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2 인도의 고민
민국은 새의 탑에서 이틀 가량 머무를 생각이었다.
할 이야기도 많았지만, 가루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행여나 가루다가 딴 마음이라도 품는다면? 다른 십이 재앙을 상대하기 전에, 가루다를 먼저 처리해야 했다.
가장 약한 적을 먼저 쓰러뜨려야 하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였으니까.
‘뭐, 더 머무르고 싶어도….’
자신을 주시하는 눈이 워낙에 많은 까닭에 이틀이 한계였다. 아니, 이틀도 엄청나게 무리를 하는 셈이었다.
“한민국 영웅님.”
“누구시죠?”
그 증거로 탑 외부에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릴 겸 탑 밖으로 나오자 처음 보는 공격대가 민국을 향해 다가왔다.
그래도 그들이 몸에 달고 있는 로고는 민국에게도 익숙한 로고였다. 랭커 클랜은 아니지만 국내 20대 클랜 소속의 공격대였다.
아마도 국내에서 동남아로 원정을 온 영웅들인 모양이었다. 국내 던전이 포화상태인 까닭에 마력의 결정을 얻기 위해 국내 영웅들이 잦은 해외 원정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민국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민국의 예상과는 달리 한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새의 탑을 방문한 이들이었다. 새의 탑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탑에 진입하고 있는 민국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이었다.
“그…. 국내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시급히 귀국을 하셔야…….”
과할 정도로 우려가 섞인 목소리는 내는 여성 영웅의 행동에 민국은 멋쩍은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태블릿으로 인터넷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홀로 새의 탑 내부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은 난리도 아니었다. 핸드폰도 엉망이었다.
‘클랜장이 고생 꽤나 하겠네.’
보아하니 클랜 홈페이지도 폭발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남성 영웅을 홀로 위험한 던전인 새의 탑으로 보낼 수 있냐며 항의 전화가 클랜으로 물밀듯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정말 남자에 대해서는 진심인 세계였다.
아무튼 클랜장실에서 짜증 섞인 얼굴로 담배를 뻑뻑 물어대는 오현정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귀국하기 전에 기분을 풀어줄 만한 선물이라도 몇 개 사가야 할 것 같았다.
[장미 방패단, 과연 인류의 보물인 한민국을 품을 자격이 있나?]
[한민국의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짐. 그에게는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R’s 클랜이 자신을 보유할 자격이 없다는 여론이 슬금슬금 생겨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다 보니 새의 탑을 찾은 이들에게도 괜히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뭐, 그 건에 대해서는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민국의 대답에 메신저 역할로 새의 탑을 찾은 공격대 영웅들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민국과 함께 국내로 귀국까지 함께 하는 것이 그녀들의 임무였지만….
어딘가 서늘하게 느껴지는 민국의 어조에 그녀들은 뭐라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만큼의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결국 새의 탑을 방문한 영웅들은 탑에서 오도가도 못 한 채 민국이 자의로 탑을 떠날 때까지 새의 탑 근처에 있는 주둔지에서 머물러야 했다.
그러는 동안 민국은 새의 탑을 세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꼬박 이틀을 전부 채우고 나서야 탑을 떠났다. 원래는 볼일을 보면 그 전에 떠나려는 계획이었는데, 괜히 배알이 꼴린 까닭에 시간을 꽉 채워서 이동했다.
“꺄아아앙!!!”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가루다는 탑을 방문한 민국을 주인님으로 모시며 열과 성의를 다했다. 그 과정의 대부분이 몸으로 떼워야 하는 일이었지만….
아무튼 가루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아흐응…. 진짜 너무 좋아…….”
민국이 떠나자마자 쾌락으로 푹 젖어있던 가루다가 반짝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신체를 살폈다. 인간들의 미를 기준으로 완벽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녀의 신체는 이틀간의 격렬했던 섹스로 인해 엉망이었다.
거친 몸놀림에 몸의 이곳저곳에 멍이 들어 있었을 뿐더러 희뿌연 정액이 말라붙는 자국도 잔뜩 있었다.
딱!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루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딱 튕기자 그녀의 몸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멍과 정액의 자국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민국을 만나기 전 아오자이를 입고 있었던 복장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옥좌에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가루다가 자신의 공허 마력을 확인했다.
“후, 후후후…! 역시 끝내 주잖아?!”
가루다는 자신이 주인이라 불렀던 남자가 사정했을 때를 떠올렸다. 상상만 했을 뿐더러 벌써 몸이 배배 꼬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자궁을 때리던 강렬한 생명의 기운을 그녀는 섹스를 즐기면서도 연신 공허의 마력으로 전환했었다.
당연하지만 민국에게 허락을 맡고 한 행동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인이었으니까.
그리고 이틀간의 섹스 동안 생명의 기운을 공허의 마력으로 바꾼 양은 무려 2천만 크론이나 되었다.
“우와! 공허 마력이 복사가 되네?!”
가루다의 표정에 황홀감과 만족감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민국의 힘이 쭉 빠졌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쉴 새 없이 허리를 찍어대는 민국의 몸놀림에 그녀는 연신 창녀처럼 천박한 신음을 내지르며 몇 번이나 정신을 놓아야 했었다.
“역시 인간에게 붙기를 잘했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감에 가루다는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십이 재앙의 일원으로 힘겹게 인간 무리들을 상대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손을 잡아야 했다지만, 요 이틀 동안 그녀는 진심으로 민국을 공허를 대하듯 진심으로 모셨던 그녀였다.
아무튼 이천만 크론이면 그녀가 공허 세력으로 활동했을 때를 기준으로도 두어 달은 모아야 했던 공허 마력의 양이었다.
