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93화 (293/486)

EP.293 새의 탑(2)

[GGW 공격대! 【S】 난이도의 넝카이 던전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다!]

[드디어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나?! 80년이 넘는 전쟁 기간 동안 【S】 난이도의 던전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

[태국의 타와낏 여왕, 넝카이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큰 기쁨 드러내.]

[GGW 공격대에 대한 관심으로 R’s 클랜 홈페이지 마비, 모 기업인 로즈 그룹에도 엄청난 문의 쏟아져.]

넝카이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곧 세계를 강타했다.

한국에만 수천 개가 넘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이는 다른 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나 태국은 넝카이 던전을 무너뜨린 GGW 공격대의 영웅들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몬스터의 위험을 무릅쓰고 넝카이로 향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아, 진짜 여기 완전히 난리난 거 알아요? GGW 공격대가 돌아오면 다들 각자 인터뷰 백 개씩은 해야 될 거예요.]

“그럴 것 같아서 제가 한국으로 안 돌아가고 있죠.”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핸드폰 너머로 클랜장 오현정의 쿡쿡거리는 웃음이 들려왔다.

그 너머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서 들려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홍보팀을 포함한 클랜 직원 다수가 걸려오는 전화기만을 붙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따지면 벌써 여섯 시가 넘었을 텐데….’

심지어 퇴근도 못한 채 말이다. 그리고 민국은 이러한 클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번 공략의 성과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성과였다. 【S】 던전의 완전한 파괴는 미국의 화이트 하우스를 포함해 그 어떤 공격대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었다.

더군다나 GGW 공격대는 창설된 지 불과 4년이 되지 않는 공격대. 클랜 내에 소속된 영웅들 역시 정식 라이센스를 딴지 몇 년 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언제쯤 들어올 예정이에요? 저희들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죠.]

“…음.”

현정의 말에 민국은 나지막한 신음을 내었다.

아무래도 우리의 클랜장께서는 조만간 GGW 공격대가 귀환을 할 거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민국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아직 새의 탑 공략이 남아 있는데 괜히 국내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라면 다시 해외로 나가는 데 있어 귀찮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국내로 돌아가기 전에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 끝내놓는 게 좋을 터였다.

‘그 전에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일이라면….’

그건 국내에서 세계적인 문제가 터졌을 때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중국 북쪽에 있는 바이콘이 미친 척 한반도로 남하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생각해보면 슬슬 새의 탑 공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도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민국이 새의 탑과 관련해 말을 꺼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현정이 먼저였다.

[아! 중요한 걸 깜빡하고 있었네.]

“중요한 거요?”

[네, 러시아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어요.]

“러시아라면…….”

민국이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강력한 레이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인 러시아는 자체적인 전력으로 국내에 있는 【S】 난이도 던전을 처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라였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러시아의 전투 병기들만 모였다는 붉은 전차 공격대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국민 영웅이자 영웅들 사이에서는 하얀 사신이라 불리는 나타샤 레니에가 지휘하는 붉은 전차 공격대는 무려 네 종류의 【S】 난이도 던전 공략에 성공한 바 있었고, 실제로도 그 던전들을 관리하고 있는 공격대였다.

다시 말해 러시아의 평화는 붉은 전차 공격대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러시아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네.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에서 미노스의 움직임이 체크되었다고 해요.]

“미노스…….”

민국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녀석은 민국이 상대하려고 하는 가루다와 동일한 십이 재앙 중 한 놈. 당연하지만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아니, 러시아의 붉은 전차 공격대라도 상대가 불가능할 정도.

“설마 십이 재앙이 활동을 시작한 겁니까?”

[노노노. 그랬다면 GGW는 당장 우크라이나로 출발해야 했을 걸요? 다행히 미노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기미는 아직까지 없다고 해요. 하지만….]

“미노스의 휘하의 녀석들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딩동.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수상한 움직임이 계속해서 목격된다고 해요.]

“으음….”

민국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러 나왔다.

녀석들의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짐작이 가는 건 있었다. 가이낙스처럼 던전을 터뜨리려는 게 분명했다.

“혹시 던전 공략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직은 괜찮아 보여요. 러시아 및 유럽의 공격대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집결한 상황이거든요.]

그렇다면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만약 붉은 전차 및 유럽의 공격대가 던전 폭발의 낌새를 놓친다면….

‘대재앙이 벌어지겠지.’

베트남이나 태국만큼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 역시 적지 않았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지형적인 위치를 생각하면 우크라이나에서 던전이 폭발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의 길이 끊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터키가 있다지만 터키 남쪽의 중동 지방은 진즉에 어둠 괴물의 손에 들어간 지역이었다.

[아무튼 우크라이나의 문제 때문에 러시아에서 쉴더급 공격대인 GGW의 파견을 요청해왔어요. 그것도 나타샤 레니에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요.]

“붉은 전차의 공대장이 직접요?”

러시아에서 자신들의 초빙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었다. 러시아의 나타샤가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쉴더급 공격대는 GGW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은요?”

[그 두 나라는 지원 요청을 거절한 모양이에요.]

“…예? 어째서요?”

[세계 영웅 협회의 요청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의 요청이니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국제 정치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예상이 가는 이유는 있었다.

‘보나마나 본인들의 안전 때문이겠지. 미국과 중국의 영토에 십이 재앙이 없는 것도 아니고….’

