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89화 (289/486)

EP.289 새의 탑

김소정이 만들어내는 붉은색의 마력이 주변을 뜨겁게 휩쓸었다.

그녀의 능력이 익숙한 동료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지만, 괴물들의 반응은 달랐다.

[키륵! 키르르륵!]

[키킥?!]

마력이 만들어 내는 섬짓한 기운에 영웅들에게 달려들던 웜들은 멈칫 공격을 중단하고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생존 본능이었다.

애당초 GGW 공격대의 앞에 나타난 것 부터가 놈들의 실수였지만.

아무튼 괴물들의 멈칫거림도 잠시.

붉은색의 마력이 자신들에게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어둠의 괴물들이 비명과 함께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우며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응, 병신. 이거 버프거든.”

그런 괴물들을 보며 민국이 픽픽 웃으며 조롱하듯 중얼거렸다. 이어서 GGW 공격대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지이이잉…!

신나연의 마력구에서 발사된 빗줄기가 레이저처럼 전장을 휘익 갈랐다.

이어서 듣기 싫은 괴성과 함께 괴물들의 몸이 빗줄기에 조각조각 갈라지며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런 신나연의 활약에 정예린도 질 수 없다는 듯 본인의 특기인 얼음 마법을 사용하며 달려드는 웜들을 얼음덩이로 만들어버렸다.

“이거 제가 쓸게요!”

그렇게 꽝꽝 얼어붙어서 땅바닥에 나뒹구는 얼음덩이를 시라누이 마이가 검의 끝으로 튕겨 올렸다. 그리고는 들고 있는 검에 마력을 담아 옆면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태애앵!

갈대가 휘어지듯 시라누이 마이의 검신이 휘어졌다.

그렇게 휘어진 검신은 야구배트처럼 얼어붙은 웜을 강하게 쳐냈고, 그녀는 그 짧은 찰나에 검신을 매개체로 삼아 본인의 마력을 얼음덩이에 엉망으로 쑤셔 넣었다.

콰아앙!

“휘유…. 저건 완전히 폭탄인데?”

이어서 들려오는 굉음에 민국은 휘파람을 불었다.

불안정한 마력을 담은 얼음덩이가 괴물들 사이에서 떨어지면서 만들어낸 광경은 제법 장관이었다.

얼음 파편이 폭발하면서 얼어붙은 놈과 폭탄의 중심부에 있던 놈은 즉사.

근처에 있는 놈들도 온 몸이 날카로운 얼음의 파편으로 엉망이었다. 마치 크레모어를 연상케 하는 공격이었다.

‘…나는 취사병이라 크레모어는 모형으로 밖에 못 봤지만.’

영상을 통해 어떤 식으로 크레모어가 폭발하는 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무튼 파괴의 교향곡 버프를 받은 영웅들은 본인의 실력 이상의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다. 다들 양 떼 속의 늑대마냥 몬스터들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키이익! 킥!]

[캬라라라라락!]

괴물들도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이렇게나 많은 괴물들에게 홀로 둘러쌓이기라도 한다면 GGW의 영웅들도 분명 위험했을 정도로 몬스터들의 숫자는 많았다. 아무리 그녀들이 9 등급 영웅이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9 등급의 영웅 혼자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네임드들을 때려잡은 GGW 공격대가 완전체로 존재했다.

“어그로 잡았어!”

“딜 해도 돼요!”

튼튼한 탱커진이 어그로를 잡고, 버프를 받은 막강한 딜러진이 괴물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전투 도중 자연스레 생겨나는 생채기는 힐러들이 보이는 즉시 족족 치료를 했다.

그렇게 이십여 분 정도 전투가 이어졌을까?

사방에서 달려들던 괴물들의 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들이 당해내지 못하는 상대라는 걸 깨닫고는 몸을 숨기기 시작한 것이다.

“끝까지 추격해서 처리해!”

도망치는 녀석들을 보며 민국이 명령을 내렸다.

이 기회에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자신들을 귀찮게 만들 놈들이었다.

특히나 트라이때 사망한 인원들이 부활석으로 되살아나며 던전을 이동할 때 일반 괴물들이 다수로 달려들면 제법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귀찮은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지만.

“내가 오른쪽에서 몰게!”

“여기는 나한테 맡겨!”

민국의 명령에 따라 GGW의 영웅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도망친 괴물들을 포위해서 끝까지 처리했다.

던전에 따라 내부의 환경은 다르지만 일단 던전은 공간이 한정된 곳이었기에 놈들을 끝까지 추격만 하면 결국 잡을 수는 있었다.

“아, 진짜 웜 종류가 제일 짜증나.”

“맞아요. 흙으로 도망쳤을 때 재수 없으면 삽 가지고 와서 땅 파야 한다니까요?”

