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14화 (314/486)

EP.314 인도산 꿀

“하! 나사 빠진 애들은 예전에 다 뒈진 거 아니었어?”

기사들을 보던 민국이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한민국의 안보, 장미 방패단의 욕심, 무리한 원정 등 부정적인 뉘앙스가 기사들의 제목을 점령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냥 봐도 신기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민국은 지금과 비슷한 언론 플레이와 비슷한 행태를 겪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베트남으로 원정을 떠나 가라이를 쓰러뜨렸을 때도,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기 위해 난징 던전을 공략할 때도, 이와 비슷한 일들을 경험해야 했다.

언론과 권력자들이 본인들의 정치에 자신을 이용하려는 행위 말이다.

“후우….”

물론 게임 속 여성 캐릭터를 가지고 성 상품화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게임을 다룬 방송조차 법으로 규제했던 예전 세계의 정부 기관을 생각하면 그래도 이 세계의 정부기관은 양반이기는 했다.

뭐, 규제를 한다 하더라도 초인적인 힘을 지닌 영웅들이 따를 지는 의문부호가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러한 것 때문에 주위에서 자신을 어느 정도 귀찮게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며 있었더니만. 그 쪽 세계나 이 세계나 정치인들의 습성은 똑같은 걸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런지 슬슬 선을 넘으려고 하네?’

당연히 민국은 이러한 행위들을 조금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자기네들이 직접 전장으로 싸우러 나간다면 모를까, 어둠 괴물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의 행보를 직접적으로 간섭을 하려 든다?

‘아무리 여론이 그렇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호구가 아니라 등신이지.’

더군다나 이번 원정은 GGW 공격대의 성장을 위한 원정이었다.

그렇게 심각해진 민국의 얼굴에 다들 조용히 눈치를 보던 도중 현아가 큼 하는 기침 소리와 함께 모두 들으라는 듯 입을 열었다.

“얘들 진짜 왜 이러는 거야? 세계 영웅 협회가 무섭지도 않나?”

“맞아. 진짜 정신 줄을 놨네. 요즘 국내가 안전하다보니 전쟁이 끝난 줄 착각하는 건가?”

“지들이 영웅이라고 돼요? 어디 던전이라도 공략해 봤대? 왜 이렇게 간섭하려고 드는 거야?”

“아니, 원정을 도와주지는 못 할망정 왜 이렇게 나온대요? 영웅의 본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건가?”

그리고 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재잘거렸다.

그녀들도 원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보에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었다. 어둠 괴물과의 전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국내의 여론을 의식한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GGW 공격대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쉴더급 공격대인데…. 인도 원정을 떠나게 되면 그만큼 국가 방위에 구멍이 뚫리는 거잖아요.”

그리고 슬그머니 주변을 오가던 지젤이 힐끗 민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GGW 공격대의 인도 원정이 거의 확실해진 상황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인도로 가는 게 껄끄러웠다. 일단 누가 봐도 지금의 인도는 한국보다 훨씬 위험한 장소, 아니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였다.

타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국가 방위는 개뿔…. 한국에는 【A - 1】은커녕 【A - 2】 난이도의 던전도 없는데, 그로 인해 방어선이 뚫리는 거라면 그냥 나라가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 그것도 그렇겠죠? 아하하하!”

마더 러시아의 차가운 말에 지젤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얼굴 가득 불만이 담겨 있는 모습이었지만, 다들 지젤의 행동을 지적한다거나 타박하지는 않았다.

그 무엇보다도 본인과 쌍둥이 언니의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젤의 성격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보이는 지젤의 태도와 행동은 그녀의 성격상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말을 저렇게 해도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싸우는 영웅이 그녀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도 원정에 대한 국내 여론은 좋지 않다는 건 사실이에요. 신경 쓸 필요는 없다지만 마냥 무시하기도 조금 걸리고요.”

소정이 민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옆에 있던 현아가 말을 받았다.

“그거야 언론이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겨서 그렇죠, 뭐.”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아. 아무래도….”

“우리의 입장에 대해 공식적인 인터뷰가 필요하다는 거겠지?”

민국의 말에 소정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적어도 일반 국민들이 우리의 의도를 오해하는 걸 굳이 놔둘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면 오늘 바로 기자 회견을 해야겠네.”

