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7 인도산 꿀
[쿠워어어억…!]
아파트 3층 크기의 거대한 두 발 거인이 양 손에 몽둥이를 들고 GGW 공격대의 앞을 가로막았다.
【S】난이도 던전의 네임드라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녀석으로 초보 영웅들은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 것 같은 강대한 마력이 느껴지는 위압적인 괴물이었다.
하지만 민국을 포함한 팀원들은 다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아니, 오히려 괴물의 등장을 반기고 있었다.
“일반 개체는 아닌 것 같죠?”
“느낌은 특수 개체인데…. 일단 처음 보는 녀석이지? 영웅 패드에 정보부터 등록을 해 놓자.”
“마력 결정! 마력 결정!”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을 수 있는 9 등급 특수 개체.
만약 놈이 특수 개체가 맞기라도 한다면 인류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쉴더급 공격대조차도 전투를 포기하거나 부활석을 다수 깨뜨리고 나서야 잡을 수 있는 놈이었다.
하지만 두 발 거인과 대하는 민국과 영웅들은 조금도 물러난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빠른 이동으로 차올랐던 숨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슬슬 전투를 준비하려는 모습이었다.
“빨리 잡고 쉬자!”
“원 트 클리어 가요, 언니들!”
GGW 공격대의 이러한 행동에는 다들 근거가 있었다.
그도 그럴게 원래라면 한참동안 고생을 해야 가까스로 잡을 수 있는 놈이 어디서 두들겨 맞고 온 것 마냥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민국과 팀원들은 놈이 다친 이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 친구들이 어느 세력이지?”
“앞의 네임드들이 했던 말로 추정하자면 무플런 세력이었을 거야.”
“그렇다면 이 쪽 지방은 무플런 세력이 카우킹을 누르고 있던 건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혹은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거나?”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영웅들은 몽둥이를 땅에 대고 쾅쾅 내리치고 있는 눈앞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이 9등급 괴물의 상처는 보나마나 또다른 세력의 어둠 괴물이 만든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놈과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괴물이 말이다. 아무튼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셈이었다. 적들이 알아서 본인들의 세력을 깎아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로 트라이 진행할게, 다들 전투 준비.”
민국의 신호와 함께 영웅들이 대기하기 시작했고, 먼저 메인 탱커인 오현아가 홀로 괴물의 공격을 막아내며 어그로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일단은 놈의 패턴부터 체크할 거야! 처음에는 조금 살살 움직여!”
이어서 민국이 뒤에 대기하고 있는 딜러들에게 외쳤다.
아무리 약해진 놈이라 하더라도 처음 상대하는 녀석,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을 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괜히 넋 놓고 있다가는 괴물의 전멸기에 공격대가 휩쓸릴 수 있었다.
‘부활석이 있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GGW공격대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없이 던전을 돌파해 나가고 있었다.
던전 공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소리를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하지만 GGW 공격대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던전 속에서 등장하는 괴물들이 하나같이 부상을 입거나 약해져 있다는 것. 【S】난이도의 임시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GGW 공격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민국은 이번 공략도 사망자 없이 네임드를 쓰러뜨리고 싶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큰 부상을 입고 있는 놈의 위력은 지금까지의 경험상 7.5에서 8등급 수준일 터. 자신들의 장비 수준이라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정신을 놓고 상대를 해도 될 정도로 놈이 약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명도 죽지 않고 네임드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다면 뿌우와 관련된 퀘스트의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음뭐어어어!!!]
“힐 업!!!”
[크롸라라라락!!!]
“어? 메인 탱커 집중 힐! 디버프 걸렸어!”
그렇게 몇 분간의 전투로 놈의 패턴을 파악한 민국은 슬슬 적극적으로 공격하라는 신호를 내렸다. 다행히 놈의 공격 패턴은 특수 개체치고는 그리 까다로운 편이 아니었다.
‘만약 부상을 입지 않았더라면…. 방어 궁극기를 잘 사용해야 공격 패턴을 넘겼을 수 있겠지만…….’
