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91화 (291/486)

EP.291 새의 탑(2)

[캬아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가이낙스의 몸이 붉게 물들었다.

원래도 주황빛의 털을 가지고 있던 놈이지만, 녀석이 공허의 마력을 태우기 시작하자 더더욱 몸이 붉게 빛나는 모습이었다.

《미, 민국님! 브, 브레스입니다!》

‘이미 알고 있어…! 신경 쓰이니까 일단 좀 사라져!’

화들짝 놀라며 메시지를 만들어 냈던 뿌우가 민국의 말에 후다닥 모습을 감췄다.

“지젤!”

가이낙스가 하려는 공격이 무엇인지 읽은 민국은 바로 지젤을 찾았다.

멀리 그녀가 이를 앙 다물며 손을 휘젓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손끝을 따라 마력의 선이 아름답운 궤적을 그리며 허공에 수놓이고 있었다.

“일단 모두 뭉쳐!!!”

민국이 외쳤다. 타이밍이 생각보다 좋지 않으니 일단 빠르게 뭉치는 게 중요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팀원들도 몇 남지 않은 슈가빈 녀석들을 무기를 휘둘러 떼어내고는 지젤의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물론, 가이낙스가 그것을 그냥 둘 리 없었다.

[녀석들을 붙잡아라…!]

캬아아아악! 캭!

가이낙스의 명령에 따라 슈가빈 전사 몇몇이 굉장한 집념을 보이며 근처에 있던 영웅들의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어디를…!”

“단 한 번, 휘두를 뿐!”

하지만 김소정과 시라누이 마이의 검이 휘둘러지자 다들 신체의 한 부위가 어딘가로 날아가며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렇게 땅바닥을 구르는 괴물의 급소로 화살이나 얼음 조각, 마력구의 광선이 쏟아졌다.

[쓸모없는 놈들!]

영웅의 발 하나 붙잡지 못하고 죽어 나자빠지는 아종들을 보며 가이낙스가 분노를 토해냈다.

이어서 가이낙스의 포효와 함께 마력의 폭풍이 강하게 일었다. 그의 입에서 쏘아진 붉은색의 브레스가 무지막지한 기세로 영웅들을 뒤덮으려고 했다. 그 순간 열심히 손을 휘젓던 지젤 또한 움직임을 멈췄다.

“새벽의 방패!”

레전드리 클래스 ‘새벽의 성처녀’의 궁극기.

새벽의 방패가 발동이 되며 두터운 마력의 보호막이 영웅들과 브레스 사이를 가로막았다.

강력한 브레스의 위력에 보호막의 외벽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민국의 머리 또한 빠르게 돌아갔다.

‘이 정도라면…….’

새벽의 방패가 버틸 수 있는 시간, 아군의 힐 업 능력, 브레스가 지속되는 시간 등.

반복된 트라이로 얻은 경험으로 말미암아 눈 깜짝할 사이에 데미지의 사이즈 계산을 끝낸 민국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이 정도라면 켄달의 궁극기인 생명의 권능이나 거짓된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한 힐 업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딜러들 포션 준비해!”

최후에 사용할 수단을 준비시켜 놓고 민국은 스태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마력을 스태프에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스태프의 마력석을 사용해 자신의 마력을 증폭시킨 후, 회복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힐러들 힐 업!”

힐러들의 회복 능력이 영웅들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가이낙스의 브레스는 새벽의 방패와 힐러들의 힐 샤워를 뚫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그리고 이는 가이낙스에게 큰 피해로 다가왔다.

기껏 공허의 마력을 모아 브레스를 날렸는데, 그것이 무산된 이상 이제부터 한동안은 공허의 마력을 모으기까지 인간들을 강하게 몰아붙일 수단이 사라진 셈이었다.

“저 놈 당장은 큰 스킬을 사용하지 못할 거야! 다들 딜 때려 넣어!”

그리고 GGW 의 영웅들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전투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12재앙인 가루다의 심복답게 가이낙스는 강인한 신체능력과 공허의 마력을 이용한 공격으로 영웅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하지만 영웅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가이낙스의 공격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영웅들은 효율적으로 가이낙스의 공격을 무력화시켜 나갔다.