당장 내일이 원정, 상황이 상황인 만큼 하루라도 지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민국의 말에 소정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R’s 클랜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으는 일은 간단한 통화 하나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 *

몇 시간 뒤, R’s 클랜의 회의실.

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진입할 수 있는 회의실은 클랜을 찾은 기자들로 인해 아우성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회의실이 떠나갈 정도로 소란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장미 방패단이라는 이름, GGW 공격대라는 무게감 때문에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회의실의 분위기는 도리어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 상황 속에서 몇몇 기자들이 소곤거렸다.

“왠지 느낌이 심상치 않지?”

“심상찮을 게 뭐가 있어? GGW 공격대와 한민국 공대장이 인도 원정을 떠나는 건 기정 사실 아니야?”

“원정을 떠난다고요? 지금 여론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흘러가는데?”

안경을 쓴 후배 기자의 반문에 조금 전 말을 꺼냈던 선배 기자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마에 대고 딱콩을 날렸다. 그리고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휴, 모질아. 생각을 좀 해라, 생각을. GGW 공격대가 어떤 영웅들이야? 9성 영웅으로 이루어진 쉴더급 공격대 아니야?”

“…그, 그런데요?”

“십여 년간 국민 영웅이라 불렸던 강채영만 하더라도 8성 영웅에 불과했어. 그런데 GGW 공격대는 멤버 전부가 9성 영웅이라고.”

간단히 말해 대한민국의 국민 영웅이었던 강채영보다도 상위 괴물과의 전투 경험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였다. 달리 표현하자면 강채영 이상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이들이 국민들이 떼를 쓴다고 해서 신경이나 쓰겠어? 게다가 명분은 GGW 공격대에게 있는데?”

“…….”

단호한 선배 기자의 말에 후배 기자는 자신의 입을 꾹 다물며 불만어린 표정을 지었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여론처럼 그녀 또한 GGW 공격대가 국내에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자생활을 오래했던 선배들은 대부분 인도 원정이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결국 참다 못 한 그녀가 자신의 안경을 고쳐 쓰며 목소리를 내었다.

“그래도 정치인들까지 국민 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여론을 무시하고 GGW 공격대가 홀로 원정을 떠날까요? 그러면 뒷감당은요?”

“어휴, 그냥 모질이가 아니었네, 얘는. 너 어떻게 기자 타이틀 달았냐?”

“아니, 그게 아니라…….”

“괜한 헛소리 하지 말고. 영웅 우습게보지 마. 그네들은 뒷감당을 할 이유도 그리고 뒷감당이 필요도 없는 이들이야.”

“막말로 한국 정부 좆같다고 딴 나라에 클랜 하우스 차리면 어떻게 하려고? 무려 9성 영웅으로 이루어진 쉴더급 공격대야. 모든 나라가 두 손을 들며 환영할걸?”

“어…?”

선배의 이야기에 안경을 쓴 여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겠냐만은….

“우리는 노리치…, 아니 인도의 뭄바이로 갑니다. 현재 서울 공항으로 오고 있는 에어인디아의 A380 노선을 이용할 예정이며, 출발 시각은 내일 오전 10시 20분입니다.”

국내의 여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민국은 회견장에 나타나자마자 바로 폭탄선언을 날렸다.

“최근 이상한 여론과 함께 우리 공격대의 행보를 좌지우지 하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 합니다. 신경 끄세요. 영웅의 본분은 어둠 괴물을 물리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아, GGW 공격대가 맡은 국내 던전 관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랭커 클랜인 메모리아가 잠시 맡아주기로 했으니까요.”

그리고는 몇 마디 더 한 후, 바로 몸을 돌렸다.

“하, 한민국 영웅님!”

“질문 하나만 받아주세요, 영웅님!”

회의실을 찾은 기자들이 소리를 높였지만, 기자회견은 그대로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민국의 폭탄선언은 실시간으로 중계를 하고 있던 이들을 통해 바로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거 봐,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한민국이 지금까지 보였던 행동들을 생각해야지.”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회견장에서 느낌이 심상치 않다고 소곤거렸던 기자가 자신의 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 * *

GGW 공격대의 인도 원정 선언.

1 분이 채 되지 않는 짤막한 회견에 국내의 SNS은 난리가 났다. 한민국이 정말로 위험을 무릅쓰고 인도로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었잖아? 한민국 영웅님의 책임감이 얼마나 강한데?