부상을 입고 약해진 놈의 특수한 기술이나 광역기는 지젤의 보호막과 힐러진의 힐 업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막말로 탱커에게 10초 이상 힐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현아나 타냐 둘 다 몬스터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정도였다. 딜러들 역시 동급의 괴물의 상대할 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격적인 포지션을 잡을 수 있었다.
“빈틈을 만들어 줄 테니까, 어디 힘 좀 써보라고…!”
공격대의 메인 근접 딜러이자 맏언니인 김소정이 원거리 딜러들을 향해 외쳤다.
잠시 후, 타이밍을 잡던 그녀의 대검이 괴물의 종아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그녀의 마력으로 인해 핏빛처럼 붉게 물들고 있던 대검이었다.
[크루룩?!]
엄청난 충격과 함께 자신의 몸이 기우뚱하는 느낌에 두 발 거인의 시선이 김소정에게 향했다.
“엇?! 어그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현아와 타냐가 본인들의 마력을 사용하자 괴물의 몽둥이가 다시 방패든 그녀들에게 날아들었다.
“딜딜딜!”
“이거나 먹어라…!”
“조준 완료, 그대로 관통시키겠음.”
그렇게 김소정이 만들어내 빈틈으로 원거리 딜러들의 강력한 공격들이 내리 꽂혔다.
또 다른 근접 딜러인 시라누이 마이는 딴 세상에 있는 것 마냥 홀로 괴물의 왼쪽 허벅지만을 노리고 공격하고 있었다. 공격이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혼자만의 리듬을 이용해 딜량을 높이는 모습이었다.
[크롸락! 크롹! 크롹!!!]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영웅들의 공격에 위기를 느낀 것일까? 괴물이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페이즈 준비…!”
바로 민국이 팀원들의 경계심을 높였다.
네임드의 새로운 패턴은 부하 소환. 다행히 어둠 괴물들을 상대하면서 셀 수도 없이 많이 본 패턴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괴물의 무리를 보며 지젤이 허탈한 목소리를 내었다.
“뭐, 뭐야? 다 죽어가는 애들이잖아?”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민국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패잔병이야? 어디 부상병동에서 끌려온 건가?”
괴물들의 눈동자는 흉흉했다.
하지만 팔 하나는 기본으로 없는 놈들이 대부분인데다가, 무기조차도 멀쩡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러진 무기를 든 놈들도 있었다.
그 뿐인가?
반신에 칭칭 붕대를 감으며 절뚝절뚝 걸어오는 괴물도 있었다. 황당함에 웃음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기세를 보아하면 만만치 않았을 놈들. 아무튼 개꿀이었다.
“김소정, 최유나!”
“네?!”
“넵!”
“궁극기 사용! 싹 쓸어버려!!!”
부하들의 등장과 함께 바로 나오는 민국의 궁극기 콜에 몇몇 영웅들이 장난삼아 심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만큼 9등급 특수 개체를 상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차고 넘쳤다.
이어서 붉은 마력의 날개가 전장을 휩쓸었고, 썬더 애로우의 표식이 네임드에게 찍혔다. 그리고 십여 분 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GGW 공격대는 어렵지 않게 놈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어휴, 그래도 9 등급은 9등급이다. 특수 개체라 그런지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궁극기 없이 버티려니 쉽지 않네.”
쓰러진 괴물의 시체를 보며 정예린이 말했다.
“그래도 원 트에 잡았잖아요?”
그녀의 뒤에 서있던 유나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번에는 공대장의 콜에 정확하게 썬더 애로우의 궁극기를 사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화살의 명중률과 위력도 제법 높아져서 딜량도 많이 나왔다.
아무튼 【S - 8】 난이도의 임시 던전, 그것도 첫 공략인 네임드가 여럿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던전에서 쓰러뜨린 네임드의 숫자만 벌써 여섯 마리째였다.
평소였다면 한 마리를 상대로 쉴 새 없이 부활석을 깨뜨려가며 트라이를 했었을 테지만, 놈들이 약해진 까닭에 공략이 너무나도 쉬웠다.
