 걸 신경 쓸 리 없었다.
[보나마나 GGW 공격대가 해외로 원정을 떠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네? 왜요?]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는 데는 분명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아무리 한민국 공대장님이라 하셔도 최소 수 개월 이상은 걸릴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그 기간 동안 국내 던전의 문제를 해결하면? 본인들의 지지도가 직결되거든요.]
[…와우.]
게다가 오현정과의 대화를 통해 정부의 행동에 대한 내막 역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세계는 어둠 괴물과의 오랜 전쟁으로 인해 정상적인 정치인들이 있나 했더니만….’
여기나 원래의 세계나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죄다 비슷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세계는 정치인의 권력이 어둠 괴물과 싸우는 영웅들에게 거의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고도 별다른 난동 없이 오직 어둠 괴물을 상대하는 영웅들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지.’
그렇게 민국이 며칠 전의 일을 짧게 떠올리는 동안 어느새 현아는 네임드의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민국이 바로 외쳤다.
“현아! 네임드를 구석으로 유인해! 그리고 타냐와 딜러들은 빠르게 잡 몹부터 정리한다!”
“알았어…!”
현아가 던진 방패가 네임드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고, 눈이 붉게 물든 네 발 괴물이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들의 주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괴물의 근처에 있던 수하들도 무기를 들고 현아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를 타냐가 가로막았고, 이어서 영웅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콰아앙! 쾅!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여러 색의 마력이 교차하며 지나갔고, 요란한 기합과 폭발 소리와 함께 괴물들의 찢어지는 비명과 포효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민국도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며 탱커와 딜러들에게 회복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전장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메인 탱커 힐! 엇? 죽음 학살자 소환 패턴! 최유나! 소환의 문 위로 올라가서 소환을 막아!”
“알았어요!”
전투 도중 민국의 지시를 받은 유나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소환의 문이라 명명된 마법진의 위치를 찾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그 위로 올라서며 소환을 방해했다.
“아그그그극…!”
단순히 마법진에 올라갔을 뿐이지만 온 몸이 짜릿한 전기에 감전이 된 것 같았다. 심한 구토감과 함께 생각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 이대로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파아아앗!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상태를 파악한 민국이 회복 능력을 사용하자 유나는 곧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어서 소환의 문이 무너진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본진으로 복귀해 괴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젤! 다음 소환의 문 처리 때는 대상자에게 보호막 거는 거 잊지 마!”
“아, 알았어요!”
“타냐! 죽음의 버프 5중첩! 탱커 교대 준비!”
“이 녀석까지만 잡고 이동하겠습니다!”
첫 【S】 등급 던전에서 등장하는 9 등급 괴물을 상대하는 트라이였다.
하지만 수많은 레이드 경험을 통해 역전의 용사가 되어버린 GGW 공격대는 당황하지 않고 전투를 진행하고 있었다.
첫 트라이였지만 민국의 생각 이상으로 쉽게 전투에 익숙해지는 모습이었다. 샤오란을 괴롭히며 열심히 브리핑을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감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영웅들의 공격에 어둠 괴물이 분노한 듯 자신의 배를 부풀렸다.
그리고는 강력한 독이 섞인 보라색의 연기를 내뱉었다. 하지만 GGW 공격대는 이에 대한 준비 역시 전부 끝나 있었다.
“모두 뭉쳐!!! 신나연!”
“거짓된 시간…!”
한 점으로 뭉친 영웅들의 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태엽 시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태엽 시계가 째깍거리며 열두 시를 가리키자 댕댕 거리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독기로 인해 빠르게 사라지던 영웅들의 생명력이 중화라도 된 것 마냥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퍼엉! 펑!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민국을 비롯해 힐러들이 회복 능력을 사용할 때 마다 크리티컬이라도 터진 것 마냥 중독된 영웅들의 생명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거기에 독기에 의한 디버프까지 바로바로 제거가 되고 있었다.
레전드리 클래스인 ‘시간의 수호자’가 사용할 수 있는 이 특수 능력은 발동 시간 동안 공격대가 받는 피해를 시간차로 천천히 받게 만들어 주는 공대 생존기였다.
뿐만 아니라 회복 능력은 두 배로 뻥튀기 시켜주고 그것도 모자라 디버프 효과까지 제거해주는 엄청난 스킬이었다. 만약 게임에 이런 스킬이 있다면 밸런스 패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대단한 스킬이었다.
“공대장님! 거짓된 시간 쿨 타임 돌기 시작했습니다. 12분입니다.”
“체크!”
신나연의 보고에 그렇게 말을 하며 민국은 강력한 독기를 내뱉느라 힘이 쭉 빠진 괴물을 바라봤다.
상대의 공격을 한 턴 버텨내면 지금부터는 자신들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네임드의 독무가 사라지자 산개한 영웅들은 있는 힘을 다해 괴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방에 위치한 민국은 피해를 입은 탱커의 부상을 치료하는 한 편 전장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트라이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사단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었다.
* * *
“GGW 공격대가 공략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드디어 시작이로군.”
