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26화 (326/486)

EP.326 달콤한 유혹

55 보병 사단과 31 기갑사단의 연계된 전투.

아군의 포화에 죽은 어둠 괴물의 숫자가 무려 15만에 가까운 대승리였다. 그 전투의 승리로 인도군은 주변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GGW 공격대를 필두로 다른 공격대들이 빠른 속도로 오염된 대지를 걷어내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 어둠의 대지가 모두 걷혀질 것으로 예상하는 바요. 그러면 북부 인도와 데칸 고원을 구분하는 나르바다 강 하류 쪽은 괴물들의 위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겠지.”

“다행이군요.”

총리의 말에 샤르마 콜리는 진심으로 말했다.

바루치, 수라트, 바도다라와 같은 도시들의 제 기능을 찾으면 식량 문제에는 한시름을 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뉴델리의 상황이 호전되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리고 그 쪽의 안전이 회복되면 GGW 공격대에게 부탁해 이곳을 포위하고 있는 괴물들을 몰아내려고 합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뉴델리 방어선을 두드리고 있는 어둠 괴물들의 숫자는 못해도 수백만이다.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었다. 놈들의 주력은 아직 움직이고 않고 있었고, 서로 교전이 벌어지는 장소도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뉴델리는 그런 어둠 괴물 무리 양측에게 끼여버린 샌드위치 신세였고.

그런 어둠 괴물들을 뉴델리의 인도군은 부서진 건물 및 아군 시체를 엄폐물로 버텨내고 있었다. 여기에 10만도 되지 않는 병력과 영웅 몇 명이 합류한다고 해서 전황이 바뀔 리 없었다.

“GGW 공격대라 해도 말이요?”

“그렇습니다.”

“으음…. 어떻게 남부의 전력과 합류를 해야만 상황을 타개할 수 있지 않겠소?”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겁니다.”

계속된 총리의 채근에 샤르마 콜리는 답답함을 느꼈다.

상황의 심각성 때문일까? 아니면 어둠 괴물들의 압박 때문일까? 총리의 움직임이 조급하다는 게 느껴졌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건만….’

그는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의 실권을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

현명하지는 않더라도 멍청해서는 안 됐다. 더욱이 전황을 읽고 명령을 내리는 것은 군인과 영웅들에게 맡겨야지 정치인들이 나서서는 안 됐다.

“GGW 공격대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뉴델리 방어선을 뚫으려고 하는 괴물들은 못해도 수백만 그 이상입니다. 차라리 저희가 괴물들의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그들이 인도 남부를 탈환하고 방어선을 구축해 주는 게 저희들 입장에서는 훨씬 나을 겁니다. 적어도 남부의 생산력을 통해 우리들을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곳의 희생이 더욱 커지겠군.”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식량 문제라면 다른 국가들에게 항공 지원을 더 요구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지상으로의 지원은….”

어둠 괴물들의 먹잇감밖에 되지 않을 터였다.

“알겠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총리의 축객령에 샤르마 콜리는 바로 몸을 돌렸다.

그녀와의 만남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가득 차올랐다. 앞으로 있을 계속되는 소모전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해 피로를 풀고 마력을 회복시켜야 했다.

그래야만 군인들의 소중한 영웅들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 * *

GGW 공격대가 합류했다지만, 인도의 전황은 딱히 나아진 게 없었다.

인도인들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슴도치와도 같은 방어선을 세웠다. 물론, 그런 계획의 피해는 외부의 민간인들이 전부 받아야 했지만.

아무튼 인도 전역이 괴물들의 공세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마디아프라데시 주는 조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주의 서부만 그랬다.

GGW 공격대를 위시한 영웅 전력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임시 던전을 처리하면서 오염된 대지를 걷어냈고, 그 기세를 몰아 수라트, 바도다라 지방의 오염된 대지까지 모조리 걷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일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콰쾅! 쾅!

전차의 포가 몇 시간이 멀다 하고 불을 내뿜었고, 영웅들 역시 쉴 새 없이 전투에 나서야 했다. GGW 공격대 역시 마찬가지. 그런 와중에도 민국은 어떻게든 【S】 난이도의 던전들 역시 처리해 나갔다.

그런 활약 속에서 오염된 대지가 걷히자 인도군 서부 사령부는 그 지방을 중심으로 철통같은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수라트, 뭄바이를 중심으로 전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생산력을 유지하는 한 편 해상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물론, 쉽지 않은 계획이었다. 인도양에 있다는 십이 재앙인 파푸니르의 공격 때문이었다.

