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0 새의 탑(2)
조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미친 듯 싸웠던 상대가 살려달라고 빌고 있다. 고고한 자존심 따위는 전부 어디론가 내버린 모습이었다.
‘연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국은 곧 고개를 저었다.
이런 가루다의 행동이 자신을 속이기 위한 연기여도 그게 무슨 상관이랴? 만약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반드시 죽이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눈앞의 여성체도 모르지는 않을 터.
민국의 단검이 가루다의 이마에 닿았다. 조금만 힘을 줘도 레이드는 이대로 끝이었다. 하지만 가루다는….
‘야,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
여전히 무릎을 꿇고는 손을 비벼대며 자신의 자비를 바라고 있었다. 결국 민국은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해결사로 뿌우를 불렀다.
《그, 글쎄요?》
‘뭘, 글쎄요야? 얘 살려야 돼? 말아야 돼?’
《그…그게…. 주, 죽이는 게 맞겠죠?》
‘그게 최선이야? 다른 방법은 없어?’
《자, 잠시만요, 민국님. 큐, 큐우♡도 불러볼게요》
그러나 민국의 부름에 의해 나타난 뿌우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 가루다가, 어둠 괴물의 지휘관이자 십이 재앙 중 하나였던 존재가, 자신의 목숨을 구걸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뿌우와 큐우가 자기네들끼리의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민국은 가루다를 바라봤다.
손에 쥔 단검은 여전히 가루다의 이마를 겨눈 채였다.
“으음.”
보통 판타지 소설 혹은 게임이라면 스토리가 이렇게 진행이 될 때 훗날 일어나는 일은 둘 중 하나의 경우였다.
‘정말 주인공의 동료가 되거나 아니면 도와주는 척 나중에 뒤통수를 때리거나.’
후환을 생각하면 가루다를 죽이는 게 맞았다. 하지만….
‘고민이네.’
민국의 눈동자가 가루다의 몸을 훑었다.
이 세계에 살면서 뇌가 성욕에 지배당한 것일까? 왠지 모르게 가루다를 죽이기에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어둠 괴물의 지휘관이자 십이 재앙을 아군으로 만든다면?
나머지 놈들을 처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지 몰랐다. 민국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통수에서 뭔가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보나마나 뿌우와 큐우♡가 분명했다.
선수를 치듯 민국이 먼저 둘에게 물었다.
‘퀘스트는 꼭 가루다를 죽여야만 성공으로 취급되는 거야?’
가루다를 죽이는 데 성공하면 민국은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스킬 강화석에 골드급 마력의 결정 그리고 장비의 선택이 가능한 챌린저 티켓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스킬 강화석은 절대 포기할 수 없지.’
조금 전에 있었던 싸움에서 운 좋게 이길 수 있던 것도 강화된 리바이벌 때문이었다. 만약 가루다와 퀘스트의 보상을 생각하면 민국은 무조건 후자를 택할 생각이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상대는 어둠의 괴물. 죽일 수 있다면 죽여야 했다.
《화,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죽여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그러면 그냥…….’
민국이 굳은 다짐을 할 때였다. 조금 전과 달라진 민국의 분위기에 가루다가 흠칫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주, 주인! 주인님으로 모실게요!”
그리고는 넙죽 엎드리며 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가루다의 행동은 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어차피 이 전투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했다. 어찌어찌 지금 눈앞의 남자를 죽여 위기를 벗어난다 하더라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인간 무리들을 상대로 다시 전투를 벌여야 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야.’
그리고 가루다는 이 남자가 지휘하는 인간 공격대를 상대로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보유한 공허의 마력은 이미 바닥이 난 지 오래였다. 무너져가는 새의 탑을 유지할 자신조차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자신이 죽는다는 것은 곧 슈가빈의 멸종을 의미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줄을 쥔 인간은 눈앞의 사내뿐이었다. 이 남자가 인간 공격대의 대장이자 주인이었다.
이러한 가루다의 행동에 민국의 눈동자가 다시 뿌우에게 향했다.
‘야, 이거 어떻게 해야 돼?’
