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6 새의 탑(2)
[GGW 공격대, ‘암흑 학살자 - 루그린’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하며 새의 탑 4층 진출 성공!]
[계획된 일정이었나? 파죽지세로 새의 탑을 공략하는 GGW 공격대.]
[R’s 클랜의 오현정, “최선을 다해 공격대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지켜만 봐 달라.”]
인간의 공격대가 어둠 괴물의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십이 재앙을 상대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던 적은 무려 9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미국의 화이트 하우스가 실버 백을 상대로 한 레이드였다.
그리고 화이트 하우스는 실버 백을 만나지도 못한 채 다섯 번째 네임드를 공략하던 도중 공략 포기를 선언했다.
그런 까닭에 GGW 공격대의 새의 탑 공략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를 흥분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GGW 공격대! 새의 탑 8층 돌파. 가루다까지는 이제 한 마리의 네임드 뿐.]
[세계의 전문가들, “아시아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클랜 관계자들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의 갑작스럽게 이뤄진 공략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성과도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지금 올라오는 새의 탑과 관련된 기사들 말이야. 혹시 블러핑 이런 건 아니겠지?
└ 그럴 리가. 전 세계의 언론사들이 동시에 똑같은 내용을 적고 있는데?
└ 나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믿기 힘들어서 그래.
● 역시 세계 최고의 공대장인 한민국 영웅님이야.
└ GGW 영웅들도 대단하지만, 그런 영웅들을 키워낸 한민국 공대장이 진짜 대단한 듯.
● 한민국 영웅을 명예 미국 시민으로…!
└ 저리 꺼져, 양키야. 한민국 영웅은 아시아의 자랑이자 중화민국의 구원자시다!
└ 응, 둘 다 아니야. 한민국 영웅님은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영웅님이시다.
인터넷은 연신 난리였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라 할 수 있는 해외의 영웅들조차도 모든 관심이 새의 탑과 GGW 공격대에 향해 있을 정도. 문제는 GGW 공격대가 과연 새의 탑을 끝까지 공략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새의 탑을 공략 중인 GGW 공격대의 평균 기어 스코어는 1297.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말미암아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했을 때 최대 1400까지의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추정한다면 GGW 공격대의 기어 스코어는 그리 높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에서 GGW 공격대보다 장비 레벨이 높은 공격대는 세계에서 고작 해야 네 개 공격대뿐이었지만.
게다가 GGW 공격대가 쉴더급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GGW 영웅들의 장비 수준은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는 힘이 빠진 새의 탑을 공략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쥐방울 만 한 놈들! 뭉개버려 주마!]
커다란 외침과 함께 외눈박이 거인이 크게 도끼를 휘두르며 현아를 덮쳤다.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라 강력한 마력이 섞인 일격. 게다가 탱커가 이 공격을 피할 경우 거인은 도끼의 궤도를 움직여 넓게 휘두르는 방식으로 공격 패턴을 변경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딜러들이 전부 쓸려 나가지.’
그 때문에 세 번이나 트라이를 실패했던 것을 떠올리며 현아는 자신의 방패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발을 굴렀다.
콰드득!
발목까지 지면에 발을 박아 자신의 몸을 고정시킨 현아는 무릎을 살짝 굽히며 방패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녀는 이대로 괴물의 공격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런 현아의 위로 반투명한 보호막들이 한 겹 두 겹 쌓이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지직!
하지만 지젤이 만들어 낸 보호막들은 거인의 강력한 공격에 허무하게 사라졌다. 시간으로 따지면 0.5 초 정도 버텼을까?
콰아아앙!!!
“크으으윽…!”
이어서 거인의 도끼가 방패와 부딪쳤고, 무형의 파동이 주위를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메인 탱커 힐 업! 지젤은 팀원 관리해!!!”
0.1초 타이밍의 회복 능력으로 괴물의 공격을 받아낸 현아를 회복시킨 민국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눈앞에 있는 아파트 5층 크기의 거인을 바라봤다.