[젠장! 젠장! 젠자아아앙!!!!!! 카오스의 저주에 걸린 놈들이…!]

눈이 돌아간 가이낙스가 자신의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가이낙스의 공격에 커다란 방패를 든 여성이 큰 부상을 입고 뒤로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힐러의 회복 능력이 부상을 입은 탱커를 바로 회복시켰고, 탱커는 조금 전의 피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로 원래의 포지션에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었다.

이것도 황당할 지언데 심지어 탱커 중 한 년은 한 번에 죽여도 다시 되살아나기까지 했다. 그런 사실이 가이낙스를 미치도록 만들었다.

[나 혼자 죽지 않겠다!]

상황이 점점 불리해져 감을 깨달은 가이낙스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쳐들었다. 공허의 마력이 섞인 브레스가 다시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왼쪽! 다음은 오른쪽으로…!”

하지만 그런 가이낙스의 회심의 공격마저도 민국은 너무나도 쉽게 피해냈다. 그렇게 손발이 잘려버린 가이낙스를 향해 영웅들의 무기들이 날아들었다.

* * *

딸깍! 딸깍!

GGW 공격대가 진입한 지 한 시간이 조금 넘었을까?

이상한 소리와 함께 게이트의 타이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어, 엇?! 라타님! 라타님!”

병사 한 명이 바로 바로 주둔지에 배치된 영웅을 찾았다.

그 동안 완전 무장을 한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게이트를 향해 진지를 만들었다. 혹시라도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목숨으로 시간을 벌 의도였다.

“이건…?”

보고를 받은 태국 영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이어서 상황을 지켜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갑작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게이트의 던전 타이머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말해 타이머가 초기화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는 던전의 공략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일선에 나선 병사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라타는 한숨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태국의 형편없는 영웅 전력을 생각하면 이들이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별 거 아니에요. 이거 던전 타이머가 초기화 되고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GGW 공격대가 가이낙스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거예요.”

와아아아아!!!

라타의 말을 들은 병사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환호를 터뜨렸다.

넝카이 던전은 타이머의 기한은 제법 남았어도, 국내 자체적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수단도 방법이 없었기에 태국의 국가적인 골치로 자리 잡고 있던 던전이었다.

결국 국제 영웅 협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던전인데, 미국의 쉴더급 공격대인 ‘골덴 이글’이 공략에 들어갔다가 실패했던 게 큰 악재가 되었다.

그 때문에 다른 쉴더급 공격대들이 공략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GGW 공격대가 넝카이 던전의 공략에 성공했으니 적어도 몇 년은 넝카이 던전으로 인해 골치를 썩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영웅들이 나온다!”

이어서 게이트에서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하는 GGW의 영웅들을 보며 병사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박수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바로 넝카이 던전을 지키고 있던 부대의 지휘관이 민국에게 다가와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라타 역시 종종 걸음으로 GGW의 영웅들에게 다가갔다.

아직 6 등급 영웅밖에 되지 않는 그녀에게 있어 GGW 공격대의 영웅들은 그야말로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 * *

가이낙스를 쓰러뜨린 이후, 태국의 지휘관 및 영웅들과 정신없이 인사를 나눈 민국은 바로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 눈을 감았다.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을 하고 나니 정신과 육체적인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온 까닭이었다. 그렇게 죽은 듯이 잠에 들고 일어났더니 거의 하루 가량이 지나 있었다. 트라이를 할 때는 잘 몰랐는데, 확실히 체력적으로 지쳐있긴 했던 모양이었다.

‘뿌우.’

《넵, 부르셨습니까?》

침대에 누운 채로 녀석을 부르니 눈앞으로 메시지가 바로 나타났다. 그리고 민국은 자신이 뿌우를 부른 유일한 이유를 생각으로 떠올렸다.

‘퀘스트 보상 줘야지?’

원래라면 가이낙스의 전리품 상자에 레전드리 클래스 스톤이 들어 있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가이낙스의 전리품 상자에서는 쓸 만 한 탱커용 장갑만을 하나 건졌을 뿐이었다. 심지어 실버급 마력의 결정도 없었다.

그래도 그 때는 트라이를 성공시켰다는 생각과 갑자기 밀려오는 피로함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지만 정신을 차린 지금 받을 건 받아야 했다.