[그 년은 움직이기 않을 거예요.]

“어째서?”

확신에 찬 가루다의 말에 민국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인간들의 발길이 허락되지 않은 바다에서의 십이 재앙은 무적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넓은 대해에서 수송선단이 습격이라도 당하면 지원이고 뭐고 없이 그냥 전멸이었다. 랜드리스가 대부분 항공으로 지원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 세계의 대형 수송기는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와 수송량을 자랑했다. 전부 마력의 결정으로 만든 엔진 때문이었다.

[견제를 받고 있거든요. 무플런하고 태평양의 뱀 새끼한테요.]

“…견제라고?”

민국은 고개를 갸웃 했다.

가루다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둠 괴물들로 등쌀을 앓고 있는 인도의 상황은 빈 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식량의 부족이 굉장히 심각한 수준. 오염된 대지 때문에 농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GGW 공격대가 나르바다강 중부와 하류 쪽의 어둠 괴물들을 가장 먼저 정리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만큼 처리해야 하는 【S】 난이도의 던전도 적지 않았고 말이다.

아무튼 인도 전역이 오염된 대지로 뒤덮이는 것은 어둠 괴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달려 있었다. 서부 뱅골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플런과 라자스탄에 위치한 카우킹. 두 녀석들의 주력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말이다.

‘그 때문에 죽어나가는 건 뉴델리고.’

하필이면 놈들이 서로 맞붙는 지형에 끼어 있는 터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뉴델리는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자이푸르, 아그라를 비롯해 뉴델리에서 200 킬로 정도 떨어져 있던 대도시는 쑥대밭이 되었다.

못해도 200만이 넘는 시민이 어둠 괴물들의 손에 죽었다고 추정되고 있는 상황. 그쪽에 방어선을 구축했었던 군대와 영웅들은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인데 십이 재앙들끼리 서로 견제를 하고 있다고? 완전 콩가루가 따로 없었다.

“자세히 설명해 봐.”

[네. 예전의 해일 기억하시죠?]

“음.”

첸나이를 휩쓸었던 해일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 해일을 두고서 무플런이 크게 날을 세웠어요. 가뜩이나 키우킹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파푸니르가 자신의 구역을 침범했다고 여긴 거죠.]

“거기에 리바이어선도 신경을 쓰고?”

[네, 그 년과 파푸니르는 바다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라이벌 관계거든요.]

때문에 파푸니르의 활동이 크게 줄어든 모양이었다.

상황이야 어쨌든 인도양이 잠잠해졌다면 다행이기는 했다. 물론, 대해로 나가는 것은 여전히 위험해 보였지만….

“뱅갈만과 안다만 해 정도는 수송선을 동원해도 괜찮다는 거지?”

[어느 정도의 습격은 있겠지만 크게 문제는 없을 거예요.]

“…습격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파푸니르가 직접 나서는 건 아니잖아요?]

대수롭지 않은 가루다의 반응에 민국은 혀를 찼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십이 재앙이 직접 나서는 게 아니면 해양 괴물들의 습격은 수송선단에 합류한 영웅들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했다.

아무튼 이들의 움직임만 보더라도 서로 독립적인 세력들인 십이 재앙끼리 손발이 안 맞는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가 아직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고.

‘만약 녀석들이 쿵짝이 잘 맞았더라면…….’

지구 전체가 아프리카 꼴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플래스트와 쉬다인. 서로 손발이 잘 맞는 십이 재앙 두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던 아프리카는 이미 어둠 괴물의 제국이 세워져 있었고, 탈환은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부 아메리카와 호주도 살짝 위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됐다.

어쨌든 새의 탑을 공략했을 때 가루다를 죽이지 않은 선택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어둠 괴물들의 움직임과 그 이유를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십이 재앙이 인간에게 붙었다고 생각이나 하겠어?’

그렇다고 가루다의 배신을 놈들이 알아차릴 수도 없고 말이다.

“아무튼 수고했어. 바이콘의 움직임은?”

[아직까지는 잠잠해요.]

“…그게 더욱 불안한데.”

[네, 그리고 일단 저도 바이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잠시 공허의 대지를 늘릴까 해요.]

“인간들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해.”

적들을 계속 속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 사용하지도 못할 땅이 오염되는 것보다 십이 재앙의 안에 스파이를 심어 넣는 게 더욱 중요했다.

