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21화 (321/486)

EP.321 인도산 꿀

“물론이지, 이 정도로는 끄떡없어.”

현아를 향해 민국은 걱정하지 말라는 의도로 팔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사실 힘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한국과는 다른 날씨와 음식도 컨디션을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숙제처럼 레이드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둠 괴물과의 전투와 레이드는 민국에게는 게임이나 다름없는 행위.

육체적으로는 피로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육체적인 피곤은 영웅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오히려 레이드를 함께하는 여성 영웅들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나 자신을 쳐다보는 인도 미녀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런 이들이 꼴 보기 싫은 사람들도 아니고, 영웅인 자신을 구원자라 부르며 놓고 호감을 보이는 이들이었다. 하물며 다들 엄청난 미녀들이었다.

‘그나저나 슬슬 작업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민국은 주둔지에서 일주일가량 함께 지내면서 빠른 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클랜의 1군 영웅들을 떠올렸다.

그 중에는 클랜 하우스에서 진도를 뺀 여성도 둘 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단단히 비밀로 한 모양인지 같은 팀원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아무튼 여기서는 지금까지 손을 댄 1군 영웅이 없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당장 작업에 들어갈 건 아니었다. 일단 큐우♡가 곧 퀘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왔으니 그 때까지는 기다릴 셈이었다.

그리고 다가온 주말.

“예정대로 오늘은 【A】 난이도 던전 공략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GGW 공격대가 휴식 겸 주둔지 방어 임무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민국은 R’s 클랜의 1군과 함께 근처의 던전으로 향했다.

어차피 【A】 난이도의 임시 던전은 근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에 멀리 나갈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괴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대대 병력이 민국과 1군 영웅들을 호위하며 나섰다.

민국이 공략하기로 마음먹은 던전의 난이도는 【A - 1】.

클랜 1군 멤버들의 전투 경험과 스펙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난이도라 할 수 있는 던전이었다.

‘그래도 얻는 게 있어야지.’

민국이 【A – 1】난이도을 공략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A – 1】난이도에서 등장하는 8 등급 특수 개체, 그 놈을 잡고 퍼플급 마력의 결정을 얻기 위해서였다. 클랜의 1군에는 오랜 영웅 활동으로 신체가 품을 수 있는 최대한의 마력을 흡수한 영웅들이 몇 있었다. 그러나 퍼플급 마력의 결정을 얻지 못해 7등급에서 머무르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퍼플급 결정을 획득할 수 있는 던전이 없었다. 해외로 나간다 하더라도 마찬가지. R’s 클랜의 인지도는 해외의 클랜과의 연계가 가능할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GGW 공격대가 쉴더급으로 격상하기 전까지 말이다.

아무튼 민국의 이러한 결정에 1 군 영웅들이 보인 반응은 너무나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조, 조금 어렵지 않을까?”

“【A - 1】이면…. 첫 도전 아니야? 우리 【A - 3】 난이도 공략 성공률이 얼마나 되지? 그것도 40% 아래 아니야?”

“심지어 【A - 2】난이도 공략 성공률은 완전 바닥이에요. 10%도 못 찍었을 걸요?”

“에이, 인도의 임시 던전은 일반적인 던전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잖아요.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거예요. 자신감을 가져요, 자신감을. 남자 영웅 앞에서 쪽팔리지도 않아요?”

“개망신을 당하는 것보다는 쪽을 파는 게 낫지. 이건 현실을 직시하는 거라고, 현실을.”

자신이 고른 던전을 두고 1군 소속 영웅들이 심각한 얼굴로 나누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하기야 국내에 있었을 때는 주로 【A - 4】 난이도나 【A – 5】난이도의 던전을 주로 공략했던 이들이었다. 그것도 며칠의 시간과 많은 부활석을 투자하면서 말이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주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서일까?

“저, 고, 공대장님. 갑작스럽게 【A - 1】 난이도의 공략은 어렵지 않을까요?”

1군 공대장 조선아가 조심스럽게 민국에게 말했다.

함께 다가온 딜러장 유다희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민국은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일반 던전과는 달리 인도의 임시 던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어둠 괴물들은 그 상태도 딱히 좋지 않았다.