물론, 그녀의 세력이 굉장히 약했던 것을 감안해야겠지만. 아무튼 적은 양은 결코 아니었다.
더군다나….
가루다의 시선이 자신의 하복부로 향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부드럽게 자신의 자궁 부위를 매만졌다.
“몇 개의 기운은 남겨놨는데….”
주인님의 정액으로 임신을 할지는 몇 주간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뭐,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생명의 기운을 공허 마력으로 전환하는 것 대신 꼭 임신을 성공시켜야 했다.
그래야만 슈가빈 종족은 멸족을 피할 수 있었다.
이미 어둠 괴물과는 등을 진만큼 그녀가 믿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민국뿐이었다. 다행히 민국은 자신을 일회성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 * *
인도는 난리가 났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십이 재앙 세력끼리의 전투가 점점 더 격렬해지기 시작하면서 확산 현상이 시작된 까닭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확산 현상은 어느 한 곳에서 생겨나지도 않았다.
때문에 인도인들은 오염된 대지를 피해 계속해서 남으로 피난을 떠나는 모습이었다. 혹은 위험을 무릅쓰고 히말라야를 넘어 피난길을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으아아아악!!!”
“괴, 괴물…!”
희생자도 엄청났다.
두 세력끼리 싸움을 벌인다지만 공허 괴물은 애당초 인간들의 적. 피난민들을 발견한 공허 괴물들이 인간들을 고이 보내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군대와 인도 영웅들이 발 벗고 나섰지만, 숫자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인도에 대한 범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점점 더 커져만 가는 희생과 무너져가는 국토로 인해 인도 총리가 국제 영웅 협회에 헬프를 쳤다.
더욱이 오염된 대지에서 생겨나는 임시 던전에는 무려 【S】 등급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인도 영웅들의 실력으로는 무너뜨릴 수 없는 던전이었다.
이런 인도의 요청에 세계 영웅 협회는 곧 지원을 보내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쉴더급 공격대가 인도로 출발한다는 소식은 전해지지는 않았다. 기존의 던전 브레이크 때와는 달리 외부로 활동하는 괴물 무리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으며 【S】 등급의 임시 던전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위험한 만큼 다들 눈치를 보는 셈이었다.
범지구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닥친 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GGW 공격대의 회의실.
“내일 모레 뭄바이로 떠날 거야.”
“…네?”
“뭐?”
느닷없는 민국의 말에 공대장의 소집으로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게 모두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현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인도로 간다고?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건 아니지?”
십이 재앙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인도는 현재 인세의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영웅들조차도 생명을 장담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잘 알고 있지. 그래서 가는 거야.”
“아…….”
그리고 이어지는 민국의 대답에 현아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변했다.
영웅이라는 신분에 대한 정의감 때문일까?
그녀가 보기에 민국은 새의 탑을 공략했을 때처럼 인도적인 차원에서 인도로 출정을 떠나려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GGW 공격대는 어둠 괴물에게서 인류를 지켜야 하는 쉴더급 공격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해!’
현재 인도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인도 원정은 기름통을 앞뒤로 매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거나 다름없었다.
국토 전역에서 인도군과 어둠 괴물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또 어둠 괴물들끼리는 부족에 따라 싸움을 벌이는 등 모든 상황이 엉망이었다.
설령 인도로 원정을 떠난다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주둔지를 꾸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얼굴에 원정에 대한 회의감이 떠오를 때였다.
“지금 우리의 성장에 필요한 게 뭐야? 실버급 마력의 결정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9 등급 영웅인 GGW 멤버들이 10등급으로 올라서려면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다수 흡수해야 했다. 그렇게 결정 속의 마력을 흡수해 어느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나야만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섭취, 10성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알다시피 실버급 마력의 결정은 【S】 난이도 이상의 던전에서 볼 수 있는 특수 개체한테서만 구할 수 있지.”
【S – 9】 난이도의 던전이라면 1개, 【S – 8】 에서 【S – 6】 난이도의 던전이라면 특수 개체를 쓰러뜨렸을 경우 확률에 따라 최대 두 개씩 획득할 수 있었다.
【S – 5】 에서 만날 수 있는 특수 개체한테서는 무려 세 개의 실버급 결정을 얻을 수 있다지만, 가루다의 말에 의하면 골드급 마력의 결정과 실버급 마력의 결정이 반반씩 나온다고 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가루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었다. 애당초 인류의 공격대가 성공했던 던전 난이도는 GGW 공격대가 새의 탑을 공략하기 전, 【S – 9】 난이도가 최고 있다.
아무튼 GGW 공격대의 전력과 네임드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스펙 업을 위해서라면 【S】 난이도 이상 정확히 말하자면 【S – 6】 에서 【S – 8】 사이의 던전을 공략하는 게 가장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인도에서 【S】 난이도 던전이 다수 나타났다고 했지?”
인터넷 기사의 내용을 떠올리며 김소정이 중얼거렸다.
인도에서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S】난이도 던전 때문에 영웅 협회의 누군가가 지저스 크라이스트를 찾았단 건 유명한 일화였다.
그렇게 인세의 지옥으로 변해버린 인도지만, 다행이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듯 【S】 난이도 던전이 바로 폭발하지는 않았다.
임시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까지 타이머의 여유가 굉장히 많았던 까닭이었다. 다들 고개를 갸웃할 상황이었지만, 민국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내부에서 카우킹과 무플런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던전이 폭발할 리 없잖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하루라도 빨리 인도 원정을 떠나야 했다.
두 세력이 서로 다툼을 벌이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 그 틈을 이용해 특수 개체를 잡고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어야 했다.
겸사겸사 【S】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면서 팀원들의 기어 스코어도 높여야 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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