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3화 〉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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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급 마력의 결정은 상위 영웅 아니, 인류가 가장 귀중히 여기는 자원 중 하나였다.
인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쉴더급 영웅, 정확히 말하면 쉴더급 영웅들 중에서도 주 전력이라 할 수 있는 9성 영웅의 능력을 높여줄 수 있는 마력의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인류는 어둠 괴물과 오랜 기간 동안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쟁이 발발된 이후 단 한번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 괴물이 쳐들어오거나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고 나면 그 때서야 세계 영웅 협회가 나서서 확전을 막는 방어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게 현재의 전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류의 공격대 중 십이 재앙과 그들의 심복들을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S】 난이도의 던전 하나만 영토에 나타나더라도 영웅 전력이 떨어지는 국가는 그야말로 존속 위기에 가까운 재앙이 펼쳐졌다.
그나마 부활석이라는 신물이 존재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진즉에 멸망했을 터였다.
[GGW 공격대의 한민국! 세계 최초로 10등급 영웅이 되다.]
[세이비어 한민국! 인도의 구세주에서 인간의 구세주로!!!]
그런데 그런 전황을 뒤집고 인류가 어둠 괴물에게 선제공격을 걸 수 있는 기대가 생겨나고 있었다. 바로 10성 영웅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10등급 영웅의 등장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진짜 10 등급이라고? 대체 어케 했는데?!
● GGW 공격대가 인도로 원정을 떠난 이유가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하네요? 던전 브레이크로 생겨난 【S】 난이도 던전만 공략해서 마력의 결정을 박박 긁어모은 듯….
● 와, 진짜 대단하다…. 새의 탑 공략에 이어서 10성 영웅이라니 드디어 인류의 반격을 볼 수 있는 건가요?
● 한민국 영웅님! 파이팅!!!
한민국의 10 등급 도달은 바로 영웅 강국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그 연유를 알게 된 순간 미국은 화이트 하우스의 원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으며, 러시아와 영국도 쉴더급 공격대의 파견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가 속보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도를 구원하기 위한 히어로 어셈블이 진행될 것 같다는 기사에 인도인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현재 인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GGW 공격대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다.
“한! 한! 한!”
“코리아 만세!”
“오늘부터 한국과 나는 한 몸으로 간주한다, 만약 한국인을 욕하는 이가 있다면 내 샤크람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도의 어려움을 구원해주기 위해 달려왔고, 또한 어둠 괴물을 몰아내면서 많은 이들을 구해낸 그녀들은 인도 내에서는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민국은 현재 인도를 둘러싸고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만 나고 있엇다. 때문에 그의 옆에서 있던 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왜 그렇게 기분이 상했어?”
“아아, 이 자식들이…. 갑자기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잖아.”
“숟가락? 얹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현아를 향해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위험천만한 인도로 원정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마력의 결정체 이벤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그리고 많이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십이 재앙끼리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오염된 대지와 【S】 난이도의 던전을 다수 만들어냈고, 그 안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9 등급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때려잡을 수 있었다. 상태가 온전했을 때와 동일한 보상을 주면서 말이다.
때문에 민국은 이벤트 기간을 이용해서 GGW 공격대 멤버들을 10성 까지 만든 이후, 그 후의 일을 도모하려고 했는데….
자신이 10성이 되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해지면서 탐스러운 과실을 한 입 베어 먹으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아직 GGW 공격대 내에서 10성은 자신밖에 되지 못했는데 말이다.
‘만약 다른 공격대가 몰려들기 시작한다면….’
자신들이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획득하는 속도가 크게 줄어들 건 뻔한 일이었다.
9등급 몬스터가 핫바지는 아니었지만 화이트 하우스나 텐센스와 같은 쉴더급 공격대가 바보나 멍청한 것도 아니었기에, 임시 던전의 부상을 입은 네임드는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다수의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게 되면?
‘재수 없게 임시 던전을 놓고 알력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도 그 다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테고.
그만큼 10성 영웅의 확보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도 간절히 바라는 것이니 말이었다.
특히 영웅 전력 강화에 학을 떼는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다행히 공격대의 원정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지라 혹은 자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모양인지 아직 인도에 발을 디디고 있는 쉴더급 공격대는 자신들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면 아무리 빨라도 2,3주는 걸릴 터였다.
“바로 원정을 준비 해야겠어.”
“…어?”
민국의 혼잣말에 현아가 움찔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자신들은 불과 여섯 시간 전에 전투를 마치고 주둔지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주둔지로 오자마자 피곤에 지쳐 쓰러진 영웅들 중에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며칠 쉬고 가는 게 아니라…. 바로?”
“응, 다른 쉴더급 공격대가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S】 난이도의 던전을 도맡아서 처리해야 돼.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두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아, 음….”
“10성 영웅이 되려면 어쩔 수 없어. 나만 그리고 공격대 중 몇 명만 10성으로 올라설 건 아니잖아?”
“그, 그건 그렇지?”
날이 선 민국의 목소리에 현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히…. 인도의 임시 던전을 이용한다면 실버급 마력의 결정은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을 터였다. 만약 정상적으로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해서 결정을 획득하려고 했다면 정말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터였다.
그 전에 어둠 괴물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지금의 인도 사태처럼 말이다.
“십이 재앙은 물론이고, 그 놈들의 심복이라도 처리할 수 있으려면 못해도 팀원들 중 여섯 이상은 10성이 되어야해.”
“그렇겠네.”
민국의 말에 동의하면서 현아는 새의 탑 원정을 떠올렸다.