현아의 투덜거림에 유나가 새카맣게 타버린 기다란 무언가를 발로 차며 공감했다.

아무튼 던전의 일반 괴물들을 전부 처리했으니 이제 네임드를 상대할 차례였다. 제법 격렬했던 전투지만 죽은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던전 밖으로 나가 부활석을 다시 설치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네임드를 앞에 두고 당장 트라이를 시작할 수는 없었다. 팀원들 사이에서 궁극기로 불리는 스킬들의 쿨타임이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은 웜들을 발로 자근자근 밟아대던 유나가 자리에 털석 앉으며 지젤에게 물었다.

“첫 네임드 주의점이 뭐였더라?”

“전방 브레스. 그리고 사방에서 달려드는 새끼 웜 처리하기.”

그것도 모르냐는 지젤의 뉘앙스에 유나가 곧 알면서 물어본 거라며 콧방귀를 뛰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민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이가 21살인데 참 잘들 논다 싶었다.

아무튼 9 등급 몬스터인 ‘웜어미 - 스피릿스톤’을 두고도 GGW 공격대의 팀원들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기사 9등급 네임드를 잡는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난징 던전을 공략하면서 죽어라 상대했던 놈들과 비슷한 급의 녀석이었다.

공격 패턴이야 제법 다르다고 하더라도 강함 면에서는 그리 큰 차이는 없을 터. 결과적으로 말해 패턴만 익숙해지면 간단하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그 패턴에 얼마만큼 빨리 익숙해지느냐의 차이겠지.’

민국은 몸을 일으켰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네임드 관련해서 브리핑을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넝카이 던전 - ‘웜어미 - 스피릿스톤’

▷ 웜어미 스피릿스톤은 일정 시간마다 자신의 몸을 지하로 숨겨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때문에 공격대는 스피릿스톤이 지하로 몸을 숨기기 직전 최대한 많은 딜을 넣어야 합니다.

“보통 한 번 숨을 때 마다 평균 5%씩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걸로 추정 돼.”

“딜러들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겠네요?”

지젤의 물음에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소정, 시라누이 마이, 정예린, 최유나, 신나연으로 이루어진 GGW의 딜러진은 이 세계의 모든 영웅들을 통틀어 최상위 수준에 올라있는 딜러들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리딩에 그 누구보다도 익숙한 만큼 민국은 딜적인 면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 스피릿스톤이 땅으로 숨으면 사방에서 웜들이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어그로를 잡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웜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공격대는 방어 진영을 잘 구축해서 새끼 웜의 공격을 막아내야 합니다.

특히 이 타이밍 때 힐러가 사망하기라도 하면 전투를 이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집니다.

“또한 웜어미가 올라올 때 새끼 웜이 살아있으면 웜어미는 살아남은 새끼 웜을 잡아먹고 또 다시 생명력을 회복해. 이건 마리당 0.1% 정도.”

“열 마리가 살아있다면 무려 1%의 생명력이 회복되는 놈이네.”

최유나가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기인데 들을 때 마다 가슴이 꽉 막힐 정도로 답답한 내용이었다.

“진짜 트라이 시간이 엄청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인데…. 진짜 그렇게 되지는 않겠죠?”

“딜러들이 잘해야지.”

누군가의 말대로 결국 공략의 키는 딜러들에게 달려 있었다.

그래도 GGW가 다른 공격대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불꽃의 광채처럼 화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민국은 본격적으로 트라이를 하기 직전까지 화력을 집중할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네임드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파자자자작!

“부활석 깨졌네? 벌써 몇 번째지?”

“오늘만 열 아홉번이요.”

“…그러면 저 영웅들은 오늘만 열 아홉 번 죽은 거 아니야?”

분대장의 말에 병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한국의 GGW 공격대가 넝카이 던전의 공략에 들어간 지 첫 날. 지금 막 부활석이 스무 번째로 설치가 되고 있었다.

‘얼굴 표정들 봐라…….’

던전에 다시 부활석을 설치하고 진입을 준비하는 영웅들을 보며 병사는 자신이 들고 있는 총을 꽉 쥐며 침을 삼켰다.

다들 얼굴에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다. 특히 공격대장인 남자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주위에 연기가 깔리면 당연히 그 자리를 피해야 할 것 아니야! 벌써 몇 번이나 이야기해 줘야 돼?!”

“그리고 딜링 타이밍은 왜 이렇게 못 잡는데? 녀석이 본인에게 반사 디버프를 걸면 공격을 멈추면 되잖아? 일단 때렸을 때 느낌이 이상하면 바로 공격을 멈춰!”

웜어미를 트라이하는데 4트.