“아,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겁니다.”

민국이 조선아와 유다희와 눈동자를 한 번씩 길게 마주치며 말했다.

“그리고 저는 우리 1군 팀원들의 실력을 믿고 있습니다. 제가 최대한 서포트 할 테니 우리 힘내서 클리어하고 가도록 하죠.”

이어서 살짝 지어주는 미소.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두 여성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덤.

그리고 민국은 R’s 클랜의 1군 멤버들과 함께 열 시간의 정도의 공략 끝에 【A - 1】난이도의 던전을 올 클리어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깨진 부활석도 고작해야 열 개가 넘지 않는 완벽한 성공이었다.

“와! 저, 정말 최고였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공대장님!!!”

게이트 밖으로 나온 영웅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다가 민국을 향해 힘차게 외쳤다.

미리 알고 있던 정보대로 던전 내에서 등장했던 괴물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이렇게나 쉽고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민국의 정확한 리딩 때문이었다.

괜히 세계 최고라 불리는 게 아닌 수준으로 같은 공대장인 조선아는 민국의 리딩에 푹 빠졌는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던전을 공략하던 도중 8성 영웅으로 등급을 올리는 데 필요한 퍼플급 결정도 하나 얻었던 터라 공격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꺄아…! 이게 바로 레이드고 섹스지!!!”

평소 팀원들하고 하던 행동처럼 시원한 물을 머리에 뿌리고 털던 유다희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며 자신을 바라보는 팀원들의 시선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엿 됐다…. 다른 남자도 아니고 하필이면…!’

공대원 그것도 딜러장의 성희롱적인 발언에 민국의 옆에 있던 공대장 조선아 또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힐끗 민국의 눈치를 보다가 눈이 마주친 유다희를 향해 콱 인상을 썼다.

“어, 어으…….”

북풍이라도 몰아친 것 마냥 서늘해지는 분위기에 얼굴에 새하얗게 질린 유다희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가 민국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여러 가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고….

“죄, 죄송합니다!”

민국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허리를 푹 꺾었다. 그런 유다희를 보는 민국의 눈이 씨익 웃었다.

마침 서로의 사이를 슬슬 좁힐 생각이었는데, 영웅들이 워낙 눈치를 보는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이어서 민국의 시선이 유다희의 몸을 훑었다.

“괜찮아요, 제가 아무것도 애도 아니고. 그리고 저도 섹스 좋아해요.”

“…예?”

“네?”

민국의 말에 여자들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렸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들은 것을 이해하지 못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민국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아, 저도 섹스 좋아한다고요.”

갑자기 음소거라도 된 것 사방이 조용해 졌다. 이어서 누군가가 침을 꿀떡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이 착각으로 들은 건 절대로 아니었다.

“에, 에에?”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미남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저급한 표현에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던 유다희가 멍한 얼굴로 민국을 바라봤다.

‘나, 남자가 섹스를 좋아한다고?’

GGW의 공대장인 한민국의 잘생김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외모였다. 실수로 손이 닿는 것조차도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

게다가 잘생긴 남자들은 보통 얼굴값을 하는 만큼 상대를 하는 게 까다로웠다. 섹스는커녕 손을 잡자라는 말만 꺼내도 그들은 얼굴을 찌푸리기 마련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남자의 투정을 전부 감당하면서까지 남자를 만나고 싶더라도 가슴이 떨릴 정도의 잘생긴 미남은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

착각일까?

유다희는 민국의 눈동자가 자신의 훑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민국이 다시 말했다.

“아, 그리고 저 섹스 굉장히 잘합니다. 궁금하시면…. 김소정 영웅에게 물어보세요, 하하.”

그렇게 민국과 클랜 1군과의 첫 번째 원정은 뭔가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

* * *

“…….”

주둔지로 돌아온 유다희는 뭔가 정신이 멍한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A - 1】 난이도 공략에 성공한 것도 신기했고, 사진으로만 보던 퍼플급 마력의 결정을 얻은 것도 신기했다.

