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31화 (331/486)

〈 331화 〉 달콤한 유혹

* * *

게이트에서 빠져 나온 허유림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휴식처로 터덜터덜 걸어가 주저앉았다.

편히 쉴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닐 테니 인도 군이 영웅들을 위해 준비한 휴식처인 모양이었다.

“…….”

그렇게 자리에 주저 않은 허유림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신이 멍했다.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S】 난이도 임시 던전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영웅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S】 난이도 던전을 클리어 하는 기념비적인 날이었지만, 허유림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온 정신이 자신의 자궁이 품고 있는 뜨거운 정액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은 눈물 나게도 아니, 눈물이 날 정도로 남자에게 박히면서 울어대었다.

“…….”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임시 던전의 공략에 성공한 GGW 팀원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서로를 축하하고 있었다.

하기야 기쁠 만도 했다.

임시 던전을 공략하면서 얻은 보상 중 실버급 마력의 결정이 무려 두 개나 나왔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여러 기어 스코어 장비들을 더하면 이들은 오늘 하루 동안 엄청난 소득을 올린 셈이었다.

물론, 마력의 결정은 돈으로 판매하지는 않고 본인들이 직접 흡수한다고 했다. 사실 귀속 때문에 팔수도 없었지만.

그리고 허유림은 그 안의 중심이나 다름없는 한민국을 바라보았다.

“…….”

다시 봐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잘생긴 남자였다.

거기에 마력을 각성한 영웅이었으며, 심지어 그 능력이 웬만한 여성 영웅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뛰어났다. 오늘 함께 【S】 난이도의 레이드를 경험하면서 허유림은 왜 한민국이 인류의 구세주라 불리는 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읏…!”

아까 전의 일이 떠오른 순간 허유림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벌써부터 몸이 뜨거워지면서 숨이 가빠오는 것 같았다.

그런 허유림의 옆으로 유다희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민국 영웅이 있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왜? 한민국 영웅에게 관심이라도 가는 거야?”

“뭐. 여성이라면 다 그렇지 않겠어요? 능력도 있고 성격도 좋겠다. 그리고 저런 얼굴이라면…. 평생을 받들어 모셔도 과분할걸요? 게다가….”

허유림은 말끝을 흐렸다.

여자 영웅 여럿을 동시에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해 보이는 한민국의 엄청난 정력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오히려 여성 영웅들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허유림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쉴 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던 민국의 힘. 단지 상상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유림은 몸이 움찔움찔했다.

“그건 그렇지. 아무튼 오늘 일은 모두에게 비밀인 거 알지?”

“…비밀이요?”

유다희의 말에 허유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느낌인데…. 적어도 GGW 멤버들 중 자신들이 구멍동서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싶었다.

“1군 멤버들 말이야. 또 괜히 소문이 돌면…. 알지?”

“아아…….”

허유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민국을 곁눈질했다. 오늘 우연히 뜨거운 인연을 맺었다지만 그녀는 자신의 분수를 알았다.

‘운 좋게 질 내에 사정을 해 주셨으니…….’

임신이라도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마력을 각성한 영웅이 임신을 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기에 거기까지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늘 이상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더 이런 기회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 때 민국과 대화를 나누던 김소정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둘에게 다가왔다.

김소정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대장님이 사흘 뒤, 다시 【S】 난이도 던전 공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 때도 함께 하시겠어요?”

“무, 물론이죠!”

“네!”

소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유림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다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위 레벨의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한민국과 함께 하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분명 다음 원정 때도…!’

‘전투가 쉽게 끝나면 바로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고 했지? 다음 번에도 내가 잘한다면!’

물론, 두 여인의 머리는 그에 따른 콩고물로 가득 찼지만 말이다. 그렇게 원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고 있을 때, 허유림의 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던전에서 먹통이 되었던 핸드폰이 밖으로 나오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자기♥ : 아, 미안. 연락이 늦었지? 데뷔 날짜가 잡히는 바람에 회사에서 빡세게 굴리느라 연락을 잘 못했어.]