던전 내에 존재하는 네임드가 몇 마리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못해도 내일 쯤 임시 던전의 처리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서 유나가 다시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우와아아악!!!”
“럭키!”
멀리서 보상 상자를 확인하던 현아가 옆에 있는 타냐를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유나 역시 하려던 말을 꿀꺽 삼키고는 탄성을 터뜨렸다.
“와…! 언니! 실버급 마력의 결정이 또 나왔나 봐요.”
“오늘 운 좋네?”
던전 공략하면서 마주했던 여섯 마리의 네임드 중 특수 개체는 두 마리.
그리고 GGW 공격대는 두 마리 특수 녀석 전부에게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재빠르게 보상 상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 유나의 눈에 시라누이 마이가 현아에게 다급히 묻는 모습에 보였다.
“이번에는 어떤 종류예요? 힘? 체력?”
힘과 체력. 둘 다 근접 딜러에게 필요한 능력이었다.
“제 생각으로는 이제는 민첩도 나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유나도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궁수에게 대체 민첩의 결정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 사실은 궁수도 힘 결정이 필요한 것 아니야? 활시위 당기는 데 힘이 필요하잖아?”
“그, 글쎄요? 저까지 힘 결정을 흡수하게 되면 힘 결정 라이벌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아무튼 저는 민첩의 결정만 먹고 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오…….”
뭔가 일리가 있는 유나의 말에 시라누이가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지는 현아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땡! 이번 결정은 정신의 결정입니다.”
“어우…. 4 네임드 잡았을 때도 정신 결정 아니었어요?”
실버급 마력의 결정이 나왔다는 사실에 한 데 모였던 여성들이 현아의 말을 듣고는 다들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실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 무난하게 괴물들을 쓰러뜨리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흡수할 수 있는 마력의 결정을 얻을 수 있을 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지금처럼 무난하게 얻을 수 있는 공격대는 전 세계에서 GGW 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건….”
“공대장님이 흡수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물끄러미 정신의 결정을 바라보던 타냐가 말했다.
정신 능력은 지력과 함께 힐러 클래스를 보유한 영웅들에게는 1티어로 꼽히는 능력.
그리고 GGW 공격대 멤버들은 하루라도 빨리 10성 영웅을 만들기 위해 멤버들끼리 획득한 마력의 결정을 종류에 따라 한 명에게 밀어주기로 일찌감치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결정에는 GGW 공격대 멤버들 모두가 민국의 카르텔이라는 사실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실버급 마력의 결정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결정.
그러나 GGW 영웅들에게는 돈 이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이 본인들의 성장이었다. 민국과 함께라면 정말로 십이 재앙을 쓰러뜨리고 어둠 괴물과의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돈을 아예 벌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큼큼.”
민국이 마력의 결정을 흡수하는 것을 보던 누군가가 힐끗 민국을 훔쳐보더니 티가 나게 헛기침을 했다. 지젤이었다.
그녀 뿐 아니라 정예린도 슬쩍 민국의 근처에 달라붙는 것 같더니 은근히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갑작스럽게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게 될 때 마다 한 명씩 밤에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두개 얻으면? 두 명이 되겠죠?”
민국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인도 원정. 그런 원정 중 낙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남자와의 뜨거운 밤이라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 * *
콰아아앙!!!
공략을 마치고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커다란 폭격 소리가 민국의 귀를 때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멀리서 마력의 기운들이 번쩍이는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다.
‘전투 중? 몬스터들이 쳐들어왔나?’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임시 던전 주위로 배치된 군인들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몬스터를 향해 열심히 총을 쏘고 있었다.
강한 펀치력으로 기관총에서도 사용되는 7.62mm 탄이 쉴 새 없이 쏘아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비행 괴물들의 피부를 뚫기란 힘들어 보였다.
못해도 【B】 난이도 상급에서나 등장할 법한 놈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말이 제일 바쁘네요 ㅠㅠㅠㅠㅠ
즐감하세여...전 못한 연참을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