《레, 레전드리 클래스 스톤 말이죠? 무, 물론 드려야죠.》

본인도 찔린 게 있던 모양인지 메시지 창이 제대로 형태를 잡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에 말했지? 궁수 계열이나 마법사 쪽의 레전드리 클래스로 보여줘.’

현재 GGW 공격대에서 레전드리 클래스를 보유한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 총 여섯.

뷘드셴 자매와 김소정, 신나연, 오현아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이번 퀘스트의 보상으로 유나나 정예린의 스펙을 업그레이드 할 생각이었다.

‘상위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려면….’

무엇보다도 딜러들의 스펙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시라누이 마이도 있었지만, 일단 그녀는 알아서 딜을 잘 해주니 당장 급한 건 아니었다. 괜히 일본 최고의 유망주 소리를 듣던 영웅이 아니닌 것이다.

아무튼 탱커는 어떻게든 버틸 수만 있을 정도면 되었고, 힐러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딜러의 화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적을 빨리 쓰러뜨릴 수 있었고, 적의 패턴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딜로 찍어 누르는 플레이가 가능해 진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종이책의 페이지를 넘기듯 움직이던 뿌우가 몇 개의 레전드리 클래스 목록을 만들어 내었다.

《일단 민국님의 요구에 맞는 클래스가 몇 개 있기는 합니다. 먼저 궁수 계열로는 썬더 애로우, 머셔너리가 있고, 마법사 계열로는 얼음 여왕, 소울 미스틱… 등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네?’

《레전드리 클래스니까요….》

너무나도 당연한 뿌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민국은 뿌우가 보여준 클래스의 목록을 확인했다.

일단 궁수 쪽에서는 썬더 애로우가 조금 마음에 들었다. 클래스 명도 뭔가 있어 보이지만 표식을 찍고 표식을 찍은 개체에 추가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특성은 누가 봐도 보스를 때려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단일 딜링에 특화된 구성이었다.

심지어 궁극기를 사용할 경우 표식을 찍고, 다른 녀석을 공격하면 표식을 받은 녀석도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샤프슈터와 비교하면….’

그만큼의 사정거리는 줄어들겠지만, 딜량 면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날 게 분명했다.

게다가 다섯 명의 딜러 중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최유나의 딜량이 매번 꼴찌를 차지했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썬더 애로우는 그런 유나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었다.

‘단점은….’

으레 그렇듯 영웅의 전투 능력에 따라 딜량의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유나의 전투 능력에 따라 딜량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샤프 슈터 모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장거리 저격이 불가능해진다는 것 정도였다.

마법사 계열의 레전드리 클래스는 능력이 제법 다양했다.

일단 얼음 여왕은 딜링보다는 전투 보조에 초점이 맞춰진 클래스였다. 적을 얼려서 움직임을 제약하고, 커다란 얼음의 벽을 만들어 내어 팀을 위기에서 구해줄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탈락.’

나쁜 클래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민국이 원하는 것은 딜량의 상승이었다. 그렇게 여러 개의 레전드리 클래스의 특성을 관찰하던 민국은 결국 썬더 애로우를 선택했다.

일단 마법사 계열의 레전드리 클래스들이 다 별로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정예린은 냉기 마법에 특화된 영웅인데, 냉기 계통의 레전드리 클래스는 얼음 여왕밖에 없었다.

《썬더 애로우로 하시겠습니까?》

‘그래. 그게 제일 낫겠네.’

《레전드리 클래스 스톤의 획득 방법은 굳이 제가 설명 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뿌우의 물음에 민국이 침대에서 내려오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물론이지. 전리품 상자에서 가져가면 되는 거잖아?”

정확히 말하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전리품 상자에서 얻어야 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민국은 계속해서 넝카이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계속해서 넝카이 던전을 공략애 던전 자체를 무너뜨린 계획이었다. 그래야만….

‘물건은 잘 준비되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민국님께서 가이낙스만 소멸시키면 이 뿌우가 바로 대령해 드리겠습니다. 전리품 상자도 필요 없이 제가 직접요.》

어둠 괴물과의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부류의 아이템, 스킬 강화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민국은 이 스킬 강화석의 효율과 능력을 보고 십이 재앙인 가루다의 공략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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