게다가 미얀마의 땅은 새의 탑 주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차고 넘쳤다. 물론, 주변 국가들의 경계심이 한계치까지 올라가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였지만.

[알겠어요. 그리고…….]

“일이 끝나면 나중에 찾아가도록 하지.”

[네, 넵! 그, 그러면 인도에서의 일 무사히 해결되시기를 빌겠습니다, 주인님.]

가루다가 기다리던 대답을 해주자 그녀가 황송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래서 남자는 자지를 잘 놀려야 하는 건가….”

잠자리가 만족스러우면 아침에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진실이었다.

가루다의 반응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인류 최고의 적이었던 그녀가 지금은 아주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가루다의 보고대로 뱅골만과 안다만 해역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면 동남아시아를 통해 식량을 대규모로 수송할 수 있을 터. 더욱이 인도네시아 쪽은 예전에 민국이 싹 정리를 한 상황이기도 했다.

‘완전히 깨끗하게 청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식량 수송 준비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터였다. 아무튼 말라카와 버마를 통해 식량을 수송할 수 있다면 인도의 상황이 크게 나아질 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면 다음 목표는 확실하게 정해졌네.”

인도 남쪽의 퐁디셰리와 첸나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았다.

그리고 들려온 보고에 의하면 퐁디셰리에는 무플런의 심복 중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그 괴물의 이름은 찬드라니암.

인간들의 부정적인 감정과 공포를 흡수해서 자신의 힘으로 축적시키는 괴물로 못해도 9 등급 최고 난이도 혹은 10 등급으로 추정되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카우 킹의 침공 경로에 본인의 세력을 넓히고 있던 게 아닌지라 임시 던전과는 달리 본신의 힘을 완벽히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녀석을 상대하려면…. 못해도 공격대 내에서 10 성 영웅이 둘 이상은 필요해 보였다.

‘골드급 결정은 있는데….’

하지만 문제는 마력을 흡수해야 하는 실버급 결정이었다.

【S】 난이도의 임시 던전에서 등장하는 실버급 결정을 계속해서 흡수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GGW 멤버 중에서는 10 성이 오른 이가 아무도 없었다. 민국 본인을 포함해서 말이다.

때문에 지금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민국은 인도 중부와 남서부를 정리하며 【S】 난이도 던전을 계속해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어차피 자신들을 제외하면 【S】 난이도를 공략할 공격대고 없었기에, 이참을 계속 꿀을 빨 셈이었다.

‘아니, 이 맛있는 것을 대체 왜 안 먹느냐고?’

자신들의 상황을 알게 되면 다른 레이드 강국들도 분명 반응을 보일 터. 하지만 민국은 자신들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다른 이들의 손 때를 타는 걸 막을 생각이었다.

뭐, 알아서 인도로 원정을 온다고 하면 방해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민국이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김소정이 들어와 꾸벅 인사를 했다.

“공략 준비가 끝났습니다요. 그리고 오늘은 아시다시피…….”

“아, 1군으로는 누가 가기로 했죠?”

민국이 소정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오늘은 처음으로 GGW 공격대와 1군이 멤버를 교류하면서 서로의 노하우를 배우는 날이었다.

뭐, 쉽게 이야기하자면 1군이 GGW 공격대의 버스를 탄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현아랑 신나연이요.”

“탱커 한 명 딜러 한 명이라….”

확실히 오현아의 존재는 1군의 전투 유지에 상당한 도움이 될 터. 어리지만 경험이 풍부한 신나연 역시 어떤 임무를 맡겨도 1인분 이상은 해냈다. 게다가 딜량도 무지막지한 수준이었고.

“그러면 우리 쪽으로 합류한 인원은요?”

“신나연을 대신해서 딜러장 유다희가 그리고 오현아를 대신해서 1군의 메인 탱커 허유림이 합류할 예정입니다.”

“허유림? 아아….”

오며가며 마주쳤던 영웅의 얼굴을 떠올리며 민국이 아는 척 고개를 주억였다.

순수 한국인이지만 살짝 이국적이고 화려한 외모를 지닌 여성이었다. 게다가 다리가 길쭉하게 빠진 여성이었다. 성격이 조금 폭력적이라고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딱히 상관은 없었다.

‘나랑 싸울 건 아니니까.’

아니, 몸으로 끈적끈적하게 싸우긴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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