새의 탑의 아홉 번째 네임드인 ‘외눈박이 샤피론’
녀석을 상대하면서 민국이 제일 까다롭다고 여겼던 패턴은 탱커를 푹 찍 시켜버리는 거인의 내려치기로 바로 조금 전의 공격이었다.
상대가 까다로운 이유는 하나.
탱커가 괴물의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최소 스무 번은 전멸을 경험해야 했었다.
‘그 때문에 부활로 패턴을 넘기려고 했는데….’
어거지로 패턴을 넘기는 일이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던 전술이었다.
현아가 한 번 부활이 가능했고, 민국 역시 죽은 팀원을 부활시킬 수 있는 리바이벌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샤피론은 3 페이즈에 들어서는 순간 30초에 한 번 꼴로 거인의 내려치기를 사용했다.
결국 부활로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궁극기를 지원해도 마찬가지였다. 공격대가 보유한 궁극기의 횟수에는 한계가 있던 것이다.
[크아아아악!]
“탱커 교대! 타냐! 바로 방어 태세!”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괴물들을 상대로 계속된 트라이는 탱커들의 급격한 성장을 불러왔고, 이렇게 기량이 급상승하던 두 영웅은 우연찮게 조금씩 거인의 내려치기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트라이는 끝이지.’
다시 한 번 내려치기를 버텨내는 인간 영웅의 모습에 샤피론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도끼를 휘두르면 곤죽으로 변했던 인간들이었다.
그런 괴물의 모습을 보며 민국이 씨익 웃었다.
“좋아! 이번에 끝내 버리고 가루다 얼굴 한 번 보러 가자고!”
그리고 몇 분 뒤, 힘을 잃은 괴물의 몸뚱아리가 먼지구름과 함께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것으로 GGW 공격대는 가루다를 제외한 새의 탑의 모든 네임드들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껏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일렀다.
새의 탑에 존재하는 네임드들을 전부 쓰러뜨렸다 하더라도 탑의 주인이자 십이 재앙 중 하나인 가루다를 물리치기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어둠 괴물들의 수장이자 십이 재앙이 머무르는 특별한 던전이기 때문일까?
1층 네임드만 하더라도 쓰러뜨린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 녀석이 리스폰 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부터 가루다의 공략에만 집중해야 하는 공격대 입장에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바로 올라갈까요?”
전장이 조금씩 정리가 되자 김소정이 민국에게 물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해 본 민국은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려가도록 하지. 가루다 공략은 푹 쉬고 제대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지금부터 탑을 내려가는 시간도 생각해야 했다.
새의 탑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탑의 크기도 상당했던 까닭에 지금부터 내려간다 하더라도 지상에 도착하려면 한 시간 가량은 걸어야 했다.
* * *
“…씨앙.”
자신과 연결되었던 마력이 끊긴 것을 확인한 가루다가 욕설을 내뱉었다. 어쩐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더라니….
“어휴.”
방패를 든 인간들이 샤피론의 일격을 막아낼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체념을 하기는 했었다.
아니, 새의 탑을 공격하기 시작한 인간들의 전투 능력이 이상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때부터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젠장…. 전부 다 죽어버렸네?”
하지만 정말로 인간들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오늘은 그냥 내려갔지만, 저 놈들이 체력을 비축하고 언제 새의 탑에 오를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르면 당장 내일부터 인간들과 싸움을 벌여야 했다.
‘골치 아프네.’
가루다는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짜증스러운 감정이 그녀의 손길에 듬뿍 담겼다.
그녀는 인간 영웅들이 탑을 공략할 때부터 인간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왔다.
특별한 의미가 있던 건 아니었다. 장난감에 불과한 녀석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심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의 실력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고,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들은 그녀들의 공격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문제는 자신에게 인간들의 손에 소멸된 피조물들을 만들어낼 마력조차 없다는 것.
GGW 공격대가 하층 네임드의 리스폰 없이 가루다의 앞까지 도착하게 된 이유는 전부 그 때문이었다.
“하아…. 미치겠네. 저 놈들을 어떻게 때려잡지?”
솔직히 말해 탑을 공격하는 인간들을 죽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의 피조물을 전부 쓰러뜨린 건 놀라운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부 카오스의 권능인 부활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불멸자 놈들.”
