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76화 (276/486)

EP.276 난징 공략전

【S】 난이도의 던전인 난징 던전의 3 네임드까지 공략에 성공하며 1지구를 클리어 한 민국은 2지구를 공략하기에 앞서 팀원들에게 사흘간 휴식을 주었다.

팀원들에게 휴식을 준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러니까 1 네임드인 심연의 고바왕이 76시간 뒤에 다시 생겨날 거라는 이야기인가요?”

“네, 영웅 패드에는 그렇게 나와 있어요.”

“리스폰 타임이 굉장히 빠른데…. 설마 라이쉔의 리스폰 기간도 고바왕과 비슷한 수준인가요?”

입술이 손을 가져다대며 난처한 표정을 짓던 소정이 난징 던전의 2 네임드를 입에 올리며 되물었다.

“아뇨, 다행이도 1네임드만 특별나게 리스폰이 빠른 것 같더라고요. PLA 쪽에 물어보니 그쪽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네요.”

“그건 다행이네.”

민국의 말에 소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새로이 생겨나는 심연의 고바왕만 상대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2지구의 트라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생각 이상으로 빠른 고바왕의 리스폰 시간은 앞으로의 일정에 있어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창 트라이를 하던 도중 고바왕과 고바왕이 만들어내는 어둠 괴물을 정리하기 위해 1지구를 청소할 시간을 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흘이면 4 네임드 녀석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굳이 공격대에 휴식을 주지 않아도….”

소정이 조심스레 물었다.

GGW 공격대와 민국의 실력을 감안하면 사흘이면 못해도 서른 번 이상의 네임드를 트라이할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네임드를 쓰러뜨릴 수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제법 많은 트라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국의 입에서 나온 말은 팀원들의 휴식이었다. 빠듯하게 일정을 진행하는 민국의 성격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라고 생각되는 지시였다.

“그렇기는 한데 한 달 가까이 바쁘게 달렸잖아요?”

“아…….”

그런 소정의 질문에 민국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잠시 재충전할 시간은 줘야죠.”

한 달 가까이 세 마리의 몬스터밖에 때려잡지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 GGW 소속 영웅들이 트라이를 한 횟수는 도합 수백 번이 넘었다.

아무리 죽음에 익숙한 영웅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쯤 되면 정신이 피폐해지고도 남았다. 민국이 매일 마다 팀원들을 안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번 기회를 통해 민국은 사흘간 그녀들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었다.

“이 참에 누나도 서울 한 번 다녀오세요. 소현이도 보고 싶을 거 아니에요?”

“그,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러면 거절하지 않고….”

민국의 흔쾌한 대답에 소정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매일 영상통화를 한다지만 직접 아이를 만나는 것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GGW 공격대가 중국으로 원정을 온 지도 근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국? 으음…. 딱히 가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의외로 국내로 복귀하려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젤과 유나가 그랬다.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사흘. 그 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가느니 그냥 중국에서 놀면서 쉬겠다는 이들이 더 많았다. 특히나 상하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대도시 중 하나였다.

“저 역시 상하이를 관광할 생각입니다.”

“그래?”

팀의 막내인 신나연도 중국에 남기로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9성 영웅이 된 것 때문에 몇몇 단체에서 그녀를 굉장히 귀찮게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관심이 싫어서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번 휴식기에 짤막하게 한국에 다녀오기로 한 인원은 민국과 현아 그리고 김소정이 전부였다.

“…한국에 간다고? 쩝, 아쉽네.”

이러한 민국의 결정에 PLA 클랜의 샤오란은 굉장히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게 GGW 공격대가 쉬게 된다면 민국과 뜨거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국도 한국에 가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부탁할게.”

그렇게 공항으로 가기 전, 민국은 정예린을 불러 팀원들을 잘 관리해 달라 말했다.

“네. 제가 애들 책임지고 데리고 다닐게요.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PLA 클랜에서 편의를 봐준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는 거 알지?”

민국이 자신의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뭐,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물가에 아이들을 내놓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차분한 성격의 정예린이 남기로 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신나연도 팀 막내 치고는 굉장히 어른스러웠고 말이다.

