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13화 (313/486)

EP.313 인도의 고민

“공대장님.”

인도 원정에 대해 굳은 의지가 보이는 민국의 태도에 정예린이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느 공격대와 마찬가지로 GGW 공격대 역시 공대장인 민국의 생각이 팀의 행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곤 했다. 그리고 정예린은 그런 민국의 생각에 반대 의견을 내세울 생각은 없었다.

‘영웅의 본분은….’

어디까지나 어둠 괴물을 막아내는 것. 물론, 대한민국이 직접적으로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인도적인 입장에서 인도의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했다.

“먼저 인도 원정과 관련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신가요? 만약 원정을 떠나게 될 경우 외부 지원이 가장 중요할 텐데요.”

“맞네! 던전 공략하는 데 있어 외부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공대장님도 잘 아실 테고….”

지젤이 짝 박수를 치고는 말꼬리를 늘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힐끗 민국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위험천만한 인도 원정이 이뤄지기 않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아니, 왜 하필 우리가 가는 거냐고…!’

아무리 영웅이 인류를 위해 싸우는 전사라고 하지만 다른 쉴더급 공격대들도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괜히 자신들이 덤터기를 쓰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민국의 대답은 그러한 지젤의 소망을 가볍게 무너뜨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일단 인도군과 인도 공격대의 지원을 받을 생각이야.”

“음…. 이해는 가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해요. 인도 군이 패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국군과는 달리 인도 군의 전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에요.”

“맞아. 그래도 인도 영웅들은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그 말고도 또 다른 방법도 하나 있고.”

“또 다른 방법? 그게 뭔데요?”

정예린의 물음에 민국은 뿌우와 함께 며칠 간 고민하면서 계획했던 것들을 입을 꺼냈다.

“다른 영웅들과 함께 가면 돼. 예를 들면 국내의 랭커 클랜이라던가…? 혹은 장미 방패단의 1군이라던가.”

아무튼 인도 군 및 인도의 영웅들과 합세해 외부에서 달려드는 괴물 무리들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화력만 낼 수 있다면 누구든 간에 상관없었다.

그리고 【A】난이도 상급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공격대라면 적어도 인도에서 달려드는 외부의 괴물무리를 막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것이 민국고 뿌우의 판단이었다.

괴물들이 연이어 몰려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낮지.’

카우킹과 무플런들은 인간들을 목표로 공세를 퍼붓는 게 아니다. 자기네들끼리 싸우는 도중 인간들이 보이면 그들을 공격할 뿐.

그리고 그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문제가 되는 거지, 어둠 괴물들의 공세가 집중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다.

다만, 쉴더급 공격대와 세계 영웅 협회가 눈치를 보며 움직이지 않는 건 인도의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지금 인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어둠 괴물의 함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지금 상황이 함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인도 공격대의 지원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는 법이니.’

자신들이 임시 던전의 공략에 들어갔을 때 주둔지를 지켜줄 영웅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그리고 민국은 자신들과 함께 인도로 떠날 영웅들에게 주는 대가로 어떤 것을 제시할 지도 이미 생각을 마친 상황이었다.

“함께 【A】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야.”

“…마력의 결정 때문인가요?”

“그래. 그리고 기어 스코어 높은 아이템들까지 전부 줄 생각이야. 다시 말해 무료 봉사를 하는 거지. 그 정도라면 다들 솔깃하지 않겠어?”

“확실히…….”

“일단 제가 그런 상황이라면 인도까지도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민국의 이야기를 들은 영웅들은 다들 고개를 주억였다. 그만큼 민국의 제안은 단순히 솔깃한 것만이 아니다.

현재 민국의 공격대 지휘 능력은 세계 최고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S】 난이도의 던전도 몇 번이나 성공적으로 공략을 마쳤는데 고작 【A】 난이도 던전이 문제될 게 아니었다. 【A – 1】던전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튼 민국이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임식으로 표현을 하자면 자신들을 돕는 영웅들에게 버스를 태워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우리 1군을 끌고 가야 되는 거 아니야? 괜히 다른 클랜 애들을 버스 태워줄 필요는 없잖아?”