《어, 으음….》
《어둠의 지휘관이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인데…. 그래도 주, 죽이는 게 맞겠죠?》
《문제는 저 녀석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다른 십이 재앙을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란 말이지…. 그렇지 않아?》
《하지만 뿌우,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예요.》
여전히 뿌우와 큐우♡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 둘의 모습에 민국은 단검을 갈무리하고는 격렬한 전투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바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민국님, 너무 방심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대범한 민국의 행동에 뿌우가 조심스레 말했다.
뿌우의 말대로 지금은 넙죽 엎드린 가루다가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팔을 흔들어 자신의 머리를 박살낼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민국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괜찮아. 정말로 덤벼들면 다음 트라이 때는 인정사정없이 바로 죽여 버리면 돼.”
부활석이 있는 이상 자신은 계속해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 민국의 중얼거림에 가루다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더욱 넙죽 몸을 숙였다.
“원래는 퍼스트 클리어를 기록하고, 계속해서 새의 탑을 공략해 이 던전을 무너뜨리려고 했는데….”
“히, 히익?! 그것만은 제발……!”
올해의 계획을 읊조리던 민국의 말에 가루다의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이건 괜한 협박이 아니었다. 눈앞의 인간 영웅은 본인의 말을 정말로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였다.
그만큼 남자가 지휘하는 공격대는 여태껏 그녀가 상대했던 영웅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함과 끈끈함을 지닌 공격대였다.
문제는 이 공격대의 기량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는 것. 이전부터 GGW 공격대와 충돌했던 가루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무, 무슨 일이든 다 할게요.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온 가루다가 민국의 발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흐음.”
이렇게까지 하는 가루다의 행동에 민국은 살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십이 재앙이자 어둠 괴물의 지휘관이라는 자존심이 있을 텐데 과할 정도로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이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제가 죽으면 슈가빈의 종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베푸시어….”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가루다가 민국의 물음에 대답을 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가루다를 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십이 재앙 중 하나인 그녀는 인간의 철전지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상황이 상황인 까닭일까? 뿌우와 큐우♡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
“만약 내가 너를 살려주면 나한테는 어떤 이득이 있지?”
그런 둘을 뒤로하고 민국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과거의 전쟁으로 가루다에게 죽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들었다면 크게 반발했을 법한 말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민국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이들이었다.
“저를 살려주신다면…….”
그리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가루다의 입에서 여러 제안들이 흘러 나왔다.
“인간들이 가장 원하는 아이템…, 어…. 그러니까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계속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씩? 마, 마력 장비 아니지 기어 스코어 장비도 드릴 수 있어요. 아주 좋은 걸로요!”
“끝?”
“다, 다른 십이 재앙의 움직임 또한 이야기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십이 재앙 사이에서 은따이기는 한데…. 그래도 정보 교류는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몇몇 놈들의 약점도 말씀해드릴게요! 버니라던가…. 리바이어선이라던가….”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가루다의 말에 민국은 고개를 끄덕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조건들이었다.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지속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데다가 높은 기어 스코어의 장비는 팀원들의 스펙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십이 재앙의 입에서 나오는 십이 재앙의 약점.
뉘앙스를 보아하니 가루다는 영국의 버니나 태평양을 주름잡고 있는 리바이어선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 음….》
그런 민국의 행동에 함께 가루다를 보고 있던 뿌우의 메시지 창도 어이가 없다는 듯 일렁였다.
역시 본인의 목숨은 소중한 것인가? 아니면 종족을 위한 결정일까? 아무튼 배신자도 이런 배신자가 따로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어대던 가루다가 마지막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7,7층에서의 행위를 봤습니다. 저, 저 역시 영웅님의 성 처리를 해드릴 수 있습니다.”
“큭!”
다급하게 튀어나온 가루다의 말에 민국의 입에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래가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슈가빈들의 미적 감각은 인간들과 비슷한 모양인지 여성체로 변신한 가루다는 굉장한 미녀였다.
십이 재앙이라는 정체와는 어울리지 않게 앳된 얼굴을 한 전체적으로 청순한 미인상인데다가 몸매 비율도 슬랜더 형으로 굉장히 뛰어났다.