그렇게 민국은 한 달간의 원정을 마치고 상하이의 공항을 통해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2박 3일 간의 짧은 휴가지만 말이다.

* * *

“빠아아아아!!!”

한 달 만에 딸을 보는 것은 퍽 감동스러운 일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보며 활짝 웃어대는 소영이의 모습에 민국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부르는 건지 소리를 지르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아기가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귀엽고 신비하게 느껴졌다.

“화장실, 화장실!”

그 와중에 현아는 잽싸게 화장실로 달려가 빠르게 손을 씻고는 보행기를 타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소영이를 안아 드는 모습이었다.

엄마가 아닌 다른 손길이었지만, 의외로 소영이는 그런 현아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기도 외모를 가린다고 하던데….’

현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이 보아하니 현아가 예쁘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렇게 소영이를 안은 현아가 앞치마를 맨 강채영을 향해 물었다.

“언니! 우리 소영이 이제 걸을 수 있어요?”

뜬금없는 현아의 질문에 채영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아니. 아직 그 시기 되려면 멀었어. 그냥 보행기 타고 돌아다니는 거지. 그래도 전에 뒤집기 한 건 봤지?”

“네? 네. 그래도 뒤집기 성공하면 조만간 앉을 테고, 앉고 나면 슬슬 걷는다는데….”

“그게 그렇게 금방 되는 게 아니더라고. 못해도 백일은 더 있어야 돼. 그래도 보행기 타고는 지 세상처럼 잘 다녀.”

채영이 현아의 품에 안긴 자신의 딸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며 말했다.

민국과 현아가 난징 원정을 간 동안 넓은 거실에는 새로운 육아 용품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 있었다. 당연하지만 전부 소영이가 주인인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거실에 늘어난 육아 용품들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던 민국은 슬쩍 부엌에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둘러보았다. 갈비에 생선, 잡채 재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요리하고 있던 거야?”

“응. 중국에서 고생하고 왔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GGW 공격대가 성공적으로 중국 난징 던전 공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관계자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였다. 그 증거로 신나연은 대한민국 최초로 9 성 영웅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채영은 아직까지도 메모리아 공격대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도 도와줄게.”

“쉬고 있어도 되는데….”

“요리는 내가 당신보다 훨씬 잘 하잖아?”

“…읔. 사실이라 더 슬프네.”

그렇게 현아가 소영이와 노는 동안 민국은 강채영과 함께 요리를 준비했다.

강채영이 하려고 하는 요리는 갈비찜과 잡채와 같은 한식. 취사반 생활 및 자취 생활을 할 때 종종 하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던 터라 요리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태블릿으로 검색하면 정확한 비율의 레시피 또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원정에서 나연이가 가장 먼저 9성 되었다면서? 나연이 먼저 9성으로 올린 이유가 따로 있는 거야?”

“응. 강력한 괴물을 상대하려면 그 무엇보다도 화력이 가장 중요하거든.”

민국의 대답에 채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더니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진짜 우리 나연이가 내 뒤를 잇는 메모리아의 미래였는데…. 정말 그 때 보내는 게 아니었어.”

“그거 내기 때문 아니었어? 그 때 걔 누구지? 그 남자 때문이지 뭐.”

“아…. 그 빌어먹을 놈. 이제는 이름도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브라질로 도망간 자식 때문에 이게 뭐람. 아무튼 우리 메모리아가 이번에는 R‘s 때문에 랭킹이 밀릴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어어? 우리 메모리아라니? 당신은 이제 R’s를 응원해야지.”

그렇게 둘은 칼질을 하거나 팬을 붙잡고 돌리며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그래봤자 화제는 레이드 및 영웅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부였지만 채영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마음이 편했다.

이래서 여자들이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오늘 밤을 생각하면….

“왜?”

갑자기 움찔하며 몸을 떠는 채영의 모습에 민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뜨거운 게 몸이 튀었나 싶어 봤지만 다행이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나 영웅인거 몰라? 칼에 베여도 끄덕없다고.”

“어…, 그건 맞네.”