심지어 그 결정을 흡수해 영웅으로 각성한 지 12년 만에 공대장 조선아가 7성을 넘어 8성 영웅이 된 것도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유다희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 그리고 저 섹스 굉장히 잘합니다. 궁금하시면…. 김소정 영웅에게 물어보세요.]

레이드를 마치고 나서 한민국 영웅이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한민국 영웅의 말인 지금까지 계속해서 유다희의 머리를 괴롭혔다.

‘아, 그냥 분위기를 띄워줄 겸 한 말이겠지?’

유다희는 자신의 성급한 생각을 타박했다.

참된 남자. 그러니까 성격이 바다처럼 넓은 남자들 중에는 본인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여자들과 어울려주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그런 남자들을 상대로 여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남자의 말에 진심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남자들을 많이 만났던 여자들이 주로 하는 말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기도 했다.

〇괜히 남자에게서 먼저 메시지가 왔다고 설레지 말고.

〇함께 밥 먹는데 남자 파트너가 리액션을 잘 해준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착각하지 말고.

〇집에 갈 때 같이 가자고 하는 모습에 나를 좋아하나 생각하지 말고.

〇남자가 먼저 전화를 해준다고 해서 내 목소리가 듣고 싶은가? 고민하지 말고.

〇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을 가졌다가 고백하고 까이지 말라.

실제로도 그러한 남자들의 행동에 넘어가지 말라는 내용의 글들은 인터넷만 돌아다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다희 역시 영웅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남자들을 만나본 적이 있던 터라, 남자들의 행동 방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런데 진짜면? 정말로 한민국 영웅이 섹스를 좋아한다면…. 잘하면 한 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함정이라도 해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함정이었다. 하물며 상대가 무려 그 한민국이었다.

‘그래, 한민국 영웅이 애도 아니고. 게다가 결혼까지 한 분이시잖아? 남자라고 해도 결혼을 했으면 섹스를 좋아할 수도 있지!’

게다가 스치는 소문으로 한민국과 그렇고 그랬던 영웅들이 클랜에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 같기도 했다.

지금은 다른 클랜으로 이적하거나 은퇴를 한 이들이라 소문의 진위는 파악할 수 없지만….

“…….”

던전을 무너뜨리고 나온 이후, 자신의 몸을 훑던 한민국의 눈동자가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끙끙거리면서 머리를 긁적이던 유다희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김소정이라고 했지?’

민국이 말했던 이름.

은발의 단발 미녀인 김소정은 유다희도 잘 알고 있는 여성이었다.

실제로 소정은 클랜 내에서 굉장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기도 했다. GGW 공격대의 딜러장이자 공격대 소속으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클랜 숙소라 할 수 있는 클랜 하우스에 계속 머무르는데다가 귀여운 딸까지 있기 때문이었다.

유다희 역시 소현이와 클랜 하우스에서 몇 번 마주치며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쉽게도 김소정과는 말을 터 본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김소정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어디가세요, 언니?”

“그냥 바람 쐬러. 나 경계 근무 언제야?”

“언니가……. 세 시간 뒤요.”

“여유롭네. 그러면 이따가 올게.”

그렇게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던 팀원에게 손을 흔들고 나온 유다희는 바로 GGW 공격대가 머무르는 숙소로 향했다.

김소정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침 내일 있을 GGW 공격대의 원정을 준비하는 모양인지 공격대 숙소 근처에서 지원팀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후우…….”

그렇게 김소정을 찾는데 성공한 유다희는 한숨과 함께 자신의 머리를 긁었다.

당연히 아닌 건데 그것을 꼭 확인하려고 드는 자신의 행동이 뭔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하지만 만약 민국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민국 영웅과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될 수 있다면?’

그 미련이 유다희 발을 계속 붙들고 늘어지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희망사항.’

이왕 희망이 깨지는 것이면 확인까지 해보고 깨뜨리고 싶었다. 그렇게 지원팀과의 조율이 끝나고 홀로 남은 김소정을 향해 유다희가 천천히 다가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편은...반쯤 완성되어 있기는 한데 언제 완성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그러면 즐감하시고...

코로나가 미쳐 날뛰네여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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