다시 말해 인간 영웅들은 어둠 괴물들의 손에 죽었다 하더라도 부활석을 통해 되살아날 수 있었다.
이는 어둠 괴물의 지휘관이라 그 누구보다도 깊은 공허의 마력을 보유한 가루다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이었다.
결국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에게 도전하는 인간들을 계속해서 죽여 버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란 말이야.”
어중이떠중이 같은 놈들이었다면 이미 탑의 하층에서 걸러졌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들이 정말 이를 갈았는지 인간 영웅들 중에서도 최정예 영웅들만 보내온 것 같았다. 특히나 공격대를 지휘하는 잘생긴 남자의 지휘는 가루다가 보기에도 대단할 정도.
마력 부족이라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면서 녀석들을 쓰러뜨려야 했다.
툭…. 툭….
가루다의 손가락이 거듭 옥좌의 손잡이를 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십이 재앙의 도움을 받는 것.
하지만 자신을 도와줄 녀석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손을 잡았던 바이콘마저도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칫,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쉼 없이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두드리던 가루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인간들이 지레 포기할 때까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안겨줘야 할 것 같았다.
슈가빈의 여왕이자 공허의 어둠에게 명령을 받아 지구를 정복 중인 가루다의 머릿속에는 패배라는 단어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 * *
“후우.”
민국이 거대한 탑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차가운 냉기로 인해 입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목표했던 것보다는 빠르게 진도를 빼기는 했는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제부터 상대할 괴물은 지금껏 상대했던 조무래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었다. 가장 걱정을 했던 것 가루다를 공략하는 도중 하층에서 네임드들이 리스폰 되며 공략을 방해하는 것.
하지만 새의 탑은 GGW 공격대가 가루다를 눈앞에 둔 지금까지 1층의 네임드조차 생겨나지 않을 정도로 잠잠했다.
그리고 민국은 이에 대한 이유를 가루다의 마력 부족이라고 여겼다.
《분명합니다. 던전 브레이크의 실패 때문에 녀석은 예전의 가루다가 아닐 겁니다.》
《맞아요, 기껏해야 본래 지니고 있던 힘의 반절 정도나 낼 수 있을까요?》
그런 만큼 민국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십이 재앙인 가루다를 잡고 스펙 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십이 재앙 사냥에 나설 생각인 까닭이었다.
‘그래서 가루다 잡으면 보상이 뭐라고?’
그런 공격대의 스펙 업 방법에는 당연히 뿌우와 큐우의 퀘스트 역시 포함이 되어 있었다.
《스킬 강화석 세 개와 골드급 마력의 결정 5개. 그리고 장비의 선택이 가능한 챌린저 장비 티켓 10개요.》
민국의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뿌우가 말했다. 십이 재앙의 공략 보상으로는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보상이었다. 특히나 스킬 강화석은 공격대의 전력을 대폭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었다.
‘파괴의 교향곡이나 거짓된 시간과 같은 공대 생존기에 사용하면 효과가 장난이 아니겠지.’
그리고 골드급 마력의 결정은 공격대의 영웅들이 10성 영웅이 되는데 필요한 결정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흡수해서 성급을 높일 수 있는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바로 10성 영웅이 될 수 있겠지.’
여러 【S】 난이도 던전을 찾아 헤매고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얻을 때까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챌린저 장비 티켓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비 선택이 가능한 티켓인 만큼 악세사리나 무기, 방패처럼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되는 장비를 골라 전력을 증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십이 재앙인 가루다를 쓰러뜨려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이었다. 그리고 가루다 레이드는 오늘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전속 계약 문제 때문에 노블피아랑 계약서를 못 써서 플러스 내려가고 습작 돌렸었는데...
이번에 매니지랑 재계약하면서 열심히 설득 그리고 설득해서 19금 작품은 전속 계약 작품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이런조건 조건들이 많이 달리긴 했지만...
아무튼 이제부터는 계약 걱정없이 노벨피아에서 19금 연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 ㅠㅠ
아무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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