“숫자 생각하면 후보 애들과 2군도 데리고 가야 할 걸요?”

“그러면 리바이벌 팀은? 버스로 성장하는 거면 걔들이 더 간절할 텐데?”

너무나도 솔깃한 제안에 자리에 있는 이들이 저마다 말을 꺼냈다. 그만큼 민국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네? 그래서 인도 원정을 떠나시겠다고요? 그것도 클랜 1군들도 모조리 데리고?”

그리고 클랜장 실을 찾은 민국과 현아를 보며 현정은 자신의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서 원망스러운 눈길로 민국을 바라봤다. 며칠 전, 민국이 새의 탑을 방문했을 때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던 까닭이었다.

국가의 보배를 홀로 타국으로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욕을 먹었던가?

그런데 현재 아프리카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장소인 인도로 원정을 가겠다니?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현정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그 원망을 민국에게 풀 수는 없는 노릇. 날카로운 언니의 시선이 동생에게 향했다.

“아니, 현아 너는 이런 일이 있으면…….”

“언니,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이거 분명히 통한다니까?”

그리고 십여 분가량 설명을 들은 현정은 한숨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

“으음…….”

민국의 제안은 확실히 나쁘지 않아 보이기는 했다.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영웅의 존재의의를 생각하면 영웅이 위험하지 않은 전장을 찾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더욱이 GGW 공격대는 본인들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S】등급조차 없는 국내의 상황을 생각하면….’

9등급 영웅인 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은 코빼기도 찾아볼 수도 없었다. 결국 해외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었다.

‘몇몇 이들은 한국의 어둠 괴물 방어 전력이 아주 탄탄하다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현정이 보기에 그건 말이 되지 않는 멍청한 소리나 다름없었다.

인류 최후의 보루라는 쉴더급 공격대만 하더라도 【S - 9】난이도의 던전을 가까스로 클리어 해내는 수준일 뿐.

십이 재앙 본체는커녕 그들의 수족을 상대하는 것도 헉헉대는 상황이었다. 어둠 괴물과의 전선이 현재까지 팽팽하게 유지가 되고 있는 건 십이 재앙의 활동이 뜸하기 때문이었다.

지금만 봐도 그랬다.

인류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 아니라 서로의 세력 다툼에 인도가 끼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막상 전장의 무대가 된 인도는 난리가 났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민국이 그리고 GGW 공격대가 인도 원정을 떠나려는 것이 이해가 되기는 했다.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하면 영웅들은 더욱 강해져야 했다.

“그래도 당장 떠날 수 없는 건 알죠?”

생각을 마친 현정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힐끗 민국의 눈치를 봤다.

“인도의 정확한 상황 파악, 모 그룹의 지원 및 구단주의 허락. 그리고 1군 영웅들의 의향도 물어봐야 해요. 매력적인 제안이라 해도 그들이 거부하는 끝이잖아요? 또한 인도로 떠날 직원들도 알아봐야 하고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현정의 말을 들으며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지면 그것도 곤란했다. 언제 인도의 상황이 달라질 지 그리고 숨을 죽이고 있는 바이콘이 움직일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게 현정의 말이 끝나자 민국이 물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아무리 빨라도 사흘은 걸릴 것 같아요. 일단 비행기부터 알아보도록 하죠.”

“1군 영웅둘의 의향은 저희들이 맡을게요!”

동생의 말에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현정의 눈이 현아에게 향했다.

“혹시라도 인도 원정을 가겠다는 이들이 있다면 이름들 적어서 나에게 알려줘. 한 명도 빠짐없이. 우리 담당 구역도 있으니까 1군이 빠지게 되면 다른 클랜의 협조를 받아야 하거든. 그리고 인도 원정을 떠나는 건 2군 리바이벌 팀 까지야. 3군은 너무 위험해서 안 돼. ”

“넵,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현아가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클랜장 실에 혼자 남게 된 민국을 향해 현정이 입술을 비죽였다.