상하이에 위치한 PLA 1군 대기실. 호화롭게 꾸며진 실내에서 보고를 받은 샤오란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호위 병력은 충분하지?”
“네. 97, 182 전투대대가 던전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2 개 대대면 약 2천 명에 해당하는 부대인데, 호휘 병력 치고는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GGW 공격대의 난징 던전 공략은 중국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미 공략 던전인 난징은 중국의 썩은 이빨과도 같은 곳이었다. 당장 뺄 필요는 없지만 그로 인해 입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샤오란을 향해 쯔위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지불 비용으로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 게 아닌지….”
이번 난징 공략에 대한 의뢰 대금으로 PLA 공격대와 중국 정부는 R’s 클랜에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했다. 현금과 현물이 섞인 비용이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엄청난 액수였다.
“무슨 소리야?”
쯔위의 말에 샤오란이 얼굴을 팍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의 애인이자 심복과도 같은 아이였지만, 지금의 발언은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난징이 지나가다 볼 수 있는 【A】 등급 던전이야? 어? 정신 똑바로 차려! 무려 【S】 등급 던전이야. 그리고 우리 PLA가 공략에 실패한 던전이고!”
“하지만 그 때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이제는 내 탓을 하겠다?”
“…네? 아, 아뇨! 아닙니다. 절대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그시 자신을 노려보는 샤오란의 불쾌한 시선에 쯔위가 입을 떡 벌리며 고개를 숙였다.
샤오란과 PLA 클랜을 자신의 모든 것을 여기고 있는 그녀는 결단코 그런 의도로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네 돈도 아니잖아? 그리고 【S】 등급 클리어에 100 억 달러면 거저 아니야?”
그 정도 돈이면 창고에 보관중인 영웅 장비 몇 개를 경매장에 내놓으면 바로 메꿀 수 있었다.
그래도 【A】 등급 상위 난이도나 【S】 등급의 던전에서 획득한 장비를 내놓아야 했지만, 그렇다고 【S】 등급 던전이 폭발해 중국이 쑥대밭이 되는 것 보다는 나았다.
‘게다가 한민국 같은 남자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백 번 남는 장사였다. 갑자기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으음….”
탄탄한 근육의 민국이 자신을 꽉 잡고 거칠게 몰아붙였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의 강인한 손에 붙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앙앙거리며 교성을 터뜨려야 했다.
두근두근!
그 때의 감각이 되살아나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절로 다리가 꼬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흥분으로 얼굴이 벌겋게 변한 샤오란이 풀린 눈으로 쯔위를 바라봤다.
“이리와, 쯔위.”
“네? 네.”
갑자기 분위기가 변한 샤오란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쯔위는 바로 상황을 깨닫고는 그녀에게 안겨들었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제법 많았던 터라 그녀는 샤오란의 변화에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읏! 앙!”
그렇게 서로의 몸을 물고 빨던 도중이었다.
“오늘은 이걸로 해 봐.”
샤오란이 쯔위에게 무언가를 건네주고는 침대에 몸을 엎드렸다.
‘이건?’
대기실의 침대 밑에 있던 대형 페니스 밴드였다. 전에도 몇 번이나 사용한 적이 있었기에 쯔위는 익숙하게 페니스 밴드를 착용하고는 뒤에서 샤오란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하윽! 앗! 아앙!”
“샤오란님?! 좋으세요? 네?”
“더, 더 세게! 아앙! 앗!”
샤오란의 외침에 쯔위는 그녀의 골반을 잡고 필사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그럴 때 마다 커다란 모형 페니스가 흘러나온 샤오란의 애액으로 인해 번들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침대에 얼굴을 박고 페니스의 느낌을 즐기던 샤오란은 자신의 고개를 갸웃해야 했다.
‘…이게 아닌데.’
분명 예전 경험했던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행위였다. 그러나 민국에게 박힐 때와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달랐다. 아무래도 모형과 실물의 차이로 보였다. 아니면 새로운 체위가 문제일 수도 있었다.
“쯔위, 잠깐만. 이번에는 이렇게 해 보자.”
갑자기 엉덩이를 틀어 물건을 빼내는 샤오란의 행동에 쯔위는 살짝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예전에는 자신이 이렇게 해주면 사랑한다는 외침과 함께 자지러질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오늘따라 어째 샤오란의 반응이 탐탁치가 않았다.
“어, 어떻게요?”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서 나를 들어 올려봐. 응, 그렇게.”
샤오란은 민국이 자신을 들어서 박았던 체위를 열심히 쯔위에게 설명했다.
쯔위는 샤오란의 설명대로 그녀의 몸을 붙잡아 올려 위아래로 내리찍기 시작했다.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샤오란의 몸이 원채 가벼운 터라 그래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다. 하지만….
“꺄악!”
비명과 함께 두 여자가 엉키듯 침대 위로 무너졌다. 생각보다 체위가 쉽지 않았다.
마력을 이용하면 해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감각도 무던해지는 까닭에 섹스로 인한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역시 안 되나 보네.”
그렇게 고개를 갸웃하며 실망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샤오란의 모습에 쯔위는 자신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너무나도 달라진 샤오란의 반응을 보면 분명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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