〇덤으로 홀로 새의 탑을 오를 정도로 어둠 괴물과는 한 하늘 두고 살 수 없으신 분이기도 하고….

●아니, 이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국가적인 손해 아닌가요? 법을 제정해서라도 막아야 할 것 같은데요?

〇???그래서 뭐 어쩌라고? 영웅 활동을 막으라고? 그게 뭔 개소리야?

〇괜히 한민국 영웅 발목잡지 마라.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우리가 왈가왈부 해봤자 무슨 소용임? GGW 는 쉴더급 공격대임. 한민국 영웅님의 말대로 본분을 생각하면 인도로 가는 게 맞음.

〇ㄹㅇㅋㅋ 영웅은 훌륭한데 국가랑 국민이 병신이네.

GGW 공격대의 인도 원정과 관련해서 SNS 에서는 찬성과 반대파로 나뉘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GGW 공격대의 팬페이지이자 메인 탱커인 오현아가 관리하고 있는 ‘GGW의 일기장’에 몇 마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우리는 영웅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인도로 갈 것이며, 계속해서 귀찮게 굴 경우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영웅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일기장의 내용에 기겁을 한 반대파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만약 한민국이 그리고 GGW 공격대가 한국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해외로 나간다면 어둠 괴물에 대한 안전은 물론이고, 국가적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

인도 원정을 계획하는 GGW 공격대의 행보에 불과 어제만 하더라도 인도 원정을 막겠다고 떠들어대던 이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야 조용해졌네.”

기자 회견을 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색어 및 연달아 올라오는 기사 제목에서도 인도 원정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을 싹 사라지자 민국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시선이 마주친 현아에게 물었다.

“원정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지?”

“응, 인도 쪽에서 31 기갑사단과 55 보병사단을 지원해주기로 했어. 그리고 시바 공격대가 우리의 호위 역할을 맡은 예정인가봐.”

“호위 병력으로 2개 사단이 붙는다고?”

“그만큼 우리가 중요하다는 거겠지?”

“확실히….”

인도 입장에서는 유일한 구원자가 자신들일 터였다.

국제 사회에 대고 총리가 얼마나 많은 지원을 요청했건만….

지금까지도 쉴더급 공격대는 그 어느 곳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다른 나라의 지원이라고 해봤자 전쟁 물자 및 비행 지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인도와 사이가 좋은 태국이 여단급 규모로 전투 병력을 지원하기는 했지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 쉴더급 공격대이자 몇 번이나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냈던 GGW 공격대가 지원을 온다고 하니 인도가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우리들을 가리켜서 마하칼리라고 불렀던가?’

파괴, 죽음, 시간의 신이기도 하면서 생명의 여신인 마하칼리. 인도인들이 믿는 힌두교에 있어 가장 무서운 신이면서도 구세주라 불리는 신이었다.

그와 더불어 GGW 공격대를 이끄는 자신을 시바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공격대의 인도 원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함께 떠날 클랜 멤버들은?”

“1,2 군을 합해서 12 명이 참가하기로 했어. 탱커 둘, 딜러 여섯, 힐러 넷.”

“구성은 나쁘지 않네.”

게다가 다들 전투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었다. 레이드 지원팀을 비롯해 함께 인도로 건너가야 할 일반인들도 빠르게 정해지는 모습이었다.

현재 인도의 상황이 굉장히 위험하기는 하지만 수당이 워낙 높아서인지 의외로 인도로 가겠다는 인원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인도에서 사단급 규모의 군대와 몇 개의 공격대가 주둔지를 지킨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이 인도 원정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민국은 인도 원정과 관련해 몇 가지 사항은 좀 더 확인하고는 클랜 하우스를 나섰다.

“하, 한민국 공대장님!”

“공대장…, 흡!”

클랜 하우스를 떠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민국을 발견하고는 따라 붙었지만, 민국은 가볍게 자신의 마력을 이용해 기자들을 떨쳐냈다.

딱히 그들과 대화를 나눌 기분도 아니었으며, 최근의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액션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음 날.

민국이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대로 GGW 공격대를 포함한 장미 방패단의 영웅 및 지원팀이 에어인디아의 A380 비행기에 탑승, 서울 공항을 떠나 인도의 뭄바이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즐감하세요!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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