GGW 공격대의 행보를 방해했던 한국의 정치인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민국이 다시 물었다.

“급한 일입니까?”

원래라면 약해진 가루다가 있는 새의 탑을 공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의 탑을 공략하던 도중 우크라이나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도 곤란했다. 이어서 오현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최대한 빨리 우크라이나에 도착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으음….”

오현정의 말을 들으며 민국은 생각에 잠겼다.

살짝 애매하기는 하지만 당장 큰 문제가 터진 게 아니라면 새의 탑을 공략하고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설령 재수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미노스를 마주한다 하더라도 가루다를 쓰러뜨린 보상을 통해 스펙 업이 된 상황에서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는 각이 나올지도 모르지.’

더군다나 민국은 이번에 가이낙스를 소멸시키며 지금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스킬 강화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일단 러시아 쪽에 직접 연결하고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주시겠습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그쪽과 실시간으로 연락은 주고받아야 할 것 같았다. 행여나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아, 그리고 물자 지원도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바로 들어올 생각이 아니신가 보네요? 뭐, 지금 국내에 오면 난리도 아니겠죠. 그렇다면 넝카이로 보내면 되나요?]

“아니요.”

대답과 함께 민국이 잠시 지명을 떠올렸다.

“라오스의 삼누아로 보내주세요.”

[삼누아요?]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북동쪽으로 33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인구 1만의 군사 도시인 삼누아.

그리고 삼누아에서 15 Km 떨어진 곳에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동남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재앙 가루다의 새의 탑이 존재했다.

* * *

“그러면 부탁할게요.”

새의 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겁을 하는 오현정과 통화를 끝낸 민국은 바로 자신의 막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품속에서 조그마한 돌을 꺼냈다. 푸른빛이 맴도는 이 돌멩이는 가이낙스를 쓰러뜨리고 얻은 아주 진귀한 아이템이었다.

“뿌우,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아주 간단합니다. 스킬 강화석을 오른손에 가볍게 쥐시고 민국님께서 강화할 능력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클래스 스킬도 스킬 스톤의 스킬도 전부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거 맞지?”

《네. 하지만 클래스 스킬을 강화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왠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전문성의 차이겠지. 아무튼 클래스 스킬이라고 하면 자신의 경우 위그드라실의 리바이벌밖에 없었다.

‘강화 효율을 따지자면….’

레이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강화 힐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았다.

하지만 강화 힐은 A 랭크의 평범한 스킬에 불과했다. 유니크 스킬도 아니고 강화석을 사용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리바이벌 스킬은 달랐다.

수많은 클래스 중 유일하게 위그드라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 게다가 리바이벌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스킬 스톤조차도 없었다.

만약 전투 중 사망한 동료를 되살리는 특수 스킬 리바이벌을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어떤 효율을 낼 지도 궁금했다.

“뿌우, 업그레이드된 스킬이 어떤 효과를 내는 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네. 사실 그건 저도 몰라서요.》

당연하지만 영웅 패드에서 그런 정보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 뿌우의 대답에 민국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일단은 질러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게이머의 경험을 통해 어떤 능력이 업그레이드 될 지 짐작이 가는 건 있었다.

‘위그드라실의 리바이벌은 전투 중 한 번 공대원을 부활시킬 수 있다. 만약 여기서 스킬이 업그레이드 된 다면?’

당연히 그 이상도 가능할지 몰랐다.

그렇다면 조금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레이드에 임할 수 있었다. 트라이 도중 실수가 나온다 하더라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으니까.

‘리바이벌을 업그레이드 해야겠네.’

쉽게 마음을 정한 민국은 뿌우가 말했던 대로 스킬 강화석을 손에 쥐고 위그드라실의 리바이벌 스킬을 떠올렸다.

“음…….”

머릿속으로 리바이벌 스킬을 선명하게 떠올릴수록 손에 쥔 강화석에서 뜨거운 열기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콰득하는 소리와 함께 손에 쥔 강화석이 깨지더니 서서히 가루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끝난 건가?”

스킬 강화가 끝나자마자 민국은 영웅 패드를 사용해 자신의 몸을 스캔했다.

잠시 후, 영웅 패드의 화면을 통해 위그드라실의 스킬이 떠올랐다.

<위그드라실(S) - 레전더리 클래스.

○ 리바이벌(S+) - 리바이벌 스킬의 대상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사망할 경우 1 분 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래의 상태로 부활하게 됩니다. 또한 사망하기 전, 본인의 몸에 걸려 있던 강화 스킬은 물론이고 생명력까지 완벽히 회복됩니다.

스킬의 강화 효과로 리바이벌 스킬이 전투 시작 후 10 분에 하나씩 충전이 됩니다. 다만, 이 횟수는 전투가 시작될 때 마다 그 수치가 1로 초기화 됩니다.>

“역시…!”

영웅 패드에 나타난 정보를 확인한 민국은 바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 말해 이는 10 분에 한 번씩 리바이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미 공략을 끝낸 던전에서는 큰 효율이 없겠지만….’

트라이가 진행 중인 상위 던전에서는 엄청난 효율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전투 중 부활은 레전더리 클래스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클래스가 아니라면 사용조차 불가능한 능력. 가루다가 있는 새의 탑 공략에도 큰 힘이 될 게 분명할 터.

이제는 정말로 새의 탑 공략을 진행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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