스펙 체크 네임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격 패턴이 딱히 복잡하지 않은 데다가 실수 없이 딜만 집중시키면 잡을 수 있는 녀석인지라 공략이 빨리 끝났다.

그 때문에 조금 기대를 했던 모양이었다

이 세계의 레이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뻔히 알면서…. 이건 내 실수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GGW 공격대는 두 번째 네임드를 상대로 열 다섯번을 트라이했다. 동일한 네임드를 상대로 그만큼 전투를 진행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민국은 지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놈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녀석들의 강화판 수준에 불과한 패턴을 지닌 네임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팀원들은 새로운 공격패턴을 접하기라도 하는 듯 적의 공격이 이어질 때 마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경험이 생기기라도 한 모양인지 적의 공격에 빠릿빠릿 대응을 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실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면 두번째 네임드 역시 웜어미와 같은 꼴이 되었을 터였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열 다섯번의 전멸 중 무려 반 수 이상이 그 원인으로 지목이 된 유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풀이 죽은 유나를 보며 민국은 크게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소리만 높여봤자 해결이 될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 트라이를 하게 되면 벌써 스무 번.’

대낮처럼 환한 던전과는 달리 현실은 어느새 한밤 중이었다. 이동 시간과 전투 시간을 계산하면 오늘 하루만 던전에서 열 시간이 조금 넘게 있었던 것 같았다.

아침 일찍부터 넝카이에서 출발해 점심 전에 던전에 진입한 것을 생각하면 슬슬 팀원들의 집중력도 떨어질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집중력은 전부터 떨어져 있었다. 레이드의 진도가 뒤죽박죽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집중력이 살아 있었더라면…. 꾸준하게 전투 페이즈를 넘겼을 터였다.

“막트 가겠습니다. 그리고….”

말 끝을 흐린 민국의 눈이 영웅들에게 향했다.

그 순간 죽은 동태 눈깔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영웅들이 눈빛이 번쩍하고 살아났다. 그녀들의 시선이 전부 민국의 입에 집중되었다.

“전투 기여도에 따라 1위는….”

“기여도 순위는 영웅 패드 기준입니까?!”

지젤이 민국의 말을 끊으며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물론. 하지만 네임드를 공략하면서 정말 본인의 역할에 충실했다 싶은 영웅이 보이면 저는 그 영웅을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공략 먼저. 아시겠죠?”

질문에 대한 민국의 대답에 모두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같이 빡빡한 트라이 일정과 잦은 사망으로 정신이 피폐해질 때면 옆에 남자 하나 붙잡고 몸을 풀면 피로가 싸악 풀렸다.

그리고 막트 버프인지 혹은 자지의 힘인지….

아무튼 GGW 공격대는 첫 날 일정으로 던전의 1, 2 네임드를 전부 때려잡는 데 성공했다.

“아, 아니 이게 말이 돼?!”

“맞아! 최유나! 너 이제까지 뺑끼 아니, 대충 싸웠지!”

“그, 그게 아니라…. 운! 운이 좋았어요! 그리고 저 진짜 실수 안하려고 최선을 다했단 말이예요!”

“거짓말 하지 마! 스킬 쓰는 거 보니까 타이밍이 아주 예술이던데?!”

기여도 이벤트의 주인공은 이번 트라이에 갑자기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친구인 지젤에게 사기꾼 소리를 들은 유나가 차지했다.

갑작스레 변한 유나의 모습에 몇몇 이들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결과적으로 영웅 패드는 그녀를 기여도 1위로 찍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즐감하세요...!

글 쓰는 와중에 노벨피아가 활활 불탔다가 진화됐네요.

그거 구경 좀 하느라고 연재가 조금 늦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양성평등이 아니라 페미니즘은 사회악이라고 보는지라...

노벨피아가 조금 과감하긴 해도 19금을 받아들인 이상 그래도 대처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공지 사항에도 적어놨지만...

매니지의 전속 계약 내용 때문에 인해 영웅소녀전쟁은 노블피아의 플러스 연재가 취소되고 자유연재로 바뀌었습니다.(연재 허락을 받지 못했음...)

아, 노블레스나 조아라가 제 매니지는 아닙니다.

조아라 연재는 제가 전에 전속 계약을 헸을 때 특약으로 조아라는 예외로 둔다라는 조항을 뒀는데(계약서 읽어보니 있네요...)

노벨피아는 그 때 없었던 사이트라 ㅠㅠ 예외 인정이 안되나봅니다.

19금 소설은 완결이 아니면 매니지에서도 아무것도 안 해주더만... 좀 아쉽네요.

때문에 영웅 소녀 전쟁은 곧 습작으로 전환이 될 예정입니다. 일단 오늘 연재분까지 두고 0시에 습작 전환할게요.

나중에 전속 풀리면 재미있는 작품 들고 올게요......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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