그리고 그런 남편의 행동에 채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많이 굶었나?’

잠깐 야한 생각을 떠올렸다고 팬티가 축축하게 젖은 느낌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날 밤 소영이를 재운 채영은 이제까지 참아왔던 욕구를 전부 풀겠다는 기세로 민국에게 달려들었다.

* * *

한국에 도착해서 모든 연락을 끊고 집에서 하루를 푹 쉰 민국은 해가 떨어질 때쯤 집을 나섰다. 누군가와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빠르네.”

이십여 분 정도 운전을 해서 도착한 약속 장소에서는 태연이 먼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온 그룹의 회장 대리로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큰 맘 먹고 제대로 시간을 낸 모양이었다. 그런 태연의 배는 한 달 전과 비교해 상당히 불러 있었다.

“어? 왔어요?”

“응. 한 달 만인가?”

“정확히 이야기하면 40일 조금 넘었어요. 아무튼 중국 소식은 매번 듣고 있었어요. 난징 던전의 1지구를 클리어하고,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획득한 것도요.”

거의 매일 마다 방송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제이니 모르는 게 이상했다.

게다가 GGW 공격대의 난징 공략은 그 성패에 따라 국내 그룹에게 큰 여파가 미칠 전망이었다.

“응. 당신은 잘 지냈지? 튼튼이도?”

“네. 다행히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튼튼이 한 번 안아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지금은 무리겠지?”

“보는 눈이 있으니까요.”

태연이 귀엽게 혀를 내밀고는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안에는 자신과 민국의 사랑의 결실이 있었다. 게다가 튼튼이는 이 세계에서는 그 드물다는 남자 아기였다.

핏줄이 핏줄인 만큼 튼튼이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떠한지는 구구절절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라온 그룹의 2대 회장이자 김태연의 할머니로 정계에서 은퇴를 선언했던 김혜진 여사가 다시 정계 복귀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튼 아이 그것도 남자 아이를 임신 했다는 이유 때문에 태연은 그룹 차원에서 특별 관리를 받고 있었다.

“아무튼 튼튼이 때문에 사람들이 난리도 아니라니까요. 제가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주위에서 호들갑을 떠는 거 아세요?”

말은 그렇지만 그러한 사람들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모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튼튼이를 가졌다는 게 행복한 모양이었다.

“그만큼 몸조심 하라는 거겠지. 아무튼 출산은 언제야?”

“예정은 두 달 가량 남았는데….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두 달이라….”

“왜요? 그 때 오게요?”

태연이 잠시 멈칫하며 민국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 묘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래야지.”

물론, 그 전까지 난징 던전을 전부 공략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1지구 네임드들의 강함과 공격 패턴들을 생각하면 확실히 GGW 영웅들이 적의 능력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짤막하게 틈을 내서 한국을 찾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민국은 김태연과 데이트를 하며 밤늦게 집에 돌아왔고, 다음 날 현아와 함께 다시 상하이로 향했다.

던전의 마력에 의해 서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심연의 고바왕을 쓰러뜨리고 본격적으로 2지구 공략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자, 그러면 스피디하게 던전을 공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난징 던전 공략에 들어간 민국과 GGW 공격대는 27일 만에 난징 던전의 2지구 공략을 완벽히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21일 만에 3지구 공략까지 성공시키며 PLA 클랜이 실패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PLA 클랜과 중국이 난리가 난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3지구의 수문장이자 9 등급 특수 개체를 쓰러뜨리면서 민국은 또다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을 수 있었고, 이는 바로 GGW 공격대의 스펙 상승으로 이어졌다.

[GGW 공격대의 원년 멤버이자 맏언니인 김소정! 9성 영웅 되다!]

[한국의 두 번째 9 성 영웅은 R’s 클랜의 김소정!]

당연하지만 던전을 트라이하는 시기에는 딜러의 스펙을 높여야 한다는 게 민국의 원칙이었다.

적어도 무난하게 난징 던전의 공략을 끝내기 전까지는 얻게 되는 실버급 마력의 결정은 전부 딜러에게 투자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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