“당신, 진짜 너무한 거 알죠?”

“그렇기는 한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도와줄 거죠?”

“…물론이죠. 다른 일도 아니고 영웅이 어둠 괴물을 상대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인도의 상황을 보고 판단을 내릴 거예요.”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단순히 어둠 괴물들의 충돌을 이용할 뿐이니까요.”

“그렇기는 해도 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예요. 일단 부활석은 최대한 많이 챙겨가는 거 잊지 마요.”

“……네.”

진심이 담긴 현정의 걱정에 알겠다는 듯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 인도?!”

쉴더급 공격대인 GGW의 인도 원정에 클랜 구단주인 조수영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민국의 카르텔이자 여자이기도 한 그녀는 민국이 강하게 인도 원정을 밀어붙이자 어쩔 수 없이 허락을 내리는 모습이었다.

“어…. 그러니까 한민국 영웅님과 GGW 공격대와 함께 【A】난이도 상급의 던전을 처리한다는 거죠? 인도에서? 그 외는 주둔지를 지키는 임무고요?”

“상급이면 나쁘지 않은데? 우리야 기껏해야 【A – 4】정도가 한계잖아?”

“【A – 3】도 클리어 할 수 있잖아?”

“…반년에 한 번? 아무튼 GGW 공격대 멤버들과 함께라면 8 등급 특수 개체를 잡는 것도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네.”

“어렵기는 무슨…. 9 등급 특수 개체도 때려잡는 이들인데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어도 별 문제 없을 걸? 아, 물론 아이템 얻으려면 일정 기여도 이상의 데미지는 넣어야 하겠지만.”

이어서 인도 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R’s 클랜의 1군 멤버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모두가 찬성인 것은 아니었다. 원정이 껄끄러운 이들은 주로 가족이 있다거나 새로 생긴 남자친구와 돈독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자신들이 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민국과 현아의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저희들이 빠지면…. 클랜의 던전 관리는요?”

R’s 클랜의 1군 공대장인 조선아가 물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해결이 되었다. R’s 클랜이 인도 원정을 떠나는 동안 메모리아 클랜이 대신 R’s 클랜의 구역을 땜빵해주기로 한 것이다.

뭐, 메모리아 이름에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민국의 와이프인 김태연이 힘을 쓴 까닭이었다. 그렇게 인도 원정에 대한 일들이 진행이 되면서 클랜의 움직임이 분주해지자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미 방패단, GGW 공격대를 앞세워 인도 원정을 떠나기로!]

GGW 공격대의 인도 원정에 대한 기사가 속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거 세계 영웅 협회의 요청이 있었던 거임?

〇ㄴㄴ. 그 쪽도 모른다는 것 같음.

〇그런데 우리 오빠가 왜 인도로 가는 거예요? 거기 엄청나게 위험하다면서요?ㅠㅠ

●짧은 생각이지만 영웅의 본분을 다하러 가는 것 같아요. 한민국 영웅이 원래부터 책임감이 굉장히 강했잖아요? 게다가 어둠 괴물에 대한 적대심도 엄청나시고….

〇아, 그래도 우리 오빠는 안 되는데 ㅠㅠㅠㅠㅠ

기사를 접한 국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나 어린 여성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인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인터넷 및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인도에는 인류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었던 괴물들인 십이 재앙이 무려 두 개체나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리 GGW 공격대와 한민국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그 둘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리한 원정? GGW 공격대의 인도 원정은 과연 영웅들의 뜻이 반영된 원정인가?]

[장미 방패단의 욕심, 대한민국의 안보에 구멍을 내다.]

그리고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을 틈 타 한민국과 소속 클랜을 이간질 하려는 기사들도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GGW 공격대의 인도 원정을 막겠다고 떠들어댔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국민들에게 본인들의 인지도를 높일 생각인 멍청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여론은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인도의 상황이 좋지 않았고, 만인의 사랑을 받는 GGW 공격대에 대한 걱정과 관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 쯤 되니 민국 역시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벽에 또 한 편!

연참 성공! 그러면 즐감하세요!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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