십이 재앙 중 한 녀석인 가루다. 힘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그 년을 상대하는 것도 제법 벅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심지어 그년을 제압했던 것도 꼴사납게 이뤄졌던 일이었다. 멤버들 모두가 전멸을 한 와중에 민국 혼자만이 살아남아서 가루다와 사생결단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민국이의 특별한 전투 능력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실패했을 레이드였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자신들이 하루라도 빨리 더욱 강해져야 했다. 전력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을 십이 재앙들은 가루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할 테니 말이다.
“그러면 경로는 어떻게 진행할 거야? 바로 퐁디셰리로?”
현아가 전에 민국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자신들을 호위하고 있는 인도군은 내심 자신들이 뉴델리 전선을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인도 영웅 전력의 대부분이 뉴델리 전선에 묶여 있는데다가 행정의 수뇌부들이 전부 수도인 뉴델리에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민국의 생각은 달랐다.
카우킹과 무플런, 두 십이 재앙의 본대가 쉴 새 없이 충돌하는 그곳은 지금 가봤자 소득 없는 고생만 할 뿐이었다.
“고아, 망갈로르, 코친을 훑고 타밀나두 쪽으로 돌 거야.”
“외곽으로 쭉 도는 거네?”
“응, 그런 후에 상황 봐서 퐁디셰리와 첸나이 쪽도 정리를 하고 나면 그 때부터 북상을 하는 거지.”
북부만큼의 지옥은 아니었지만, 남부에도 활동을 하는 어둠 괴물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퐁디셰리에 찬드라니암이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장기전이 될 것 같아 보이는 전쟁을 지속하려면 해안 보급로의 확보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인도군의 정보에 의하면 남부에도 【S】 난이도의 던전이 못해도 오십 여개는 된다고 해.”
그것들을 전부 공략하고 나면 오현아와 김소정이 10 등급 영웅으로 올라서는 것은 당연한데다가 최소 한두 명 정도는 더 10 등급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공략하기 쉬운 환경에 있는 【S】 난이도의 던전들을 전부 처리하고 나면?
그 이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십이 재앙의 군대를 우리끼리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때부터는 다른 나라의 공격대들과 손을 잡고 차근차근 북부의 【S】 난이도 던전을 처리해나가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서 가루다에게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받아내고 말이다.
“원정 준비하자.”
아무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남부로 떠나려면 일단은 이 근방의 【S】 난이도 던전을 전부 정리해야 했다.
* * *
인도 10군 사령부의 작전 통제실.
인도 남서부의 케랄라 주를 수비하는 이곳은 계속된 어둠 괴물들의 전투로 인한 피해 보고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인세의 지옥이라 불리는 북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피해였지만, 그렇다고 어둠 괴물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전쟁 물자의 대부분이 북부로 보내지고 있는 까닭에 10 군단 자체가 보유한 화력은 군단이라는 부대 단위에 걸맞지 않게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대형 개체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게 되면 병사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도 10 군단장의 책상에는 피해 보고서가 끝을 모르고 쌓여가고 있었다.
“GGW 공격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또?”
보고서를 확인하던 10 군단장 루브리나는 찌뿌둥한 몸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하라슈트라에 이어서 카르나타카 주를 청소하고 내려온 대한민국의 쉴더급 공격대. 그녀, 아니 그가 이끄는 공격대의 손에 박살이 난 임시 던전의 숫자가 무려 200 군데는 족히 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것도 【S】 난이도의 던전만 집계한 결과라고 했지?’
루브리나 장군은 자신의 품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식량 보급조차 없이 전투를 이어나가야 했지만, GGW 공격대의 활약으로 인해 인도는 서부 해안 지대를 완벽히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오염된 대지로부터 안전해지면서 조금씩 대륙의 생산력이 불을 뿜고 있었다.
물론, 이 생산력이 빛을 발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무튼 엄청난 속도로 오염된 대지를 걷어내면서 두 개의 주를 해방시킨 GGW 공격대는 현재 케랄라 주의 임시 던전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S】 난이도의 던전만 처리하고 있는 셈이었지만, 10 군단의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머지의 던전들은 인도의 영웅 전력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루브리나 장군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인도의 레이드 수준은 세계를 놓고 봐도 10 위권 내에 들 정도로 탄탄했다.
【S】 난이도는 몰라도 【A】 난이도 던전만큼은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 예로 GGW 공격대와 함께 다니고 있는 라니 락슈미바이의 시바 공격대가 【A 1】, 【A 2】 난이도를 도맡아서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다.
“조만간 유럽의 지원이 올 거라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도착한 화이트 하우스는 중부의 텔랑가나 주에서 오염된 대지를 걷어내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하루 쉬고 원정에 나설 정도로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하더군요.”
부관의 말에 루브리나 장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도 대륙을 뒤덮고 있던 절망이 조금씩 걷혀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십이 재앙이 쓰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전황이 지금처럼만 이어진다면 충분히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GGW 공격대의 호위군은 충분한 수준으로 보냈겠지?”
“네, 37 보병 대대가 함께 나섰습니다.”
“으음….”
살짝 부족한 느낌도 들었지만, 루브리나 장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군단 전력에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기계화 사단이 나서는 게 아닌 이상 영웅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을 터였다.
정확히 말해 37 보병 대대의 임무는 공격대에게 접근하는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 공격대가 던전을 공략하기 편하도록 편의성을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쉴더급 공격대의 수준이라면 보병 대대가 화력을 내뿜을 준비를 끝마치기 전에, 접근하는 괴물들을 모조리 갈아버릴 수 있었다.
심지어 GGW 공격대는 일반적인 쉴더급 공격대가 아니었다. 10 등급 영웅이 포함이 된 공격대였다.
‘10 등급 영웅이 무려 세 명이나 된다고 했던가?’
한민국에 이어서 오현아, 김소정까지. 탱커, 딜러, 힐러가 하나씩 등급을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말 엄청난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GGW 공격대는 아니, 한민국 공대장은 그런 대단한 전력으로도 만족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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