이 세계에서 수많은 미녀들을 상대했던 민국도 한 번 생각이 날 정도로 인간 영웅들과 비교해도 꿇리는 외모가 아니었다.
게다가 눈앞의 여셩체는 어둠 괴물의 지휘관. 범상치 않은 신분을 지닌 괴물이었다.
“흠…….”
천천히 몸을 풀던 민국의 눈동자가 가루다의 알몸을 훑었다.
‘무조건 가능.’
그 생각과 함께 민국은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된 레이드 때문에 몸이 뻐근하던 참이었다. 민국의 커다란 자지가 튀어나오며 가루다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하아아…….”
가루다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커졌다. 저도 모르게 뜨거운 숨이 새어나왔다.
슈가빈의 남성체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남성. 저것에 찔려 하악거리던 아종들의 모습에 그녀의 머리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빨리 다른 슈가빈을 낳아야 해.’
이어서 종족 번식의 욕구가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눈앞의 남자와 자신과는 종족 자체가 달랐지만, 번식에 필요한 정액만 받을 수 있다면 임신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직 결정이 안 나온 거지?’
그렇게 자신의 자지에 시선이 고정된 가루다를 보며 민국은 머릿속으로 뿌우와 큐우♡를 불렀다.
《네? 네. 그, 그렇기는 한데….》
《저희들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이 둘은 가루다의 처분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민국의 눈이 다시 가루다에게 향했다. 둘이 고민을 하는 동안 잠시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어둠의 괴물이라 해도 상관은 없었다. 인간 여성체로 변신한 어둠 괴물을 따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결정이 나면 이야기 해줘.’
오히려 상대가 지휘관급 개체인 네임드, 가루다라는 것이 오히려 더 흥분이 되고 있었다.
“아….”
까닥이는 민국의 손짓에 따라 가루다가 땅바닥을 기어 민국의 앞으로 다가갔다. 딱딱하게 발기된 민국의 남성이 가루다의 얼굴에 닿았다.
“살고 싶다고 했지? 행위가 만족스러우면 오늘 하루의 목숨은 살려주지. 정말 마음에 들면 그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루다가 민국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음…….”
조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던 상대가 자신의 눈치를 보며 자지를 핥는 모습을 보니 절로 자지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하지만 가루다의 펠라치오는 기대와는 달리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귀두를 입에 물었다가 핥으며 눈치를 보듯 시선을 위로 올리는 행동 자체는 충분히 꼴리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래서는 부활석으로 살아난 팀원들이 10층까지 올라와도 한 번도 사정하지 못할 것 같았다.
“본인의 목숨에 대해 큰 미련이 없나 보네?”
“히, 히익?!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제가 남성체의 물건을 빠는 건 처음이라…. 이것도 전에 본 게 전부였고요.”
자신의 말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고개를 넙죽 숙이는 가루다.
자신의 물건을 빨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마를 바닥에 대며 엎드린 가루다의 행동에 민국이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너 처음이거나 하는 건 아니지?”
“어…. 그건 아닌데, 아니, 행위 자체는 처음이 맞기는 한데…. 또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가루다의 모습에 민국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건 이 세계의 남성들이 자주 따지는 심기체 처녀론으로 따지면 체만 만족하는 셈인가? 그래도 행위 자체는 처음이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올해가 삼재인가...요?
주말에 집에 와서 글쓰다가 와이프 심부름 겸 슈퍼 장모님 집에 걸어서 다녀오는 길에 계단에서 넘어져서 발목이 꺽여서 돌아갔습니다....
와...진짜 제가 참을성이 많은 편인데 입에서 비명이 계속해서 나올 정도로 아프더군요.
늦은 밤이라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와이프도 전화를 안받아서 개처럼 기어서 집에 왔습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어우...
덕분에 병원가서 검사하고 깁스 하고 이것저것 시간을 보내느라 연재가 더 늦었습니다.
그래도 손은 안 다친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즐감하세요. ㅠㅠ
쓰다보니 300화 네요...기념 연참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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