[자기♥ : 그리고…. 데뷔하게 되면 우리 사이 비밀로 해야 하는 거 알지? 팀장님이 그러시는데 영웅하고 만난다고 하면 일반인 팬들이 많이 떨어져 나갈 거라고 하네? 섭섭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돌은 내 오랜 꿈이었으니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자기♥ : 아, 맞다. 데뷔 준비 때문에 옷도 사야하고, 화장품도 여러 개 사야하는데…. 자기 카드로 긁을게?]

통보에 가까운 메시지와 함께 천만 원이 넘는 돈이 결제되었다는 문자도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남자 친구의 메시지를 확인한 허유림은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아, 네. 저 허유림인데요. JP 엔터의 루카스말인데, 데뷔 날짜 잡혔나요? 아…. 아직 잘 모른다고요? 곧 데뷔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핸드폰 너머로 이야기가 들려올 때 마다 허유림의 이마에 주름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아, 당장은 아니고 최종 평가를 보고 데뷔 조 합류가 결정될 거라고요? 그렇다면 데뷔가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인데요? 연습은 열심히 하고 있죠? 아…. 최근에 연습을 빠졌어요?”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눈앞에 남자가 있었다면 그대로 손찌검을 할 기세였다.

“으득. 아, 뭔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아무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허유림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땅에 주먹을 내리쳤다. 어린애 손만 한 크기의 돌멩이가 박살이 나면서 조각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씨이발, 그래.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아, 저 개새끼…. 진짜 내가 몇 번을 봐줘야 하는 거야?”

남자는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멍청한 게 틀림없었다.

뻔히 들킬 걸 알면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걸 보면 머리의 뇌는 장식으로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그냥 알아서 넘어가주기를 바랐던 건가? 아니면 정말 모를 거라 생각해서 거짓말을 하는 건가?

“뭐야?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욕설을 내뱉으면서 화를 내는 허유림의 모습에 유다희가 물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허유림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 아이돌 지망생 남자 친구가 자꾸 거짓말을 하네요.”

“으….”

허유림의 말에 유다희가 질색한 얼굴을 했다.

“아무리 얼굴이 좋다고 해도 아이돌은 만나지 않는 게 좋아. 잘생긴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고, 이래저래 여자가 엄청 꼬여서 피곤하다니까?”

“그렇지 않은 애들도 있잖아요.”

“없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게 네 남자친구는 아니야. 너도 그렇잖아?”

그러면서 유다희는 상위 클래스의 영웅들은 해외 원정도 자주 나가는데다가 한 번 원정을 나가게 되면 최소 한 달 이상은 복귀가 불가능했기에 남자가 바람이 나는 경우가 백이면 백이라고 말을 했다.

“카르텔이 있어도 문제지. 한 번 원정을 나갔다 오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빼앗겨서 나한테는 조금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니까? 그러다가 돈 필요하면 찾고. 완전 ATM 이라니까?”

“뭐…. 여자가 꼬이는 건 이해해요. 조금 생겼다 하면 다들 달라붙으니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껏 이어야지. 여자 영웅은 감정이 없는 줄 아나? 우리들이 왜 목숨을 걸고 어둠 괴물하고 싸우고 있는데.”

그렇게 푸념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하하호호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GGW 공격대였다. 한민국과 멤버 몇이 서로 손장난을 하면서 웃고 있었다. 은근한 스킨십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민국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오히려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유다희가 말했다.

“좋겠다. 진짜 존나 부럽네.”

“그러게요. GGW 공격대의 멤버들은 그리고 한민국 영웅님의 카르텔 여성들은 저런 애정행각을 매일 즐길 수 있겠죠?”

그와 함께 민국의 잠자리 스킬이 떠오르니 허유림은 더욱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결국 고민 끝에 허유림은 남자친구의 번호를 삭제하고 그대로 차단을 눌렀다. 남친에게 주었던 카드도 바로 해지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허유림은 애정 없는 지갑 셔틀은 그만둘 생각이었다.

어차피 섹스도 못했던 새끼. 큰 아쉬움은 없었다.

* * *

GGW 공격대의 【S】 난이도의 던전 공략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애당초 임시 던전에서 나타나는 네임드들은 던전 난이도에 비해 기량이 두 단계 이상은 떨어진 놈들이었다. 치열한 전투의 여파로 부상을 입거나 능력에 문제가 생긴 녀석들.

‘그런 놈들을 쉽게 잡지 못한다면 그건 본인의 역량 부족이나 다름없지.’

한마디로 말해 지금은 경험치 이벤트 아니, 마력의 결정 이벤트라 부를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인도에 도착한 이후, 대략 서른 개가 넘는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결정의 종류가 다섯 개나 되었던 터라 10성 영웅이 될 정도로 마력을 흡수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몰아주기를 하더라도 공격대의 영웅들이 10성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퀘스트를 만들어내느라 크게 무리를 했던 모양인지 뿌우와 큐우♡ 녀석은 여전히 잠잠했다. 살짝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Sex 코인 퀘스트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못했다. 기회가 날 때 마다 새로운 얼굴의 1군 영웅들을 공략하느라 여념이 없던 까닭이었다.

“아주 짐승이 따로 없어, 짐승이.”

“원래 남자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가 뭐겠어? 자손을 번식하고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런 걸 생각하면 난 얼마나 애국자야?”

“하아?”

뻔뻔한 민국의 말에 현아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은근슬쩍 허리를 감싸고 들어오는 민국의 행동에 못 이긴 척 입을 다물었다. 정말 자신이 많이 사랑해서 가만히 있는 거지, 다른 남자였다면 한 대 쥐어박았을 것 같았다.

“흐읏?! 읏!”

아, 물론. 자신을 만족시키다 못해 반쯤 죽게 만드는 정력도 한 몫 했다.

카르텔의 여성들이 말하듯 여성 영웅에게 섹스의 기쁨을 알려줄 수 있는 남자는 전 세계에서 민국 한 명 뿐이었다.

그래도 현아는 민국에게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싶었다. 지금 이상으로 말이다.

“안 되겠어. 이번 원정 무사히 끝나고 돌아가면 나랑 결혼해.”

“오…. 그거 프로포즈야?”

“아? 앗, 아니. 프로포즈를 이렇게 할 수는 없지. 못 들은 걸로 해, 못 들은 걸로. 알았지?”

이미 다 들었는데 무슨….

아무튼 질투심 많은 현아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래도 많이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결혼할 생각이 완전히 없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민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아를 밀어붙였다.

그렇게 한바탕 현아의 몸을 주물럭거리면서 성욕을 푼 민국은 주둔지에 마련된 회의실로 향했다. 특별히 회의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회의실에는 별을 단 군인과 영웅들이 진지하게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는 척 눈인사를 하는 이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민국이 지도를 보다가 물었다.

“전선에는 큰 변화가 없나 보죠?”

“뉴델리 쪽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아그라 인근에서 녀석들끼리 큰 전투를 벌였다는 모양인데…. 주위에 있던 공격대 몇이 휩쓸렸다고 합니다.”

별을 단 장군이 말했다.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민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찰대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공격대 몇이 휩쓸려서 사망?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대답에 민국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그 근방에 랜드리스 지원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그게 문제였군요.”

“네, 마침 식량이 크게 부족했던 참이라….”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렇다 해도 몇 개의 공격대가 전멸했다는 것은 엄청난 피해였다. 더욱이 방어선 외부로 원정을 나설 정도면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그만큼 실력 있는 공격대라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도 피해가 적잖게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민국이 지도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충돌한 두 세력들 중 어느 세력이 이겼나요?”

“카우킹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쪽도 피해가 상당한 터라…. 양패구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천만 다행인 일이죠.”

한 군인의 말에 민국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에 적힌 이 근방의 【S】 난이도 던전은 카우킹 세력이 둘, 무플런 세력이 일곱 개였다.

그렇다면 일단 근방의 【S】 난이도 던전들을 모두 쓸어버린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거리가 있는 만큼 임시 던전 몇 개가 사라졌다고 캘커타나 펀자브 근처에 있는 십이 재앙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던전 공략.

민국은 공격대에 합류하는 1군 멤버들은 하나하나씩 따먹으면서 Sex 코인을 빨아대는 한 편, 자신에게 필요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을 때 마다 꾸준히 마력을 흡수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음…….”

성공적으로 어둠 괴물을 쓰러뜨리고 얻은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흡수했지만, 민국은 자신의 능력 변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다음 등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준비가 끝난 것을 의미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